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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도경 제6권
29. 법래개사품(法來闓士品)
이때 보자개사는 정에서 깨어나서 안온하였으며, 채녀들과 함께 법래개사가 있는 궁의 문 앞에 와서는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말하였다.
‘나는 경법을 듣기 위해 왔다. 스승은 지금 안에 계시니, 앉지도 눕지도 말고 스승님이 나오셔서 높은 자리에 올라 명도무극을 설하시도록 청하고 난 뒤에 앉자.’
여자들도 서 있었다.
이때 법래개사는 궁 안에서 채녀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경을 설하기를 마치자 목욕을 하고 다시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명도대(明度臺) 위에 올라앉아서는 여러 가지 정(定)으로 사유하고 있었다.
이렇게 7년 동안 움직이지도 않고 동요하지도 않았으며,
보자개사와 여인들도 역시 경행(經行)하며 7년 동안 앉지도 않고 눕지도 않았다.
그 후 어느 날 천인(天人)이 공중에서 말하길,
‘7일 뒤에 법래개사께서 정에서 깨어날 것이다’라고 하였다.
보자개사는 천인의 말소리를 듣고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스승을 위해 자리를 깔고 청소를 하여 깨끗하게 해야겠다.’
이에 모두들 경을 설하는 자리로 와서 특별히 스승을 위해 높은 자리를 마련하였으며,여인들은 각각 입은 옷으로 그 자리를 덮었다.
그러자 폐사가 말하였다.
‘이 개사가 지금 높은 자리를 마련하고 공경하여 부처가 되려고 쉬거나 게으르지 않고 맹렬히 정진하여 도를 얻으려고 하는구나. 나의 경계를 벗어나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하게 할 것이니 내가 악한(惡漢)이 되어야겠다.’
폐사는 개사의 자리를 망가뜨리고, 맑은 날씨를 바꾸어 비가 오게 하고, 모래와 자갈과 돌과 가시와 마른 뼈로 자리를 더럽혔다.
이때 보자개사와 여인들은 땅에서 갑자기 모래ㆍ자갈ㆍ가시ㆍ마른 뼈가 솟아나 자리를 더럽히는 것을 보고는 말하였다.
‘지금 스승님께서 경을 설하시면 모든 제자들이 다 들으러 오실 테니 다시 청소하고 정돈해야겠다.’
자리의 정돈이 끝나자 땅에서 갑자기 진흙이 솟아나와 스승과 개사들의 자리를 더럽혔다. 이에 이들은 물을 뿌리려고 물을 찾았다. 그런데 폐사가 물을 말라 버리게 하자 이렇게 생각하며 말하였다.
‘물을 찾으려고 해도 구할 수가 없으니 어떡하나? 그렇다면 몸에서 피를 내어 깨끗이 닦아야겠다.’
이때 보자개사와 여인들이 각기 칼을 들고 곳곳을 찌르니 피가 나와 땅에 뿌려졌는데, 이는 법을 듣고자 하는 자비심 때문이었다.
그러자 제석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금세(今世)에 어떤 사람이 있는데, 정진하고 스승님을 공경하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효순을 다하는구나.’
그리고는 찬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고도 훌륭하구나, 현자여. 진실로 어려운 일을 하고 있구나. 지금 명도에 대해 들으면 오래지 않아 부처를 얻을 것이니라.
현자여, 지금 달리 나에게 부탁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말하라. 현자와 같은 부류가 있다면 나는 마땅히 수호할 것이며, 얻고자 하는 것을 모두 얻게 해 주겠다.’
보자개사가 대답하였다.
‘제가 얻으려고 하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그러자 제석은 땅을 모두 수정과 유리로 바꾸고는 그 위에 있는 금모래로 보자개사와 여인들의 몸에 난 상처를 원래대로 돌아오게 해 주었다.
자리의 사방에는 유리로 된 연못을 생기게 했는데, 그 주위는 모두 진귀한 보배로 만든 난간이 둘러쌌고, 네 가지 보배로 된 연못 계단 양 옆에는7보로 만든 나무 수백 종류가 길게 늘어서 있어서 아름다웠다.
개사와 여인들은 다른 개사들을 위해 물을 넣어 두었는데, 하늘에서 온갖 꽃들을 비 오듯 내려왔는데, 그 광색(光色)이 온 나라를 비추었으며, 달콤한 향기가 사방을 덮었다.
그 향기를 맡으면 마음이 부드러워져서 4천이나 되는 돌을 부드럽게 할 정도였다.
제석이 보자개사에게 말하였다.
‘이 꽃으로 명도에 공양하고 법래개사와 모든 개사들 위에 뿌리겠습니다.’
그리고는 하늘의 옷 5백 벌로 법래개사의 자리 위를 덮자, 보자개사는 곧 그것을 받고는 주문(呪文)으로 발원하였다.
이때 법래개사는 7년 후에 정에서 깨어나 높은 자리가 있는 곳으로 와서 2백억이나 되는 개사들과 함께 앉았는데, 앞에 앉은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그러자 보자개사와 여인들이 다 함께 꽃을 뿌렸으며, 또 전단을 찧은 향과 이름난 잡향과 여러 가지 진귀한 보배를 들고 법래개사와 모든 개사들 위에 뿌리고는,
머리와 얼굴을 개사의 발에 대어 예를 올리고는 일어나 주위를 세 번 돌고 그 자리에 앉아서 미세한 마음으로 법래의 큰 모임에 모인 사람이 40리에 가득 찬 것을 보았다.
법래개사는 사방으로 대회에 모인 사람들을 보고는 경법으로 명도를 설하며 말하였다.
‘선사(善士)여, 들으라. 모든 경의 법의 근본 핵심은 평등한 여래의 지혜로서 장애함이 없으니, 이는 마치 허깨비[幻]와 같아 모양이 없으며, 바람과 같아서 그 근본을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니, 명도도 또한 마찬가지이니라.
나의 것[我所]이란 모두 근본을 끊어 본래 청정한 것이며, 명도도 또한 본래 청정한 것이니,
예를 들면 아지랑이나 상상 속의 사람은 본래 없는 것과 같고,
꿈속에서 바라는 것은 본래 없는 것과 같으며,
이름만 존재하는 사람은 본래 없는 것과 같고,
응의(應儀)의 멸도는 공하여 생겨나지 않는 것과 같으니,
명도도 또한 마찬가지이니라.
여래의 멸도는 평등하여 다름이 없으며, 명도도 본래 평등하니,
예를 들면 불[火]이 때가 되면 꺼지는 것과 같이 본래 오는 곳이 없으며 가야 할 곳도 없는 것과 같고,
꿈에서 본 수미산은본래 없는 것과 같으며,
부처님이 화현하실 때 날아가는 것[飛]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으니,
명도도 또한 마찬가지이니라.
욕망[欲] 안에서 그 욕망의 모양[相]을 헤아림은 존재하지 않으니,
마치 사람의 이름과 소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마치 지금 온 것은 앞의 것에 대해서 볼 수 없으니,
지은 인(因)을 생각하여 명도를 보고, 지은 것을 생각하되 본래 존재하는 것은 없는 것과 같으니라.
마치 마술사가 만들어 낸 형상은 본래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고,
허공에는 머무를 곳이 없는 것과 같으며,
마술사는 보여 주지 못하는 것이 없어도 과거ㆍ미래ㆍ현재는 하나로 합할 수 없는 것과 같으니,
명도에도 또한 3세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느니라.
이름에는 본래 모양이 없으나 글자를 모아서 늘어놓아 모양이 있는 것이며,
명도는 이르지 못할 곳이 없으며, 들어가지 못할 곳이 없느니라.
왜냐하면 공(空)에는 본래 색(色)이 없으며,
명도는 허공과 같아 이르지 못할 곳이 없으며,
들어가지 못할 곳이 없으니,
지ㆍ수ㆍ화ㆍ풍ㆍ공에 들어가고, 5음에 들어가며,
사람의 수명(壽命)ㆍ덕(德)이 있음ㆍ덕이 없음에 들어가고,
욕(欲)ㆍ불욕(不欲)과, 유(有)ㆍ무유(無有)와, 상(想)ㆍ무상(無想)과, 원(願)ㆍ무원(無願)에 들어가며, 태어남으로 들어가고, 해ㆍ달ㆍ별[星宿]ㆍ질량신(質諒神)ㆍ용(龍)ㆍ귀왕(鬼王)ㆍ집악신(執樂神)ㆍ사인형신(似人形神)ㆍ협억행신(脇臆行神)ㆍ사구신(蛇軀神)으로 들어가며,
또한 금수ㆍ아귀ㆍ지옥ㆍ날아다니는 곤충ㆍ꿈틀거리며 돌아다니는 곤충ㆍ기어 다니는 곤충의 들고 나는 숨[喘息]에 들어가며,
빈천한 사람ㆍ부귀한 사람ㆍ현자ㆍ성인ㆍ지자(智者)ㆍ선인(仙人)ㆍ구항ㆍ빈래ㆍ불환ㆍ응의ㆍ연일각에 들어가며, 부처님의 경지로 들어가느니라.
멸도(滅度)ㆍ4의지(意止)ㆍ4의단(意斷)ㆍ4신족(神足)ㆍ5근(根)ㆍ5력(力)ㆍ7각의(覺意)ㆍ8도행(道行)ㆍ유지(有智)ㆍ무지(無智)ㆍ10력[十種力]ㆍ4무소외(無所畏)ㆍ사(事)ㆍ18불공법(不共法)을 얻지 않음ㆍ부처님의 경전ㆍ세간의 경전ㆍ무주(巫呪)에 들어가며,
숙명(宿命)ㆍ소행(所行)ㆍ전전(展轉)ㆍ생사(生死)ㆍ중유(中有)ㆍ고(苦)ㆍ무고(無苦)ㆍ자재(自在)ㆍ부자재(不自在)ㆍ해탈하는 것[度脫]의 좋음[好]ㆍ해탈하는 것의 좋지 않음[不好]ㆍ선(善)ㆍ불선(不善)ㆍ지(智)ㆍ부지(不智)ㆍ명(明)ㆍ불명(不明)ㆍ과거 미래 현재를 볼 수 있음ㆍ과거 미래 현재를 볼 수 없음ㆍ교법(敎法)이 존재함ㆍ교법이 존재하지 않음ㆍ모든 것에 모양이 있음ㆍ모든 것에 모양이 없음ㆍ들어가지 못할 것이 없는 것에 들어가느니라.’”
부처님께서 선업에게 말씀하셨다.
“법래개사는 보자(普慈)를 위해 명도에 들어갈 바에 대해 설해 주었는데, 이와 같이 모든 것을 설하기를 밤낮없이 7일 동안 하였느니라.
이때 경을 듣는 사람들은 마치 밥 먹는 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것처럼 금방 지나갔다고 생각하였느니라. 왜냐하면 법래개사의 위신력과 은덕 때문이니라.
보자개사는 이를 듣고는 크게 기뻐하였고, 여인들은 하늘의 옷과 8백이나 되는 석잡보(石雜寶)를 들고 법래개사에게 공양을 하였느니라.
제석은 또 하늘에 있는 이름난 꽃을 들고 법래개사와 모든 개사들 위에 뿌려 그 공덕이 더 많아졌느니라.
이때 한 부처님의 세계 안에 있는 나무와 꽃과 과실과 여러 가지 보배로 만든 나무들이 모두 몸을 활같이 구부려 법래개사를 향해 예를 올렸으며,
꿀같이 달콤한 향기가 나는 꽃의 향기가 부처님의 찰토 안에 퍼져 모든 사람들이 그 꽃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느니라.
그들은 법래개사가 높은 자리에 올라 경을 설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았으며,
또 보자개사와 여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들도 멀리서 예를 올렸으니, 그 국토 안이 전부 진동하였느니라.
이때는 몇 억만이나 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무수한 경의 법을 얻었으며, 셀 수 없이 많은 개사들이 모두 물러나지 않는 지위를 얻었느니라.
그러자 여인들이 보자개사 앞에 가서 아뢰었다.
‘저희들은 몸과 목숨을 바쳐 귀의하여 스승님을 위해 시봉하고, 5백 수레에 실은 진귀한 보배를 올리기를 원하옵니다.
스승님께서는 저희들을 위해 크고 많은 괴로움을 참으셔서 부처님이 되셨습니다.
지금 그 크신 은덕을 입어 존귀한 경을 듣게 되었으며, 터럭만큼의 의심도 없습니다.
지금 저희들이 스승님을 위해 몇 억만 겁 동안 시봉한다 하더라도 찰나의 은덕조차 갚지 못할 것입니다.’
보자개사는 그것을 받고는 법래개사 앞으로 가서 아뢰었다.
‘지금 여인들이 몸과진귀한 보배를 대사(大師)께 올렸습니다. 바라옵건대 대사께서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기어 그것을 받아 주셔서 저희들로 하여금 공덕을 얻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법래개사는 보자개사가 공덕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해서 그것을 받았다.
이에 보자개사가 말하였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여인들이 시봉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수레에 실린 진귀한 보배들을 드릴 수 있게 되었도다.’
이것을 본 도리천 위에 있는 모든 천인들이 모두 감탄하면서 말하였다.
‘훌륭하고도 훌륭하시도다. 보자개사께서 수많은 보배를 모두 스승님께 베푸셨으니, 그 마음은 행하기 어려운 것이라.’
이때 몇 억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두 법래개사가 있는 곳에 와서 경을 듣게 되었고,
보자개사는 기뻐하여 곧바로 앉은 자리에서 6만이나 되는 정(定)의 문(門)을 얻었느니라.
정의 문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
즐겁기를 발원하는 정, 위의(威儀)가 있는 정,
덕을 찬탄하는 정, 달이 원만하게 차오르는 정,
태양의 광명이 타오르는 정, 여래께서 행하시는 정,
부처님을 생각하는 정, 개사가 태어나는 정,
지혜를 좋아하는 정, 해탈에 견고하게 머무는 정,
모든 경계(境界) 가운데 머무르지 않는 정,
국토를 여러 가지로 장엄하여 들어가는 정,
여래의 상(相)으로 무상(無想)에 들어가는 정,
시방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모양과 인(印)으로 봉함이 없는 정,
여래께서 벗어나고 태어나는 정, 두려움 없고 즐거워하는 정,
진귀한 보배를 버리거나 남에게 주는 정, 여래의 세력으로 장엄하는 정,
모든 경의 법을 밝히고 좋아하는 정,
모든 법에는 오는 곳이 없다는 것을 일어나는 일마다 알게 되는 정,
범천(梵天)과 같이 청정한 정, 3세(世)에 있어 모두 평등하게 들어가는 정,
부처님을 장엄함을 갈무리하는 정, 부처님의 음성을 모두 성취하는 정 등,
이와 같은 6만이나 되는 정(定)의 문을 얻었느니라.‘
개사가 정에서 깨어나니, 모두들 제법(諸法) 가운데에서 지혜의 힘을 얻게 되었다.
보자개사가 아뢰었다.
‘스승님께서 저를 위해 부처님의 음성은 어떠한지 알 수 있도록 설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래개사가 말하였다.
‘현자여, 잘 들으시오. 마치 공후(箜篌)라는 악기는 한 가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기둥도 있고 줄도 있어서, 누구든 손으로 흔들거나 두드리면 그 음이 자유자재로 나와 어떤 곡이든 타고 싶은 대로 나오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의 음성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와 같다는 것을 알면 됩니다.
개사가마음을 일으키고 누세에 걸쳐 지어온 공덕이 있다면 부처님의 일에 대해 가르침을 받고 물어서 이러한 일이 합해지면 부처님의 몸[佛身]을 얻게 되는데, 음성도 역시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법은 모두 인연(因緣)에서 시작되는 것이지 개사의 행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행을 떠나 얻어지는 것도 아니며,
부처님의 몸에 의해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부처님의 몸을 떠나 얻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현자여, 부처님의 몸과 음성을 알려고 한다면 몸과 음성이 합해져서 부처님의 음성을 얻게 됩니다.
또한 현자여, 이는 마치 생황을 부는 사람이 있는데, 그의 연주가 노래와 잘 맞는 것과 같습니다.
생황은 대나무를 기본으로 하여 만든 것으로, 어떤 사람이 불면 연주와 노래가 잘 합해져서 애달픈 소리를 내게 됩니다.
여래의 몸도 한두 가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누대에 걸쳐 지어온 얼마간의 공덕으로 인해 그 사람을 도의 본원(本願)으로 들어가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의 몸의 모습[相]과 종호(種好)가 그와 같다는 것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면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어떤 사람이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었는데, 단정하고 아름다우며 부처님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서, 보는 사람마다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이에 꽃ㆍ향ㆍ비단으로 공양하였습니다.
현자는 그 형상에 부처님의 위신력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보자개사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그 형상을 만든 이유는 단지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삼가게 하고 예경하도록 하며, 스스로 경책하여 수행하며 그 복을 얻도록 하려는 것일 뿐입니다.
이것 또한 한두 가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금(金)이 있어야 하고, 지혜를 가진 사람이 있어야 하며,
부처님과 같은 시대에 살아 부처님을 뵌 사람이 있어야 하고,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부처님을 생각하기 때문에 형상을 만들어 시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공양하게 하여 그 복을 얻도록 하는 것입니다.’
법래개사가 대답하였다.
‘현자의 말과 같이 부처님의 몸을 이루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개사의 행이 있어야 하고, 부처님을 찾는 같은 시대에 사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또한 항상 부처님을 뵙는 것으로 공덕을 지어야 하니,
이와 같기 때문에 부처님의 몸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지혜ㆍ변화(變化)ㆍ비행(飛行)과 부처님의 모든 종호(種好)가 있기 때문에 부처님의 몸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북을 만들려면 대ㆍ나무ㆍ가죽ㆍ북채가 있어야 그것을 두드리면 소리가 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의 몸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몇 백천 가지가 있어야 이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 일으킨 마음[初發意]이 있어야 하고, 6도무극(度無極)의 행이 있어야 하며,
본래 없음[本無]과 생겨난 바가 없는 것[無所從生]을 알고 나서, 나무 아래에 앉아서 폐사의 권속을 항복시키고 모든 경의 법이 허깨비[幻]와 같아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부처님의 몸을 이루게 됩니다.
예를 들면 그림 그리는 화공이라면 벽과 채색 물감과 붓과 손이 있어야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의 몸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수천 가지가 있으니, 보시를 하고 계를 지켜 열 가지 악한 일을 저지르지 말고 항상 선지식[善師]을 따라 평등한 마음으로 중생을 가엾이 여기며 무너지지 않게 한다면 세세생생 부처님을 보게 됩니다.
개사는 이러한 행에 대해 듣고는 견고하게 수지하여 잊지 않도록 하며, 아첨하지 않고 진실함을 지켜 항상 정성을 다해 행합니다.
또 예를 들면 무결애천(無結愛天)이 지관(止觀)으로 광요천(光燿天)에 오르면 단정하고 아름답게 되는데,
이 천(天)이 설법하여 제도하는 것[第舍]은 스스로 짓는 것이 아니고, 누가 와서 짓는 것도 아니며,
본래 오는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역시 없으니, 이는 인연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며,
그 사람이 전세에 지은 공덕의 소치로서, 중생들에게 보시하였기 때문에 그곳에 태어나 설법으로 제도하고 있는 가운데 지관[止]을 하는 것입니다.
현자여, 부처님의 몸이 인연으로 생겨난다는 것을 알려고 한다면, 세간의 사람들이 부처님을 뵈려고 하는 것과 그 사람들이 전세에 이미 공덕을 지어놓은 것과 여덟 가지 악한 곳을 멀리 떠나 부처님에 대한 지혜와 믿음이 생겨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몸을 나타내시는 이유는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마치 산 속에서 나는 소리는 한두 가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산이 있어야 하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듣는 귀가 있어야 들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본래 형상이 없으시고, 집착도 없으시며, 인연으로 태어나시고, 세세생생 공(空)을 익히고 행하시며, 생사의 인연에 대해 모두 아시고, 생사가 본래 없다는 것과 멸도도 역시 없다는 것을 아십니다.
이와 같은 것을 드러내 보여 주심으로써 이와 같이 설하시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마술사[幻師]가 조화를 부려 전륜왕(轉輪王)을 만들어서 자비로운 음성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여 듣는 이마다 기뻐하게 하니, 사람들이 진귀한 보배와 아끼던 이불이나 옷을 갖고 찾아와서 왕에게 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 왕이대중 가운데 앉고 일어나고 행하고 걷는 모습에는 위의가 있고 안온하니, 그것을 본 사람마다 예경하지 않는 이가 없었는데, 이것도 한두 가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마술사가 있어야 하고, 주문이 있어야 하며, 모이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니, 그들이 기뻐하므로 만들어서 보여 주는 것입니다.
어떤 영리한 사람이 그것이 만들어진 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리한 사람은 그 만들어진 사람[幻人]은 오는 곳도 없고 가는 곳 역시 없으며,
본래 공한 것으로, 마술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과 인연의 소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의 몸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가지 일로 인해 지은 공덕이 있어야 하고, 덕을 기뻐해야 하며,
중생을 안온하게 해 주려는 생각을 해야 하고, 경의 법을 퍼지게 하여 그것을 가르쳐 선정[棄定]ㆍ사유(思惟)ㆍ분별(分別)을 행하게 하여 사람들을 위해 경을 설하고 배우게 할 원력을 가진 개사가 있어야 하며,
언제나 기뻐하는 모든 하늘의 백성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 가운데에는 스스로 교만한 이ㆍ뉘우칠 줄 모르는 이ㆍ음란하고 인색하고 욕심 많은 이ㆍ강량(强梁)이 스스로 썼던 이ㆍ싸우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말리지 않는 이ㆍ사음과 화냄과 어리석음으로 덮인 이ㆍ셀 수 없이 많은 악을 행한 이가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대중 가운데 계실 때는 단정하고 아름다우시며, 앉고 일어나고 행하고 걷는 모습에는 법도와 위의가 있고 안온하며, 모든 악(惡)이 다 없어지고 오직 덕(德)만 있으므로 사람들을 평안하게 해 주며,
또한 스스로 부처님의 일을 행하시되 본래 공(空)하여 집착하지 않으시는 것이 마치 마술사가 만든 사람이 하는 것과 같습니다.
개사는 부처님의 몸이 이와 같음을 보아야 합니다.
비록 본다고 하더라도 집착하지 않고 어떤 생각도 하지 않으며,
비록 본래 공하여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께 끊임없이 공경하고 예를 올리고 공양한다고 하더라도 이 모든 일은 각각 인연으로 생겨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개사가 이와 같이 생각하고 행을 수호한다면 부처를 얻을 것입니다.’
법래개사가 부처님의 몸에 대해 설할 때 4만 8천이나 되는 개사가 곧바로 그 도리를 다 알고 그 행을 믿게 되었으며,
백억이나 되는 개사가 장애가 없이 묻는 것을 얻었고, 묻는 것마다 대답할 수 있었으며,
4백억이나 되는 개사가 물러나지 않는 지위를 얻었고,
8백억이나 되는 개사가 모두 염부제[阿閻浮]에 머무는 법을 얻었다.
이때 천(天)들이 이름난 꽃을 들고 와서 법래개사와 모든 개사 위에 뿌렸으며,
법래개사의 위신력으로 한 부처님 세계에 있는 모든 음악이 저절로 소리를 내었으며,
수천만이나 되는 천들이 허공에서 하늘의 옷을 뿌려 음악을 만들어 내어 법래개사와 모든 개사들을 즐겁게 하였으며,
그 옷들을 모두 펼쳐서 한 부처님 세계를 덮자 모든 천(天)들이 여러 가지 향을 피우니, 그 향이 퍼져 한 부처님 세계에 두루 퍼지게 되었고, 땅이 모두 진동하였다.
법래개사가 모든 부처님을 두루 뵙자, 모든 부처님이 멀리서 법래개사를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훌륭하고도 훌륭하도다.’
이때 모든 부처님께서 보자개사에게 나중에 내마가기다파라(內摩迦祇陀頗羅)라고 하는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주셨다.
여래께서는 정진도(正眞道)와 최정각(最正覺)에 집착하지 않으셨으니,
여인들은 모두 곧바로 남자가 되었으며,
세세생생 태어날 때마다 부처님을 여의지 않고, 항상 대명(大明)의 가르침을 시방에 있는 중생들에게 가르쳐서 부처가 되도록 해 주었다.”
부처님께서 선업에게 말씀하셨다.
“개사가 속히 부처가 되려고 한다면 명도무극을 찾아 정진하고 공경하되 보자개사가 하던 것과 같이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