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驚天動地 六盤山
황량한 정상에는 아무 것도 없는 평지,
사방으로는 깊이를 분간하기 어려운 골짜기,
봉우리를 감싸고 흐르는 짙은 운무...
해는 중천으로 떠올랐는데 운무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육반산 정상을 맴돈다.
문득 바람이 일면서 운무가 약간 흔들리고
그 사이로 마치 석상처럼 버티고 선 사나이의 웅대한 모습이 보인다.
백색장삼을 걸쳤으며 손에는 검은 묵검을 들고 있다.
오연히 하늘을 바라보는 몸에서는 패왕의 기도가 흐르고
천지를 압도할 듯한 그 기운은
모든 사람으로 부터 스스로 고개를 숙이게 만들 수 있을 것같다.
하늘을 거역하고 땅에 대항 할 수 있을 것같이 보이는 자,
완강한 얼굴,
불을 뿜을 것만 같은 눈동자,
이 사람,
이 시대의 절대자라는 묵검천패(墨劍天覇) 강백주가 아니고 또 누구이겠는가?
당금 무림맹의 맹주이며 천하제일인인 강백주
, 그는 어느 누구도 대동하지 않고 육반산 정상에 홀로 서있다.
휘이이이...
운무가 몰아치고 태양은 더욱 높이 치솟아 그의 머리위에 이르렀다.
어떤 운명의 시간이 가까워 오고 마침내 강백주는 입을 연다.
"살랍미(薩拉彌)! 감히 본좌를 기다리게 하는가? "
순간,
스스스슷!
운무 속에서 거대한 검은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그것은 한 사람의 거인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입이 딱 벌어질 당당한 체구,
검은 피부는 철갑을 두른 듯하고 정열적인 얼굴은 모든 것을 녹여버릴 것만 같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기운은
절대적인 사(邪)와 마(魔)가 뒤썩여 있는 악령같은 기운이었다.
운무가 그의 주위에서는 햇살과 함께 산란된다.
살랍미,
남만(南巒)에서 중원을 정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 한사람의 영웅인 그,
그가 강백주와 마주선 것이다.
"이번엔 강백주 본인이 확실하군. 전번처럼 가짜 제자를 보낸 게 아니군."
살랍미가 어눌한 음성으로 입을 연다.
강백주가 무거운 음성으로 말을 받는다.
"부득이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은혜를 생각해서 지금까지 너를 살려두었으니
나에게 감히 따질 것은 없다."
"후후후후! 흐흐흐흐! 천하제일인...!
하지만 나를 꺾을 수 있다고 함부로 장담할 수 있을까?"
살랍미가 마귀의 웃음소리 같은 것을 내며 웃는다.
강백주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십마사의 진전을 모두 얻었군.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흐흐흐... 육반산을 결전의 장소로 정한 것은 함정을 꾸미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살랍미가 새파란 살광을 뿜으며 말했다.
갑자기 강백주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말이냐? 이곳에서 도전하겠다고 한 것은 너 살랍미가 아니냐?"
살랍미의 얼굴도 덩달아 굳어졌다.
서로가 일파의 종사, 천하를 오시하는 인물들이 거짓을 입에 담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문득 강백주가 차갑게 내뱉는다.
"또 다른 놈이 있었군. 감히 본좌를 노리는..."
휘이이익!
계곡의 아래쪽에서 정상을 향해 사람이 날아오는 바람소리가 들린다.
이어서,
우우우우우!
용트림같은 소리가 오리 밖에서 시작되더니 곧 그들의 머리 위로 이른다.
휘이익!
그자는 마치 한마리의 비조처럼 정상에 날아내리더니
팽팽히 대치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두사람의 신분을 알아보고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괴이한 일이군. 괴이한 일이야. 허허허허!
이 좁은 곳에 고수가 세사람이나 모이다니...!"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한쪽으로 걸어가는 노인,
그의 허리에는 반월도(半月刀)가 걸려있다.
바로 반월도 소선풍인 것이다.
살랍미가 눈에서 흉광을 토해내며 말했다.
"영감도 고수라고 할 수 있소?"
"노부가 고수가 아니라면 천하엔 고수라고 불릴 사람이 없게되겠지."
반월도 소선풍이 허리에 있는 검을 툭 치면서 대꾸했다.
순간 그의 반월도가 뽑혀지면서 허공에서 한바퀴 맴을 그리고 돌아간다.
신쾌비범한 수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묘하기 이를 데 없는 어검술의 일종임에 분명한데도
마치 코딱지를 떼듯이 가볍게 펼쳐낸 것이다.
"반. 월. 도!"
살랍미가 놀라며 또박또박 내뱉는다.
소선풍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이제야 알아 보는군. 태초 팔고수의 하나인 반월도 소선풍이 바로 노부지."
"본좌는 십마승(十魔僧)의 전인이오."
살랍미가 무겁게 말했다.
"우리가 만났으니 결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같소."
"허허허허...! 노부는 평생 적수가 될만한 자들을 찾아다녔는데
어찌 마다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
"...?"
"되어가는 꼴을 보니 이곳에 오기로 한 사람이 비단 우리들 뿐만은 아닐 듯 싶군.
결전은 잠시 미루었다가 하는 것이 좋을 것같네. 남에게 어부지리를 주지 않으려면."
살랍미는 입을 다물었다.
문득 강백주가 묻는다.
"반월도, 당신도 서찰을 받고 온 것이오?"
"그렇다. 한데 강백주, 너무 뻗뻗하군.
천하제일인이란 이름을 달게 되면 그렇게 되는 것인가?"
소선풍이 버럭 화를 내며 소리친다.
강백주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지만 발작하진 않았다.
남에게 어부지리를 준다는 소선풍의 말이 그의 머리속에서 감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화를 참고 다시 묻는다.
"본좌는 사시(巳時) 초에 이곳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었소.
당신이 약속한 시간은 언제요?"
살랍미가 먼저 대답했다.
"본좌는 사시 말이오."
"노부는 오시(午時) 초다."
세사람이 말을 내뱉고 나서 정각지세로 벌어서며 눈빛을 교환했다.
강백주가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그럼 다음에 올자는 오시 말이겠군."
"그 시간이면 누구라도 승부를 가를 만한 시간이지."
반월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해졌다.
누군가 어부지리를 노릴 뿐만 아니라 차도살인의 계획까지 세우고
그들을 이곳에 모으고 있다.
살랍미가 섬뜩한 미소를 짓는다.
"대담한 자군. 감히 우리를 가지고 장난을 치겠다니..."
소선풍이 강백주에게 한마디 던져본다.
"이번에 올 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강백주는 묵묵히 입을 다물고 대답이 없다.
살랍미가 대신 입을 연다.
"태초의 팔고수의 전인들 이외에 또 누가 있겠소?
흐흐흐흐... 본좌는 북신(北神) 이극명의 후회를 만나보기를 손꼽아 기다리겠소."
북신 이극명의 빙극신공(氷極神功)은 살랍미가 익힌 무공의 완전한 극성이다.
살랍미는 자신의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극명의 무공만 뛰어넘는다면
다른 사람은 그다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장 어려운 것, 그것 하나만 넘어버리면 다른 것은 쉽지 않는가?
반월도가 약간 근심스러운 듯한 음성으로 중얼거린다.
"이곳은 육반산...!
설마 이화신군이 이같은 일을 꾸몄을 리는 없을 텐데...
그 친구는 아직 제 정신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예측했던 대로 육반산 정상에는 한사람씩 늘어 갔다.
전과는 마치 딴 사람이 된 듯한 환살문주(幻殺門主) 반호풍이
반월도에 뒤이어 나타난 사람이다.
과묵한 그는 아무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서 은연 중에 풍기는 기운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은 그의 신분을 짐작하고 있었다.
태초 팔고수의 하나인 환우마객(環宇魔客)의 전인이라는 것을...
그들은 모두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곧 있을 경천동지의 대 결전을 위해서,
오직 단 한사람만이 처음의 자세 그대로 하늘을 오연히 바라보고 서있을 뿐이다.
강백주,
천하제일인이라 이름지워진 그 절대자만이...
*
-이화곡(離火谷)!
"네 사람이 모였으되 아직 결전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흑색 경장을 입은 자가 무릎을 꿇으며 대답했다.
마치 제왕같은 관을 쓰고 황금빛 곤룡포를 입은 자가 느릿하게 일어선다.
한데 놀랍게도 그 얼굴은 이화곡의 곡주를 자칭하는 종리부(種里簿)다.
청수하기까지한 얼굴, 그 얼굴은 지금 야망과 탐욕으로 이글거린다.
"시간이 좀더 필요하겠군. 하지만 결국은 싸우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운명이니까. 으하하하하하..."
종리부는 광소를 터뜨린다.
"천하가 본좌의 손에 들어올 시간도 멀지 않았다
. 흐흐흐흐... 본좌는 무림의 황제로 등극하게 되는 것이다. 으하하하하..."
그의 앞에 있던 자가 허리를 더욱 납작하게 숙인다.
갑자기 종리부가 웃음을 멈추고 준엄하게 명령했다.
"천강불괴체(天 不壞體) 삼십육구를 언제라도 출동할 수 있게끔 준비해라."
"존명!"
한편, 이 시간에 이화곡 내부로 은밀히 침입하는 자가 있었다.
어쩌면 그자는 침입하려고 한 것이 아닐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낮게 깔린 운무사이로
그자는 아름다운 두 손의 부축을 받으며 진입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만강이다.
그는 육반산을 샅샅이 뒤지다 시피하여 하나의 동굴을 발견하고
그 뒤로 뚫어진 계곡으로 나온 것이다.
그곳이 자신이 찾는 이화곡이기를 바라며...
"여기다. 여기가 이화곡이 틀림없다."
만강은 운무들 사이로 보이는 수십 개의 전각들을 보면서 소리쳤다.
바로 그때,
"그렇다. 여기가 이화곡이다."
사방에서 흑의를 입은 자들이 나타나 그를 둘러쌌다.
만강은 흠칫 놀랐지만 반갑게 외쳤다.
"이화신군을 만나기 위해 왔소. 나를 인도해 주시오."
"이화신군? 무슨 미친 소리야."
들려온 대답은 대뜸 무식한 말이다.
만강은 멍한 기분이 되어 물었다.
"이곳이 이화곡이 아니란 말이오?"
"여기가 이화곡이라는 말은 본좌가 제일 먼저 한 말이다."
흑의인이 비웃음을 지으며 소리친다.
"수상한 자다. 잡아라!"
"잠깐! 멈추시오. 난 수상한 자가 아니오."
만강은 물러서며 고함쳤다.
"미친 놈!"
휘휘휙휙!
흑의인들이 포위하고 장력을 날리며 그를 공격했다.
만강은 이신녀의 뒤로 몸을 피신했다.
펑펑펑!
흑의인들의 장력이 이신녀의 몸에 고스란히 격중되었다.
그러나 이신녀들은 아무 표정도 없다
. 오히려 그녀를 때린 자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 내가 진기에 반탄된 것이다.
"사술이다!"
누군가가 외치면서 물러섰다.
운무가 약간 가시면서 인간같지 않은 모습의 이신녀가 완연히 드러난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을 듯한 미모,
그 얼굴에서 뿌려지는 어떤 범접하지 못할 위엄,
그리고 아무 것도 생각지 않는 꿈을 꾸는 듯한 눈동자,
이신녀의 얼굴을 본 흑의인들은 덩달아 꿈을 꾸는 듯 몽상에 젖어든다.
만강은 흑의인들이 넋을 잃은 것같자 이신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갑자기 이신녀가 만강의 손을 잡고 날아올라 이화곡 안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엇! 잡아라!"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흑의인들이 호각성을 울리며 뒤쫓는다.
삐익!
삐익!
만강은 이신녀의 귀에 대고 소곤거리듯이 명령했다.
"담장 아래로 달리시오. 줄곧."
그는 어느 새 이화곡의 기이한 형태로 짜맞추어진 듯한
건물들의 구조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이화곡의 건물들은 모두가 구궁의 방위에 따라 지어진 것인지라
함부로 침입하게 된다면 즉시 갈 곳을 잃어버리게 된다.
만강은 강백주로 부터 진식에 대한 개괄적인 것만을 잠시 배운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는 이상하게도 눈앞에 있는 진식이 보자 마자
위험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라는 것을 감지하고 즉시 이신녀에게 명령했던 것이다.
이신녀는 뿌연 연기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건물들을 지나간다
. 앞을 가로막는 자들이 연이어 뛰쳐 나왔지만 이신녀는 무인지경으로 통과했다.
"막아!"
"막아라!"
검광이 번득이고 도광이 번득이지만
그 자리는 이미 이신녀가 돌파하고 난 빈자리다.
만강은 가운데 있는 전각을 향해서 달려가기 위해 이신녀에게 명령했다.
한데 어느 순간,
갑자기 사방이 고요해지면서 모든 소요가 다 가라앉아버렸다.
만강과 이신녀만이 깊고 깊은 심해에 빠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만강은 사방에서 엄습하는 어떤 공포스런 힘에 전율했다.
슈우우우우...
어떤 무시무시한 힘들이 만강과 이신녀를 둘러싸고 다가오고 있었다.
감정이라고는 없는 이신녀 마저도 무엇인가를 느끼고 화석처럼 몸이 굳었다.
(엄청나다. 이건... 인간의 힘이 아니다. 대체 무엇이...)
미증유의 거력,
오로지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어떤 힘이 그들을 향해서 밀려온다
. 하늘도 숨을 죽이고 땅도 숨을 죽인 것같다.
만강은 저절로 살갗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런 강한 힘은... 느껴본 적이 없다
.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피해야했다. 결코 부딪혀서는 안된다.)
그는 방향을 바꾸어 그 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슈슈슈슈...
기이한 음향과 함께 그들의 전면을 가로막으며 환상처럼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번쩍!
눈부신 황금빛이 시야를 어지럽힌다.
"헉! 이건 도대체... "
만강은 자신도 모르게 다급성을 질렀다.
그의 눈앞에 떠오른 것
, 그것은 마치 절간에 있는 거대한 황금불상을 연상하게 하는 것이다
. 인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인간이었다.
눈부신 금광을 발하는 동체는 무려 칠척(七尺)을 헤아리고
, 손에든 쌍부(雙斧)는 금강역사라도 단숨에 무찔러 버릴 것만 같다.
금광을 발하는 거인들이 하나도 아닌 수십 개가 만강과 이신녀를 둘러싸고 떠오른다.
눈을 멀게 해버릴 것만 같은 빛 속에서 만강은 터질 것같은 압력을 느꼈다.
그것은 하나의 환상이었다.
시간과 공간마저 정지해버린 것같은 절대적인 고요
, 그 고요속에서 만강은 정신을 비집고 들려오는 어떤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너는 누구냐?
처음엔 그 말이 들려온 곳이 자신의 마음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수다!)
만강은 내심 외쳤다.
황금빛 금광을 발하는 거인들이 허공에서 둥글게 돌아가며 원을 그렸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곤룡포를 걸친 한 노인이 마치 천신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에는 통천관(通天冠)을 썼으며 손에는 보옥의 홀(笏)을 들었다.
그가 다시 물었다.
"너는 누구냐? 무엇 때문에 본곡에 침입했느냐?"
"소생은 종리만강이오. 이화신군을 뵙기 위해 이곳에 왔소이다."
만강이 소리쳤다.
"종리만강이라고?"
곤룡포를 입은 노인의 손에서 보홀이 흔들렸다.
만강은 아직 자신이 백리라는 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종리탁이 그에게 말한 종리라는 성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곤룡포의 노인은 만강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보홀을 가리키며 소리친다.
"종리라는 성을 가진 자는 천하에 본좌 한사람이면 족하다. 가랏!"
빠지직!
허공에서 푸른 번갯불이 번쩍였다.
그리고 만강은 더이상 아무 것도 생각할 수도 없었다.
곤룡포를 입은 노인은 종리부였다.
그는 천강뇌정기(天 雷霆氣)로 만강과 이신녀를 쓰러뜨린 후에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옛터에 있는 철옥(鐵獄)에 갖다 넣어라 이번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다시 만나겠다."
스스슷!
세 명의 거인이 만강과 이신녀를 각기 데리고 계곡의 안으로 사라졌다.
종리부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
"삼십육천강(三十六天 )은 은밀히 곡위로 올라가서 포진하라."
삼십육천강...
종리부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천강불괴체 삼십육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중리부가 혼자서 중얼거린다.
"태초의 팔고수라 하더라도...
하늘이 낸 최고의 두뇌인 구천신뇌자(九天神腦子)의 능력을 따르진 못했다.
흐흐흐흐... 그의 진전을 이은 나 종리부, 모든 것 위에서 제왕으로 군림하리라."
*
"미치광이! 설마 우리를 부른 사람이 너는 아니겠지?"
반월도 소선풍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허허허허...!"
하늘에서 거지꼴을 한 노인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날아내린다.
그는 소선풍을 향해 반가운듯이 손을 맞잡고는 떨어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살랍미가 나직하게 내뱉었다.
"후후후후... 미치광이 고경(苦境)까지 이곳에 오다니...!
이것으로 모두 다섯 사람이 모인 것인가?"
육반산 정상에는 천하제일인 강백주가 있다.
그리고 살랍미와 환살문주인 반호풍, 반월도 소선풍이 있는데,
이제 미치광이 고경까지 갑자기 나타나 한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미치광이 고경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가 미치광이이기 때문에 그 내실을 파악하기가 더욱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알려진 그의 무공은 밑천이 드러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정사를 망라하고 각대문파의 비전절기마저도 아무렇지 않게 펼쳐내는 인물인 고경,
그 역시 고수들이 운집하는 이곳 육반산에 능히 올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으리라.
소선풍이 묻는다.
"미치광이, 자넨 어떻게 이곳을 알고 왔는가?"
"나보다 여기를 더 잘아는 사람도 있는가?"
고경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묻는다.
눈을 희번득거리는 것이 분명히 미친 사람의 모습이다.
그가 하는 말이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 미친사람이 하는 말에 토를 단다면 그게 바로 미친 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소선풍이 껄껄 웃는다.
"하긴 자네 말이 맞지.
나는 혹시나 싶어서 자네에게 두가지의 상반된 질문을 했던 걸세.
내 생각이 맞았어. 자넨 이런 일을 꾸밀 사람이 아니야."
"그럼 이 일을 꾸민 자는 누구일 것이라 생각하시오?"
처음의 모습 그대로, 하늘을 받치는 듯 우뚝 서있던 묵검천패 강백주가 입을 열었다.
"온자들 중에 있지 않다면 올자 중에 있겠지. 하지만 오고 있는 저자는 빼야겠지."
소선풍은 운무에 가려진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희끄무레한 그 무엇인가가 나타나더니 점점 뚜렷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어딘지 모르게 음울하면서도 극강한 힘이 그 뒤에 도사린 듯한 사람,
감정의 끝에 다다라 모든 것에서 부터 초연해진 듯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환살문주 반호풍의 눈이 가는 경련을 보인다.
"그대는... 죽지 않았군."
그가 입을 실룩거리며 말했다.
"반호풍?"
염왕부주 독고우가 묻는다.
그의 모습은 부상당하기 전과는 아주 딴 판이다.
반호풍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듯이, 그 또한 아주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으하하하하..."
반호풍은 갑자기 광소를 터뜨렸다.
"결국, 내 손으로 죽일 수 밖에 없군."
그가 차디차게 내뱉는다.
독고우는 묵묵히 그를 응시하다가 말했다.
"소홍의 부탁이오?"
반호풍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다. 내 아내이지."
"그럼 내 목을 가져가시오."
갑자기 독고우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주위는 운무만 몰아칠 뿐,
둘러선 절세고수들은 숨결하나 흘리지 않는데,
무릎을 꿇은 독고우에게로 모든 시선이 쏠려있다.
반호풍도 독고우가 그처럼 쉽게 자신의 목숨을 포기할 줄은 생각지 못했었다.
휘루루룽!
반호풍의 손에서 푸른 불꽃이 일어났다.
치이이익! 치칙!
주위의 운무들이 풀꽃에 타들어갔다.
반호풍은 독고우의 앞으로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너무도... 너무도 긴세월이었소.
소홍에게서 당신의 그림자를 지우는데는...
당신을 죽이지 않을 수가 없소."
"허허허허... 나는 죽기위해 살아온 사람이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마시오."
독고우가 허탈하게 웃는다.
"소홍, 아니 부인께 평생 후회하며 살았다고 전해주시오. 미안하다고..."
반호풍은 끄덕이며 손을 높이 들었다.
화르르르...
불꽃이 사방을 뒤덮을 듯이 피어올랐다.
그때,
"반월도, 저자가 환살문주인가?"
갑자기 미치광이 고경이 소리쳐 물었다.
소선풍이 대답했다.
"그래."
"한데 무슨 놈의 환살문주가 저항도 하지 않는 사람을 죽이려 하나?
얼굴이 상당히 두꺼운 모양이로군."
"자넨 모르는 소리말게. 독고우는 저항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야
. 이미 죽었던 사람인데 저항할 게 뭐있나?
그러고, 죽은 자한테 손을 쓰는데 무슨 놈의 격식은.
대충 한방 내려쳐 도막내면 되는 걸."
소선풍이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
반호풍의 손이 멈칫했다.
(이미 죽은 자?)
독고우의 고개숙인 얼굴을 내려다 보니
과연 인생의 희로애락 속에서 살아온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철저히 자신을 망가뜨리며 후회와 고통 속에서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아온 자만이 이런 모습일 것이다.
반호풍의 손이 떨리다가 천천히 내려졌다.
그를 죽인다는 것은 그를 도와 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같았다.
독고우가 문득 고개를 들고 묻는다.
"왜 죽이지 않소?"
"난... 당신을 죽이지 않겠소.
당신은 삶보다도 죽음에 더 가까운 인물이오.
죽음을 주어 편하게 하느니 살게 하여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겠소.
소홍과 나, 우리는 충분히 고통을 겪었소
. 모든 게 당신 때문이오.
당신은... 더 살아야 하오. 더 살면서 더 괴로워하시오."
독고우의 얼굴은 납색으로 변했다.
자신을 향해 주어진 원한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
그것은 자신의 하나 뿐인 목숨으로도 배상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반호풍은 돌아서서 원래 자신이 서있던 곳으로 갔다.
독고우는 허망한 시선을 하늘에 두고 입술을 깨물었다.
가슴 속에서 무엇인가가 복받쳐 올라왔다.
"크하하하하하..."
도무지 참을 수 없어 그는 절규어린 광소를 터뜨렸다.
어느 곳에 그처럼 많은 눈물이 감춰져 있었던지,
쉴새 없이 솟아나는 눈물은 그의 얼굴을 적시고 눈과 입으로 까지 흘러들어간다.
"낄낄낄...저놈도 미쳤군. 낄낄낄..."
미치광이 고경이 손가락으로 독고우를 가리키며 웃는다.
"이봐, 고경!"
소선풍이 놀라며 그의 손가락을 잡았다.
하지만 독고우의 싸늘한 눈빛은 이미 고경을 향하고 있었다.
그의 전신에서 서리서리 살기가 뻗어나오고 있었다.
소선풍은 이미 독고우가 이상한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고경을 저지하려 한 것인데 늦었다.
스슷!
고경은 갑자기 한걸음 물러서더니 왼쪽으로 세걸음을 움직여갔다.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독고우는 단지 눈동자만을 움직이며 그를 뒤쫓았다.
고경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알 수 없다는 듯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소선풍이 소리친다.
"미치광이, 동살비를 조심하라구."
고경은 입을 열지 않았다.
양손을 가슴 앞까지 들어올려 손가락들을 둥글게 모았다.
신중한 자세, 하늘이 무너져도 흔들리지 않을 것같은 강인함과 함께
구름을 타고 날아오르는 듯한 신선의 자태가 동시에 느껴지는 기묘한 자세다.
강백주 마저도 은은한 놀람을 보이며 고경을 주시했다.
"이화천존(離火天尊)의 오극뇌신지(五克雷神指)...!"
반호풍이 눈이 휘둥그레지며 내뱉는다.
독고우의 살기어린 눈은 고경과 닮아있다
. 어떤 광기가 번들거리고 눈알을 붉으스레한 색을 띤다.
마음의 틈을 타서 마기(魔氣)마저 덮친 것이다.
-나는 그만큼 잘못하진 않았다.
무고하게 사람을 죽인 일도 없다.
난... 잘못하지 않았다.
젊었기에 난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
. 그럼에도 너무도 고통스럽게 살았다.
나는... 그렇게 잘못하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탓할 순 없다.
나직하게,
아주 나직하게 어느 순간부터 속삭임같은 음성이 육반산 정상에 흐르고 있다.
독고우의 약간 벌어진 입에서 숨결처럼 흘러나오는 음성이다.
소선풍은 독고우를 보면서 혀를차고 한탄했다.
"마기에 씌었어. 여러 사람 다치겠군."
독고우가 문득 뇌성벽력같은 소리를 지른다.
"내가 죽을 수도 없다고? 그럼 내가 죽여주마!"
콰우우우우우...!
돌과 바위들이 폭풍을 만난듯 날아오른다.
육반산 정상에 있던 운무가 모두 회오리를 일으키며 날아가 버렸다.
독고우의 찢어질 듯 펄럭이는 옷위로 눈부신 햇살이 내리비친다.
그러나 마성에 젖은 그의 얼굴은 진정 염왕(閻王)의 무시무시한 얼굴을 생각나게 하고,
음유한 혈기어린 눈빛은 지옥의 귀부를 떠올리게 했다.
그와 마주선 고경은 태산같은 위엄을 보이며 그를 노려보고 있고,
소선풍 등의 고수들은 모두 적당한 거리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무형의 경기가 육반산에 감돌면서 바위들이 깨어지고 가루가 된다
. 싸움은 이미 시작하지 않았으되 시작된 것이다.
"흐흐흐흐... 모조리 죽여주마. 흐흐흐..."
독고우는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손에 쥔다.
붉은 빛이 태양까지 치솟는 듯하다.
동살비,
마침내 동살비가 그 원래 주인의 손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살랍미가 소선풍에게 묻는다.
"영감, 저 미치광이가 이화곡의 전인이었소?"
"그럴지도 모르지."
소선풍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나저나 동살비가 나왔으니 반월도를 뽑지 않을 수가 없군."
그는 반월도를 한번 흔들어 보이며 독고우에게 소리친다.
"오늘은 결판을 낼 수도 있을 것같군. 그렇지 않은가?"
그는 독고우와 이미 싸웠던 적이 있다.
그때 독고우의 상태가 엉망이기는 했지만 동살비를 들었었다.
독고우는 혈광이 어린 눈으로 소선풍을 알아보고 말했다.
"죽음이...당신을 맞이할 것이오."
"말이 지나치군. 난 죽지 않아!"
소선풍의 손에서 갑자기 백광이 피어올랐다.
번쩍!
쫘아아아!
하늘을 가를듯 거대한 무지개가 끝도 없이 솟아 오르는 듯하다.
바로 그 순간,
시간의 흐름마저 정지시킬 듯한 한줄기 붉은 빛이 허공을 긋고,
다섯 줄기의 백색섬전 또한 공간을 난도질했다.
*
태초에 팔고수가 있었다.
아니, 태초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절대적이라고 불리우는 여덟 명의 절대고수가 존재했었다.
그들의 능력은 하늘을 오시할 수 있었으며,
그들의 힘은 땅을 깨뜨릴 수 있을 만큼 강했다.
그 무엇도 그들보다 강할 수 없었던 팔인의 절대자,
그들은 태초의 팔고수였다.
-이화천존(離火天尊)!
이화곡(離火谷)의 창설자이며
가장 신비로울 뿐만 아니라 모든 무공에 있어서 달통했던 인물,
다른 팔고수들의 가장 꺼리는 바가 되었던 사람이다.
-선천검(先天劒) 백리철황(白里鐵皇)!
순천원(順天苑)을 만든 사람으로서
모든 진리를 검에서 찾고 검으로 구현하려고 했던 인물,
-북신(北神) 이극명(李克明)!
북신궁(北神宮)의 주인이자 절대적인 빙공의 창시자
. 결코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을 가졌던 인물이다.
-무극노괴(無極老怪)!
무극동(無極洞)을 일으킨 시조이자 천하 장공을 집대성 한 인물이다.
이화천존을 암암리에 적대시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반월도(半月刀) 소선풍!
대를 잇는 자손에게는 자신의 이름까지 물러주는 이상한 가문,
그 가문의 주인은 언제나 반월도 소선풍이다.
반월도 하나에 천하의 모든 도법과 우주의 이치를 담고자 했던 인물,
-염왕(閻王) 독고신(獨孤神),
염왕부(閻王府)를 세운 인물로 백리철황과는 극성이 되는 검법을 창시한 인물이다.
-십마승(十魔僧),
분명히 한 사람이지만, 열 사람의 몫을 할 수 있다고 하여
스스로 십마승이라고 부른 괴이한 인물,
십마사(十魔寺)란 마의 비역을 만든 자이기도 하다.
-환살문주 환우마객( 宇魔客)!
명실공히 살수들의 제왕,
오로지 살인을 위해 창안된 그의 무공은 다른 사람들의 것과는그 궤를 달리했다.
이제, 비록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들 태초의 팔고수들의 후예가 서로 마주쳤다.
피할 수 없는 운명,
그들의 만남이 비록 덫이라고 하더라도 피할 순 없다.
강백주 만이 오연히 자리를 지키고 미동도 않을 뿐,
반월도 소선풍과 염왕 독고우,
그리고 살랍미와 고경, 반호풍은 형체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뒤엉켜 돌아가고 있었다.
번쩍!
콰콰콰콰콰!
검기가 하늘을 가르고 땅을 찢는다.
"크하하하하!"
마성에 깊이 빠져버린 듯 살기어린 광소를 터뜨리며
독고우가 혈광을 줄기줄기 뿜어내고,
소선풍은 벼락같은 호통과 함께 반월도로 천지를 양단했다.
살랍미의 거대한 몸은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날면서
쌍장으로 미증유의 거력을 뿜어냈다.
콰우우우우우!
그들에게는 상대가 따로 없다.
자신이 아닌 모든 자들이 바로 적인 것이다.
시작은 어떻게 해서 이루어졌든 간에,
그들은 서로를 용납하지 못하는 적수들이다.
독고우, 고경, 소선풍, 반호풍, 살랍미,
이들 다섯 고수들의 무차별한 격돌로 말미암아
육반산 정상은 이미 인간의 땅이 아니었다.
집채 만한 바위가 날아오르고 땅이 갈라지며
눈을 뜰 수 없게 만드는 흙먼지가 몰아친다.
그리고 그것을 가르는 검기와 도기,
그리고 장력들은 천지의 종말을 고할 듯이 어지럽게 터졌다.
그러나...
강백주,
이 천하제일인이란 거인의 근처에서는 놀랄 만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땅도 갈라지지 않으며 장력의 여파가 미치지도 않는다.
다섯 고수의 힘이라면 정녕 하늘을 상대하고도 남음이 있으련마는
, 우뚝 서있는 강백주에게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도 못했다.
강백주의 일장 주위에는 먼지 한 톨도 일지 않는다.
그는 묵묵히 다섯 사람의 경천동지할 결전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경천동지할 혈전장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한쌍의 남녀가 있었다.
버섯처럼 피어오르는 누런 먼지를 밟으며
마치 천상의 선남선녀인듯이 손을 마주잡고
육반산으로 내려서고 있는 두 남녀...
중년의 나이이지만 남자는 기린같은 용모에 고색창연한 보검을 등에 맸으며,
넋을 뽑아 버릴 정도로 아름다운 녹의를 입은 여인은 배꽃같은 웃음을 짓는다.
강백주의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같던 눈빛이 중년인을 보자마자 잘게 흔들린다.
"결국..."
머리와 끝을 알 수 없는 모호한 단어가 그의 입술을 비집고 새어나온다.
스르르릉!
중년인은 검을 뽑아들며 강백주를 향해 두 걸음 내딛는다.
검을 쥔 그의 몸이 점점 거대해지는 것같다.
엄청난 기도가 사방을 압도하고 뿌려졌다.
휙휙휙!
모두들 느꼈음인가?
격전 중이던 다섯 명의 고수들이 일제히 손을 멈추고 각기 내려선다.
옷이 찢어지고 군데군데 상처를 입은 그들,
그들은 놀란 눈으로 중년인과 강백주를 바라본다.
고오오오!
쩌저저적!
강백주와 중년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폭풍이 몰아치듯
땅이 갈라지고 바위들이 날아오르면서 가루로 변해버렸다.
묵검천패 강백주와 중년인의 시선이 뒤엉키며 불꽃을 일으킨다
. 천지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강백주의 옷자락도 중년인의 옷자락도 강기로 인해 찢어질 듯 강하게 날린다.
엄청난 기운,
다섯 명의 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주춤 물러서고 만다.
태초의 팔고수들의 후예지만
강백주와 중년인의 기도는 이미 그들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이때 절세미부는 한쪽으로 물러서서 무언가를 꺼내 손에 든다.
촤라라라!
마치 하나의 막대같던 그것은 부채처럼 펴지면서 아홉개의 자(尺)로 변했다.
그녀는 손가락 사이사이에 그것들을 끼우고
강백주와 중년인을 예의주시했다.
콰우우우우...
강기가 소용돌이 친지도 어느 정도
, 이윽고 강백주의 굳게 다물렸던 입술이 열린다.
"산(山), 오랜만이군... "
산...!
중년인의 눈이 하얀 광채를 뿜는다.
그리고, 무겁게 흘러나오는 음성,
"만강을 죽였느냐?"
파파팍!
그들 사이에 있던 바위하나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린다.
허공 중의 기류가 제멋대로 방향을 잃고 휘몰아친다.
강백주는 시선을 높이 했다.
(눈이 부시군.)
태양이 그의 눈을 태울 듯이 파고든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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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잘읽었읍니다
감사 드립니다
끝날때가....
즐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