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1)
도시의 지렁이
운해 김종억
젖과 꿀이 흐르는 그곳은
내가 태어난 모태
아침 햇살 반짝이는
이슬만 기다리는 방랑자
수천 수직 절벽 타고
오르고 또 오르니
핏발선 붉은 혈관에
파노라마처럼 돌고 도는 수액
도시의 아스팔트는
펄펄 끓는 용광로
수천수만의 볼 화살이
내 몸을 뚫고
100°C 프라이팬에
통구이 되어버린 나신
축 늘어진 몸통 위로
탱크의 굉음이 고막을 찢고
쿵쾅거리는 쇠 구두가
심장을 갈기갈기 찢었다.
한 점 먼지가 되어
이별 여행 떠난 나는
이승의 방랑자
시2)
산다는 것
운해 김종억
히말라야 빙벽 뜯어
가마솥에 넣고
태평양 빨아들여
간 맞추고
오뉴월 삼복 태양 모셔다
불 지피니
히말라야 정영(精靈)의 한숨 소리
가슴을 에인다
백두산 고사리
나물 반찬 버무리고
백록담 담수로
숭늉물 부우니
푸짐한 저녁 한 끼
이만하면 대장부
인생살이
살만하지 않던가.
시3)
고향의 봄날
운해 김종억
스치는 창가에
그리움 넘실대고
차창 밖으로 흐르는
아카시아 꽃망울
고향의 낮달이 춤춘다
논 가르는 아버지의
쇳소리
굽이굽이 넘어가던
보릿고개 시절
갯고랑에 쪼그린
어머니
조개들과 소곤거리고
엄지발 치켜들고 줄행랑치는
파랑게와 경주한다
뭉게구름 타고
풀피리 불던 내 고향
영종도
언제 찾아가도
너털웃음 달고
하훼탈 미소로
손잡아 줄 내 친구들.
약력
* 시인•수필가•사진작가
* 굿네이버스 미래재단 객원기자
* (사)한국문인협회 정회원
* 서울중구문협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