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상하게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공연이 자꾸 공연장이 아닌,
공연에 백퍼센트 몰입하기 힘든 작은 카페,바..이런데서 있다보니
뭔가 내 락스타들의 위상이 점점 줄어들고있는것인가 이런 생각과 함께
폼생폼사를 추구하는 속물 팬인 저에게는 영 못마땅하던 터에..
브릴리언트 블루의 단독공연은 무슨 거실에서 한다니
이거이거 영 성에 안차더라구요.
게다가 트로트에 가요 리메이크.. 뭘 먹으면서 하는 공연에.. 멤버와의 대화라니..
내가 안좋아하는 3종 세트 다 모아놓은 공연이로구나.. 이번엔 쿨하게 거르자 했었지요.
그러나 공연일이 가까워질수록
좋고 안좋고를 떠나 완전 초레어 공연이 될지도 모른다..
내가 언제부터 혁님 공연을 골라서 다녔느냐..
새우젓 팬 주제에 쿨함이 가능할리가..질척질척..
공연 전날 예매를 하고 달려가 선착순 5번으로 입장했습니다..;;;
그저 거실 컨셉의 카페려니..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엘라의 거실은
마치 작은 합주실같은 느낌이었고
장비나 조명의 한계는 있겠지만 어쿠스틱 사운드에는 오히려 더 어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비로드에 있었던 비틀즈의 연습실 같은 공간을 꿈꾸며 만들어진 곳이라는 설명이 와닿는 공간이었어요.
1.Fake Picture
2.Distroyed Stone
3.Trap
4.제발
5.Superstar
6.홍연
7.Roads
8.Creep
9.구슬
10.사랑밖에 난 몰라
앵콜 보라빛 향기
"기존 곡들을 미니멀한 사운드로 편곡해 악기 소리를 더 잘 감상할 수 있을것이다"는 알쏭달쏭했던 공연 설명은
첫 곡을 듣자마자 바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건반도 보컬도 일체의 이펙터적인 요소들이 빠진 채 정직한 드럼비트를 타고 흘렀습니다.
기존의 브릴리언트 블루와는 완전 다른 느낌의..
뭐랄까.. 알록달록 화려한 장신구와 진한 화장을 거둬낸 건강한 미소같은 느낌..
음악 뿐 아니라 중간중간 이어지는 혁님의 멘트들도 그 어느때보다 진심이 느껴지던..
20년이 넘는 시간을 한 밴드의 프론트맨으로 당당히 지켜낸 내공은
장식 하나 없는 민낯으로도 이렇게 빛나는구나..
신비롭고 싸이키델릭한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어쩌면 촌스러울수도 있는 솔직한 아름다움에 치어 울컥하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편하게 앉아 자유롭게 맥주도 마시면서 즐기는 공연이라고 했지만
숨쉬는 소리도 크게 내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초용히 집중하며 감상하는 관객도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촬영 욕심에 뒤에서 공연을 보다보면 공연 분위기의 절반 이상은 관객이 좌우한다고 느끼곤하는데
요즘 비비와 내귀의 공연 관객 분위기 너무 좋더라구요.
서로서로 배려하는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또 때로는 이렇게 완전 몰입으로
공연을 좋은 기운으로 꽉 채우는 관객들
역시 관객과 뮤지션은 닮는다는 진리가 다시 한번!!!
아직 2018년이 한달도 넘게 남긴했지만
유독 고난과 역경이 많았던 올해 덕질에 대한 큰 위로가 되는 공연이었습니다.
걸렀으면 어쩔뻔!!!
제 기준으로 이번 공연의 끝곡이라고 생각했던 Creep 영상입니다.
Mysterious rei..
첫댓글 레이님의 은혜로운 멋진 사진과 creep 동영상 감사합니다~ 저는 코 앞이라 사진 한장도 못 찍었는데 레이님 후기 보니 어제 일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표정들이 너무 좋네요 ㅎㅎ 포근포근
가고싶어도 못가는...ㅠㅅ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