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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奸臣)이 뭐에요? 그럼 충신(忠臣)은 뭐에요??” 이 질문의 정답은 무엇일까???
흑백논리라면 간신은 한마디로 ‘죽일 놈’이고, 충신은 구사할 수 있는 각종 미사어구를 사정없이 마구 사용한 후에 ‘그래서… 본받아야할 아주 훌륭한 분이다.’로 답해 주어야 한다.
충신과 간신을 구분짓는 잣대는 설령 견해차이가 있을지라도 다수가 지지하는 힘의 논리에 의해서
이미 결정지어져 왔기 때문이다.
어느 시각으로 볼 때는 ‘충신’이라 불리운 사람들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오늘날 일반인의 생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놀라울 만큼 많다.
‘충신’이라 불리운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의명분이든, 아님 억울한 모함이든 간에 일단 죽임을 당한
분들이 대부분이고, 더 큰(?) 충신이 되려면 가능한 다른 충신보다 더 혹독하게 고신을 당하고 더
비참한 최후를 보여야 한다. 거기에 가족은 물론 삼족(부계, 모계, 처계)까지 싹쓸이 멸문지화 당하게
되면 금상첨화다. 거의 ‘충신’이란 타이틀은 이제 따 놓은 당상이다.
‘충신’이란 양반님네 특히 대의명분에 목숨을 가볍게 버린다는 것이 신앙 속의 순교자와 거의 같은
맥락이다. 한 마디로 자신이 내세운 명분 앞에서는 앞뒤 아무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가족, 친척, 지기 등과의 내일에 대한 아무런 배려도 없이 무서울 정도로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면 정말 짜증나는 인간들이 명분론 ‘충신’들이다.
나는 그렇게 처신할 자신이 절대적으로 없음에 더 더 더 그렇다.
‘간신’이라 불리운 사람들의 공통점은 간략히 말해서 인생의 말로야 어찌되었든 간에 중간에 한 번은
꼭 남들이 무지하게 부러워할 만한 세력이나 영달을 반드시 얻고 누린다는 것이다.
그들은 거의가 천재성을 지닌 영리함(아니 여기서는 교활함)과 기민한 판단에 의한 처세술(여기서는
약삭빠름)을 타고 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네들은 갖지 못한, 아니 타고나지 못한 그 능력을 바탕으로 권세와 부귀영화까지 누리며 살았던
그들에 대한 부러움, 시샘을 저변에 깔아놓고서 행위의 옳고 그름을 도덕적으로 따져 물으며 역사는
그들을 ‘간신’이라 부르는 것이다.
도덕적인 역사의 잣대를 손에 쥔 사람들은 누구인지 이제는 아시죠?
-> 조선이 개국되면서 간신과 충신으로 나뉜 두 인물. (정도전, 정몽주)
최용범, 함규진, 68, 69년생의 이 두 분 성균관대 동문 역사글쟁이들이 각각의 전공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역사에 관련된 재미있고, 흥미를 끄는 다수의 공저를 내놓았다.
‘역사인물 가상인터뷰’ ‘만약에… 한국사’ 등 제목만 들어도 흥미를 끌만한 저서들로 눈에 띄게되면
손이 절로 책으로 향하게 만들고 만다.
그 중 2007년 펴낸 ‘다시 쓰는 간신열전’을 자료를 보완하고 정리하여 이번에 ‘난세에 간신 춤춘다’로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의 역사학자들이 정의해 놓은 인물 중에 간신이라고 불리운 22명의 인물들을
역사적, 개인적 고찰로 다룬 작품이다.
작가는 간신을 유형별로 나누어…
첫째 최측근 즉 왕의 백그라운드형인 ‘왕의 남자’형,
둘째 왕권까지도 넘어서려는 권력추구형,
마지막으로 격변의 시기에 대의를 저버리고 일신의 영달만을 추구했던 버드나무형을 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 역시 모든 역사란?
승리자의 기록물이므로 패배하였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역적이나 간신으로 몰린 경우도 적지 않은바
상황을 보다 가능한 객관적 시각으로 살펴보아야만 할 것이다.
여기서 간신 야그를 벌리는 것은 그들을 정당화시키려는 것도, 더 비판하려는 것도 아니다.
역사란 것이 승리자의 주관적이고 편향적인 기록이라 그것만을 보고 배운 우리들의 고정관념은
어쩌면 잘못된 지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혹? 승자가 씌워준 낙인은 아닐까??
당시로서는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객관적인 이유나 아님 행동자체가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보아 올바른 지식으로 판단하자는 것이다.
우선은 조선 이전의 인물들은 배제하고 조선의 인물들이 우리 야그의 중심이다.
우리 야그의 전개는 ‘사오모의 역사탐방’ 진행에 따라 한 명, 한 명씩 소개하려 한다.
한 번씩은 거론된 적이 있는 한명회, 유자광과 성종시대가 마감되면 다음에 소개할 예정의 연산조의
인물 임사홍까지 세 인물만 일단 야그의 소재로 삼을 예정이다.
이후에 중종, 선조, 광해조에 이르러 남 곤, 윤원형, 원 균, 이이첨을 다루고 영· 정조에서는 홍국영과
김자점이 거론 될 것이다. 이후 마지막으로 구한말의 을사5적 이완용을 비롯한 매국노와 그 후손들의
야그들까지로 판을 마감하려고 생각 중이다.
시대적으로 첫 등장인물은 압구정의 주인공 청주한문의 한명회이다.
-> 압구정도, 겸재 정선 (간송미술관 소장품)
♠한명회(1415~ 1487, 73세): 본관 청주, 조선왕조실록에 그 이름이 2,300회 이상 등장하고,
우리 ‘사오모의 역사탐방’에도 제법 많이 등장하였던 인물이다.
칠삭동이로 태어나 과거로는 출사하지 못하였지만 뒤 늦게 음보로 출사 후, 절친 권람의 추천으로
수양대군을 만나 타고난 승부사의 기질과 책사로서의 능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운명은 물론 조선의
운명까지 뒤집어 놓은 대단한 인물이다.
일찍이 왕실과 인연을 맺어 두 따님을 모두 왕비로 만들어 두 번이나 국구(왕의 장인)를 지내고,
계유정란을 주도하면서 살생부를 만들어 김종서, 황보인 및 안평대군을 제거한 공으로
1453(단종 원년)에 정난공신 1등, 1455(세조 원년) 수양대군이 국왕으로 즉위하면서 역시
좌익공신 1등이 되어서는 사육신의 단종 복위운동을 사전에 적발하여 진압시켰다.
세조가 승하하고 예종이 즉위하면서 일어난 ‘남이의 옥사’에서 유자광, 신숙주와 함께
익대공신 1등이 되었다. 1471(성종 2년) 사위인 성종의 즉위를 지지한 공으로 역시 좌리공신 1등의
공신호를 받아 모두 4번의 1등관 공신호를 받았다.
한편 벼슬도 영의정직에 3번을 역임하였으며, 넷째 딸 공혜왕후(성종 원비)가 세상을 떠나면서
권세도 하락하기 시작하였고, 유자광을 필두로 끊임없는 사림의 공격을 받으며 1475(성종 5년),
병조판서와 영의정에서 해임되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국가의 원로로 막강한 정치력을 행사하였으나 압구정에서 명나라 사신을 사사로이
접대한 일로 탄핵을 받게 되어 모든 관직을 삭탈당하고 한가로이 말년을 보내며 생을 마쳤다.
죽은 후, 연산조 갑자사화 때 폐비윤씨 사사사건에 연루되어 부관참시를 당하기도 하였지만,
반정 후 복권되어 다시 종묘의 세조 묘정에 배향되어 공신당에 위패가 모셔져 있다.
-> 셋째 따님 예종비 장순왕후 공릉( 세자빈의 예로 장례를 치루어 조촐하다.)
-> 넷째 따님 성종비 공혜왕후 순릉( 왕비릉으로 언니의 공릉에 비해 화려하다.)
당시 조선사회의 이념은 성리학으로 계유정란 때 등장하여 단종을 비롯하여 많은 반대세력을 모두
제거하였다. 그 공으로 쉽게 왕실 및 정난에 가담했던 인물들과 친인척관계를 맺으면서 매우 영리하게 정치적인 기반을 탄탄히 다져 나간 것이다.
그러나 세인들의 눈에 비친 모습은 너무 많은 피를 손에 묻히고도 정작 본인은 권력을 독점하여
부패 정권을 만들고, 세조가 승하하면서부터 원상의 위치에서 병권과 인사권까지 장악하며 권력을
독점하며 호화생활로 살았던 모습이 곱게 보이지 않아 나름 공이 쌓아온 공적은 가리워지고
철혈의 승부사가 아닌 권력의 중독자로만 치부되어 간신으로 낙인된 것으로 보인다.
-> 한명회의 수결( 옛날 Sign 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한명회의 살아온 궤적을 알아보기로 하자.
계유정란에서 수양을 설득하여 먼저 안평대군의 세력에 선수를 친 것이다. 집권하면서 끊임없이
도전해 오는 반대세력도 완벽하게 막아낸 장본인이다.
우선 김종서의 심복이 함경도에서 일으킨 이징옥의 난을 무사히 진압하였고, 정보망을 활용하여
사육신의 난을 미리 색출하여 반대세력을 모두 제거하였다.
세조 측에서 볼 때는 완벽한 뒷마무리가 아닌가?
-> 김종서 묘( 공주 장기)
-> 안평대군 무계정사터( 서울 부암동)
정세가 안정되자 왜구와 여진족의 침략을 대비하여 변방의 성곽을 수축하여 방비를 튼튼히 하였고,
남부 3도에 기근이 들자 3도순찰사가 되어 구호물자를 싣고 충청, 경상, 전라도를 순시하며 백성들을
구휼하기도 하였다.
한명회는 활쏘기에 능할 뿐 아니라 병법과 병권에도 뛰어나 북방의 파견을 망설임 없이 받아들이며
여진족과 야인을 토벌하였고, 북방을 견고히 하기 위해 성곽을 수축할 때도 매사에 직접 모든 것을
관리, 감독하여 왕의 신임이 더욱 두텁게 하였다.
말년에 이시애의 난, 남이의 옥사, 유자광 등 신진세력의 탄핵 등 위협요소들이 계속되었어도
1475(성종 5년) 병조판서와 영의정에서 해임되기 전까지 모든 것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갔다.
그리고 원로가 되어서도 나랏일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1480(성종 10년), 명나라의 여진정벌 파병요청에 모두 불가하다 하였으나 강하게 뜻을 펼쳐
결국 좌의정 윤필상을 파병시켜 이기고 돌아오면서 당시로서는 중국에 대한 대의명분을 제대로
세웠던 것이다.
이후에도 1481(성종 11년)에는 정현왕후의 왕비 책봉 고명문제, 1484(성종 14년)에는 70세의 노구를
이끌고 세자 책봉 주청사로 명나라를 다녀오기도 하였다.
노구의 원로는 1485(성종 15년)에 효과적인 통치를 위하여 주민 자치조직인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
다섯 집을 1통으로 묶어서 관리)을 창시하여 다섯 집을 1통, 5통을 1리(里)로 하여 里를 모아 면(面)을
만들어 각 면에 권농관을 두었다. 이렇게 면리제가 실시됨으로써 호구조사가 완성되니 세금징수, 부역동원, 범죄자 색출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 한명회 사당 및 신도비 전경
-> 한명회 묘소 후경
그는 모사가, 책략가, 승부사로만 치부되어 성종 때부터 형성된 사림의 도학적인 분위기에 맞지
않는 삶을 살아왔고, 와중에 너무 많은 피바람을 일으킨 것들이 부각되어 비판과 질타의 대상이 된
것이다.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그는 철저히 준비된 기획력과 임기응변에 능한 빠른 두뇌 회전의
소유자였다. 거기에 천운까지도 그를 도와주니 모든 것이 너무나 얄밉도록 완벽하게 처리되어
미움을 사게 된 한 천재의 한 유형으로 보인다.
그의 처세술은 부러울 만큼 뛰어나고 탁월하다, 그러나 자기 영달을 위해 너무 많은 원수를 만들었다. 그래서 사관들이 ‘간신’이라 칭하는 것이다.
한 살 터울의 세조의 삼공신 한명회(73세), 권 람(50세), 신숙주(59세) 중에 혼자만이 천수를 누렸으니, 너무 오래 살아서 역시 혼자 바가지를 쓴 것은 아닐까… ?? - 了 -
첫댓글 대단한 한명희...가히 청주한씨 집안에선 그의 칭송이 끊이지 않을수 밖에....
역시 재미있고, 유익하고, 명쾌합니다.
..
이글 못 보시는 분들 억울하겠습니다.
버스 내려야해유..
이따 집에 가서 다시 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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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한명회의 싸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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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님이랑 너무 닮은 거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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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미진진 재미있게 글을 풀어내가신단 말씀이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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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글 처음 읽으면서 무슨 생각 들었게요
어쩜 글 써내려가는 말투며
고수님이 글 쓰던 시절 하나님은 글을 안 올리셨으니 ..고수님을 닮았다할밖에..
그래서요
다음 간신이라 불리운 거시기님들 뒷담화도 기대만땅이옵니다
지는 암 상관 없는데 듣기에 따라서
하나또하나님이 마음 상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데
좋은 의미같으니,지가 아는 하나님은 아마도 괘안을것 같심.. ^^
누군가 삐쳐서 싸워야 잼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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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시면 아니 됩니다.
워쩧게 불을 붙이나
(고민 또 고민)
역시 한명회라는 인물은 그가 섬긴 왕들보다 더 후세에 이름을 알린 인물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간신은 남의 편,
충신은 우리 편.
내 말에 호응하면 우리 편, 반대하면 남의 편.
옳고 그름은 따질 필요도 없습니다.
승부사~~한명회~
암튼 인물은 인물이쥬?^
한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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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의 일방적인 기록물이라고 하셨죠
혼나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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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땜에...
잘 읽었습니다...
간신과 충신을 역사적인(이크
관점과 객관적인 관점을 두루 헤아려 설명해주셔서
고맙습니당...
근데, 그 몹쓸 고정관념(이게 모두 다 TV사극 때문인 걸 어떡합니까
암튼, 다시 한번 잘 읽었습니다.
인사 꾸벅^^
잘 읽었습니다. 읽고나면 그때뿐이고 내용은 잊어버리니 머리가 점점 ...ㅠㅠ
울 아저씨 이코너 맡고나선 머리에 쥐나시는건 아닌지....
아무튼 잼나고 흥미롭고 그렀습니다.
다음을 기대합니당.
공부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 많습니다~~ 넘 재미있고 유익하답니다 모르고 있었던게 많았네요~~ 감사합니다^^
질문이요.. 한명회가 음보로 출사.. 음보가 무슨뜻인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음보로 출사 무슨 말인지.
음보 : 과거를 거치지 않고 조상의 공훈이나 음덕에 의하여 특별한 대우를 받아 관직을 얻거나 벼슬에 보임됨.
출사 : 벼슬을 하여 관청에 출근함.
한 마디로 '빽'을 말합니다.
참고로 황희정승님의 아드님은 음보로 정승까지 지내셨습니다. 완전 공채를 능가하는 특채입니다.
음보라도 자질과 능력이 없음 출사에 제한이 많습니다.
황희가 능력 없었음 정승까지 했겠습니까?
왕자들만 몇십명 왕정시대에서 능력없음 출사해도 견제구에 걸려 중도하차가 다반사이지유......
제도의 좋고 나쁨은 운영자의 소위 "운영의 묘"에 따라 그 성패가 달려 있겠지요.
예나 지금이나 빽은 ㅎㅎ
에구 싸인에다가 입구자를 넘 크게 맹글어붙여서 욕심이 고리 많으셨을깡? ㅋㅋ
씸통이 나뿐건 사실인듯요 젤 오래 산것을보니 아무리 그래두 작전이나뭐시나 짜려면 자기도 심들었을낀데
아무래두 타고나길 씸뽀가 아주 강심장으로 타고난듯요 ㅎㅎ
하나님 수고허셨 심미더 ㅎㅎ
영화 관상의 스토이리네요 ㅎㅎ
그래요? 전 관상이라는 영화 보지도 못했습니다.
영화 별루 안좋아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