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이 질문은 여행 전까지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열차안에서 샤워 시설이 있을 것인지 여부를 몰랐다. 열차 1등석(러시아어로 륙스라 불린다) 객차에는 가끔 샤워시설이 있다. 그 경우 열차 차장과 협상해 약간의 돈을 주고 그 샤워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본부 객차에 설치된 샤워시설 역시 협상을 통해 이용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불행하게도 내가 탄 기차에는 샤워시설이 어디에도 없었다. 열차 차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깨끗하게 닦은 '페몰륙솜' 양동이와 작은 바가지를 건네주었다. 사모바르(러시아식 뜨거운 물 주전자)에서 뜨거운 물을 양동이에 받아 화장실로 갔다. 열차 차장은 화장실에서 바닥을 쓱쓱 닦더니, 물이 쏟아지지 않으려면 양동이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 알려줬다. 작은 바가지로 수도꼭지에서 시원한 물을 받아 양동이의 뜨거운 물을 섞어 씻었다. 화장실 바닥물은 구멍을 통해 밑으로 빠져나갔다. '고맙다'는 표시로 약간의 성의를 열차 차장에게 표시했으나, 그녀는 완강히 거부했다.
러시아 긴 시베리아횡단열차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차 차장과 잘 사귀는 것이다. 탑승과 동시에 그들과 접촉하고, 어떤 문제든 상의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는 게 나의 핵심 조언이다. 열차 차장은 열차안에서 가장 좋은 친구이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다.
두 번째 조언은 가능한 한 개운하게 열차여행을 하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그럴려면 젖은 물수건(냅킨)이 반드시 필요하다. 평상시 사용하는 온갖 세면도구로 매일 아침, 저녁에 몸을 닦도록 한다. 게으르면 안된다. 양치질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혹은 '치솔질 한번 안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는 이유로 건너뛰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