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청주로 내려왔을 때 소속 본당이 아닌 성당 중에 제일 먼저 눈에 띈 성당이 흥덕성당이었다. 운전하고 다니다 신호 대기 중에 우연히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다 만난 성모님과 성당이라는 글씨는 눈에 바로 띄었고, 위치도 차도 바로 옆에 있어 굳이 신자가 아니어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큰 길에 자리하였다. 게다가 English Mass 를 안내한 입간판까지 마련되어 있어 청주를 포함한 근교의 외국인들을 위한 미사가 주일 오후 5시에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내려오기 전부터 원래 성당 순례중이던 나는 이곳을 마음에 새겨두고 손꼽아두었다가 어느 여름 아침, 마음이 동하는 대로 차를 몰고 미사 시간에 맞춰 도착하였으나 황망히 함께 자리할 수 밖에 없었다. 세상에 대부분 10시에 진행되는 미사와 달리 이곳은 9시 30분에 시작하여 내가 도착했을즈음에는 이미 영성체를 영하는 시간이었다. 의당 10시려니 하고 급히 뛰쳐나온 내탓이었으니 달리 할 말이 없었고,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 1월 새사제 서품식 후, 새신부님 첫미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미리 서둘러 함께 참례하였다. 새신부님과 그동안의 흥덕 성당을 거쳐 가신 신부님들과 흥덕 출신의 신부님들, 흥덕과 관련된 신부님들이 함께 집전하는 미사는 참으로 은혜로웠으며, 시종일관 기쁨과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신부님들의 소개와 더불어 새신부님의 인사 말씀까지 하나하나 놀칠세라 귀기울여 듣는 신자들의 모습에서 환희를 보았으며, 새로운 시작이 주는 기대와 설렘, 진심어린 축하와 나눔은 바로 미사가 잔치임을 그대로 드러내주었다.
새신부님께서 선택하시고 평생 마음에 담고 살아가실 성구는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야 49,15) 였다. 이 든든하고도 놀라운 말씀으로 힘내서 사목하시길 온 마음으로 축원드리면서 우리를 결코 잊지 않는다고 다짐해 주신 하느님을 떠올렸다. 어느 순간에도 우리를 기억하고 계실 그 분을 생각하니 기쁘고 행복하고 든든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을 잊고 사는 나를 돌아보니 절로 고개가 떨구어졌다. 때로는 잠시라도 제게서 눈길 돌려주셨으면 하고 바라던 내 부끄러움과 내 한없는 모자람이 아쉬워 마음이 숙연해졌다. 그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안도하면서 내게서 눈돌리지 않으실 그분을, 그렇게 힘되시는 그분을 나도 잊지 않기로 다짐하면서 성당을 나왔다.
예! 주님! 저도 당신을 잊지 않기로 마음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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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번 가서 미사 참례한 적이 있습니다. 청주예술의 전당 앞에 있지요.
참고로 주일 외국인 미사를 집전하시는 분이 안예도 신부님이십니다~~
ㅎㅎ 사제 서품식 후 첫 미사집전하시던 모습
저도 예전에 제자 신부님께서
이곳에서 그 신부님의 강론하는 모습이며
감사와 감격과 은총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함께 가슴 찡~~함을 느꼈던 곳이지요....
태어나서 처음 가 보았던 성당이에요.
신자가 되기 전 친구가 여기서 결혼을 했는데
그 때 증인 섰던 기억이 새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