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수레 지나가던 날
신재미
심장마비라는 단어가 귓전을 울리는 순간
생을 끌고 가던 수레
가슴을 짓눌렀다
별일 없기를 빌고 또 빌었다
행주대교를 지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언니 장례식장으로 와
앞도 뒤도 없는 문장 하나 남긴 전화
신호음이 끊겼다
앞 좌석에 앉았던 여동생은 오열했다
목이 터져라 울부짖는 소리는 동승한 이들
가슴을 찢어 놓았다
너도 형제고, 나도 형제이건만
그녀의 애통함은 장례식장에 도착하도록 이어졌다
슬픔은 눈가에 매달려 얻어맞은 여인처럼
얼굴을 퉁퉁 붓도록 했다
인연이 무엇인지, 정이 무엇인지
부모의 피를 나눠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밤낮 울어대는 여동생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이니 그럴 수밖에
차마 부모님께는 사실도 알리지 못한 채
장례는 치러졌다
화장을 하고 양지바른 납골당에 유골을 안치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아버지 가는 길 시중을 들었다
유골함을 안은 모습에 남동생 형상이 스쳤다
어린 날이 반영된 듯
걸음걸이 하나까지도 그 녀석이다
납골당을 나오니 오전 내내 내리던 눈발은
서쪽 하늘에 붉은 십자가 되어 빛난다
십자가에 불이 타오르고 있는 듯 한 형상의 석양빛
아주 천천히 산등성이를 향했다
지난 삼일 수레에 짓눌렀던 가슴이 열렸다
그래, 네 수명의 연한이 여기까지인 것을 슬퍼했구나
잘 가라
지구별의 이별 잠시 애달파도
하늘나라에서의 아름다운 만남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