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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3 클럽 원문보기 글쓴이: Jiri-깽이(신은경)
2023년 11월 17일(금)
전국적으로 첫눈이 내렸어요.
11월 중순에 이렇게 많은 눈은
전북 장수에 찾아볼 수 없었던
이 지역 택시 기사님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던 이례적인 대사건~
설레임 반 걱정 반으로
제대로 맘 먹고 첫 정맥길에 나섰습니다.
어쩜 물은 산에
좀더 오래 머무르고 싶어
눈의 형태로
이리 찾아오진 않았을까?
산은 산대로
물을 곁에 붙잡아 두고
늦게 보내려는 간절함이
찬 공기를 불러들였을까?
산에 물이 눈이 되어 내리면
들어보세요
사랑의 멜로디가
온 산줄기에 숨죽여 흐릅니다.
_jiri-깽이 申恩敬(신은경) 아름다운 나의 이야기_
우리나라의 산줄기와 물줄기
우리 민족 고유의 지리 인식의 중심 산줄기인 백두대간
총길이가 1,400km에 이릅니다.
산은 스스로 물을 나눈다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 되고
인간의 생활권 형성, 풍속(風俗)을 고려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산지 체계로써
큰 줄기인 대간에서 정맥이라는 또다른 가지를 뻗습니다.
큰 물줄기는 그 산줄기 곁에서 함께 흐르며
작은 물줄기들을 아우르며 바다로 나아가고.
1대간 1정간 13정맥
큰 강에 물을 대는 젖줄이자
강을 구획하는 울타리인 산줄기
우리나라를 표현할 때
'아름다운 우리 강산'이라 하는데
강산(江山),
그냥 만들어진 말이 아니겠지~ 싶어집니다.
1. 백두대간(1)
2. 장백정간(1)
3. 정맥(13)
청천강을 기준으로 청북정맥, 청남정맥(2)
임진강과 예성강을 기준으로 임진북예성남정맥(1)
지방을 기준으로 해서정맥, 호남정맥(2)
한강-한북정맥, 한남정맥(2)
금강-금북정맥, 금남정맥(2)
한강, 금강-한남금북정맥(1)
금강과 지방을 기준으로 금남호남정맥(1)
낙동강-낙동정맥, 낙남정맥(2)
대간, 정간의 간(幹)은 줄기를 말하며
정맥의 맥(脈)은 줄기에서 뻗어나간 갈래를 의미합니다.
백두대간은 19년 9월부터 20년 8월까지
16구간으로 남진 진행했었구요.
남한 구간 9정맥(2300km) 중
제일 처음으로 진행하게 될 금남호남정맥입니다.
이번 금남호남 1구간은
백두대간 줄기인 영취산에서 장안산 방향으로 갈래가 뻗은 정맥길
영취산-무령고개-장안산-밀목재-사두봉-수분재-
신무산-자고개-팔공산-서구이재-삿갓봉-시루봉-신광재-
성수산-30번국도-마이산까지 진행
59km
이후 금남호남정맥 남은 구간은
마이산에서 부귀산으로 그리고 주화산의 조약봉까지 20km 미만
주의할 구간으로는
합미산성 초입에서 정비해 놓은 좋은길로 가다가는 등로를 살짝 놓치게 되고
금남호남길은 산성안으로 올라가야하더라구요^^
시루봉에서 신광재 구간 급경사 내리막 등로 또한
애매한 구간들이 있어 놓치기 쉬운 곳
옥산봉에서 옥녀봉 방향으로 가는 등로도 주의
2023년 11월 18일(토)
차는 장계 하천가에 주차하고
무령고개까지 택시로 이동하며 지나게 되는
대곡호(주논개 생가지 수몰된 곳)와 논개 생가지 복원된 곳
함양군에 있는 논개의 묘와 장수의 논개마을 중간의 고개가
바로 백두대간의 민령
오전 11시 30분 즈음...
장계쪽에서 무령고개 굽이진 오르막에 진행 못하고 서버린
대형 버스 2대를 비켜갈 수 없어
택시에서 하차 후, 무령고개까지 약 900m 가량 걸어 올라갑니다.
무룡고개 주차장(전북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 92-10)을 지나고.
좀더 오르면 백두대간 영취산으로 오르는 산행 들머리 도착.
산행일자 : 11월 18일(토) 낮12시 즈음~11월 20일(월) 낮12시 즈음까지.
18일, 19일 이틀간은 꽤 많은 눈 산행
나를 부르는 산, 첩첩산중
^^ 우리의 정맥길 현수막입니다.
영취산은 대간 줄기로
지역을 양분하는데
동쪽은 경남 함양군, 서쪽은 전북 장수군으로 나뉩니다.
또한 영취산은 3강의 물길을 나누는 분수령이 되니
금강, 낙동강, 섬진강으로
어느 곳으로 물길이 흘러내리느냐에 따라 나뉩니다.
쌀가루처럼 하얗고 곱기만 한 첫눈 알현을
영취산 오르내림으로 하고.
배낭을 등로 입구에 놓고 영취산을 다녀왔구요.
지금 내려선 이 도로가 바로 무령고개입니다.
무룡고개다~ 무령고개다~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인지 아리송
이 지역 주민들이 부르는 이름은 무령고개
장안산으로의 등로 입구.
안내표지판에도 무룡고개라고 적혀 있지만
무령고개라고 알며 갑니다.
'고개령( 嶺)'자에 또 '고개'라는 말을 붙여 부르네요.
고개를 나타내는 말로 관(關), 령(嶺), 치(峙), 재((岾)가 있구요.
관>령>치>재 (참고)
물길을 나타내는 말로 강(江), 하(河), 수(水), 천(川)
강>하>수>천 (참고)
백두대간을 졸업한지 얼마 안되는 타키님
그동안 수없이 봐왔을 백두대간이라는 단어 대신
금남호남정맥이라는 글씨가 보이니
신기했나 봅니다. 무척 반가워하더라구요.
숲의 나무들도 첫눈이 이렇게 많이 내려서 좀 당황했을 듯~
어쩐일이다냐~ 가는 날이 장날이네요.
막상 산 속에 들어와 이 많은 눈을 만나며 걸으니 좋아요^^
아고고~ 귀여운 녀석들이
산행을 왔다 내려오고 있었어요.
눈이 얼마나 좋은지 얼굴을 눈 속에 파묻으며 비비고.
산에 들어 신난 건 우리들 뿐만이 아니었네요.
등로의 산죽잎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한겨울에도 만나기 힘든 눈세상~
이게 첫눈이라면 믿어지려나~
내려오는 어떤 등산객께서 지나가며 인사하니
"복권 당첨이네요~"그러십니다.
복권 당첨만큼의 기쁨과 설렘이라니...
영취산에서 이어져 남하하는 백운산의 산세에 두근두근~
소나무 한그루는 어린아이처럼 신난 듯
달려가고는 싶으나 가지는 못하고
발 동동거리며 대간 능선을 하염없이 바라 보고 있습니다.
참 사랑스러운 풍경입니다.
저 어여쁜 소나무에게 가봐야겠습니다.
백운산에서 중재, 월경산으로 산줄기가 뻗고~
아래로는 지지계곡 물줄기
그냥 고개 돌리기 아쉬워 또 한번 담아보는
함양땅과 장수땅의 경계를 이루는 큰 줄기 백운산
장안산 정상으로 향하는 전망대에서^^
진행하는 방향으로는 파란 하늘이 열려있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서서 장안산 방향으로 걸어가는 능선길
영취산에서 이어진 금남호남정맥의 첫 산인 장안산은
전북 장수군의 산으로 장수읍, 장계면, 계남면, 번암면의
중앙에 솟아 있는 산
주위에 1000m가 넘는 산들이 여럿 있어서
강우량이 많은 산이라 하는데
첫눈도 이렇게나 많이 내렸네요.
등로에 지나다닌 발흔적들은 많이 보이는데
손대지 않은 등로 옆의 휘청~ 눈쌓인 가지들
손대면 날아갈까 그래서 다들 조심조심 지나갔나봐요.
사진 담을 때도 몰랐는데...
이게 등로 의자였던가 봅니다.
등로 의자를 훌쩍 뛰어 넘어 쌓여버린 눈
장안산 정상의 눈은 누가 청소해 놓은 것처럼 깔끔한데...
이 눈 다 어디로 갔을까나?
ㅎㅎㅎ
눈 긁어 모아 이렇게 귀여운 눈사람을 누군가 만들어 놓았더라구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행복함 뿜뿜~ 느끼며 서있는 눈사람
정말 행복해보이지 않나요? 저도 이 눈사람도.
장안산 정상까지는 사람들이 제법 오가서 등로길이 걷기 편했는데...
이제부터는 누구도 밟지 않은 무결한 땅
밀목재까지는 8.8km
이후로는 발길이 없습니다.
이제는 눈 속에 길을 내며 걸어갑니다.
등로의 눈은 무릎을 넘어서고~
속도는 더뎌지지만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향기는 없지만 입으로부터 터져나오는 감탄의 향기로움~
꿀보다 달디달기만한 길입니다.
꽃향기보다 향기로운 길입니다.
첫눈 위를 걷는 첫날이니까...
힘들다는 마음은 없고.
타키님 스패츠가 눈 때문에 신발 위로 올라가니...
방장님이 잠시 정비를 해 주십니다.
이럴 땐 요긴하게 쓰이는 검정전선용 테이프
그 테이프가 이렇게도 요긴하게 쓰입니다.
영취산을 지나 무령고개, 장안산을 지나며
범골봉에 도착입니다. 잠시 쉬어가며...
백운산이라고 적혀 있는 곳인데
우리는 945.8m봉
준희 오라버니의 목패와 반갑게 인사 나누고.
무릎까지 푹푹 빠져 검정옷이 하얗게 변해버리고~
눈 러셀이 참 힘든건데...
타키님은 연신 즐거움에 감탄사 연발로 쉬지를 않습니다.
꼭 사막의 모래가 바람에 쌓인 것처럼 자연이 만들어 놓은 눈더미
얼마나 많은 고운 가루들이 쌓이면 이렇게 될까?!
다행히 날은 그렇게 춥지 않고.
산 능선길이다 보니 어느 곳은 좀더 수월하고
어느 곳은 바람이 등로에만 눈을 쌓아 둔건지... 허벅지까지 푹푹~
눈을 피해 갈 곳은 없어요.
그냥 걸어가는 수 밖에.
장수 트레일레이스 경주 했던 띠지며 붙어있던 표식들도
제법 등로 곳곳에 보입니다.
눈길 등로길 미끄러져도 아프지 않은
침대 매트리스보다도 푹신한 등로 바닥
넘어지는 것도 두렵지 않고.
눈밭을 걸어가는건지 눈을 끌며 가는건지...
내리막에서는 쭉쭉 스키타듯 미끄러집니다.
영취산에서부터 약 13km를 눈길 러셀하며 진행해 왔습니다.
오후 5시 30분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더 진행해 가면 금방 해는 떨어질 듯 하고
야밤 눈길 산행 길 찾기도 어려울거 같습니다.
우리 정맥길은 해뜨기 1~2시간 전 산행 시작
해지고 1~2시간 산행 마무리로
최대한 산을 보면서 진행해 갈 예정이라
수분재까지 진행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될 듯.
오늘은 밀목재에서 이렇게 마무리하고, 내일 새벽 이어가기로 합니다.
도로따라 내려와 다음 이어갈 산행 들머리 먼저 확인 한번 하고
도로가에 내려오니 방장님이 마을 어르신분들께
정자에서 잘 수 있게 허락을 받으셨다고 하십니다.
짜잔~ 가로등에 불이 켜지고...
오늘밤 묵어갈 호텔급 정자입니다. 운치 있죠^^
차량 회수하러 장수 장계면에 택시 불러 타고 나갔다가
저녁으로 국밥 한그릇씩 먹고
다시 이곳 밀목재 정자로 돌아와~ 한 밤을 꼴깍~ 보냅니다.
11월 19일(일) 새벽 일어나
배에 먹을 것좀 챙겨 넣고 완전 무장까지
새벽 5시 넘어 아직은 어둠속 모든 것들이 잠들어 있지만
우리는 깨어 다음길 이어갑니다.
집들이 제법 있는 골목을 통과해 오르면
논개활공장과 사두봉 가는 등로앞
임도길과 산길로 길이 나뉘어 있습니다.
우리는 산꾼이니까 산길로~ 발길 없는 등로 올라갑니다.
활공장 오름 계단 길이 천국의 길마냥 이어지고
하늘에는 오리온자리며 별들이
우리가 알바 안하고 잘 가고 있는지
고성능 빛 밝혀주며 지켜봐 주고 있습니다.
산 위에는 밤사이 떨어진 별들이 있는지
하얀 눈 위에서 반짝반짝~
이런 아름다운 모습에 눈이 멀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며.
임도가 여기까지 이어지네요.
어둠속 별바라기하며 논개활공장을 지나~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아무도 밟지 않은 순결한 눈길이 이어집니다.
하나 다행이라면 시그널 띠지들이 잘 붙어 있어서
길 찾는 건 다행이라면 다행~
사실 등로가 꽤 많은 눈에 덮혀 있어서
걷고 있는 이 길이 등로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습니다.
그냥 길을 만들며 간다는 느낌으로~ 걷고 있네요.
발을 옮겨보면 그 깊이가 대충 20~30cm
눈이 몰려 있는 곳들은 어그적어그적거리며
걸어 발을 빼내야 하고.
걷기에도 바쁘니 사진에 모두 담을 수 없는게 아쉽기만 합니다.
나무 곁에 붙어 가면 눈은 조금 적을지 모르는데
나무에 긁히고
등로 중앙으로 가자니 눈이 너무 높이 쌓여있고.
금남호남 구간 등로를 다시 와본다면
우리가 걸었던 그 길이 맞는지 잘 모를거 같아요.
온통 눈으로 뒤덮혀 있어서... 등로가 어찌 생긴건지...
우리가 걷는 등로를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흘러내리는 물은 금강 수계
왼쪽으로 흘러내리는 물은 섬진강 수계
이 등로의 눈들은 날이 풀어져 녹으면
어느 곳으로 떨어져 내릴지 고민좀 하고 있으려나?!
저 멀리 동쪽 하늘에서는
붉은 기운이 주위를 밝히며~ 꿈틀대고.
금방이라도 떠오를 듯 떠오를 듯...
주위엔 온통 나무 뿐이라 눈으로 마음으로 오늘의 햇님과 인사 나눕니다.
방장님이 수분령휴게소에 차 세워두고
역으로 저희 마중 산행 올라오셨네요.
보온통에 담아 온 따뜻한 커피 한잔^^
방장님이 역으로 길을 내면서 와서
이젠 등로에 발자국 길 표시도 되어 있고~
날도 밝았으니 마음도 편한 걸음입니다.
오늘은 긴 장목 스패츠로~ 타키님 갈아 신고 왔어요.
평소에는 스틱 사용 안하는데...
정맥길 나서며 형부 스틱 집에 짱 박아 뒀던거 들고 왔습니다.
들고오길 참 잘했다 싶습니다.
첫눈을 한 손 가득 푹~ 퍼서 끊임없이 먹으며 걷는 타키님
저러다 배탈나면 어쩔라꼬~
음~ 냠냠~~ ㅎㅎ
근데 저도 먹어봤는데 맛은 좋아요.
솜사탕처럼 살살 녹는 것이...첫눈 바로 이맛이지. 좋타~~~
이곳도 전에 산불이 났었던 모양인지
초록의 아기 소나무들이 곳곳에 자라올라오고 있고.
아래는 장수읍 수분리의 송계마을과
신무산 자락이 펼쳐져 있습니다.
구름 속에 살짝 몸을 숨긴 팔공산도 지척이고.
탁~ 트인 편안한 능선길이 이어지니...
두 팔이 올라가고
저 많은 첩첩산들이 품 안으로 들어오는 듯
당재로 내려서는 비탈 사면에도 눈이 제법 쌓여 있습니다.
움푹 꺼진 당재를 지나~ 수분재까지는 1.16km
이제 도로로 내려서서 수분교차로에서 직진으로 가면
뜬봉샘생태공원이 있는 수분마을 방향
19년 3월말에 금강 강행할 때 와봤던 동네로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으로 가는 길이 수분마을에서 이어집니다.
우리는 좌측으로~
가운데는 물방울을,
양쪽 기둥은 뜬봉샘 전설인 봉황의 날개를 형상화했구요.
금강 발원지 뜬봉샘의 정체성을 담은 상징 조형물로
장수의 남측 관문인 수분령
수분령휴게소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방장님이 준비해주신 밥 한그릇씩 비우고
두툼한 패딩은 이제 벗고, 길 이어갑니다.
수분령은 장수와 남원을 이어주며
사두봉과 신무산 사이에 위치해 있는 고개
공사 중인 건지??...
일단 올라서서 능선으로 붙어야해요.
등로에 잡목들이 많아서 살짝 우회하기도 하고...
시그널 찾아 또 등로로 들어오니
이건 뭐....
잡목이 눈 때문에 더 내려 앉은건지
바닥에는 눈 때문에 더 올라와 있고...
바닥의 눈과 잡목이 뽀뽀라도 할 기세
J3시그널 아니었으면 그냥 우회했을텐데...
다들 이 길로 기어가셨을거라 여기며
그렇다면 저도... 납작 엎드려
네 발로 잡목 아래를 기어가 봅니다.
토깽이 굴 같아요.
제 덩치가 조금만 더 컸더라도 무사 통과하기는 힘들지 않았을런지...
^^
이제 신무산에 다 왔네요.
잠시 타키님과 의쌰의쌰~ 작당 모의 중.
눈꽃콜라라고 드셔들 보셨을까나요?
눈을 한손에 떠서 올리고 콜라 한모금에 눈 한입 가득~
눈이 입 속에서 콜라에 녹아 듭니다.
우리 코카콜라 회사에서 협찬 안해줄라나?
매 후기마다 꼬박꼬박 인증해 드릴 수 있는데...
콜라 하나 나눠 마시면서도
어찌나 재미있고 행복한지...
저와 성이 같은 신무산님^^ 반갑습니다.
저는 신은경입니다.
금강 발원지 찾아 뜬봉샘에 왔을 때
신무산에 가 볼 날이 있을까 싶었었는데...
신무산 정상과 뜬봉샘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 그때는 몰랐습니다.
신선이 춤을 추고 봉황이 날아 올랐다는
금남호남정맥길의 그 신무산입니다.
신무산 북동쪽에 자리한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
금강은 국가하천으로,
한강과 낙동강에 이어 3번째로 긴 강이며
길이는 발원지에서부터 407.5km,
금강 하구둑까지 1,000리(약 400키로=>397.25km),
유역면적 9,885㎢
장수-진안-무주-금산-영동-옥천-대전-연기-공주-부여-논산-강경-군산만
그렇게 서쪽 바다인 황해로 흘러듭니다.
금강 일부 구간 남아 있는데
시간 날 때 걸어서 군산까지 가봐야지요.
금남호남정맥 조약봉에서 북으로 금남정맥길로 가다보면
부여의 부소산 아래에서 저 위의 지역들을 돌고 돌아온
금강물과 마주할 날이 조만간 오겠지요.
뜬봉샘에서 여행을 시작한 물이
과연 얼마만에 그곳에 도착할런지...
우리가 빠를까 물이 빠를까?!
지도를 들여다보며 문득
금남호남정맥이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이 나뉘는 곳까지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금남정맥 자체 하나로 이어지는 걸로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금남정맥은 왜 금강이 서해로 드는 군산이 있는 곳까지 가지 않고
한참 전인 부여 부소산에서 맥을 다했던 걸까?
호남정맥은 금남정맥 조약봉에서 갈라져 나온
하나의 맥으로 보면 될 거 같고.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계속 생겨나고
자료 찾아보게 되고, 방장님께도 여쭤도 보게 되고.
정맥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의문이 든다는 것 자체도
흐뭇하며 감사해집니다.
이제는 신무산에서 자고개 방향으로 go~go~
방장님과 전주의 사자자리님께서 자고개에서
역으로 마중 산행 올라와
함께 자고개까지 시끌시끌 하산합니다.
닉은 많이 들어봤지만 이번 걸음으로 처음 뵙게 된
전주의 사자자리(신동남)님
후다닥 먹을거 챙겨 먹고 쉴 틈 없이
다시 팔공산 방향으로~
방장님과 사자자리님 두 분은 팔공산 지나면 만나게 되는
서구이재에서 다시 만나뵙기로 하며^^ 잠시 빠이빠이.
자고개에서 길 건너 오르게 되는 등로~
팔공산 가기 전에 만나게 되는 합미산성(합미성)
걷다 앞을 보니 성벽이 보이고
길이 너무 좋아 성벽을 따라 걷다보니...
등로 이탈
다른 등로 없었던거 같은데
금남호남정맥길은 성벽을 따라 올라가야 하는 거였네요.
덕분에 옆으로 길게 늘어선 합미산성
구경 잘하고 조금 되돌아와~
시그널이 즐비하게 달려있는 위쪽으로 올라갑니다.
저 위쪽으로 등로일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눈으로 모든 곳이 덮혀 있으니, 등로 티도 안나고.
합미산성은 전북 진안군 강정리에 있는
돌을 쌓아 만든 석성으로
대부분의 성벽은 붕괴돼 있지만
동남쪽 능선을 따라 70m 내외의 구간은
성벽이 그래도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
삼국시대에 처음 축조된 이후
백제 멸망과 함께 사용되지 않다가
후백제 즈음 다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하네요.
합미산성 성벽 위로 올라가야할 거 같긴한데...
돌에 눈이 제법 덮여 있어서...조심스럽습니다.
무너져 내린 돌길 위로 올라가서 보니.
이쪽은 산죽이 뒤엉켜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린 눈까지 산죽을 덮고 있어서
길 뚫기가 만만치 않고...
눈의 무게에 산죽이 꼬꾸라지기 일보 직전.
시그널이 산성 위쪽으로~
다시 눈 덮여 있는 산성 돌무더기 위로 올라서서
혹시라도 발이 돌 사이로 빠져들까
한발한발 천천히~ 옮겨 갑니다.
합미산성 아래로 내려서니 안도의 한숨이 쉬어지며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라며...
산죽과 바닥에 돌들이 주위에 쪼매 더 포진해 있더라구요.
철탑이 보이며, 팔공산에 왔구나 싶어지며
발길이 빨라집니다.
등로 왼쪽으로 살짝 돌아 올라서면 정상석 넓은 터가 나오네요.
팔공산 정상석 위에 누군가 눈 무더기 달랑 두개 얹어
눈사람이라고 만들어뒀는데
타키님과 제가 또 이 모습을 보고 그냥 갈 수가 없어서...
짜잔~ 눈코입 두 팔과 머리까지~
사랑스러움에 뽀뽀 한번^^
걷다보니 위로 꽤 넓은 공터가 ~ 이곳은 뭐하는 곳인고~
팔공산 헬기장.
바닥에 H라고 파놓고 가야하나??
천상데미가 어디쯤 있으려나...
산위의 정자가 보이네 안보이네... 옥신각신합니다.
방장님이 서구이재에서 역으로 올라와서
함께 서구이재 방향으로 갑니다.
어제의 흰쌀가루 같던 눈이
사람이 밟은 곳은 서서히 녹으며 질퍽거려졌어요.
오늘은 날이 확실히 어제보다 포근해졌습니다.
전북 진안과 장수의 경계가 되는 서구이재
주차장에서 전주의 사자자리(신동남)님께서
지원 준비해와 주신 고깃국
차 두대가 바람을 제법 막아주어 아늑하게 식사 합니다.
지원의 정석이라 불러도 될만큼 완벽했던 식사
근데 왜 저만 꼬맹이 같은 걸까요?
타키님과 사자자리님, 그리고 저(깽이)
사자자리님 마음 써주심에 깊이깊이 감사합니다.
지원 최고예요^^
이제 서구이재에서 올라서면 천상데미 삿갓봉을 지나
신광재까지 가야합니다.
날씨가 조금은 포근해져서 등로 길이 좀 좋아지려나 했더니
그건 기우였네요.
눈 속에 혹시 뭐 다른거라도 숨겨놔서 저렇게 높이 쌓였나 싶습니다.
섬진강에서 천상으로 올라가는 봉우리란 뜻의
천상데미(데미는 봉우리)
섬진강의 발원지가 있는 데미샘이
이곳 천상데미 인근에 있지만
언젠가는 가보겠노라 다음을 기약하며
데미샘은 패스~
방장님 후기 보면 섬진강물이 깨끗하다는데...
그 물길도 궁금해집니다.
천상데미의 정자는 바람을 막으려 세워 놓은 판자가 덜커덕거리며
여기서 쉬었다 가면 안돼~ 어쩐지 좀 공포스러움을 줍니다.
천상데미 정자 바로 앞의 이정표
천상데미봉 1021
편안하게 내려선 오계치
내려온 천상데미 방향이구요.
진행해 갈 삿갓봉(성수산과 마이산) 방향입니다.
시간은 오후 5시가 다 되어갑니다.
어두워지기 전에는 신광재에 도착해야할텐데...
저녁 7시 이후 비나 눈이 내릴지도 모른다고 하고.
어둠 속에서 눈 덮힌 봉우리를 오르 내리며...
홍두깨재를 지나고.
이제 신광재까지만 가면 되는데...
발길이 점점 무거워지며 속도가 더뎌집니다.
방장님이 신광재에서 거슬러 와 길동무해주시고.
오르막 헥헥...
홍두깨재에서 시루봉 오름 이 구간이 저는
가장 힘들었던거 같아요.
시루봉에서 이제는 신광재까지 급경사 하산길만 남았습니다.
방장님이 올라왔던 길
겁을 잔뜩 줍니다. 급급급경사라고~
급경사에 약간 녹은 눈 아래 낙엽까지 있어...
밤길 상당히 조심해야 했던 구간
방장님이 마중 산행 안왔다면 산길 내려가며
길 찾느라 고생좀 했을 듯 싶습니다.
눈이 덮힌 급비탈 산길에 등로 찾기는...ㅠㅠ
산길 내려가서도 밭 울타리며 넘어야 할 산은 산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산비탈 내려서며
방장님이 조심하라고하기 무섭게
자빠졌는데 엉덩이가 축축해지고...
눈이 제법 녹아가고 있습니다.
신광재에서 멀지 않은 곳 비닐하우스 농막
이제는 농사철이 모두 끝난 뒤라
오늘 밤은 이곳에서.
그렇게 산골의 밤은 깊어가고 토닥토닥 노숙합니다.
저는 뭐 노숙에 최적화된 몸이라
어디서든 누웠다 하면 쿨쿨~~
20일(월) 새벽 5시 넘어~
밖으로 나오니 별빛이 역대급^^
이제 오늘 오전까지 걸어 마이산에서 산행 마무리 예정
집에 가는 시간도 고려해야하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오늘 출발하는 마음은 편안하고.
신광재는 전북 장수군 천천면과 진안군 백운면을
가장 빨리 오갈 수 있는 길로
신광재를 넘지 않는다면 돌아가는데만도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겠네요.
방장님이 차량 이동 이곳에 올 때
비포장길인 이 앞으로 오셨다고 하네요.
신광재에서 성수산 가는길.
눈이 오름 비탈에 한가득 쌓여 눈길 헤치며 산행 시작합니다.
여기도 산으로 드는데 밤에 등로 길찾기가 참 애매해서
왔다갔다~
숲을 빠져 나오니 도로를 만드는 건지
자갈을 평평하게 깔아 놓은 트인 길이 이어집니다.
이제 어둠이 뒷걸음치고 있고.
해가 나오려면 아직 시간은 더 있어야 할 듯.
어슴푸레 걷는 길 앞쪽에 산이 하나 보이는데
저게 성수산인가??
ㅎㅎㅎ
이름난 산은 역시 그냥 나오는 법이 없네요.
봉우리가 보여 올라서면 여기가 아니고
여긴가 싶으면 또 아니고...
^^
그렇지. 장거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일.
다복하게 내려앉은 눈길을 밟으며 드디어 성수산에 올라서고.
이정표가 희안하게 옥산동 방향이라고 적혀 있더라구요.
옥산봉 아닌가? 의문을 품으며...
내려서려다 보니 데크 아래쪽에...
여기가 복지봉입니다.
해가 떠올라서 이젠 주위도 잘 보이고
마이산이 앙징맞게 빼꼼~ 보이기 시작합니다.
준희 오라버니의 목패가 떨어져 있어서 위에 매달아 주고 갑니다.
가지들이 많이 꺽여 떨어지며
시그널 등 등로에 많이 떨어져 있더라구요.
해는 이제 솟아 올라 세상이 다~ 훤~ 하고.
지도를 보던 타키님이 오늘은 낮은 오르막은 많고
대부분이 급내리막이라...
저는 환호성을 지릅니다.
오르막엔 쥐약이지만, 내리막은 사랑스럽잖아요.
탄력받아서 내려가면 시간도 버는 거 같은 느낌이고.
얼마 전까지 등로를 채웠던 눈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완전 딴 세상에 떨어져 버린 느낌의 등로가 이어집니다.
걷다보니 낙엽 등로 이곳 저곳 멧돼지들이 어찌나 놀다 갔는지...
"어허~ 어허~ 어허...."
백두대간 하며 멧돼지 쫓을 때 방장님께 배웠던 소리 내며
신나게 걸어갑니다.
옥산봉을 올랐다가 비탈 산길을 지나 내려가는데
내리막 왼쪽으로 시그널이 여기가 등로라며
많이도 붙어 있습니다.
"여기로 내려가면 되는거야." 누군가 그렇게 이야기해 주는 듯.
의심없이 내려서서 가다가는
어쩐지 능선길로 이어가야할 것 같은 의심이.. 빠박~~
다시 능선길로 되돌아올라
능선길 따라 이동합니다.
(후에 자료 찾아보니 옥산동쪽으로 내려서서 진행해가는 길이 맞는거 같기도 하고)
암튼 능선길쪽으로 시그널이 간간히 붙어 있기는 했는데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듯 보였고
길을 찾고 찾아서 이동
가시에 찔러 피도 나고 등로 찾아 좀 헤매다가...
우리가 간 길은 애매~했습니다.
오늘 마이산까지 진행 중
옥녀봉이 그래도 마지막 오름이 되겠지.
옥녀봉에 올라 잠시 숨 돌리고 있으니
방장님 여기까지 올라오셨습니다.
역구실재 도로 한쪽에 자리 펴고 앉아
방장님께서 준비해 놓으셨던 고기 팍팍 넣은 비빔밥 먹고.
이젠 마지막 걸음 마이산까지입니다.
사로고개는 곳곳이 파헤쳐놓은 곳들,
공사중인 곳들이 많아서...
지도 보고 산 능선으로 이어지려면 어디로 붙어야할지
살펴보고 참고해 왔던 트랙은 잊고
우리의 길을 찾아 갑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숫마이봉을 바라보며 산으로 오릅니다.
돌산인 마이봉 봉우리를 이렇게 옆에서 보면서 지나다니...
이런 곳에 등로가 있을 거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제 숫마이봉을 오른쪽에 두고 내려서면...
마이산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왕조 창업의 천명을 받은 상서로운 영산으로서
우리가 내려선 마이산신제단은
태종13년(1413년) 임금이 남행하여 국행제를 올린 장소라 합니다.
마이산의 은수사 절.
타키님과 마이산의 신비로운 모습에 두리번 거리며
첫 산행 수고했다는 인사를 하며
탑사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마이산 등로는 입산통제로 다음을 기약하며.
탑사에 내려와 잠시 둘러 보고.
오늘 걸은 이쪽으로는 눈이 아예 없다는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다음 이어갈 탑사 아래쪽에 위치한 등로 입구 확인하며
오늘의 금남호남정맥 1구간 영취산에서 마이산까지 59km
기분 좋았던 첫눈 산행을 마칩니다.
첫눈에 설레는 마음으로 걸었던 첫날,
날이 좀 풀리며 나무에 내려 앉았던 눈이 물이 되며
걷는 우리들 위로 뚝뚝 떨어져 내리고
(타키님은 제가 장난하며 눈을 던진 줄 알았나 봐요^^)
바닥의 눈을 밟을 때마다 질퍽거림
눈 아래 쌓여있던 낙엽들과 함께 미끄럽기도 했었고
마이산쪽에 왔을 때는
완연한 봄 산행 느낌~ 포근함 그 자체였습니다.
정맥길 겨울철에는 도움 주겠다고 함께 길 나서 주신
방장님께 감사 인사 90도로 드리며...
고생 많으셨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 부탁드려요.
궁금증 생길 때마다 많이 많이 물어보겠습니다.
스승님^^
그리고, 지원 빵빵하게 와주셨던 전주의 사자자리님
만나뵈어서 영광이었구요.
조만간 같이 걷는 기쁨 맛보기로^^
기대할께요.
사자자리님도 그냥 산만 다니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산을 대하는 태도며
지식도 많으시고 산경험도 많으신
산지컬이 뛰어나 보이셨네요.
올겨울 첫눈과 함께했던
타키와 깽이의 금남호남정맥
첩첩산중, 아름다운 한국의 산
9정맥 이야기
한동안 발로 후기로 그려 나갈 듯 싶어
부자된 느낌입니다.
귀여운 동생 타키님,
모든 걸음 함께해서 즐거웠어요.
우리 축복받아 걸었던
첫 정맥의 이번 걸음 마음에 새기며
첫눈, 첫사랑 그리듯
행복하게 아름답게 앞으로의 길 걸어가자구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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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3 클럽 원문보기 글쓴이: Jiri-깽이(신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