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좋아하는 김택수코치의 모습을 보며...]
유승민 선수가 마직막 한 점을 포핸드드라이브로 결정짓는 순간
김택수 코치는 벤치에서 일어나 유승민에게 달려가 포옹을 하는
그 순간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너무 기뻐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했을 수도 있지만...
아마 그동안의 파란만장했던 탁구선수 시절이 떠오르지 않았을까...
사실 이번 결승경기는 한-중 두 나라가 내세우는 차세대 에이스의
경기로(물론 지금은 차세대가 아닌 명실상부한 에이스이지만)
중국은 자존심이 걸린, 한국은 그동안의 수많은 패배를 설욕하는
그런 경기였다.
두 선수의 날카로운 눈매, 팽팽한 긴장감, 승리를 위한 기싸움 등
보는 관중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탁구를 좋아하는 동호인들이면 다 아는 두 코치
한국의 김택수와 중국의 류궈랑코치
간간이 TV화면에 비쳐지는 두 얼굴에는 선수 못지 않은
긴장감과 장엄함까지 느낄 수가 있었다.
이미 두 선수의 경기는 오래 전부터 이들 두 코치의 싸움으로
시작이 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면타법을 처음으로 시도한 류궈랑과 그의 이면타법을
완성했다는 왕하오
팬홀더 전형으로 드라이브의 최고수 김택수와 그보다 더 강력한
드라이브를 구사하는 유승민
그렇다.
이번 경기는 유승민-왕하오의 경기일 뿐 아니라
김택수와 류궈랑의 경기이기도 했다.
선수시절 김택수 선수가 류궈랑에게 얼마나 많이 패했던가?
내 기억으로는 98 방콕아시안게임에서 32번의 랠리 끝에
점수를 따고 그 기세를 몰아 우승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외에 김택수 선수가 류궈랑을 이겼던 시합을 본적이
별로 없다.
결국 유승민선수의 승리는 그의 한을 풀어준 결과가 되었다.
그러니 김택수 코치가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어린아이처럼
뛰어나가 유승민선수를 얼싸안고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감동스러워 내 코끝이 찡하는
그런 감동을 느꼈다.
세트 스코어 4-2 점수로만 봐서는 유승민선수의 일방적인 승리
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1세트를 제외하고는 매게임 박빙의 승부였다.
특히 5세트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앞서가는 상황에
점수는 9-6으로 리드 상황, 앞으로 남은 점수는 2점
아 드디어 승리하나보다 생각하고있는데....
역시 세계 최강 중국은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위기일수록 강해진다는 중국 탁구선수들...(사실 징그럽기까지 하다)
꺼질 듯한 불씨를 살려 기적같이 동점을 만들더니
결국 듀스 끝에 11-13으로 역전패하여
경기는 다시 6세트로 넘어가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6세트경기 점수가 9-6으로 유승민 리드 이번에는
정말 끝나려나 하는데 점수는 다시 9-9 동점
아~(왠지 모를 불안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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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지난 2001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가 생각나는데...
그 당시 중국과 한국은 단체전 준결승 게임스코어 2-2
마직막 게임에서 만난 선수는 중국의 어린 선수인 류궈정선수와
(아마 당시 20대 초반으로 쉐이크전형으로 빽보다도 화가
더 좋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백전 노장의 김택수선수(당시 전성기 못지 않은
강력한 드라이브를 구사하던 시절)
세트스코어 2-1에 4세트경기가 진행 중에 있었다
점수는 19-16(당시는 21점 게임 시절)
중국을 꺽고 결승에 진출하는가보다 하는데
역시 중국은 위기상황에서 더욱 강해진다고 하는데
절체 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공격을 하고
김택수 선수와의 맞드라이브에서도 밀리지 않고
점수를 한점 한점 따더니 결국... 듀스 끝에 류궈정의 승리
마지막 5세트 경기 처음부터 쉽게 경기가 풀려 또다시
점수는 19-16 김택수 선수의 리드상황
앞으로 남은 점수는 딱 2점 이번에는 정말 끝나겠지... 하는데
그야 말로 기적같이 따라 붙어 또다시 류궈정의 역전승
(사실 이때부터 나는 중국넘들만 보면 징그럽다는 생각을 했다)
김택수 선수의 통한의 패배
(아마 이때 김택수 선수 혼자서 많이 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의 승리가 확정되자 감독 선수 모두 나와 얼싸안고 좋아하는 모습
그때 중계 해설을 하시던 분(아마 월간탁구 사장님으로 기억)의 말씀이
생각나는데...
중국선수들이 시합에 이기고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나는 그때 중계방송를 보면서 비디오를 녹화했는데, 그 이후 딱 한번
더보고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않고 보관만 하고 있다.
그 테이프를 볼 때 너무나 안타깝고 속이 상해 안 보았었는데
이제는 그 테이프를 다시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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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이야기가 갑자기 삼천포로 빠졌는데 다시 돌아와서
6세트 9-9 상황 이 세트를 놓치면 우승은 정말 물 건너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 순간 유승민은 2001년 오사카 대회에서 패배했던 김택수 코치의
한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을까?
마지막 집중력을 모아 한점을 따서 10-9로 리드
그리고 골드메달 포인트 1점을 자신의 장기인 화 드라이브로
마무리... 그리고...
정말 올림픽 남자단식 우승의 쾌거를 이루었다.
아직도 어제의 그 감동이 생생하다.
이 경기는 대한민국의 승리이고 유승민선수의 승리이면서
또한 김택수코치의 한을 풀어준 그런 경기로 남지 않을까...
올림픽대표 출전권을 반납하고 후배 양성에 힘써주신 김택수코치
그리고 너무나도 잘 싸워준 유승민선수에게 감사하며...
이번 금메달이 계기가 되어 88올림픽 이후로 제2의
탁구 전성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 봤습니다.
탁구를 사랑하는 동호인 여러분 항상 즐탁하시면서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데미안 대단한 통찰력, 관전평,탁구지식,정말 완벽한 분석이야... 혹시 매스컴에서 해설자로 섭외 안들어 오나??
지금 중국에서 류꿔량 무쟈게 맞고 있는거 같던데....(오늘 한펜으로 함 쳐요.)
감동이 두배로 더하는 지루하지않는 긴해설에 감동받앗습니다 .요사이 완벽해지는 데미안의 드라이브가 부럽습니다. 화이팅~~~~~~~~~
그 테이프 같이 보면 안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