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엄마의 안전한 식탁 차리기 1편
방사능, GMO, 환경호르몬과의 전쟁을 선포하다
2년 전 내 몸에 작은 생명이 들어앉은 걸 확인한 이후부터 먹을 것에 대해 부쩍 민감해졌다. 아이를 가지기 전에는 잦은 회식과 불규칙한 식사 등 부끄러울 정도로 아무렇게나 먹고 살았지만, 아이를 갖고 나서는 제대로 먹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막상 제대로 먹는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방사능, GMO, 환경호르몬 등 차라리 몰랐으면 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오는 음식들은 오염되어 있었다.
생선은 기본이고
어묵, 맛살, 표고버섯과 안녕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에 진도 9.0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해안가에 바짝 붙어 세워진 핵발전소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방사능이 누출되었다고 했다. 처음 뉴스를 통해 사고를 접했을 때,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바다로 흘러간 방사능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님의 강연을 듣고 나서야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날부터 해산물을 먹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특성상 해산물을 포기한다는 것은 고기를 포기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방사능은 나이가 어릴수록,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치명적이라고 한다. 임신 기간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유난 떤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입덧한다는 핑계를 댔다.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는 조금씩 주위 사람에게 방사능 이야기부터 꺼냈지만 돌아오는 것은 유별나다는 반응이다. 산후조리 중 친정엄마에게서 “농약처럼 방사능도 몸에서 배출시키는 음식을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꾸중 겸 잔소리를 듣기도 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면 문제가 조금 쉬워질 수 있겠지만, 혹여나 나중에 둘째아이에게 미안해질 것 같아서 먹기가 꺼려진다.
후쿠시마에서 흘러나오는 방사능은 현재진행형이다. 아니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에게 해산물을 먹일 수는 없다. 이유식은 물론이고 앞으로 내가 차리는 식탁에서만이라도 해산물을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건어물을 포함해 해산물을 가공한 식품들 또한 가려내야 한다. 어육으로 만드는 어묵, 맛살이 대표적이다. 말은 쉽지만, 해산물을 먹지 않기는 쉽지 않다. 특히 국물 요리에 쓰이는 멸치, 다시마, 새우 등은 양파, 대파 뿌리, 쌀뜨물 등으로 대체 가능하다지만, 습관이 들지 않아 아직도 불편하다.
거기다 채소 중에서도 특히나 방사능을 많이 흡수한다는 표고버섯은 일본산뿐만 아니라 국산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된다고 한다. 표고버섯뿐만 아니라 자연산 송이버섯, 노루궁뎅이 버섯 등 고가의 버섯 또한 방사능을 흡수한다고 한다. 어느 동네에 가도 하나씩은 있는 샤브샤브 식당에서 눈치를 보며 앞에서 말한 버섯들을 살짝 빼고 있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이밖에도 유럽산 블루베리 잼(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의 영향), 캘리포니아 산 오렌지(미국 서부 해안가는 이미 방사능에 오염되었다고 함) 등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국 정부는 국민의 안전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세월호와 같이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인해 정부가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주리라는 기대는 애시당초 버렸지만 음식과 관련해서는 더더욱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후쿠시마는 아직도 수습이 되지 않는 상황인데, 일본산 수산물을 다시 수입재개 하겠다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미 일본산 농산물과 가공식품은 우리 생활 곳곳에 숨어 있다. 마트에 가서 식재료를 살 때, 원재료 표시사항을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든지 방사능에 노출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가장 소극적인 방법은 일단 방사능에 오염된 것 같은 식품은 사지 않는 것이다. 일종의 불매운동이다. 나부터 시작해서 많은 사람들이 사지 않으면 언젠가는 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형마트에서 어디서 누가 재배하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는 식재료를 사기보다는 한살림, 두레생협, 아이쿱생협, 행복중심생협 등 생산자와 가까운 곳에서 식재료를 사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에는 인터넷 장보기도 가능하여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닐 걱정도 없다.
그리고 조금 더 적극적인 방법은 직접 행동하는 것이다. 내 주변에 방사능에 대해서 알리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에서 더 나아가 불특정다수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을 해나가는 것이다. 혼자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면, 함께 하면 된다. 네이버에 ‘차일드세이브(http://cafe.naver.com/save119)’라는 카페가 있다. 이 카페의 회원들은 노원구 아스팔트에서 방사능이 내뿜어나온다는 것을 밝혀내고 아기들이 먹는 산양분유에서 세슘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해당 분유회사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 주로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아줌마들이 주축이 되어 이런 일들을 해낸 것이다. 이들은 방사능 관련 조례를 만드는 토론회에 참여하기도 하고 일본산 원료를 사용하는 업체에 직접 전화를 걸어 클레임을 걸기도 한다. 처음에는 낯설고 떨렸지만, 어느새 당당하게 소비자의 알 권리를 찾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고들 한다.
한 사람이 하나를 바꾸는 것이 모인다면 여러 사람이 여러 개를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 내 가족의 식탁을 바꾸는 것이 우리 모두의 식탁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보엄마의 안전한 식탁 차리기 2편은 GMO식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0150113 글 / 진수엄마 쥬리
* 이 기사는 행신톡과 제휴하여 게재되었음 알립니다.
첫댓글 좋은 소식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