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드라망생명공동체 대표 도법 스님은 5년째 전국을 걸어서 순례 중이다. 그는 좌든 우든, 빈자든 부자든, 여든 야든, 모든 이를 만나며 생명과 평화를 얘기해 왔다. 그가 이 탁발 순례를 잠시 제쳐두고 오는 2월1일부터 경부대운하로 계획된 코스를 100일 동안 환경운동가, 종교인 등과 함께 순례하기로 했다. 찬반을 떠나 과연 어떤 것이 우리가 행복해지는 길인가를 한번 따져 보자는 그를 전북 남원 지리산 실상사 화림원에서 만났다.
-경부대운하를 어떻게 보는가.
“대운하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는 우리들만 살고 말 땅이 아니다. 그래서 후손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청계천도 살려내지 않았느냐면서 경부대운하에 대해서도 자신하지 않는가.
“청계천은 복개 뒤 거의 다 죽어가던 하천이었다. 생명이 죽어갈 때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대수술은 비상시에 하는 것이다. 현재 한반도가 그렇게 죽기 직전의 상태이고, 그렇게 해야만 살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해 볼 수 있는데 한반도의 생태가 죽음의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고대부터 대규모 치수사업도 있어 왔고, 지금은 댐과 상하수도 등 대부분이 인공적으로 다스려지고 있는데 대운하라고 안 될 이유가 있는가.
“인간이 자연생태를 조작하긴 했지만 이제 마구잡이 개발과 소비와 쓰레기 양산으로 생태계가 한계에 달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 지도자들도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지 않으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고 얘기하기에 이른 것 아닌가. 더구나 근본적인 골격을 손대는 것은 지금까지의 개발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문제다. 그래서 어느 한 세력이 자의대로 추진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후세대에 미칠 영향을 따지기보다는 현재의 경제와 발전 논리만이 선이며, 반대 논리는 덜떨어진 것으로 취급되고 있는 게 사람들의 정서 아닌가.
“그렇다. 현재 한국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는 건 부자와 1등이다. 그런데 과연 부자와 1등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가. 탁발 순례를 하면서 강원도 백담사 근처의 황태 만드는 마을에 갔더니 1인당 연소득이 1억원으로 전국에서 소득 1등이라고 했다. 그에 비해 이곳 남원 실상사 주변으로 귀농한 이들의 연소득은 500만~1천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1억원 버는 사람들이 5백만원 버는 사람들보다 더 불안해하고 무엇엔가 쫓긴다.” -그래도 잘사는 게 낫지 않겠는가.
“지금은 60년대보다 백 배 이상 부유해졌다. 그러면 60년대보다 백 배나 평안하고 아름답고 행복한가. 백 배나 더 잘살게 되었는데도 모두 부족해서 못살겠다고 한다. 앞으로 백 배를 더 가진다면 이제는 욕심내지 않고 자족할 것인가. 백 배를 가진 사람은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삶을 너무 잘 모른다. 잘못 생각하고 있다. 자족을 모르는 게 있다. 이기적 욕망과 감각적 쾌락은 만족을 모른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려 할 뿐이다. 이기적 욕망과 감각적 쾌락을 통해 행복에 도달하려고 한다면 끝내 도달할 수 없다.” -어느 여론조사에 보면 자본주의를 시작한 서구보다 중국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신적 가치에 비해 물질적 가치를 더 중시하는 사람들로 꼽혔다.
“삶의 철학이 없다. 그러니 삶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 지성의 풍토가 빈약해 가치관이 뒤바뀌는 것을 막지 못했다. 특히 종교가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빈약한 지성 풍토로부터 나온 경부대운하 문제는 그 풍토와 가치관을 바꿀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위기가 곧 기회다.” -경부대운하에서 성찰의 출발점은 무엇인가.
“지구라는 자연환경, 한반도라는 자연환경이 없어도 부처와 예수가, 당신과 내가 살 수 있었겠는가. 부처든 예수든, 진보든 보수든, 여든 야든, 도시든 농촌이든, 남자든 여자든, 자연 생태적 토대 위에서 살고 있고 살 수밖에 없다. 꿈도 사랑도 학문도 민족도 국가도 발전도 이것 없이 논할 수 없다. 이것을 당장 편리하다고 골격을 자르고 끊어서 흘려보내도 된다는 말인가.” -정권 초는 허니문 기간이라 하고, 집권당이 총선에서도 승리할 경우 대운하 추진이 일사천리로 갈 수 있지 않겠는가.
“호기가 최고의 악수가 될 수 있다. 잘나갈 때 살필 수 있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남원 실상사/글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사진 이규호 피디 pd295@hani.co.kr 동영상은 ‘조현기자의 휴심정’(well.hani.co.kr)
▼도법 스님은 도법 스님은 인도의 간디처럼 생겼다. 작은 체구에 비폭력 평화를 외치는 것뿐 아니라 사람을 대할 때는 부드러우면서도 안으로는 차돌멩이처럼 단단한 것도 간디를 닮았다. 특히 두 발로 걷는 것을 좋아하는 것까지. 그는 걷고 있다. 스님, 환경운동가, 종교인 등 그에 대한 어떤 서술보다 ‘걷는 사람’이 가장 잘 어울린다. 남북한 간은 물론 세상의 폭력심을 끊기 위해 밖보다는 내면을 향한 3년의 기도를 마친 뒤 2004년 3월 전북 남원 실상사를 출발해 걷기 시작한 그는 지난 4년 동안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2만8천리를 걸었고, 7만여명의 사람들을 만났으며 그 길은 계속되고 있다.
제주에서 태어난 그는 18살에 금산사로 출가했고, 불교결사체인 선우도량을 만들어 청정불교운동을 이끌었다. 1994년 종단 개혁과 98년 종단 분규 때는 산중에서 불려나와 총무원장 권한대행을 맡아 개혁을 지휘한 뒤 산중으로 돌아갔다. 실상사 주지를 맡으며 귀농학교, 작은 학교 등을 열고, 인드라망생명공동체운동을 펼쳤다.
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