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3일, 토요일, Coyhaique, Hospedaje Piedra del Indio (오늘의 경비 US $22: 숙박료 7,000, 인터넷 3,500, 식료품 2,000, 관광 600, 환율 US $1 = 600 peso) 오늘은 하루 종일 흐리고 오후에는 비도 조금 내렸다. 내일 밤에 San Rafael 호수로 유람선으로 떠나는데 좀 걱정이 된다. 비싼 돈 내고 가는데 날씨가 나빠서 빙하를 제대로 못 보면 억울할 것 같다. 오늘은 Coyhaique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Coyhaique 공원에 갔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 시내를 지나가는데 토요일이라 그런지 아침 9시 반인데도 상점도 대부분 닫혀있고 다니는 사람도 별로 안 보여서 시내가 텅 빈 것 같았다. 중앙광장을 지나가는데 같은 숙소에 묵고 있는 이스라엘 청년 Moran이 벤치에 혼자 앉아있다. 좀 처량하게 보인다.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대부분 그룹을 지어서 다니는데 이 친구는 혼자 다닌다. 숙소에서 다른 이스라엘 사람들을 만나도 별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영어는 매우 잘해서 남미 여행이 끝나면 캐나다에 가서 한 6개월 정도 일을 한 다음에 이스라엘에 돌아가서 대학에 들어갈 계획이란다. 시내를 벗어나서 Coyhaique 공원 쪽으로 차도를 따라서 걸으니 주위가 탁 터지면서 경치가 너무나 좋다. 어제 이곳에 올 때 버스로 지난 길이다. 바람이 많이 부는데 춥지는 않다. 구름 낀 하늘 사이로 파란 하늘이 조금씩 보인다. 2km 정도 걸어서 Coyhaique 공원에 도착하니 크리스마스 때 Chiloe 섬의 Chonchi에서 같은 숙소에 머물었던 영국 부부를 만났다. 부인은 일본 가고시마에서 2년 동안 영어를 가르쳤다 한다. Coyhaique 공원 사무실에 있는 공원 산책로 지도를 보니 호수 네 개를 3시간 반에 걸려서 돌아오는 코스가 있었다. 이 코스를 돌기로 하고 걷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시야가 확 터져서 경치가 좋고 길 양쪽에는 코스모스 꽃을 비롯해서 이름을 알 수 없는 노란색, 흰색, 자주색 꽃이 만발해 있었다. 좀 더 가니 소나무 밭으로 바뀌고 길 양쪽으로 소나무밖에는 아무 것도 안 보인다. 그것도 자연스럽게 생긴 소나무가 아니고 한 20년 전에 대규모로 심어서 자란 소나무라 멋이 없었다. 첫 번째 호숫가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1시간 반 정도면 나와야 할 호수가 2시간을 걸었는데도 안 나온다. 지나쳤는지 길을 잘못 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공원 산책로 표지판이 시원치 않아서 그렇게 된 것 같다. 물어볼 사람도 없으니 계속 갈 수도 없고 날씨도 점점 나빠져 가서 온 길을 그냥 돌아서 왔다. 공원 사무실 앞에 도착하니 마침 Coyhaique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타고 Coyhaique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Villa O'Higgins 여행 정보를 얻으려 관광 안내소에 들렸다. 다행히 주말인데도 열려 있었다. 나보다 먼저 온 일행 세 명이 단 한 사람밖에 없는 직원을 차지하고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부부 여행객 같았고 다른 사람은 여행 가이드 같았다. 주로 부인이 얘기를 했는데 영어로 질문을 하면 가이드 같은 친구가 스페인어로 통역을 했다. 얘기가 끝날 듯하면서 30분을 계속했다. 우리가 기다리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 시간을 끌었다. 예의가 좀 있는 사람들 같으면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얘기를 할 수 있을 텐데 우리는 아예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드디어 얘기를 끝내고 나가면서 부인이 조금은 미안했던지 우리에게 한마디 한다. 자기네 케이스가 매우 복잡해서 그렇게 오래 얘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기분이 좀 상한 나는 좀 미안하게 생각하라고 우리 질문은 아주 간단한 것이라고 대꾸해 주었더니 미안하게 생각하기는커녕 그러면 왜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느냐고 힐문조다. 끼어들지 않은 내가 바보라는 뜻이다. 그래서 대화 중에 끼어드는 것은 무례한 짓이라 생각해서 안 끼어들었다고 대답해 주었더니 더 이상 아무 말 안하고 가버린다. 서로 얼굴 안 붉히고 말싸움을 한 셈이다. 여행자들이 보통 서로 친절하게 대하는데 오랜만에 그렇지 않은 여자를 만난 것이다. 남편은 처음부터 조용히 말이 없었다. 나의 경우도 사실은 간단하지 않았다. 가려고 하는 곳이 하도 오지라 교통편이 문제였다. Coyhaique에서 Cochrane까지는 일주일에 네 번 버스가 있어서 문제가 없는데 Cochrane에서부터가 문제다. Cochrane에서 Villa O'Higgins까지는 버스가 일주일에 한번밖에 없다. Villa O'Higgins에서 호수를 건너면 아르헨티나 국경인데 호수를 건너는 배가 한 달에 두 번밖에 없는데 부정기적으로 다니기 때문에 정확히 언제 떠나는지는 Villa O'Higgins에 가봐야 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은 후 버스를 탈 수 있는 곳까지는 22km인데 걸어가거나 말을 빌려서 가야한다. 주로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들이나 지나다니는 길인데 어떻게든지 갈 수는 있는 모양이다. 지금은 이렇게 힘든 길이지만 10년 후에는 버스와 배가 쌩쌩 지나가는 길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될 만큼 이 고장 경치가 좋고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저녁때 인터넷을 하러 나갔다가 Casa de Corea이란 (한국의 집) 간판을 건 옷가게를 발견하고 반가워서 들어가 보았더니 근래까지 한국 사람이 주인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란다. 한국 이민 1세들이 하다가 은퇴하면서 칠레 사람에게 팔았나 보다. 2세는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아마 남미의 더 큰 도시로 갔거나 미국이나 한국으로 갔을 수도 있겠다. 여행지도 Reserva Nacional Coyhaique에서 (Coyhaique 보호 산림) 내려다보이는 Coyhaique 시 전경 Coyhaique는 자연이 너무나 아름다운 도시다 Reserva Nacional Coyhaique에는 온갖 꽃이 다 만발해 있다, 이곳의 1월은 한국의 8월에 해당한다 꽃밭과 설산, 한 여름에도 설산이라니 칠레는 정말 아름다운 나라다, 남미에서 정치가 제일 안정된 나라다, Coyhaique는 칠레 도시 중 제일 마음에 드는 도시다 꽃밭에서 환상적인 꽃길도 있다 우연히 Coyhaique 시내에서 Casa de Corea (한국의 집) 옷가게를 발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