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잃어버린 자신의 언어를 되찾는
일이었다.
플랫폼 업체 측은 내게 "출신, 인종, 외양,
장애 및 질병 유무, 사회 경제적 상황 및
지위, 종교, 연령, 성별, 성 정체성, 성적
지향 등을 포함한 게시글은 작성이 어렵
습니다." 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맞는 말
이다. 너무 맞는 말이어서 더 당혹스러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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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책 대 담배》에서 "이렇
게 값싸고 유익한 취미활동인 독서를
어떻게 하지 않을 수 있냐"는 내용이
있는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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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서울 구경을 마치고 돌아온 포항은
한산하고 적막했다. 자정이 되려면 한참
이나 남았는데도 상점들은 간판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다. 포항, 정확히는 서울이 아닌
곳에서 산다는 게 인생의 첫 번째 실패인
것처럼 느껴졌다.
포항과 서울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거나,
아예 다른 세상인 것 같을 때가 많았다.
포항시는 한국전쟁 때 낙동강 방어 전투
치르던 군인들처럼 인구 50만을 지키려
애 썼지만 소용없었다.
포항에는 마음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바다와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야트막한 산이 여러 군데 있다.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멍하니 바다를 볼
때면 이것만큼 좋은 치료도 없다고 생각
했다. 그러나 같은 사람이 세 번이나
포항시 시장을 연임하는 동안 우리 집
앞에 있던 작은 동산도, 나무가 빼곡
했던 산도 무참히 사라졌다. 그 자리
에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포항시는
아파트 짓는 것이 인구 유출을 막는
방법이라도 되는 양 산을 깎으면서
까지 아파트를 지어댔다. 십여 년 전
생긴 어느 아파트는 제값 주고 들어온
입주자들과 공실 채우려 가격을 내린
건설사의 분쟁이 아직도 진행 중인데
아파트 건설을 허락한 포항시는 뒷짐
지고 구경만 한다. 인구가 계속 줄어
드는 마당에 자꾸 아파트를 짓는 것은
인구 유출 해결에 도움은커녕 자연을
파괴하는 데 일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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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유행하던 것들은 수년이 지나
야만 포항에 도착했다. 그마저도 높고
험난한 산맥을 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언제부턴가 각종 브랜드 매장의 유무가
서울과 지방 도시를 나누는 기준이 되었
고, 과거와 현재를 가르는 시곗바늘이 되
었다.
한때 나는 서울에 살기를 간절히 바랬고,
급기야 내가 갈 곳은 서울뿐이라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방을 떠나는 것도, 서울
에서 사는 것도 더 이상 정답이 될 수 없
다는 걸 알았다.
인터뷰 때마다 받았던 질문이 있다. 그
건 '그럼에도 왜 지방에 남아있느냐'는
물음이다.
시간이나 지면의 문제로 그동안 충분히
대답하지 못했던 물음이다. 이제 그 대답
을 제대로 할 차례다.
출간을 제안해 준 이르비치 대표님, 어릴
적 일기부터 이 책의 초고에 이르기까지
내가 쓴 모든 글의 첫 번째 독자가 되어 준
부모님과 언니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들
덕분에 조악한 내 생각을 글로 적을 수 있
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서울 밖 이들을 연결하는
무언가가 되기 바란다. _ 2023년 가을, 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