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로의 시간여행
-시오노 나나미의 <은빛 피렌체>읽고-
오래 전에 이탈리아에서 날아온 그림엽서를 받은 적이 있다. 그 엽서에는 붉은 벽돌 돔이 있는 아름다운 성당사진이 있었는데 지금에야 이 책을 통해 그 성당이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라는 긴 이름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 밑에는 피렌체라고 씌어 있었고 주소에는 플로렌스라고 해서 한 번 찾아본 기억이 있다. 구글지도를 검색해 봤더니 여전히 플르렌스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사람들은 피렌체보다는 ‘꽃의 도시’ 플로렌스을 더 선호하는가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탈리아 다녀온 사람의 말이 그 곳은 전혀 영어표지판이 없단다. 우리가 평소에 영어권 문화에 얼마나 익숙해 있는지 실감했다. 아마 이때부터 이탈리아여행을 꿈꾸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돌아오라 소렌토로, 콜롯세움의 야경사진, 시스티나 천장화, 베네치아의 콘돌라와 뱃사공, 바티칸, 영화 ‘로마의 휴일’ 등 수많은 정보들이 나의 갈망을 부추겼을 것이다. 결국 꿈꾸는 자의 열망이 꿈을 현실로 만드나보다. 드디어 독서모임에서 이탈리아로 문화기행 떠나게 되었다. 떠나기 전에 읽게 된 시오노 나나미의 <은빛 피렌체>는 정말 유용한 가이드북이다.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는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의 역사현상을 직접 발로 취재하며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로마사에 천착하여 기존의 관념을 파괴하는 도전적 역사해석과 소설적 상상력으로 독자를 사로잡고 있다고 한다. ‘은빛 피렌체’는 시오노의 세 도시이야기 <주홍빛 베네치아>,<은빛 피렌체>,<황금빛 로마> 중에 두 번째 작품이다. 이 삼부작에서 시오노는 처음으로 남녀주인공을 창작하여 그들로 하여금 베네치아와 피렌체와 로마를 여행하게 하고 거기서 생활하게 함으로써 각각의 도시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모습 뿐 아니라, 문화와 역사적 배경, 정치적 상황, 발달된 산업과 외교적 역량까지 속속들이 보여준다.
주인공 마르코 단돌로는 베네치아의 명문 귀족의 적자로, 서른 살에 원로원 의원에 선출되고 10인 위원회(국가안보기관) 위원까지 지낸 엘리트이고 여주인공 올림피아는 고급 창녀이다. 뜻밖의 사건으로 3년간 공직 추방을 당한 마르코는 고국(베네치아)을 떠나 피렌체에 머무는 동안 여러 가지 사건을 겪게 된다. 외떨어진 산장에서 시체가 발견되고 누명을 쓴 산장주인을 구하는 과정에서 당시 피렌체를 지배하고 있던 메디치가의 사람들과 친분을 쌓고 교류하게 된다. 그 와중에서 알렉산드로 대공이 암살되고 공화정과 군주제를 주장하는 정치적 파워게임을 목격하게 된다. 엄숙한 산 미켈레 수도원으로, 왁짜지걸 서민의 냄새가 묻어나는 반월산장으로, 예술품이 진열된 명문귀족의 저택으로, 아름답지만 무시무시한 고문이 행해지는 바르젤로 감옥과 베키오 궁전으로, 아르노 강의 다리 위를 주인공들을 따라 거닐다보면 어느새 16세기 피렌체의 역사적 공간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만큼 생생하다.
마르코가 올림피아에게 선물한 라파엘로의 목걸이에 대한 묘사나 로렌치노의 예술품에 대한 감수성을 표현한 부분은 역사연구가 시오노의 해박한 지식에 대한 놀라움도 크지만 여성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교황 클레멘트 7세의 서자로 태어났다던 알렉산드로 대공의 죽음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문학적으로 그럴 듯하게 죽음의 연유를 창조해낸 작가의 상상력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피렌체의 골목골목과 건물건물을 돌아다니며 자세하게 가이드 해준 시오노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그녀의 다른 작품도 꼭 읽어봐야겠고 생각했다. 이 책에는 한 가지 덤이 숨어 있었다. 메디치가의 로렌치노가 자랑스럽게 여긴 보티첼리의 그림 ‘프리마베라’ 덕분에 나는 졸지에 여신이 되었다. 프리마베라에 나오는 여신들은 하나같이 나의 풍만한 복부와 허벅지를 닮아있어 남편에게 “이 그림을 좀 봐. 내 몸매가 여신과 똑 같잖아. 그러니까 나도 여신이지?”했더니 남편이 대답하길 “그대를 여신으로 인정합니다” 한다. 이렇게 좋아해도 되는 걸까?
이탈리아로 떠날 날이 다가오니 더욱 설렌다. 그 곳에 가면 확인해 보고 싶은 곳도 많아졌지만 꼭 사오고 싶은 것이 생겼다. 붓꽃 향수다. 어떤 향기가 날까 몹시 궁금하다.

첫댓글 넘치는 여유와 익살스러움의 도시, 근엄함과 자유분방함처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곳, 아름다운 강과 더러운 뒷골목이 아무렇지도 않게 같이 흘러 가는 곳, 대도시도 좋지만 자그마한 소도시들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나라, 이탈리아!
헤매며 찾아간 진실의 입, 몇 번을 찾아갔어도 물리지 않았던 트레비 분수 앞의 피자집도 좋았지만 베네치아의 작고 예쁜 섬들, 카프리섬 해변의 백발 성성한 할머니의 토플리스, 아나 카프리에서 바라보던 석양, 폼페이의 빨간 양귀비꽃. 미숙이 덕에 옛 추억에 다시 가슴 설레어지네... 더 나이들기 전에 다시 가보고 싶은 풍경들, 사람들, 이야!
그래 나도 또다른 추억 만들고 올께. 1월 23~31일 까지 나 한국에 없다. 너랑 현숙이랑 카페 지켜라. 미리 부탁할께^^
이 아줌마 유럽 갈 여행 준비 잘 하고 있군. 나는 강릉 경교장엘 가보고 싶은데.
로마의 휴일 영화 다시 봤다. 오드리햅번이 젤라또 먹던 스페인광장에서는 젤라또 먹을수 없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먹어서 문화재 보호차원이래.^^ 강릉도 좋지. 잘다녀와~
헉 오후 서너시면 해지는 그리고 아홉시 열시나 되야 해가 뜨는 시기에 유럽으로? 들아다니려면 따뜻하게 입고 댕기그라. 생각보다 춥다^^
고마워~ 잘 챙겨 입을께. 여름에는 이탈리아는 더워서 타죽는다고 해서 겨울에 가는거야. ㅎㅎ
나는 서울에서 로마인이야기나 다시 읽을란다. 십 수년 전에 읽었을 때 정말 재미있었는데. 미숙이의 유럽여행기를 기대 할께.
큰 가방도 사고 이것 저것 준비할 것이 많네. 떠나기 전의 설렘 좋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