기울어가는 세월호를 보면서 함께 눈물 흘린 국민들의 마음은 오직 한반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에 대한 사랑이었으며, 생명의 고귀함에 대한 자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우리 국민들은 아픔과 절망을 딛고 그마저도 생명중심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징검다리로 삼고자 하였습니다. 진실규명과 재발방지에 대한 대책이 세월호 참사로 억울하게 가신 분들을 위로하는 길이요, 그분들의 삶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이라고 여겼기에 600만이 넘는 국민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지지서명을 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정부가 세월호 문제를 다루는 방식과 태도는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를 의심케하는 행보였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무책임했던 정부의 대응방식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많은 국민들이 정부가 무엇인가를 숨기려 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입니다. 참사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서명운동, 단식, 도보행진, 삼보일배 등 길거리를 헤매고 다녀야 하는 현실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습니까.
지난 3월 27일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도 마찬가지입니다. 특별조사위원들이 제안한 시행령안을 묵살하고, 조사대상이기도 한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를 했다는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시행령안에 나타난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권 축소, 사무처 인력과 예산의 축소, 거기에다 사무처 주요직책의 정부 파견 공무원의 기용 등은 누가 봐도 특별조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조사권을 무력화의 시도임이 눈앞에 불 보듯 뻔한 것 아닙니까.
이번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진실규명 의지를 또 한 번 불신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특별조사위원회의 진실규명을 위한 전제조건은 독립성과 중립성이며, 그것의 핵심은 국가기관의 개입과 간섭에서의 자유입니다. 애초 조사대상기관들이 진실규명의지가 있었다면 1년이 다 되도록 유가족들이 진실을 찾아 거리를 헤매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며, 굳이 특별법이나 특별조사위원회가 필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조사대상기관의 공무원에게 핵심업무의 상당부분을 맡긴다니,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우리 지리산권 시민들과 제단체들은 지난 1년 동안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위해 천일기도를 서약하고 함께 기도해왔습니다. 생명중심사회는 어울려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근본목적이며, 세월호 참사는 생명중심사회의 몰락에 대한 경고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가 세월호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가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나침반이기도 합니다.
세월호의 침몰에 이어 지난 1년 동안 우리들이 본 것은 대한민국호의 침몰입니다. 세월호 특별법은 침몰하고 있는 대한민국호의 마지막 남아 있는 깃발입니다. 세월호 특별법이 잘못 다뤄지면 그나마 남아있는 깃발마저 가라앉을 것이며, 그것은 대한민국호의 완전한 침몰을 뜻합니다.
따라서 저희 지리산권 시민들과 사회단체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함께 할 것을 다짐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즉각 폐기하라.
-.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위원회의 독립성과 활동을 보장하라.
-. 국민을 모욕하는 배 ․ 보상 절차 유포 즉각 중단하고 시행령안 폐기, 세월호 선체인양을 먼저 선포하라.
2015년 4월 6일
세월호 지리산 천일기도 추진위원회
지리산종교연대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