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일(5월 31일. 단양-사이곡리) 흐르는 강물처럼
맑음. 30℃
09:30. 단양을 출발한다. 어제 저녁 PC방에서 01:30까지 카페에 글과 사진을 올리느라 아침에 그만 늦잠을 잤다. 잠을 푹 못 잔 것도 그렇지만, 저녁에 샤워하고 발가락 상처에 공기를 쐬느라 양말도 안 신고 맨발에 등산화 신고 모텔에서 PC방까지 결코 가깝지않은 절룩거리며 걸어서 왕복하는 것도 큰 고통이었다.
단양 읍내를 벗어나 고수대교를 건넜다. 다리가 멋질뿐더러 다리 양쪽 난간을 따라 아름다운 꽃으로 조경을 해 놓아서 주변 경치와 어울려 아주 아름다웠다. 다리를 건너니 고수동굴 방향 표지판이 보인다. 우리는 고수동굴 가는 방향이 아닌 왼쪽 오르막길을 힘들게 오르니 고수재 정상이다. 오늘은 59번 도로를 따라 푸르른 남한강을 끼고 계속 이어지는 길이다. 한마디로 경치가 환상적인 길이다. 역시 강원도는 아름다워! 강가에는 한가롭게 낚시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뻑순이(우리가 지어준 뻐꾸기 이름)가 오늘은 아직 안 나타난다.
덕천교와 가곡면을 지나 여울목 쉼터에서 막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면 또 졸립다. 벽에 기대 앉은 자세로 잠시 졸았다. 꿀맛같이 단 잠이다.
가대교 삼거리를 지나 쉼터에서 강 건너 마을을 쳐다보며 휴식을 취했다. 날씨가 무덥다. 그늘만 보면 자꾸만 쉬어가고 싶어진다. 향산을 지나는데 길가 언덕위에 멋진 정자가 있어서 잠시 쉬어가려고 올랐더니, 아주머니 네 분이 누워 있다가 우리 인기척에 놀라서 벌떡 일어나 앉는다. 우린 미안해서 잠시 앉았다가 갈 터이니 그냥 누워 있으라고 했는데 우리 행색을 보더니 먼저 말을 건넨다.
-"어느 산에 다녀 오십니꺼?"
-"산이 아니고 마라도서 부터 걸어서 국토 종주 하는 길입니다."
(아주머니들, 입이 딱 벌어진다. 잠시 후 정신을 수습했는지)
-"식사 좀 드릴까 예?"
-"방금 먹었습니다."
-"그라모 과일이라도 좀 깎아 드릴까 예?"
말끝마다 '예'를 붙이는 걸로 봐서 짐작에 대구나 그 근방에서 왔겠구나. 구미에서 왔다는 이 아주머니들은 지금 자동차로 여행중이란다. 지금 우리 처지에 '사양지심'이란 있을 수 없다. 참외, 배, 오렌지, 오이를 얻어먹고 초콜릿까지 얻어서 배낭에 넣었다.
아주머니 한 분이 “팔찌 하나 만들어 드릴까 예?”하면서 풀밭을 뒤지더니 금방 클로버로 꽃팔찌를 만들더니 3인방 손목에 각각 채워준다. 3인방, 그저 좋아서 입이 헤벌래 해진다. 이미 집에서 경고까지 받은 K가 걱정된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여기서 여인네들과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을 형편인가? 퍼떡 정신을 차리고 뜨거운 아스팔트길로 다시 나선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
-"근데 예, 몸은 몇 키로 줄었어 예?"
평소 몸무게에 관리에 관심이 많은 여자인 모양이다.
군간교를 지나 사지원리 가게에서 오늘치 메로나를 사서 먹었다. 가게 안에 동네 분들이 모여서 술판을 벌이고 있다. 오늘이 단오절이란다.
별방을 지나 단양군 영춘면 사이곡리에서 오늘의 걷기를 마감한다. 주위에는 민박도, 식당도 없다.
우리보다 몇년 먼저 직장을 퇴직한 후 부부가 함께 평창에 내려와 살고 있는 직장 선배(K선생)가 생각나 전화를 했더니 반갑다고 한달음에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온다.
평창의 2대계곡 이라는 '뇌운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위에 '머루네집'이라는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민박도 하는 선배부부 집에서 오늘 묵기로 한다. 저녁은 함께 근처 사슴농장에 있는 식당에서 ‘사슴고기 곰탕'으로 했다.
▶오늘 걸은 거리 : 25km(6시간)
▶코스 : 단양-(59)-고수대교-고수재-가곡면-향산-군간교-병방-사이곡리(충북 단양군 영춘면)
<식사>
아침 : 된장찌개(단양)
점심 : 막국수(가곡면)
저녁 : 사슴곰탕(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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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송)그 시골 아주마이가 만들어 준 클로버 반지, 거 잊지 마시라요.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일 수도 있을 터이니. 부
디 아름다운 동행에 좋은 풍광만큼이나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셔서 힘든만큼 보람도 크기를 기대해 봅니다. 또 단걸음에
예쁘니와 함께 달려간 조사장님, 고맙습니다. 예쁜 아내와 사니 마음도 덩달아 예뻐지나 봅니다. 두 분도 늘 행복하시기를
^)^ 06.06.01 10:19
(캡화백맏딸)"이미 집에서 경고까지 받은 갑화백이 괜찮을런지..." ->허허.. '레드카드' 감인데요.. ^^; 그나저나 여행도 여행
이지만 산해진미를 맛보시는 세 분이 부럽습니다! ^^ 06.06.01 12:20
(김용우)지친 와중에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활력소가 되는 것 같네요.(종주기 읽는 사람만 그런가요 ^^;;) 오늘도 날씨가 더
운데 힘내세요~ 06.06.01 13:28
(wanju42)세분이 가실 길을 우리 화백들이 차로 먼저 가 본 길. 올라 가면서 조용하고 좋은 길 이라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
었습니다. 가끔 나무 그늘도 있고. 06.06.02 16:17
첫댓글 확실히 인심은 남쪽이 좋습니다.
팔지 얘기에 샘날려고 하네요.
국토종주를 하다보면 그런 일도 일어나는군요? 그런데 고등학생 무전여행도 아니고,,, 푸근한 인심만 받으셨으면 됐징요? 뭐 다른 걸 상상해보았자,,,,,,,,,,,,,,,, 남은 여정 건강하게 건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