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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괘 진위뢰(중뢰진) : 자연의 움직임을 보고 항상 두려워하고 경계하라
뇌를 이중으로 하여 중뢰진으로 표현한 것은 진(震)의 작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흔히 뇌는 진동을 뜻하는데, 진동이란 양이 발출하는 것을 음이 막아서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양은 음을 움직이고, 음은 양을 막아서는 것이 바로 우주의 현상이다. (252쪽)
공자는 이에 대해 본받을 지침을 내려 주었다. 천뢰진, 군자이 공구수성(洊雷震, 君子以 恐懼修省). 군자는 자연의 움직임을 보고 항상 경계하는 마음을 갖고 반성을 이어 간다는 뜻이다. 군자는 천명을 두려워한다는 것도 같은 뜻이다.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우레 소리는 상징인데, 자연의 현상은 미래의 어떤 것을 ㅁ라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군자는 이를 살피며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253쪽)
* 상전 직역 : 연거푸 치는 우레가 진이니, 군자가 보고서 놀라고 두려워하며 자신을 닦고 반성한다.
* 洊 : 연거푸 천, 닿을 천
* 震=動
제52괘 간위산(중산간) : 변치 않아야 할 것을 굳건하게 지켜라
변치 않고 견고한 사물을 주역에서는 간위산으로 표현한다. 이 괘상은 간단히 말해 그냥 산 같은 존재를 뜻한다. 사회에는 그런 사람도 있다. 의리를 생명처럼 여기는 사람! 이런 사람은 산처럼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산은 그 안에 무수히 많은 변화가 있지만, 산 그 자체는 그 자리에서 영구적으로 남아 있다. (...) 간위산은 또한 신용이 있는 사람을 뜻한다. 신용 없는 사람은 돈을 빌릴 때와 갚을 때의 마음이 다르다. (255쪽)
공자는 이에 대해 가르침을 주었다. 겸산간, 군자이 사불출기위(兼山艮, 君子以 思不出其位). 산이 중첩되어 있는 것이 간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생각을 할 때 그 분수를 지킨다. 이는 군자라야 변치 않아야 할 것을 굳건하게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다. (257쪽)
* 상전 직역 : 산이 겹쳐진 것이 간이니, 군자가 보고서 생각하는 것이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 思不出其位는 「논어」 헌문편 제28장에도 나옴. (박희택)
* 艮=止
제53괘 풍산점 : 서두르는 것은 느림만 못하다
산에 나무를 심어 놓은 것이 풍산점의 형상이다. 굳건한 기초 위에 나무가 있어 잘 자라는 것이다. 어떠한 사물이든 갑자기 두각을 나타낼 때가 있는데, 이를 표현한 것이 풍산점이다. (...) 정지 후 비약, 자연계에는 이런 현상이 참으로 많다. 수행하는 도인들도 처음엔 진보가 없다. 그것은 풍산점의 산이다. 그 후 분발하여 성장하게 되면 마치 날아오르는 것과 같다. 바로 풍이다. (258-259쪽)
군사작전에 있어서 실전에 투입하기 전에 많은 훈련을 하는데 이것이 바로 산이고, 나중에 실전에 투입되는 것이 풍이다. 만물은 서서히 자라나는 법, 공자는 여기서 취해야 할 요점을 알려 주었다. 산상유목점, 군자이 거현덕선속(山上有木漸, 君子以 居賢德善俗). 군자는 풍산점을 보고 먼저 자신의 덕을 어질게 하고(산), 나중에 그것을 백성에 이르게 한다(풍). 군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격을 지키며, 일을 도모할 때는 점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세상의 이치가 이런 것이다. 천천히 나아가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서두르는 것은 느림만 못하다는 것을 풍산점은 가르치고 있다. (260쪽)
* 상전 직역 : 산 위에 나무가 있는 것이 점이니, 군자가 보고서 어진 덕에 머무르면서 풍속을 선하게 만든다.
제54괘 뇌택귀매 : 모든 사물이 힘을 다함을 알라
뇌와 택은 둘 다 아래가 양으로서, 양이 점차적으로 위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뇌는 택에 비해 양의 힘이 미약할 뿐이다. (...) 이 괘상은 위에 있는 뇌가 무거워서 택 쪽으로 침몰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 하괘는 현재이고 상괘는 미래인 바, 뇌택귀매는 택 ▶ 뇌의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양의 기운이 약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아침에 출근했던 사람이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모습이고, 출세를 위해 고향을 떠난 젊은이가 지쳐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원전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아주 극단적인 것으로, 시집간 여인이 되돌아오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처참한 상황인 것이다. 사연이 무엇이든 간에 결과적으로는 집으로 되돌아온다는 뜻이다. (262-263쪽)
뇌택귀매는 자기영역을 탈출하고자 하나 역부족임을 나타내는 괘상인 것이다. 공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택상유뢰귀매, 군자이 영종지폐(澤上有雷歸妹, 君子以 永終知敝). 군자는 이 괘상을 보고 모든 사물이 종래에 가서는 힘을 다함을 알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슨 일을 하든 처음부터 그 끝을 잘 생각해 보고 시작하라는 교훈인 것이다. 누구나 출발할 때는 힘이 넘친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는 힘이란 점차적으로 약해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 (263쪽)
* 상전 직역 : 연못 위에 우레가 있는 것이 귀매이니, 군자가 보고서 끝까지 영속시키되 파괴되어 없어질 수 있음을 안다.
* 敝 : 해질 폐
뇌택귀매의 괘상은 세상의 사물이 나중에는 그 힘을 다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모든 것이 그렇다. 그러하므로 우리는 일의 시작부터 그 끝을 생각하는 조심성을 길러야 한다. 일이란 성공하기 위해서 시작하는 것이지만, 실패를 상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손자병법」에는 이런 말이 있다 패했을 때의 피해를 모르는 자는 승리의 이익을 논할 수 없다. 한 가지만 보고 달려갈 것이 아니라, 항상 신중하여 양면을 모두 살펴야 하는 것이다.
* 인용된 「손자병법」 구절은 작전편에 나오며, 원문은 故不盡知用兵之害者, 則不能盡知用兵之利也임. (박희택)
제55괘 뇌화풍 : 전진은 좋지만 그 속도는 반드시 조절되어야 한다
뇌화풍은 뇌가 위에서 아래로 눌러주고 있는 상황인데, 아래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현재 이 괘상은 화가 아래에 있어서 뇌로부터 제압당하고 있는 모습이다. 화는 무엇인가? 앞서 공부하기를 이는 빛, 아름다움, 꽃, 질서, 어른 등이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뭉친 것, 덩어리, 쌓인 것 등의 뜻이 있다. (265쪽)
뇌화풍 괘상은 뇌 즉 권위가 사람이나 정당함을 뜻한 화 위에서 작용함으로써 사람을 압도하는 권위, 정당한 권력 등을 의미한다. 공자의 가르침을 보자. 뇌전개지풍, 군자이 절옥치형(雷電皆至豐, 君子以 折獄致刑). 군자는 이를 본떠 처벌 등의 법을 행사한다. 이 뜻은 화 즉 사람이 옥에 갇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고, 법의 권위는 정당함(화) 위에서 이룩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266쪽)
* 상전 직역 : 우레(천둥)와 번개가 함께 이른 것이 풍이니, 군자가 보고서 옥사를 판결하고 형벌을 집행한다.
* 뇌는 우레와 같은 위엄을, 화는 밝은 판단력을 상징함. (박희택)
* 豊=大
제56괘 화산려 : 정치는 백성을 자유롭게 하는 데서 시작한다
화산려는 담겨 있지 않은 것이다. 외출 중이라도 좋고 여행 중이라도 좋다. 집 밖에 있거나 중심으로부터 멀리 나가 있으면 그 무엇이든 화산려로 표현한다. 자유롭고 발전하는 모습이다. 인류는 30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전 세계로 퍼져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는데, 산이 아프리카에 해당된다. 고향이 바로 산인 것이다. 화산려는 고향을 떠나고 집을 떠나 있는 모습니다. (268쪽)
공자는 이 괘상에 대해 평을 남겨 놓았다. 산상유화려, 군자이 명신용형 이불류옥(山上有火旅, 君子以 明愼用刑 而不留獄). 군자는 이 괘상의 성질을 본받아 형벌을 행할 때는 밝음과 신중함으로 시행해야 하며 가급적 사랑을 가두지 말아야 한다. 이는 사람을 공연히 가두지 말라는 뜻이다. 정치라는 것은 백성을 자유롭게 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가둠으로써 정치를 하는 것은 폭정이고 국가발전을 해치는 길이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이다. 자유는 변화를 뜻하기도 한다. (269쪽)
* 상전 직역 : 산 위에 불이 있는 것이 려이니, 군자가 보고서 형벌을 사용하는데 분명하고 신중하게 하며 옥사를 미루어 두지도 않는다.
제57괘 손위풍(중풍손) : 바람처럼 일의 방식을 바꾸어라
외교문제에 있어서는 자신의 생각을 너무 고집하면 안 될 것이다. 사람의 일이므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작은 일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데, 이런 사람은 풍의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장사꾼도 너무 고집을 부리면 손님이 떠나간다. 이익을 좀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유연성을 발휘하여 손님과 화합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여자를 상대로 하는 장사는 더욱 그렇다. (...) 유연성, 이는 사회생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성품이다. (...) 유연성은 지능 이상의 뜻이 있는 바, 지능이란 잘 알려진 방식에 따르는 것일 뿐이다. 세상일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른다. 한 가지 방식으로는 살 수가 없다.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은 아예 안 읽은 사람보다 위험하다고 하는데, 이는 자기가 아는 것만을 원칙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풍이 아닌 산으로 표현해야 한다. (271-272쪽)
공자는 바람을 보고 인간이 취해야 하는 태도를 밝혀 놓았다. 수풍손, 군자이 신명행사(隨風巽, 君子以 申命行事). 군자는 바람을 본받아 일을 하는데 있어서 이러저리 방식을 바꾸어야 하며, 또한 바람처럼 부지런해야 한다고. 인생은 널리 경험하며 살아야 하고, 일은 반복하면서 세련되게 발전해야 한다. 바람은 쉬지 않고 발전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272-273쪽)
* 상전 직역 : 잇따르는 바람이 손이니, 군자가 보고서 명령을 거듭하면선 정사를 행한다.
* 巽=遜(겸손함), 入(받아들임)
제58괘 태위택(중택태) : 괴로울 때 힘을 내고 행복할 때는 공부하라
행복이란 괘상으로 말하면 택이 된다. (...) 택이 무엇이기에 행복이라고 말하는가? 구조를 보라. 양이 안으로 가득 들어차 있다. 양이란 힘이고 가치이고 즐거움이다. 이것이 가득 차 있다면 행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흔히 사람의 마음을 그릇에 비유하는데, 그릇 속에 힘이 가득 차 있다면 당연히 행복할 것이다. (...) 택의 뜻이 평화이고 즐거움이다. 태위택은 택의 중첩으로서 가득 찬 행복을 나타내고 있다. (274-276쪽)
공자는 밝혔다. 리택태, 군자이 붕우강습(麗澤兌, 君子以 朋友講習). 모여서 공부하라는 뜻이다. 행복할 때 그것에 그치지 말고 더욱 정진해야 한다. 공부란 끝이 없다. 도인의 행복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라 할지라도 공부는 평생 놓칠 수 없다. 태위택의 상황은 행복 그 자체이지만 이때는 더욱 분발해야 하는 것이다. 택은 또한 친구를 뜻하기도 하는 바, 지인끼리 서로 소통하며 공부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괴로울 때 힘을 내고 행복할 때는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공자의 간곡한 가르침이다. (276-277쪽)
* 상전 직역 : 붙어 있는 연못이 태이니, 군자가 보고서 벗들과 토론하고 배운 것을 익힌다.
* 麗 : 붙을 리, 고울 려
* 兌=說(기뻐함)
제59괘 풍수환 : 먼저 하늘에 바치고 그 다음에 사람이 갖는다
풍수환의 반대 괘상은 제55괘 뇌화풍으로서 이는 쌓여가는 모습인 바, 이것의 반대인 풍수환은 당연히 흩어지는 상황을 나타낸 것이다. 흩어지는 것은 우주의 만물이 최후에 겪는 과정이다. 사람도 죽으면 혼은 하늘로 가고 몸은 땅으로 스며들어 가는 것이다. 풍수환 괘상은 바로 그 점을 정확히 그리고 있다.
공자는 이 괘상을 보고 군자가 취할 행동을 일러 주었다. 풍행수상환, 선왕이 향우제입묘(風行水上渙, 先王以 享于帝立廟). 군자라는 말을 여기서는 선왕으로 지칭했다. 군자의 뜻이 원래 왕이었던 것이다. 이 괘상을 보고 선왕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묘당을 건립하였는데, 이는 만물의 소유주인 하늘에 바치는 자세이다. (...) 모든 것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인 것이다.
* 상전 직역 : 바람이 물 위에서 부는 것이 환이니, 선왕이 보고서 상제께 제사드리고 종묘를 세우셨다.
* 渙(풀릴 환, 흩어질 환)=離散=바람이 물 위로 불어서 물이 퍼지고 흩어지는 형상
제60괘 수택절 : 틀을 갖추어 나가는 공부를 하라
이 괘상은 풍수환을 뒤집은 모양이다. 풍수환은 쏟아진 물인데, 이를 뒤집으면 담겨 있는 물이 된다. 수택절은 연못에 물이 담겨 있는 모습으로 이는 연못이든 그릇이든 뜻이 같다. 그리고 물이 아니어도 좋다. 돈이 지갑 속에 있거나 사람이 방에 있거나 서랍 속의 잡동사니이거나 담겨 있는 것은 모두 수택절로 표현된다. (281쪽)
공자는 예의를 중시했는데 이는 자유로운 몸가짐을 절제함으로써 인격을 배양하고자 함이었다. 즉 행동하는 방식을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바로잡는 것이다. 질서란 사람의 행동이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뜻인 바, 그릇 속에 들어있는 사물은 분수를 지키게 되는 법이다. 공자는 수택절의 뜻을 새기라는 가르침을 남겼다. 택상유수절, 군자이 제수도 의덕행(澤上有水節, 君子以 制數度 議德行). 군자는 물이 그릇에 담겨 있는 것을 보고 인간의 모든 행위에 규범을 정하고 그에 따른 덕행을 논의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간이 뜻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부란 다름 아니라 하나씩 틀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다. 안다는 것도 사물의 개념을 이해했다는 것인 바, 틀로써 사물을 다 이해할 수 있게 된다. (283-284쪽)
* 상전 직역 : 연못 위에 물이 있는 것이 절이니, 군자가 보고서 법도를 헤아려 절도를 세우며 절도에 맞는 덕행을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