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을 지키려는 두 소년의 아름답고 우습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온전한 시 형식으로 풀어내다
새로 전학 온 데이비가 샘은 영 못마땅합니다. 샘은 데이비를 똥 덩어리 바보들 중에 최악, 최고로 재수 없는 멍청이라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둘이 같이 어울리면서 샘은 데이비의 진면모를 알게 되고, 세상을 보는 데이비만의 독특하고 남다른 방법이 인생을 훨씬 흥미롭게 해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둘은 아무도 모르게 둘이서만 특별한 우정을 쌓아 가던 중, 어느 날, 땅콩 하나로 끔찍한 사건을 겪게 되는데……
이 책은 두 소년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게 한 독특한 우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상을 수상한 역량 있는 작가가 들려주는 행복과 용기의 노래에 귀 기울이는 동안 독자는 위로 받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글 : 맬로리 블랙맨 Malorie Blackman
196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으며, 오늘날 가장 상상력이 풍부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는 어린이 청소년 작가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1991년 첫 소설을 낸 뒤로 많은 책을 썼고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 책 〈비밀 친구 데이비〉로 2004년 네슬레 스마티스 도서 상을 받았으며, 같은 해 〈Noughts & Crosses〉로 어린이책 상, 셰필드 어린이책 상, 랑카쉐어 어린이책 상 등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BBC 독서 프로그램이 지난 10년 간 대단한 책으로 선정한 100권의 책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2008년에는 어린이 문학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훈장을 받았습니다. 현재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런던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림 : 헬렌 반 블리엣 Helen van Vliet
네덜란드에서 태어났습니다. 1998년부터 어린이 책과 잡지,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발히 활동해 왔으며, 현재 위트레흐트 대학에서 미술과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선과 선명한 색채를 주로 사용한 그림들은 자유롭고 신비로운 느낌을 선사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역자 : 정유경
동국대 영어영문학과와 춘천교대 교육학과, 춘천교대 교육대학원(아동문학 전공)을 졸업했습니다. 강원도 춘천에서 초등교사로 일하며 어린이문학을 공부합니다. 동시집 〈까불고 싶은 날〉과 〈까만 밤〉을 냈습니다.
“데이비에 대해 써도 되나요?”
내가 손을 들고 묻자
교실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어.
내 얼굴은 달아올라
뜨겁게 타오르고
마침내는 차갑게 굳어 버렸지.
매키 선생님은 한참을 조용히 있다
이렇게 말씀하셨어.
“알았다, 샘. 그러면 넌 그렇게 해.
데이비에 대해 쓰도록 해라.”
“대체 넌 뭣 때문에
데이비 얘길 쓰겠다는 거야?”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알렉스가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서
비난하듯 날 향해 소리쳤어.
자기가 했던 어떤 일 때문에
알렉스는
데이비란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하고 예민하고
불안해졌던 거야.
--- pp.16-17
이제는 솔직히 말해야겠어.
진실을 말할 시간이야.
비밀을 털어놓고
가슴을 열어
전부 내보일 시간!
우리 반 깡패
우리 반 바보
우리 반 멍청이
그 애 이름은 샘.
넌 미처 짐작도 못했겠지만
내가 샘이고
샘이 나라고.
데이비 인생을 비참하게 만든
그 자식이 바로 나란 말이야.
--- p.53
“세상을 보는 데는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게 아냐.”
라고 데이비가 말을 이었어.
“나는 네가 날 다르게 생각하는 걸 알아,
이상하고 유별나고 제멋대로라고 생각하겠지.”
“실은 ‘바보 같다’고 생각해.”
내 말에 데이비는 씩 웃으며 또 이렇게 말했어.
“어쨌든 난 괜찮아. 이 세상에서
아니 우주 전체에서 제일 끔찍한 일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보고 걷고 말하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생각하는 걸 테니까.”
나는 그 때 데이비를 쳐다봤어.
처음으로 진짜 데이비를 보는 것 같았어.
그리고 나는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지.
그 애 말은 모두가 진짜였어.
그래서 나는 데이비와 단지 말을 할 때도
때때로 온 정신이 빠져들었던 거야.
적어도 그 애는 자기 자신 전부를 담아
함께 나눌 만한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었어.
--- pp.76-77
나는 깜짝 놀라 소리쳤어. “난 그 애가 정말 싫어!
그런데 내가 왜 그 애랑 어울리겠어?
그 애는 똥 덩어리 바보들 중에 최악이야,
최고로 재수 없는 멍청이라고.”
그 때 알렉스가 뭔가를 보고 웃기 시작했어.
내 뒤에 뭐가 있는 거지?
고개를 돌렸는데,
거기 데이비가 있었어.
데이비는 내 말을 전부 들었던 거야.
그런데도 데이비는 아무 말 안했어.
데이비는 아무 말 없이 지나가 버리고
알렉스는 계속 웃고 있었어.
웃고 있는 알렉스
멀어져가는 데이비
그 때 난
선택을 해야 했어.
이제껏 살아온 그대로 살아갈 텐가.
내가 되고 싶은 뭔가로 바꾸어갈 텐가.
--- pp.80-81
아이들은 내가 알렉스와 한 패라고 생각했어.
알렉스 같은 애.
또 하나의 알렉스.
아니야, 그 애들은 내가 샘이라고 생각했어.
알렉스보다 더 나쁜 놈.
그리고 그 애들 생각이 맞아.
내가 더 나쁜 놈이야.
왜냐면 난 비겁했으니까.
아무도 우릴 찾지 못할 때
아무도 모를 때만
난 데이비를 친구로 대했으니까.
오직 그 애와 나 이렇게 둘만
오직 나와 그 애 이렇게 둘만
데이비, 오직 그 애와 나
나와 데이비
이렇게 우리 둘만 나누어야 했던 비밀.
--- pp.118-119
* 2004년 영국 ‘네슬레 스마티스 도서상’ 수상작
* 그 해에 발간된 가장 독창적이고 감동적인 책. 단연코 주목할 만하다.- 데일리메일
* 재미있고 감동적인, 모든 연령대를 위한 책. - TES
옮긴이의 말
모두가 옳고, 달라서 소중한
교사로서 그리고 어른으로서 저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아름다운 우정을 쌓아가며 행복하게 커가기를 꿈꾸어 왔습니다. 하지만 별 뜻 없이 나와 버린 말과 행동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을 꽤 자주 보았습니다. 크고 작은 오해와 갈등들을 적절히 다루지 못해 결국에는 소중한 우정에 금이 가게 되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다니는 아이들을 볼 때면 제 마음도 무척이나 무거웠지요. ‘이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하는 고민을 늘 숙제처럼 마음에 담아두고 생각하며 살아왔다고나 할까요.
그러던 중에 이 책을 만났습니다. 참된 우정을 가꾸고 지키기 위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정성스레 알려주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우리 안에 깃든 ‘시와 시인의 마음’을 살리는 일이 평화롭고 행복한 교우 관계를 이어가는 바탕이 된다는 작가의 믿음이 따뜻하고 고맙게 와 닿았습니다.
저자 맬로리 블랙맨은 이렇게 말합니다.
‘소설을 쓰기 오래 전 저는 순전히 제 흥미를 채우기 위해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전래동요와 놀이용 노래, 팝송 등의 시와 노래는 내게 숨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런 제 삶의 일부였습니다. 어린 시절 나는 이것들을 재미있는 놀이로서, 하지만 진지한 애정을 가지고 읽어오며 자랐습니다. 어린 시절 내게 읽기는 배워야만 하는 것, 앉아서 해야만 하는 숙제 같은 거였지만 시는 달랐거든요. 바람에 춤추는 나뭇가지들의 움직임, 침묵을 품고 땅으로 내려오는 눈송이들, 흐르는 물과 미소, 음악과 놀리는 말과 챈트 속에서도 나는 시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시는 이 세상 모든 것 속에 있었어요.’
샘과 데이비가 나란히 풀밭에 앉아 하늘에 구름을 보며 노는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 봅니다. 샘의 마음속에 가장 행복했던 날들로 남아있는, 다시 돌아가고픈 한 순간의 모습 말이지요.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어가는 구름에는 정해진 답이 없기에, ‘구름 마술’ 놀이를 하는 동안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고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의 생각이든 옳게 받아들여지고, 엉뚱하고 별난 생각일수록 더 많이 환영받을 것입니다. 그게 바로 ‘구름 마술’ 놀이의 규칙이니까요.
생각해보면 시인의 눈, 시의 마음이란 이 구름을 보는 일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의 마음속에서 우리는 누구나 옳으니까요. 자유롭고 소중하고, 저마다 달라 사랑스러우니까요.
다양하고 엉뚱한 생각들이 주는 즐거움, 서로 다른 개성들이 뿜어내는 무지갯빛 꿈으로 꽉 찬 교실을 마음에 그리며 부족한 솜씨나마 정성을 들여 우리말로 옮겨 보았습니다. 이 작은 책 한 권이 도움이 되어 우리 아이들이 세상과 친구를 더욱 따뜻하게 품으며 밝고 행복하게 커 가면 좋겠습니다.
- 정유경(동시인, 초등학교 교사)
첫댓글 좋은 책을 소개해준 이선자 선생님에게 감사합니다.
운문형식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한권의 책을 만든 것도 특별하고,
책의 내용 또한 깊이 있어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함께 읽고 공부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