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버님이 위독하시다가 10일전쯤 돌아가시고 지난 토요일에 장례식을 했습니다.
췌장암수술하시고 5년이상을 생존하시면서 chemo를 23번이나 받다가 전이가 심하게되어 더이상 손 쓸 수가 없었지요.
예정되었고, 고통이 심해서 빨리 가시는게 좋은 그런 죽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돌아가셨을때 다들 "He is finally at peace"라고 하더군요.
35년전에 미국에 오셔서 많이 미국식이 되셨고 딸,아들,딸이 있는데 사실상 미국애지요.
장례식은 토요일 아침 10시였는데 미국식이더라구요. 사업을 크게 하셔서 300명 넘게 온것같은데 미국사람들이 2/3였고 나머지는 교회와 연결된 한국분들이었습니다.
장면 1: 돌아가시기 전과 직후
돌아가시긴 전 침상에 누워계시는데 친한 분들이 계속 방문하시더군요. New Mexico주 State Judge가 제일 친했는지 한달동안 매일 와서 1시간정도 머물다갔다고 합니다.
토요일 새벽 5시에 돌아가셨는데 근처에 사는 아들은 연락받고 즉시 달려왔는데 미국인 며느리는 오후 늦게나 나타났습니다.
한국은 보통 장례기간동안 손님들이 부조 내고 아이고~아이고~하고 밤새 술먹고 화투치면 고인의 가족들이 음식, 술 대냐고 고생하는데, 미국에서는 이웃이나 친구들이 경황이 없는 고인의 가족들을 위해서 돌아가면서 매끼 음식을 배달해 줍니다.
장면 2: 장례식
목사님이 사회를 보고 친한 사람 3명이 나와서 조의를 표했는데 고인과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재미있게 얘기하더군요.
아들도 나와서 얘기하고 사진 슬라이드를 보여주고...
가끔 눈물을 글썽이고 훌쩍훌쩍 하지만 대성통곡은 없고 가끔 재미있는 장면에서 웃기도 하고...
박장대소만 안하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걸로 알고있습니다.
장면 3: 밥먹기
장례 참석하냐고 다른 주에서 비행기 타고 온 사람들과 정말 가까왔던 사람들, 가까운 친척들은 점심 식사에 초대되고, 그 동네에서 온 사람은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더군요. 식사비는 고인의 가족이 내거나 고인의 가까운 친구중 바빠서 [장면 1]에 나오는 음식배달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이 낸다고 합니다.
초대된 사람들은 비싼 식당도 아니고 $6-7 정도하는 중국 부페에서 모여서 밥먹고 얘기하다가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초대받지 못한 한인교회분들은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지 점심을 어디서 먹는지 찾냐고 분주하다가,
어떤 집사님이 임의로 사람들을 우루루 데리고 비싼 스시집에 가서 드시고 교회 회계하시는 분이 계산을 하시더니 청구하겠다고 전화가 와서 가족들이 황당해 하더군요. 그날 내야한다 말아야한다 논쟁에 꽤 시끄러웠지요.
장면 4: 그후...
그런데 장례식날이 할로윈이었습니다.
trick or treat이라고 아이들이 이집저집 돌아다니며 사탕 얻어먹는 날로 손꼽아 기다리는 날입니다.
둘째인 아들은 30분 거리에 살고 있었는데 애가 셋 있습니다. 첫째인 딸은 다른 주에 살고 있는데 딸을 데리고 왔고요.
저녁때 아들집에서 미국인 며누리가 할로윈 파티를 하고, 딸이 애 데리고 그리로 놀러 가더군요.
셋째는 이런저런 악기를 잘 다루는데 club에서 미리 계획된 공연이 있다고 가더군요.
남편을 잃은 작은어머니의 직계가족들은 이렇게 다 사라지고, 고인의 조카인 저하고 한국에서 온 다른 조카, 근처에 살고있는 작은 어머니 조카가 애들 데리고 집에 왔지요. 그집도 애 둘이 있어 파티에 오라고 초대받았는데 장례식날 파티에 가는건 아무래도 이상해서 이리로 왔다고 하더군요.
하여간 문화의 차이란 겪어보지않고서는 상상하기 힘듭니다...
미국은 The show must go on.
첫댓글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솔직히 외국에 나가 본 경험이 거의 없는 저로서는 장례식 분위기가 저러면 참 당황할 듯 하네요.
장례식 문화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처음 알았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