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모텔에서 14세 여중생을 살해한 김 모 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 난 3월 26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모텔에서 조건 만남을 약속한 남성에게 살해당한 14살 A양. 어린 여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지면서 미성년자의 모텔 출입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피의자 K씨와 A양을 성매매에 가담시킨 일당이 구속된 가운데 신분증 제시조차 요구하지 않은 모텔 업주도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8일 미성년자에게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모텔 주인을 경찰에 고발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이명숙 회장은 “피해자는 이제 겨우 14살이다. 모텔 계산대에서 신분증을 통해 본인 여부와 나이를 확인했어야 함에도 신분증 제시조차 요구하지 않고 객실 열쇠를 내주어 남성과 혼숙하게 했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혹여 모텔의 종업원이 피해자를 투숙하게 했다 해도 업주로서 위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등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보호법 제58조 제5호, 같은 법 제30조 제8호에 따르면, 모텔 업주와 종사자는 신분증을 확인해 청소년이 남녀 혼숙하게 하는 등 풍기를 어지럽히는 영업 행위를 하거나 장소를 제공하면 안 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정에 따라 신분증 검사를 시행하는 업소는 찾아보기 힘들다.
▲ '봉천동 10대 살인사건'의 피해자와 피의자의 모습이 담긴 모텔 CCTV 화면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2012년 여성가족부가 가출 청소년 3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성매매 피해 청소년의 공간 패턴 연구’에서도 성매매 장소는 모텔이 65.8%로 가장 많았다. 최근 청소년과 조건 만남을 하는 현장을 덮쳐 이를 미끼로 금품을 뜯어내는 사기 범죄도 대부분 모텔에서 발생한다.
업주와 종업원 없이 자판기에 숙박비를 내고 입실하는 무인텔까지 도심에 파고들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무인 결제기에는 미성년자를 확인하기 위한 신분증 투입구가 있지만, 신분증을 넣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하다. 이렇게 미성년자 출입이 자유로운 무인텔과 러브모텔 등은 청소년들의 탈선을 부추기고 성매매 아지트로 악용돼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경찰과 지자체 등 관련 기관은 숙박업소 이용자들의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순찰을 강화해 미성년자의 숙박업소 출입을 막는 수밖에 없지만,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수천 개에 달하는 모텔을 소수 인력으로 점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성년자가 숙박업소에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법적 근거가 없어 사실상 업주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주 측은 “손님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신분증 확인을 꺼리고 있다.
이명숙 회장은 “모텔에서의 미성년자 성매매는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미성년자의 숙박업소 출입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미성년자와 가출 청소년이 성매매 피해자로 전락하는 길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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