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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목(碑木)에 수액이 흐르고 석불(石佛)에 피가 흐른다는 봄이 어김없이 왔다. 올해도 봄에 들면서 여느 해처럼 공연히 마음이 설레고, 딴엔 발길이 바빠졌다. 뒤꼍의 텃밭을 일궈 남새라도 좀 뜯어 먹자는 시시하고 쩨쩨한 심보이겠으나, 실은 깡 촌놈의 피를 못 속여서, 뭔가 심어 키우는 재배본능이 발동한 탓이다. 밭의 속흙을 갈아엎어 놓고 한 발짝 물러나 흙살을 살펴본다. 촉촉하게 물기 밴 보들보들한 토색(土色)에 눈이 홀린다. 그런데 마른 흙에선 향긋한 흙냄새가 풍긴다. 세균(주로 방선균)들이 거름을 분해하면서 풋풋한 냉이냄새∙인삼냄새 비슷한 냄새물질인 지오스민(geosmin, earth smell)을 낸다. 알고 보니 토양세균이 풍기는 냄새가 바로 곧 흙냄새다.
식물이 해로운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다른 식물의 활동을 억제하는 현상, 알레로파시

밭에 심은 채소들이 띄엄띄엄 나 있으면 바랭이나 비름 따위의 잡초가 쳐들어오지만, 배게 난 열무나 들깨밭에는 엄두도 못 낸다. 그리고 촘촘하게 심어놓은 열무를 마냥 그대로 두면 튼실한 놈이 부실한 것들을 서슴없이 짓눌러버리고 몇 놈만 득세하여 성세를 누린다. 먹이와 공간(food and space)을 더 차지하려고 약육강식, 생존경쟁이 불길 같다. 동물들도 하나같이 넓은 공간을 차지하여 많은 먹이(meat)를 얻어서, 여러 짝(mate)과 짝짓기를 하여 많은 자손과 더 좋은 씨받기를 꾀하고자 그렇게 죽기 살기로 으르렁댄다. 풀이나 나무라고 동물과 다를 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