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면 나라 구한 ‘찌꺼기’...반도체 폐수를 식수로
[사이언스라운지]
이새봄 기자
입력 : 2022-12-10 06:01:00
수정 : 2022-12-10 06:07:30
커피 한 잔을 내릴 때 사용되는 커피콩의 단 0.2%만이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되고, 나머지 99.8%의 찌꺼기는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지는 커피 폐기물의 양은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약 15만 톤에 달한다.
이 커피찌꺼기는 처치 곤란의 골칫거리다. 커피 찌꺼기를 매립하면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소각할 때에는 다량의 탄소가
발생해 환경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연구자들은 커피찌꺼기를 재활용해 반도체 폐수를 정화하는 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구조용복합소재연구센터 이민욱 박사 연구팀은 동국대학교 화학과 김영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생활폐기물로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와 생분해성 고분자를 이용해 구리이온 제거용 나노복합필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반도체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배출량이 늘고 있는 반도체 폐수 속의 중금속은 신장, 간, 뇌와 같은 인체 주요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때문에 구리를 비롯한 반도체 폐수 속의 중금속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정제기술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커피 찌꺼기의 표면은 다공성 구조일 뿐 아니라, 음전하를 띠고 있는 다양한 기능기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에도
양전하를 띠는 폐수 속 중금속을 흡착하는 데 활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 연구는 커피 찌꺼기를 물에 푸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쓰고 난 커피 찌꺼기를 다시 수거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KIST 전북분원이 보유한 복합소재 기술을
활용해, 흔히 사용하는 캡슐커피 안의 커피 찌꺼기를 수거한 후 세척이나 불순물 제거와 같은 별도의 전처리 공정 없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CL(Poly Capro Lactone) 과 함께 복합용액을 만들 수 있었다. 그 후 이 복합용액을 전기방사해 매우
촘촘하고 균일한 형태의 커피 찌꺼기와 생분해성 고분자로 이루어진 나노복합필터를 제조했다. 이렇게 제조된 소재는
초기농도 100μM(마이크로몰라)의 폐수에서 4시간 안에 90% 이상의 중금속 제거 효율을 달성해 마실수 있는 음용수
기준을 만족할 수 있었다. 캡슐 커피 1개(약 5g)로는 약 10L의 폐수를 정화할 수 있는 나노복합필터를 만들 수 있다.
KIST 이민욱 박사는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는 폐기물을 간단하게 복합 소재로 만들어 경제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수처리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커피 찌꺼기를 표면처리 하거나 다른 자연소재를 탐색해 친환경적
이면서도 성능이 높은 다양한 필터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수자원 처리 분야의 국제 학술저널인
‘저널 오브 워터 프로세스 엔지니어링’ 최신호에 온라인 게재됐다.
커피찌꺼기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는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 기계연구원에서는 하루에 커피숍 약 1000곳에서
배출하는 커피 찌꺼기를 모두 바이오 원료로 바꿀 수 있는 ‘경사 하강식 급속 열분해 반응기’를 개발했다.연구팀은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커피 찌꺼기를 약 500℃까지 급속 가열해 수증기처럼 증발시키는 급속 열분해 방식으로 커피 찌꺼기에서
바이오 원유를 얻는데 성공했다.
반응기 상단부에서 건조된 커피 찌꺼기가 중력에 의해 떨어지면서 약 500℃로 가열된 모래와 만나 증기 상태로 변하고
이 증기를 모아 냉각시키면 바이오 원유가 된다. 커피찌꺼기로 만든 바이오 원유의 발열량은 1kg당 6000kcal로 , 나무로
만든 바이오 원유(kg당 4000kcal)보다 효율이 뛰어나다.
커피 찌꺼기를 3D프린터 재료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미국 노스다코타 주에 위치한 기업 3DomFuel은 지난 2016년 커피
찌꺼끼를 섞은 3D프린팅 필라멘트를 만들었다.
국내에서 커피박 (커피찌꺼기)재활용환경성평가가 승인되면서 이를 기념해 기업들도 커피찌꺼기의 다양한 활용처를 알리는
행사를 진행하다 .재활용환경성평가 제도는 재활용 방법이나 기술의 환경적 영향을 평가함으로써 폐기물이 안전하게 재활용
되도록 관리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경우 지난달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로 만든 ‘커피박 화분’을 제작했다.
커피박 화분 1개에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6잔 분량 제조 후 배출되는 커피 찌꺼기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