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곳이 있었습니다.
주식회사 드림. 主式회사 드림. 자본주의 정신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방식으로 사는 곳.
제가 좋아하는 이현주 목사님이 만든 인터넷 세상입니다.
드림정신은 ‘드림’을 주제로 삼는 정신입니다.
지금 내게 맡겨져 있는 것들을 어떻게 하면 본디 주인에게 잘 돌려드릴 수 있을까?
그것을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천코자 하는 정신입니다.
바야흐로 자본주의 이념이 온 세계를 장악한 지금입니다.
그리하여 인류는, 싫든 좋든, 자본주의 체제의 몰락을 눈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드림정신은 자본주의를 지지하지 않거니와 반대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거꾸로 된 세상을 한 번 뒤집어 바로 된 세상에서 살아 보려는 것뿐입니다.
이곳을 통해 이현주 목사님은 또한 <드림 실험 교회>를 진행하셨습니다.
그때 그때 공지를 통해 예배당을 정하고 그곳으로 모여 함께 기도를 드리는 것입니다.
그곳이 강원도 어디 산골 교회일 때도 있고, 섬진강 강가일 때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아름다운 예배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아, 이번 주에는 이곳에서 아름다운 기도가 올려지겠구나, 잠시 마음 행복해하곤 했었지요.
얼마 전에 정토불교대학 문경특강수련이 있었습니다.
저도 참석하겠다고 했다가, 그 전날부터 몸이 몹시 아픈 바람에 참석치 못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참석한 불대에서 특강에 참석한 분들의 이런저런 아쉬운 말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서울에서 버스를 두 대 대여했는데 참석하겠다던 사람들이 너무 많이 빠져서
50여 명이 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갔다 합니다.
그러니 일인당 2만 5천원 정도 예상했던 차비가 1만 원 이상씩 더 추가로 발생했다는 것이지요.
가겠다고 해놓고 안 간 저 같이 무책임한 사람들 때문에 그들이 피해를 받은 거지요.
저는 도반들에게 미안하여 쥐구멍이라도 있음 숨고 싶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집행부에 건의해서 회비를 미리 받아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안 가서 미안한 저로서는 그 의견에 적극 찬성, 대찬성을 하였지요.
그런데 오늘 주식회사 드림에 놀러갔다가 그동안은 무심코 보아왔던 공지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저희는 시작할 때부터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으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명분있는 일이라도 하지 말자는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이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저희는 어떤 일에도 미리 회비를 받거나 돈을 거둔 다음에 일을 추진한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사소한 문제로 보일 수 있겠지만, 자기도 모르게 돈의 논리에 끌려다니기 십상인 자본주의에 대한 하나의 근본적 저항일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스승이신 예수님은 회비 얼마를 내어야 무엇을 해주겠다고 하실 분이 아니라고 봅니다.
돈을 아예 받지 말자는 게 아니라 받더라도 먼저 주고 나서 받자는 거지요.
받고 주는 게 아니라 주고 받는 겁니다.
바로 이 순서를 지키는 데 자본주의 병폐를 극복할 대안이 있다고 저희는 봅니다.
온 세상이 연봉을 미리 정하고 일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한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만,
예수님이나 바울로가 미리 연봉을 계약하고 일하지 않은 이상,
그분들을 본받겠다고 나선 저희에게는 세상의 당연한 상식에 저항하고 거역할 신성한 임무가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간혹 모임을 안내하면서 '회비'가 얼마라고 밝히는 글이 올라오는데,
그 때마다 올리신 분께 부탁드려 글을 삭제해왔습니다.
이 점 널리 양해하시고 협조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렇구나.
자본의 논리를 이렇게 부정하는 방법도 있구나.
불대 특강 회비를 미리 걷지 않는 것에 대해, 집행부의 일처리에 대해 비판을 했었는데
이것이 결국 자본의 논리였구나....
이것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이것이 합리 비합리를 떠나서,
이렇게 뒤집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은 그나마 숨막히지 않고 돌아갈 수 있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
지난 11월 26일에는 이런 글의 <드림>이 올라왔습니다.
2003년인가 제가 보증을 잘못서는 바람에 카드빚으로 힘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이 집사람도 실직을 했구요. 그때 전 늦게 들어간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구요. 한 3만원 정도가 제 한 달 생활비였던것 같습니다. 버스비가 아까워서 왠만한 거리는 걸어다니거나 달리기를 했는데 지금은 하프 마라톤 기록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때 생각했던 것이 한 십만원만 있었으면 좋겠다 였죠. 그 때의 저처럼 10만원이 필요한 분이 계시면 한 분께 드리려고 합니다.
계좌번호(성명포함)를 댓글이나 쪽지로 보내주시면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식회사 드림에서는 이런 <드림>의 글이 올라옵니다.
내게는 필요치 않거나, 내게도 필요하지만 나보다 더 필요할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드린다는 <드림>의 글.
아름다운 세상이지요.
그런데 제가 오늘 오랜만에 이 주식회사 드림을 찾은 이유는, 운영자이신 이현주 목사님께 메일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12월 6일, 목포에서의 예배를 마지막으로 주식회사 드림이 문을 닫는다는 메일.
아니, 왜?
열심히 참여하지 못하는, 가끔씩 놀러가서 마음이 맑아져서 오는 그곳이 왜 문을 닫는다는 거지?
놀라고 아쉬운 마음....
무엇이나 다 정한 때가 있다.
하늘 아래서 벌어지는 무슨 일이나 다 때가 있다.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심을 때가 있으면 뽑을 때가 있다.
………………
모아들일 때가 있으면 없앨 때가 있고
건사할 때가 있으면 버릴 때가 있다.
찢을 때가 있으면 기울 때가 있고
입을 열 때가 있으면 입을 다물 때가 있다.
<전도서 3, 1-7>
그곳에 올라와 있는 이 성경 구절처럼,
아마도 때가 되었나 보다, 그렇게만 알기로 했습니다.
궁금해하는 마음도 접고, 아쉬워하는 마음도 접고...
아마도 때가 되었나 보다.
다만 그렇게 알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곳이 있었음을, 우리 카페 님들에 알리기 위해 이곳으로 달려와 이렇게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첫댓글 삶을 다시금 되돌아 보게 하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노트북에 이어, 늘 내 옆에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불시에 사라져버리는 아쉬움, 익숙한 것들에 대한 고마움이 마구마구....
이런곳이 있었네요. 대학가서 처음 놀란것은 내가 살아왔던 사회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었어요. 막스의 자본론이 그 출발점이었지요. 모순의 핵심을 찌르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떻게든 보탬이 되어야 하는데...
알게 모르게 우리가 얼마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속속들이 골수까지 전부 자본의 논리에 지배받고 있는지.... 어떻게 <자본>이 <주의>가 될 수 있냐는 딸의 항변에 아무 대꾸도 못한 나는 부끄럽기만 할 뿐....
우리 통하였군요^^ 이제서 봤어요...호호 여러 교집합속에 섞어 있다는 것으로도 얼굴 한번 보지 않았는데 갑자기 친해진 기분이 들어서네요..ㅋㅋ
그러게요. 이런 걸 보고,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하는 거라고나 할까? 하하! 근데 나는 그곳에서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는. 오늘 가보니 명상음악시디를 준다고 하던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걸 받을까 잠시 망설였다는...
이런 곳이 있었군요... 제가 알고 있는 세상이 참 작다는 걸, 새삼스레 느낍니다.
그렇지.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참 작지. 세상에는 나 모르게 감동을 만들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말이야....
아~ 제가 사는 방식이 붓다가 사는 방식이 맞나 다시 돌아봐집니다. 내 습관대로 판단하고 남을 재단하지는 않았나... 감사합니다.
자기는 지금으로서도 충분히 아름다워.
감동입니다. 한 발 한 발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부끄럽습니다.
나도 늘 무엇인가를 나누는, 본디 그들의 것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마음으로 살 수 있길 빌어보았어요. 웅... 통용꿀빵 나한테 안 주었다고 부끄러워할 필요 없답니다. ㅋㅋ..
아 꿀빵 아직까지 ... 먹고싶잖아요 자꾸 말씀하시면 ㅋㅋ
읽기 전에는 글이 길다 싶어... 건너 뛰려 했습니다. 그치만... 원영님의 글에는 무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긴 글이 많기에
읽어보기로 맘을 바꿨습니다. 절대 길다는 느낌이 없었습니다.(길고 짧음의 느낌은 다 내 마음) 그래서... 이렇게 흔적을 남겨봅니다. 행동하는 양심
나는 무엇으로 행동하고 있을가


러워지는 이 마음
저도 너무 긴 글은 대충대충 읽기도 한답니다. 아무래도 인터넷 글은 책하고는 달라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도 같아요. 다른 이의 행동을 보고 내 행동을 돌아보고, 다른 이의 마음씀을 보고 내 마음씀을 살펴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답니다.
등불님, 쇤네도 미투~ 여요^^
저도 미투~입니다. *^^*
아 진짜 아쉽네요. 이렇게 좋은 곳이 문을 닫다니... '부처님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셨을까?' 늘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저도 언젠가부터 그걸 생각하곤 하죠. 지금 내 생각이 부처님의 법에 맞는 건가? 근데 요즘은 수행을 게을리하니 명료함보다는 흐리멍텅할 때가 많아요. 다시 용맹정진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