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끝 두륜산 산행기
9월의 마지막주, 아침시간 여름에는 해가 솟아 있을 때 집을 나섰는데
어느새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이다.
두륜산은 우리나라의 최남단에 위치한 산으로 서해안과 남해 곳곳의 다도해가
한눈에 보이는 자연경관이 뛰어난 아름다운 산이기에 그 기대감에
전날 밤부터 적지 않은 설레임으로 가득했다
예약현황을 보니 이미 목요일 저녁에 구름의자까지 다 차버렸다
좋은 산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다
서김해 IC를 지나 시원하게 고속도로를 달려 문산휴게소에 도착했다
잠시 내려 볼일보고 차안에서 못뵌분들 서로 인사 나누는데
법산님 참솔이 누군지 몰랐다니...ㅎ 섭하게시리 나는 진즉부터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엊그제만 해도 맑은 날씨를 보이겠다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부슬비가 약간 뿌린다. 게다가 암릉으로 이루어진 산이라기에 약간 긴장^^*
땅끝마을이 위치한 해남까지는 먼거리다.
당연히 긴 시간 차안에서 보내야하는 고통이 있게마련
그런데 8시간을 차안에서 보내면서 하나도 졸지 않고 이렇게 재미나게
다녀온 적도 드문 것 같다. 구름의자에 앉은 분이 의자를 돌려 앉으니
여섯명이 마주보고 앉으면서 기차여행을 하는 것 같다
갈때는 채랑님과 마주 앉아 밤도 까먹으가며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비밀스런 얘기를 나누었고, 올때는 상철씨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얻었다
우리의 버스는 12시가 가까운 11시 50분 목적지인 오소재에 도착했다
들머리에 올라가는 길은 완만한 오르막이다. 다들 숨도안차는지 투닥투닥
잘도 걷는데 나는 갈때마다 오르막은 숨차고 힘들기만 하다
출발하여 35분이 지난 12시 25분 오심재에 도착했다
우측으로는 웅대한 고계봉이
좌측으로는 노승봉이 기이한 형상의 암봉을 모자처럼 쓰고 있다
주변에는 아직 피어나지 않은 억새가 고운 자태로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가을의 초입에 보여주는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일부는 암봉을 바라보며 갈길이 걱정인지 그냥 올라가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잔디밭은 아무것도 깔지 않아도
비단이다. 각자 베낭에서 꺼내는 맛있는 찬과 과일로 배를 채우고
12시 55분 가련봉을 향하여 올라간다.
10분쯤 올라가니 앞서가던 산행대장님이 지팡이는 다 버리고 올라오라는
무전통보가 온다
지금부터 암릉인가 보다 생각하고 20분쯤 올라가니 쇠줄로 만든 자일에다
아기 팔뚝만한 로프가 나온다. 지팡이를 베낭에다 쑤셔넣고
철계단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올라간다. 그러나 생각외로 안전시설이
잘 설치되어 있어 위험하지는 않다. 타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버스 손잡이 같은
쇠고리와 바위 중간중간 발 받침대가 있어 한발짝씩 내딛으며 내려다보는
풍경이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오리려 더 운치있어 좋다
1시 20분 가련봉에 올랐다.
홀로 우뚝 솟아 가련하고 외로워서 가련봉이던가
사방팔방 트인 조망은 그 어디다 비유하리.
만일재 헬기장이 뚜렷이 보이고 그 앞 쪽의 두륜봉과 저 멀리 도솔봉 위봉이며
연화봉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구름으로 살짝 가려워진 남해 바다는 평온한듯 말이 없고
바위에 붙어 있는 나목들이 바람에 허공을 향해 팔을 휘젓는다
초가을의 부드러운 바람이 내 심장 여기저기를 어루만지며 지나간다
암릉으로 내려가는길 유유자적 마음놓고 내려가다 한번 미끄려졌다
아이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이다
그렇다 산은 계속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된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만일재를 거쳐 두륜봉으로 올라간다
오똑한 암봉 끝에 앞서간 우리 일행들이 멀리서 보인다
뒤따르던 처사님이 " 어이~ 그기 서 있으믄 위험타~ 빨리 내려와!!"
듣는지 마는지 바람이 한바탕 휙 지나간다
만일재 억새 군락지에서 너도 나도 찰칵찰칵. 그리고 또 배 한조각 먹고
솔직히 너무 많이 먹는다 ㅎㅎ 생각보다 시간은 단축되겠고
아직도 베낭에 먹을거리는 많고... 행복하다고 해야 하나..
2시 30분 두륜봉에 도착했다
올라가다가 우리 일행을 만나고 보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우리와 반대길로 가는 통영에서 온 산악회도 만났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들인 것 같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부지런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하산길로 접어든다
우리 일행 밖에 없는 한적한 길을 내려가는데 앞서가던 채랑님
갑자기 우리가 길을 잘못 든것 같단다. 이런이런~
누군가 뒤에서 가불산 시그널이 붙어있던데요! 라고 외치자
일부러 그랬단다. 마음 불안하게시리 내참!
암릉구간을 별 탈없이 지나고 30분쯤 내려오니 한적하고 평탄한길로
이어진다. 중간에서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이 좀 헷갈리기도 했지만
무사하게 하산하여 대흥사에 도착하니 4시다
대흥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절이지만 특별한 유례가 전해지지 않다가
조선시대에 들어와 서산대사의 승병활동 본거지로
유명한 사찰이 되었다 한다
주변에 있는 일지암은 1980년 한국차인 연합회에서 추춧돌 위에 새로 지었다
한다..일지암은 조선시대 대흥사에서 배출한 13명의 대종사 중 마지막이며
다성으로 더 잘 알려진 초의선사가가 수행했던 곳이다
박물관이며 서산대사의 흔적이 묻어있는 표충사를 두루 해찰하고
일주문을 지나니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즐비하다
뒤돌아 보니 오늘 한껏 기를 받고 온 두륜산의 암봉들이 저멀리 선명하게
그림처럼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산행을 끝내고서
주차장에 도착하니 반갑게 맞이하는 우리의 회장님 그리고 총무님
닭백숙에다 하산주로 귀한 포도주와 버섯주까지 거나하게 먹고
5시 30분 김해로 출발한다.
오늘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즐겁고 멋진 산행이었다.
2007. 9. 29(토)
◈ 산 행 지 : 두륜산630m, 가련봉 703m
◈ 위 치 : 전남해남
◈ 등산코스 : 오소재→가련봉→두륜산→짐불암→표충사→주차장
◈ 산행시간 : 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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