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맙습니다....
저는 올 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예종 연극원에 합격한 학생입니다.
연출과를 지원했는데, 한예종 연출과는 반영비율만 틀리고 나머지 시험 내용은
극작과랑 같은지라 지난 일 년 동안 쩔쩔매며 미흡한 습작을 해왔습니다.
저~ 멀리 전북에 살아 정서샘한테 배우는건 꿈도 못꾸고, 까페 들락거리며
정보만 살랑살랑 빼먹은게 죄송해, 창피하지만 합격수기를 남기기로 하고 글을 씁니다.
다음에 한예종 연출,극작에 지원하실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차
-창의력능력평가
한예종은 내신반영비율이 높은편 입니다. 전 과목을 다 반영 하구요.
그런데 제 내신이 엉망이었거든요. (4.7ㅠㅠ) 그래서 필사적으로 창의력능력평가에 매달렸습니다.
먼저 한예종 홈피에 있는 기존 7부를 다 다운 받아서, 다 풀지는 못하고 2007,2006,2005,2004
치만 풀었습니다. 2006 처음 푸니까 60점대 후반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한예종 해설지를 만든다는 기분으로 모든 문제에 주석을 달아보고 난 후,
2007을 푸니 80점 까지 끌어올려지더라구요. 현역이라 매달 모의고사를 봐왔는데,
언어영역 푸시는 감각으로 푸신다면,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몇 가지 터특한 팁은
'시'나 '도판' 문제는 '의미를 파악'하지 않고, 그냥 '느끼'시는게 도움이 되는것 같아요.
학교에서 배우던 버릇이 있어서 분석부터 하려고 들거든요, 그런데 이 문제를 푸는데 시나 도판을
분석하는것은 필요 없을 듯 합니다.
'희곡'이나 '시나리오'는 자꾸 읽으며 그림그리시는 연습을 하는것도..
대부분 문창과나 극작과 지망생이라 시나리오는 관심 밖일듯 한데, 맘에드는 영화 하나정도는 구해
한번 상상하며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문장력평가
바닷가에 늙은 남녀가 알몸으로 걷는 그림이 나왔는데, 저는 "문장력 평가"라는 시험 목적에
맞춰 매끈한 문장력쓰기에 주의해 썼습니다. 한예종은 전체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편은 아니구요,
후에 이 시험은 통과시험이지, 사실상 1차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은 "창의력능력평가"라고 들었습니다.
2차
-스토리구성능력과 창의력 사고능력 평가.
한예종을 가득 체우고 있는 포스터를 처리하고 싶었던지,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 포스터를 붙이지 말라고 경고하는 지계훈pd의 경고문이
시험 문제로 나왔습니다.
이 경고문을 붙이기 전후의 지pd의 일상을 3000자 이내로 서술하라.
저는 "종이 중독"이란 주제로 글을 썼습니다.
왜, 엠보싱 비닐 보면 터치고 싶은 욕망이 있잖아요... ㅠㅠ
그런것들을 이용해, 과다업무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지pd가,
포스터를 뜯어내다 종이 찢는 맛에 중독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ㅠㅠ
*회의실에서 날샌 지pd가 머리를 긁다가 손톱이 뜯어져 피가 난다. 이 pd에게 손톱깍이를 달라한다.
이pd는 짜증을 내며 자신의 메모를 왜 찢었냐고, 병이라고 질책한다. 지pd회상한다.
연극원장이 올해 지pd에게 지정되지않은 공간에 덕지덕지 붙이는 포스터를 처리하라는 임무를 맡긴다.
지pd는 자신이 할 일도 많다고 짜증내 한다.
경고하지만 소용이 없다. 일일이 뜯다가 나중엔 짜증나 찟기 시작한다.
졸업공연기간이다. 날새 학교서 일을 하며 보이는 포스터마다 찟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쾌감을 느낀다.
경고문을 붙인다. 이제 학생들이 포스터를 붙이지 않는다.
밥을 먹고 오던중 한 학생이 포스터를 붙이는 것을 보고 화를 내며 달려가 찟는다.
학생이 화를 내며 이곳은 지정계시판이라고 말한다. 지pd는 자신이 미친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쏟아진 커피를 보며 슬퍼한다.
결국 자신이 붙인 경고문을 밤에 몰래 뗀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이pd가, 참. 애들이 포스터 또 붙이던데요? 라고 뜬다.
지pd. 손톱깍다 벌떡 일어나 달려간다. 화를 내며 달려가는데 입에선 자꾸 웃음이 나온다.
여학생들의 애원을 물리치고 포스터에 다가선다. 손톱을 종이 와 벽 사이에 밀어 넣는다.
콧구멍이 벌렁인다. 손가락을 오무린다. 짝- 소리가 난다. 발가락이 얼얼하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것은 몸이 원하는 일이다.* 대충 이런내용.
솔직히 7시간 내내, 시험이 끝나서 까지 이 글에 대한 자신감은 제로 였습니다.
저는,
제가 알고있는, 제가 경험한 평범한 얘기만 썼습니다.
사실 고작 19년 살아온 제겐 '종이 찢기 중독'이라는, 인간의 사소한 욕구 정도 밖엔 서술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죠.
전혀 모르는 사실을 지어내는 것 보다는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짜피 내용은 다 같아, 어떤 그릇(구성)에 담냐의 문제지."라고 떨리는 마음을 위로하고
글을 써내려 갔거든요...ㅠㅠ
만창회원분들은, 글쓰기에 대해 저보다 더 큰 해답을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면접
*자기소개서를 내야합니다.
만창회원님들, 올핸 지정희곡 싹- 무시하고
"자기소개서"를 위주로 질문을 했습니다. 꽁수 같지만, 자기소개서에 애매모한, 추상적인 얘기들을
서술하신다면, 면접때 난감하실 지도,,
1차 합격자 25명이 대기실 앞에 쭈-욱 둘러 앉아 있는데, 앞서 면접하신 분들이 (교복을 입고간 저는,
뻘쭘해서 죽을 지경이었답니다.ㅠㅠ 게다가 몇 안되는 교복중 남자는 저 하나라 외로웠다는ㅠㅠ)
되게 상냥하시다고, 긴장안해도 될 것 같다고 하셔서... 마음을 놓았는데,,
6번 까지 하시고 잠시 쉬시더라구요.. 제가 7번인데..
당황했습니다. 엄청 사납게 하시더라구요. 사람에 따라 교수님들의 태도가 다른 듯 합니다.
나 : 안녕하세요 1220010** ##~
교 : 앉아요.
나 : 넵!! 앉겠습니다.
교 : 수능 잘 봤나?
나 : 아뇨, 평소보단 못봤습니다.
교 : 왜, 들어오는 사람마다 평소 보다 못봤다 그래.. 몇 등급 맞았나?
나 : 아, 예... 그러니까... 언어 2등급 외국어 3등급 맞았습니다. (뻥쳤습니다;;)
교 : (제 등급을 적으시며) ... 흠... 그런데, 왜 이렇게 등급이 낮아?
나 : 아, 예... 제가.. 나름 지방 명문고를 다녔고... 또... 잠시 방황도...
교 : 알겠어. 중학교때 처음 연극을 했다고? (자기소개서) 그 때 했던거 얘기 좀 해봐.
나 : 아, 예...(습관적으로 이러며 바들바들 떨었어요ㅠㅠ) 저는 (창의적실험교육을 하는 중학교 졸) 수준편차가
나는 임의로 배정된 6명이서 교과서에 있는 지문을 모두 연극으로 옮겨서 평가를 받아야 했는데..
제일 크게했던 맹진사댁 경사랑, 황순원의 소나기'씨' (젠장;;)를 각색해 연극했던기억이 납니다.
처음 한달은 계속 싸우기만 하다, 결국 공연이 끝나고 서로 끌어앉고 울었던, 가슴 찡한 기억이 있습니다.
교 : 최근에 본 연극은?
나 : 아, 예.. 전주 시립극단에서 한 첼로와 케찹을 보았습니다.
교 : 첼로와 케찹? 그게 뭐야? (다른 교수분) 아, 김명화꺼.. 있어.. 그게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얘기 해봐.
나 : 네. 첼리스트와 케찹을 좋아하는 은행원은 서로를 사랑하고, 그 사랑이 영원히 지속될 꺼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결코 영원한 사랑은 없으며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는 내용... 같았습니다...
교 : 음..(자꾸 뭘 적으셔서 신경쓰였습니다ㅠㅠ) 또 다른건?
나 : 아, 예.. 전주는 연극무대가 작고, 그래서 주로 비디오 녹화본을 보았습니다.
교 : 아, 그래? 뭐 봤는데?
나 : 지정희곡을 중심으로 보았습니다. (한예종은 지정희곡이 있는데, 묻지도 않고, 관심또한 없는것 같았습니다ㅠㅠ)
교 : 그거 뭐.
나 : 예.. 보이체크도 보았고, 아, 템페스트는 뮤지컬로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엄청 어렸을때;;)
교 : 뮤지컬로만?
나 : 네...
제가 너무 풀이 죽어 하니, 그때 처음으로 씽긋 한번 웃어주셨습니다.
교 : 시험 준비는 어떻게 했어?
나 : 예. 국어선생님께서 창사시험을 도와주실 수 없어 그건 혼자 준비하구요.. 또 글쓰기는 지방예고에 계신 연기선생님께서 조금 봐주시구요.. 막판에 서울에..
교 : 알았어. (끊으시기를 참 잘하시는;;^^) 뭐, 잘하는거 있나?
나 : 아,예.. 바이올린을 합니다.
교 : 잘하나?
나 : -_- 예,. 잘합니다. (또 뻥;;) 예고 진학을 준비할 정도였습니다. (뻥뻥뻥~)
교 : 호~ 주로 무슨 곡을 연주하나? 클래식?
나 : 클레식은 질려서... (아, 이 말 하지 말았어야..) 제가 좋아하는 ost 같은것을 주로 연주합니다. 악보는 다 볼 줄 압니다.
교 : 지금도 해?
나 : 가, 가끔씩 요...
교 : 근데, "종이 중독"이라고.. 네가쓴글... 2차 글쓰기에서 네가 이 발상을 하게 과정이 듣고 싶어.
나 : 아 예.. 저는 지pd를 b사감과 러브레터에 나오는 사감의 케릭터로 잡았습니다. 사랑이 아닌 일에 치이는
지pd로요.. 정신병자를 그리려고 한게 아니고요.. 어떤 작은 쾌감.. 스트레스를 분출하는 어떤 작은 도구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결국, 글 쓰기에서 뾰록이 났구나;; 너는 떨어졌어;; 하는 생각에 조금 맘이 편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교 : 정시 무슨과 쓸꺼니?
나 : 예, 국문과나 심리학과에 쓸 생각입니다.
교 : 국문과? 국어를 할라고, 아님 글쓰기 공부를 하려고
나 : 예. 글쓰기 공부를 하고 싶어 입니다.
교 : 글쓰기 좋아하나?
나 : 예. 그렇습니다.
교 : 평소에 많이써?
나 : 예. 그렇습니다.
교 : 주로 무슨 글 쓰는데.
나 : 예. 주로 꽁트식으로 많이 씁니다.
교 : 네가 쓴 글중 하나만 얘기 해 볼래?
나 : 네...(이런...ㅠㅠ) 말기 암 진단을 받은 부잣집 여자가 병원을 나와 햇빛을 느끼게 됩니다. 그녀는 도시의 거리를 잃어버린듯한 생각이 들어 경호원을 보내고 도시의 거리를 걷기로 합니다. 여름 한 낮에요. 그녀는 걷다 더워 베스킨라빈스31에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가게 주인이 한 컵에 한 맛의 아이스크림만 담을 수 있다고 말하죠. 쌉쌀한 녹차맛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그녀는 인간은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더 많은 수 백가지의 인생을 가지고 있으며 어찌됬건 이것은 내 선택이다.. 난 포기하지 않아야할 의무가 있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녀가 가게를 나오자 비가 옵니다. 우산을 사 거리를 걷던 그녀는.. 한 아아이 우산을 쓰고 뭔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봅니다. 가까이 가 보니 깨진 보도블럭 흙탕물 사이로 금붕어 한마리가 파닥거리는 모습을 봅니다. 처절하게 파닥거리는 금붕어에게 아이의 손이 다가가는걸 지켜보며,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하염없이 운다는 이야기 입니다...
(헉- 지루한 내용인데, 끝까지 들어주기더라구요.. 적기 까지 하시구요;;)
교 : (피식-) 너는 물고기에서 생동감이 느껴지냐? 나는 절망감이 느껴지는데.
나 : .....저는 실제로 도서관에서 이 고기를 본적이 있어 쓴 글인데, 저는 희망을 느꼈습니다.
교 : 그래에~~~ 아빠가 화가이신가? (자기소개서 내용)
나 : 네 그렇습니다.
교 : 넌 왜 꼭 연출을 하려고 그래?
나 : 아... 네... 표한하고 얘기하고 싶어서 입니다.
교 : 그거 아니여도 표현 할 꺼 많잖아.
나 : 네.... 그, 그건.
교 : 왜, 중학교때 좋아하는 선생님이 칭찬해 줘서? (자기소개서;;)
(순간 너 같이 연극을 가볍게 보는 녀석이~ 라고 말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무척 당황스럽고, 울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 : 아, 예.. 그런거죠.. (똘똘하지 못해서;; 매사 이런식으로..)
교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말 있어? 하고 싶었던 말이라던지
나 : .....
교 : 없어?
나 : 아뇨, (준비된) 학교에 입학해 교수님들에게 연극과 연극에 필요한 모든 예술들을 습득하고 교수님들과 좋은 연극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교 : 알았어요. 나가봐요.
실제론, 눈물이 핑~ 돌정도로 차가운 면접이었어요.
교수 두 분이서 번갈아 질문하셨는데, 한 분은 냉담하시게, 한 분은 약간 비아냥거리는 태도로 말씀하셔서
사실 면접을 보곤 화나가 곧장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연출아니여도 할거 많잖아, 라는 질문에 우물쭈물 거린 제가 화가나 살짝 눈물을 흘리기도 했구요.
ㅋㅋ
수능성적 뻥쳐서 네이스 확인해보시고 절 가차없이 떨어트리실 거라는(ㅋㅋ자기소개서에 "진솔함"이 제
장점이라고 썼는데...ㅠㅠ)
면접은.. 떨리면 그냥 떠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주 심한게 아니라면. 그 긴장감, 절박함. 사실 그럴때 아님 맛보기
힘든거 잖아요? 그리고.. 그 떨리는 마음- 교수님들은 다 이해해 주시고, 면접의 노련함 보다, 너가 이걸 얼만큼
배우고 싶어하는지, 에 대한 진정성을 더 원하실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무슨 연출가에 무슨이론.. 이런 멋진 맨트들 준비했는데, 시험 전날 호텔에서 엄마가
"니가 진실하게, 그냥 니가 어떤애라는것만 보여줘. 그게 최고야. 떨어지면 별수없는거지 아들." 이라고 해주신 말에
싹다 무시하고 편하게 들어갔어갔습니다. 저도 엄청나게 떠는 성격이거든요;;
진정 바라면, 적어도 준비한 것 만큼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수기에 올린 한예종에 관한 글은, 배운거 조금 더하기 제 생각이에요. 절대적인게 아니죠;;
참고하시고, 만창회원여러분이 한예종에 관한 더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셨음 좋겠어요.
이 글을 올린 제가 부끄럽게 말이죠^^
... 저는 이러쿵 저러쿵 서툴게 글쓰고 면접봐 우연찮게 합격의 영광까지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저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만약 제게 이 기가 남아있다면
싹싹긁어서 만창회원분들께 드리고 싶습니다.
건필하시구, 힘내세요^^
화이팅!!!~~~~ㅋㅋㅋ
아아, 참~
메리크리스마스^&^
첫댓글 우왕ㅋ굳ㅋ멋있어요 즐거운 학교생활 하시길바랍니다. 너무너무멋져요
와, 감사합니다! 축하드려요*^^*
와우 멋져요 ^^ 축하드립니다.~
포푸님도, 어머님도 정말 멋지신 분이네요^^ 축하드립니다.
포스터를 뜯는 피디의 이야기는 아주 인상적입니다. 발상과 함께 내용의 깊이도 있군요. 카페 회원분들 모두 알찬 결과 있으니 기쁘고 반갑네요. 좋은 분들 덕분에 카페에 좋은 기가 흐르는 모양입니다. ^^ 축하합니다.
와 축하드려요! 너무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