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21일, 일요일, Asuncion, 무명 호텔 (오늘의 경비 US $7: 숙박료 30,000, 아침 2,000, 버스 25,000, 환율 US $1 = 6,000 guarani) 방값에 아침식사가 포함되었다고 해서 아래층 식당에 가서 아침식사를 주문했더니 커피 한 잔을 가져온다. 다음에는 아무 소식이 없어서 웨이터에게 물어봤더니 커피 한 잔이 다란다. 어떻게 싸구려 빵조각 하나 없이 커피 한 잔이 아침식사의 전부라 할 수 있나. 이것도 일종의 사기가 아닌가 싶다. 오전 10시 반에 떠나는 버스표를 사고 기다리는데 9시 반쯤 Asuncion 행 버스가 도착한다. 버스표 판 친구에게 내가 탈 버스냐고 물어보니 아니란다. 왜 9시 반 버스표를 안 팔았느냐고 물으니 버스회사가 다르단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동문서답이다. 9시 반 버스가 떠나고 10시 반 버스를 기다리는데 10시 반이 지나도 안 온다. 버스표 판 친구에게 왜 버스가 안 오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모르겠단다. 버스회사에 전화라도 해볼 것이지 무책임한 대답이다. 뭔가 또 당한 것 같다. 결국 11시 반 버스를 5,000 guarani를 더 내고 탔다. 고급 버스라 5,000 guarani를 더 내야 된다는데 도대체 엉터리 같은 버스회사다. Asuncion까지 가는 4시간 동안의 경치는 어제와 별 다름이 없었다. 옥토가 될 수 있는 땅 천지인데 대부분 버려져 있고 무언가를 심은 흔적이 있는 곳은 잡초뿐이다. 농사도 적당히 하는 것 같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들에서 일하는 사람은 하나도 안 보이고 여기저기 그늘 밑에 모여 앉아서 마테 차를 마시며 쉬는 사람들만 보인다. Asuncion 버스 터미널에 내려서 시내로 가는데 시내버스는 1,500 guarani이고 택시는 20,000 guarani다.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데 남미에서 지금까지 타본 시내버스와는 달리 뒷문으로 올라타고 앞문으로 내린다. 뒷문 계단 위에는 한 사람씩 통과하게 되어있는 회전식 십자 문이 (turnstile) 있고 그 문을 통과면서 차장에게 요금을 지불한다. 이 회전식 십자 문은 아마 요금관리를 위해서 있는 것 같다. 큰 배낭을 지고서는 이 문을 통과하려니 문이 너무 좁아서 안 된다. 할 수 없이 뒷문 계단에 서서 가는데 운전을 어찌나 심하게 하는지 양손으로 쇠 난간을 꽉 붙잡고 가는데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한참 가는데 한 친구가 좌석에서 일어나서 나에게 다가오더니 자기가 마시고 있던 마테차를 권한다. 그동안 아무도 나에게 마테 차를 권하는 사람이 없어서 좀 섭섭했는데 하필 마실 수 없는 상황에서 권하다니 안타깝다. 고맙지만 잡은 손을 놀 수가 없으니 사양하겠다고 했더니 자기 좌석으로 돌아간다. 차림이 멀쩡한 40대 남자인데 좀 이상한 친구 같기도 했다. Asuncion의 중앙광장인 Plaza de Armas에 내려 달라고 내 옆에 앉아있는 여자에게 부탁했는데 내리는 정류장은 제대로 가르쳐 주어서 잘 내렸는데 광장으로 걸어가는 방향을 잘못 가르쳐 주어서 한 바퀴 돈 후에야 광장을 찾았다. Lonely Planet에 나온 Asuncion 시내 지도를 보고 중앙광장에서 두 블록 떨어진 호텔로 찾아갔다. 그런데 호텔이 닫아 버렸다. 네 블록 떨어진 두 번째 호텔로 갔더니 그곳도 닫았다. 근처에 호텔 안내판이 보여서 들어가 봤더니 허름한 호텔에 허름한 방인데 방값이 30,000 guarani이란다. 바가지 가격이다. 날씨는 덥고 짐은 무겁고 한참 걸었더니 피곤해져서 우선 들어가서 짐을 풀고 찬물 샤워로 땀을 식힌 후에 시내로 나가서 Lonely Planet에 소개된 호텔 두 군데를 더 가 봤는데 두 곳 다 닫았다. 이런 적은 없었는데 이 나라 경제가 보통 나쁜 게 아닌 모양이다. 중앙광장에 옛날 국회의사당 건물이 있는데 Buenos Aires의 아르헨티나 대통령 관저 Casa Rosada와 마찬가지로 분홍색이다. 다른 나라 국회의사당처럼 거대한 규모가 아니고 자그마한 규모가 마음에 들었다. 가까이 가보니 건물 뒤쪽 언덕 밑으로는 달동네다. 어떻게 달동네가 이렇게 시내 중심에 가까이 있을 수 있을까. 둘러보니 여기저기 경비원들이 보인다. 경제만 나쁜 것이 아니라 치안도 나쁜 모양이다. 길 걷기가 좀 무서워진다. 일요일이라 가게 연 곳이 없고 길거리가 너무 조용하다. Lonely Planet에 보니 파라과이 치안은 브라질만큼 나쁘다고 나와 있다. 음식점도 안 보여서 호텔로 돌아가서 라면 2개로 점심과 저녁을 때웠다. 다행히 호텔 주인이 호텔 부엌을 쓰게 해주었다. 오늘은 북반구에서는 봄이 시작되는 날이다. 작년 가을에 여행을 떠났는데 가을과 겨울이 지나가고 이젠 봄이 온 것이다. 이곳 남반구에서는 가을이 시작되는 날이다. 여행지도 분홍색의 옛날 국회건물 옛날 국회건물 바로 뒤편에 있는 달동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