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강 제35강 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4. 2. 24. 월
<스피치>
딸
민문자
오늘은 딸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딸로 태어난 것이 반만년 역사 이래 오늘날과 같이 자랑스러웠던 시대가 있었습니까?
오늘은 김연아가 러시아 소치에서 2014. 동계올림픽 은메달에 이어 피나래 행사 피겨스케이팅 갈라쇼로 또다시 깊은 감동을 준 날입니다.
얼마나 자랑스럽습니까? 옛날같이 올림픽대회에 남자만 출전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세계인들이 느끼는 대한민국의 위상은 어떨까요?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무대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능력이 더 잘 발현되고 있습니다.
수를 셀 수없이 많은 우리나라 여자 골프선수들과 이번 김연아 이상화 심석희 를 보십시오.
우리나라는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딸들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어머니가 딸을 낳으면 미역국도 마음 놓고 먹지 못하고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그 어머니가 자신도 누군가의 딸이면서도 딸보다는 아들을 귀하게 여기며 먹을 것 입을 것을 차별하였습니다. 아들만 상급학교에 진학시키고 딸은 재주가 있어도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이런 우리 딸들은 얼마나 서러웠습니까?
할아버지 아버지와 잘 차려진 겸상으로 흰쌀 밥상을 받던 남동생이 부러워 흘끔거리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어머니와 땅바닥이나 다름없는 모판에 차려진 밥상에서 깎뚝 썰어진 고구마 현미밥 숟가락에 목이 메던 기억의 잔재가 왜 사라지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많이 변해서 이제 아들이나 딸이나 똑같이 대우받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제 아들만 있는 집보다 딸만 있는 집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시대의 딸은 이 세상 절반 이상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있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딸인 나도 귀한 존재입니다. 그러면 나는 어머니의 딸로서, 딸의 어머니로서 떳떳하게 살아왔습니까?
내가 태어나 부모에게 기쁨을 얼마나 드렸을까요?
때때로 부모님을 위해서 마음을 어떻게 썼나요?
살아계실 때 따뜻한 말 한마디, 얼굴 한 번 더 보여드리고 이야기 한 번 더 들어드리고 맛있는 음식 한 번 더 드시도록 해봅시다.
딸의 어머니로서 나는 할 일을 다 했나요? 딸이 어려울 때 의논상대가 되어 주며 따뜻한 가슴으로 포옹해주고 있나요?
너무 가깝다고 말을 하다 보면 의견 충돌로 마음이 상할 때가 있습니다. 가까울수록 언행에 더 주의해서 서로 좋은 기억만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나는 오늘부터 어머니의 자랑스러운 딸이고 나의 딸에게는 존경스러운 어머니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오늘은 딸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산 / 김광림
한여름에 들린
가야산(伽倻山)
독경(讀經) 소리
오늘은
철 늦은 서설(瑞雪)이 내려
비로소 벙그는
매화 봉오리
눈 맞는
해인사(海印寺)
열 두 암자(庵子)를
오늘은
두루 한겨울
면벽(面壁)한 노승(老僧) 눈매에
미소가 돌아
<시집 ‘학의 추락’, 1971>
쥐 / 김광림
김광림 시/변훈 곡/바리톤 오경일/pf 정혜경 /첼로 성소희
하나님 어쩌자고 이런 것도 만드셨나요 흑흑흑흑흑흑흑 으음
야음을 타고 살살 파괴하고 잽싸게 약탈하고
병폐를 마구 살포하고 다니다가 이제는 기막힌 번식으로
백주에까지 설치고 다니는 웬 쥐가 이리 많습니까
으아으아으아으아으아으아으아으아 웬 쥐가 이리 많습니까
쉿쉿쉿쉬쉿 히야 사방에서 갉아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연신 헐뜯고 야단치는 소란이 만발해 있습니다
남을 괴롭히는 것이 즐거운 세상을
살고 싶도록 죽고 싶어 죽고 싶도록 살고 싶어
살고 싶도록 죽고 싶어 죽고 싶도록 살고 싶어
이러다가 나도 모르는 어느 사이에
교활한 이빨과 얄미운 눈깔을 한 쥐가 되어 가겠지요
하나님 정말입니다 하나님 정말입니다 정말입니다
연가 / 김광림
그만 묻어두고 싶다
그 말씀을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듯이
바램이 많아서
바램이 무엇인지 모르듯이
조용히 일러 주리라
조금만 다가오라고
김광림 약력 본명(김충남)-1929년 9.21~
함경남도 원산 출생 전 교수 86세 아들 김상호 1948년 시 '문풍지'
필명 광림은 김광균의 '光'과 김기림 '林'을 따서 지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원산과 개성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으며, 1948년 월남하여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였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군에 징집되어 복무하였다.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학사(1961)
한국시인협회 평의원, 장안대학 일어과 교수, 제28대 한국시인협회 회장
KBS라디오 문예계장, 문화공보부 사무관, 인민일보 기자
1973 제5회 한국시인협회상, 1985 대한민국 문학상, 1999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
2009 제10회 청마문학상,
시집 • 《상심하는 접목》(백자사, 1959)
《심상의 밝은 그림자》(중앙문화사, 1962)
《오전의 투망》(모음사, 1965)
《학의 추락》(문원사, 1971)
《갈등》(문원각, 1973)
《한겨울 산책》(천문출판사, 1976)
《언어로 만든 새》(문학예술사, 1979)
《바로 설 때 팽이는 운다》(서문당, 1982)
《천상의 꽃》(영언문화사, 1985)
《말의 사막에서》(문학아카데미, 1989)
《곧이곧대로》(문학세계사, 1993)
《대낮의 등불》(고려원, 1996)
《앓는 사내》(한누리미디어, 1998)
《놓친 굴렁쇠》(풀잎문학, 2001)
합동 시집
전봉건·김종삼·김광림,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자유세계사, 1957)
문덕수·김종삼·김광림, 《본적지》(성문각, 1968)
시선집
《소용돌이》(고려원, 1985), 《멍청한 사내》(문학사상사, 1988)
《들창코에 꽃향기가》(미래사,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