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교과서 이것만은 바꿔야! ⑧
“민족과 겨레는 무엇이 달라요?”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교과서 앞쪽에서 처음 ‘겨레’라는 말을 접했는데 뒤에 ‘민족’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궁금해서 한 질문이다. 국사 또는 한국사라고 하면 그 주체는 나라다. 그러나 그 나라를 구성하는 핵심요소가 민족 또는 겨레이다 보니 교과서에서도 ‘우리 역사를 우리 민족이 살아온 길’이라고 할 정도로 국사의 주체를 민족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민족이라는 용어가 매우 많이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오히려 우리말인 ‘겨레’라는 용어는 극히 일부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민족과 겨레의 의미와 형성시기와 지역적 또는 종족 범위에 대해서는 아무 데서도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실체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교육법 제2조 교육이념에서는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라고 하여 ‘국민’을 교육의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 내용은 교육과정과 집필기준 등 여러 곳에 그대로 인용되고 있다.
현 교육부의 지침인 사회과 교육과정에서는 “사회과에서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4쪽), “민족사의 발전상…”(5쪽), “민족문화의 발달”(37쪽), “민족의 정체성 형성”(61쪽), “우리 민족이 발휘해 온 역량…21세기 우리 민족사의 능동적인 전개…이를 바탕으로 학습자가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97쪽), “한국인의 민족적 정체성을 확인하고…”(196쪽에 3회) 등으로 우리 자신을 국민, 한국인, (우리) 민족 등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정확한 차이점을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특히 ‘한국인의 민족적 정체성’이란 문장에서 보면 한국인과 민족은 좀 다른 의미로 쓰인 것은 확실하다.
2011년에 배포된 교과서 편수자료에는 ‘민족’이나 ‘겨레’라는 용어는 없고, ‘민족 말살 정책’, ‘민족 문화 수호 운동’ 등의 민족 관련 용어만 제시되고 있다.
중학교 『역사』교과서 및 고등학교 『한국사』집필기준에서도 이 현상은 동일하므로 구체적 지적은 생략한다.
이러한 문교부의 지침을 기준으로 편찬된 교과서의 상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초등학교 사회 5-1에서는 “하나된 겨레”(4쪽 차례)라고 하여 ‘겨레’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하지만 내용에서는 “민족 문화”(44쪽 등), “민족정신과 민족의식…우리 민족의 혼”(사회 5-1, 87~97쪽에 여러 번) 등 ‘겨레’라는 용어는 없고 ‘민족’만 나온다. 심지어 후삼국 시대의 영토라는 지도에서는 고려, 후백제, 신라, 일본 등의 나라이름과 같은 형태로 여진과 거란이라는 족명을 표기하고 있다.
비상교육 판 『중학교 역사1』과 고등학교 『한국사』에서는 겨레라는 용어는 없고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민족’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그에 대한 설명이 없는 점은 동일하므로 생략한다.
이상의 내용을 보면 교육부의 지침에서부터 우리 역사의 주체, 즉 학생들 자신을 한국인, 국민, 겨레, 민족 등 다양하게 부르면서 그 차이점에 대한 설명이 없으므로 그 용어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오히려 혼동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러니 당연히 모든 교과서도 그럴 수밖에 없다.
원래 우리말에는 ‘민족’이란 단어가 없었으나 서구의 nation, ethnos 등의 번역어로 사용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민족’을 ‘문화공동체’라고 보는 점은 동서양이 공통적이지만, 서양에서는 정치공동체의 구성원, 즉 ‘국민’에 가까운 개념으로 이해하는 게 큰 흐름이며, 우리나라 학자들이나 국민들은 ‘겨레’와 같이 ‘혈연공동체’라는 데 무게를 두는 경향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교과서에서는 ‘국민’에 가까운 의미로도 이해되는 ‘민족’이라는 단어보다는 ‘동포’라는 말에서도 느껴지는 혈연적 의미가 강조되는 ‘겨레’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우리 정서에 맞을 것이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 민족의 형성시기와 지역적, 종족적 범위의 문제까지를 지적하겠지만 인디안, 여진족, 몽골, 왜 등과의 관계를 포함하여 민족이나 겨레라는 용어 사용을 보다 더 정확하게 하도록 고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