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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도지경 제5권
23. 수식품(數息品)
위신력(威神力)의 밝음 햇빛과도 같고
덕의 불꽃 우뚝하여 천제(天帝)보다 뛰어나시며
얼굴 모양 단정하여 보름달과 같으시고
온갖 어둠 없애시고 모든 번뇌 멸하셨네.
입으로 말씀하신 법 감로(甘露)와 같고
절묘한 말씀으로 십선(十善)을 칭송하셨네.
돈독히 믿어 함께 최존(最尊)께 귀의하옵고
비길 데 없으신 부처님께 조아리기 원합니다.
온갖 경전 채집하기를 바다에 들어간 듯
선정을 얻음으로 모든 번뇌 없앤다면
감히 부처님 제자라고 할 수 없으리니
그러므로 가장 안온한 분께 머리 조아립니다.
[제1선과 부처님의 제자는 무엇인가]
수행하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어떻게 하는 것을 번뇌를 없애고 제1선에 이른다고 말하며,
어떤 사람을 세존의 제자라고 말하는가?’라고 해야 한다.
[선정에서 번뇌가 있다면]
만일 수행하는 사람이 선정에 들 적에 번뇌가 있으면, 마땅히 이런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나는 제1선을 얻었으나 번뇌는 그대로 남아 있다.
번뇌를 그대로 간직한 채 제1선을 수행한다면, 범천에 태어나더라도 그 복이 얇을 것이고,
만일 그곳에서 수명을 다 마치면, 마땅히 지옥ㆍ아귀ㆍ축생에 떨어지거나 또는 인간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악한 세계나 범부의 부류]
이런 무리들을 헤아려 보건대, 비록 범천에 있더라도 이런 비구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악한 세계나 범부의 부류를 면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해탈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설령 처음 배우는 이가 번뇌 있는 선을 얻더라도
그런 수행은 마치 구멍 뚫려 새는 그릇과 같아서
비록 범천에 났다가도 장차 다시 되돌아가리니
마치 무늬 있는 옷이 비를 맞으면 퇴색하는 것과 같다.
[중죄를 범한 대신의 비유]
비유하면 이렇다.
국왕에게 어떤 대신(大臣)이 있었는데, 그가 중한 죄를 범하였다.
그래서 왕은 우선 고문으로 치죄(治罪)하여 다섯 가지 독(毒)의 고통이 함께 이르도록 한 다음 곧 수갑을 채워 깊숙한 감옥에 가두고, 그에게는 다 떨어진 옷을 입히고 거친 밥을 먹일 것이며, 풀로 만든 자리로 침상을 만들어주고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 할 것이며, 냄새나고 더러운 측간 옆에다 방을 만들어 주게 하였다.
옥리는 분부를 받고 곧 왕의 명령을 따라 법대로 고문하여 치죄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사람은 과거에 조그마한 공부(功夫)를 한 것이 있어서 왕에게 은혜를 베풀었던 적이 있었다.
왕은 그 생각이 떠오르자 사람을 보내 옥리에게 말하기를,
“그 사람을 놓아 보내서 넉 달 동안은 제 마음대로 자유롭게 즐기고 놀거나 권속들과 함께 지내게 하여 서로 위로하고 경하하도록 하였다가 넉 달이 지난 다음 다시 감옥에 가두도록 하라”고 하였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비유하면 신하가 왕의 법을 범했지만
왕은 옛 은혜를 생각하고 석방하라고 하면서
하고픈 일 마음껏 하게 하고 즐기며 놀게 하였다가
그런 뒤에 다시 감옥에 가두라고 일렀네.
옥리는 왕의 분부를 받고 왕의 분부대로 거행하였다.
그 사람은 감옥에서 풀려나 목욕하고 의복을 차려 입은 다음 여러 친구들과 함께 나가 유람하면서 5욕(欲)을 마음대로 즐겼다.
비록 그렇게 서로 즐기며 놀면서도 마음은 위축되어 생각하기를,
‘지금은 여러 친구들과 같이 나다니면서 5욕을 마음대로 즐기고 놀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일을 버리고 장차 감옥으로 다시 들어간단 말인가’라고 하였다.
이어 온종일[三時] 탄식하였다.
장차 다시 고문을 당하고 다 헤진 옷을 입어야 하며, 거친 밥을 먹고 풀 자리에 누워서 소인들과 함께 한 자리에 머물게 될 터이니, 이 어찌 통탄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벼룩ㆍ이ㆍ모기ㆍ등에에게 물릴 것이고, 그 감옥 속은 여건이 나빠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혹독한 추위가 있을 것이다.
밤에는 쥐가 찍찍거리면서 이리저리 치달리는가 하면 칠흑처럼 깜깜하며, 더럽고 깨끗하지 못하여 흐르는 피가 흘러 땅을 뒤덮었고 머리칼은 흐트러진 채 백 천 가지 고문을 당할 것이다.
혹은 귀를 베이기도 하고 혹은 코를 잘리기도 하며, 손과 발이 끊기기도 하리니, 더럽고 깨끗지 못하여 마치 무덤 사이에 있는 것 같아 그 고통을 이루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거기서 그런 더러운 무리들과 같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여름 넉 달이 다 지나가자 그 신하는 생각하기를
친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다가
여름날 도로 옥에 갇히고 고문을 당할 터이니
곤욕을 당하는 괴로움 한량없이 많으리.
장차 또 다시 죄인들이 구속당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모두 도 아닌 짓을 하였기 때문이다.
음란한 짓을 하였고 도둑질도 하였으며,
남의 남녀를 남몰래 겁탈하고 강간하였으며,
남의 집과 모든 사람의 곡식 낟가리에 불을 지르기도 하였으며,
남을 독해(毒害)하고 남을 업신여기고 거만한 짓 하기를 좋아하였으며,
혹은 남자나 여자를 죽이기도 하였고 또는 소를 훔쳐 도살하기도 하였으며,
모든 마을ㆍ현(縣)ㆍ읍(邑)과 성곽을 노략질하기도 하였고 국가를 해치려는 나쁜 생각을 품기도 하였던 자들이다.
마땅히 다시 또 그들에게 다섯 가지 독(毒)을 가하고 매질하는 것을 보면,
팔ㆍ다리ㆍ귀ㆍ코가 피에 더럽혀지기도 하고,
혹은 머리가 찍히고 종창이 생기거나 터져서 고름과 피가 스며 나오기도 하며,
혹은 엄중한 고문을 당하고 신체에 종기가 나서 수 없이 많은 파리가 모두 몰려들어 몸에 달라붙어서 피곤하게 땅에 누워있는 모습이 마치 기러기나 돼지처럼 보이며,
혹 새로 감옥에 들어오는 이는 얼굴ㆍ눈ㆍ손ㆍ발이 다 문드러지고 상처가 난 채로 질겁하여 두근거리는 걱정을 조금도 말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추어 감히 꼼짝하지도 못한다.
혹은 여위어서 뼈만 앙상하고 얼굴빛이 더러워서 마치 아귀(餓鬼) 같기도 하며,
혹은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던 까닭에 기운이 떨어지고 살이 퉁퉁 부었으며 머리카락이 흐트러지고 손톱도 자라 길며,
혹은 그 속에 있으면서 감옥에서 나가기를 날마다 희망하기도 하며,
혹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이 감옥 속에서 빠져나갈 기약이 없으니 더 이상 답답하게 여길 필요가 없다’고 포기하는 이도 있다.
또 새로 들어오는 이들 중에 혹은 교살(絞殺)을 당하기도 하고,
혹은 고문을 당하기도 하며, 혹은 두들겨 맞기도 하고,
혹은 입으로 말을 받아서 하게도 하며,
혹은 몸뚱이를 묶인 이도 있고,
혹은 죽은 사람과 한자리에서 같이 있게 하기도 하며,
혹은 끌어내어 측간 위에 눕혀놓기도 하는가 하면,
혹은 길거리에 데리고 나가 걸어다니게 하면서 큰 고문을 당하는 일을 보지 않게 하기도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악한 사람들 몹시도 많아
그 더러움 가증스럽고 혐오스럽다.
못난이들과 함께 있는 그 모습
비유하면 마치 도살장과 같다.
울부짖고 신음하며 눈물 흘리는 모습
마치 저 귀신의 집과 같네.
이에 그 대신은 걱정하고 근심하기를
어떻게 차마 다시 옥에 들어갈 것인가 했네.
이 모든 죄수들은 감옥 속에 있으면서 각기 국왕을 도둑에 대해 말하기도 하고,
혹은 미곡(米穀)과 음식 같은 것을 말하기도 하며,
꽃ㆍ향(香)ㆍ기악ㆍ남녀의 일들에 대해 말하기도 하고,
혹은 산과 바다를 돌아다니던 옛날 일들에 대해 말하기도 하며,
혹은 다른 나라를 습격했던 일을 말하기도 하고,
혹은 왕(王)이 쌓은 업적을 찬탄하기도 한다.
혹은 국왕이 악하고 나라를 잘못 다스려 적군이 쳐들어와서 공격하는 바람에 이와 같이 나라를 잃었다는 말을 하기도 하고,
혹은 왕이 죽으면 마땅히 새로운 왕이 등극하여 대사령(大赦令)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며,
또 부인이 임신을 하였다가 해산하면 감옥에서 나간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혹은 만일 성에 불이 나서 대부분 타게 되면 옥문이 열려 우리가 이곳을 나가게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혹은 함께 의논하기를 만일 상서롭고 괴상한 새나 까치가 날아와 옥문에 의지하거나 감옥의 담 위에 앉아 우는 것을 본다든지,
꿈속에서 당(堂)에 올라가거나 높은 산에 올라가거나 또는 용궁에 들어가거나 연꽃이 핀 못에 떨어지거나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것이 보이면,
머지 않아 일체의 고통을 면하는 일을 스스로 보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모든 왕의 법을 범한 이들은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으며 권면(勸勉)하고
옹기종기 모여 기뻐하면서
감옥에서 벗어나게 될거라고 희망하지만
마치 저 소 떼가 골짜기에 떨어진 듯
액난에 떨어지는 것도 그와 같나니
그때 대신은 생각하기를
이 복 없는 이들 몹시 불쌍하다 했네.
그때 신하는 ‘내 어찌 다시 이 도적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하자,
혹 옆에서 저희들끼리 서로 가르쳐주는 이가 있었다.
“만일 감옥의 관리가 묻거든 마땅히 이렇게 대답하시오.
‘지극히 모진 고문이라 하더라도 이칠일(14일)이 넘기 전에 몸이 바뀌어 익숙해질 것이니 그리 걱정이 되지 않을 것이다.’
설령 몸뚱이를 조각조각 쪼개고 칼이 머리 위에 있을지라도 함부로 내가 이 죄를 범하였다고 말하지 말 것이며, 물건을 감추어놓은 집을 발설하지 말아야 하고,
혹시라도 사람을 끌어대어 아무개가 바로 우리의 잔당이라고 말하지 말고,
혹 유도하여 신문할지라도 또한 절대로 믿지 말 것이며,
옥졸(獄卒)이 그대를 두렵게 하더라도 삼가 굴복하지 말 것이며,
만일 고문을 당할지라도 절대로 겁내지 말라.”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이리 저리 서로들 권면(勸勉)하며
옥리에게 대응하는 방법을 가르쳤네.
옥리가 따져 묻는 그 말에
어떤 말로 대답할까 궁리했네.
대신은 권속들과 함께
다시 감옥의 온갖 고초를 생각하니
모든 5욕을 즐기면서도
마음속으로 근심 걱정했었네.
또 죄수들은 이렇게 서로 말하기도 한다.
“너희들은 보지도 못했느냐?
남들은 부모ㆍ형제ㆍ친척ㆍ권속을 다 버리고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며,
저들의 본국을 멀리 떠나 멀리 떠나가서 가시덤불ㆍ대나무ㆍ나무숲ㆍ언덕ㆍ황량하고 험난한 벌판을 걸으면서 그들 자신의 몸을 돌아보지 않고,
바다에 들어가 재물을 구하는데 우리는 수고를 겪지 않고도 보물을 얻었다.
그런 까닭에 마땅히 이 고문을 참아내어 재물을 잃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다른 이의 재물을 도둑질하고 겁탈하여
얻은 물건들이 자기 것이 아니건만
목숨을 아껴 재물을 잃지 않으려고 생각하다가
곤액(困厄)을 만나게 되었네.
신하는 혼자 생각하였다.
‘내가 어찌 차마 옥졸이 앞에 나타나 호통치는 소리를 듣는단 말인가?’
옥졸이 소리를 지르면서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나는 직녀(織女) 세 별 중에 피란수(陂蘭宿)로서 태어나서 지옥왕에 소속되었다가 29일 밤중에 태어났다.
너희들은 듣지 못하였느냐?
내가 처음 태어났을 때[墮地]에 그 나라에는 여러 가지 환난이 있어 시끄럽고 편안하지 못하였으며,
온갖 괴변이 일어나 공중에서는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나고 땅이 진동하였으며,
동쪽과 서쪽에서 붉은 기운이 보이더니 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지고,
독수리ㆍ까마귀ㆍ까치ㆍ여우ㆍ이리ㆍ들짐승ㆍ올빼미 따위가 무덤 사이에 나타나 사람의 고기를 날 것으로 먹었다.
또한 모든 귀신ㆍ도깨비ㆍ구환(鳩桓)ㆍ측간 귀신ㆍ반족(反足)ㆍ여신(女神) 등이 함께 기뻐하면서 나에게,
‘이 옥졸이 태어난 것은 정녕 우리들을 위해서이다.
가령 어른이 되어 남자와 여자를 많이 죽여 감옥 무덤 사이에 내다 버린다면, 우리가 마땅히 죽은 사람의 피ㆍ살ㆍ지방ㆍ뇌수를 얻어 음식으로 삼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가 그대를 보호하여 목숨을 부지하여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나는 처음 태어났을 때에 이런 구원을 받았던 까닭에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자애로움이 없고 말이 강하고 급하며
그 사람은 이유 없이 원한을 품는다.
옥졸의 말을 생각한 그 신하는 마음이 슬퍼
비록 유쾌하게 오락을 하면서도 이를 걱정하네.
옥졸이 또 중얼거렸다.
“나는 맨주먹으로도 치지 못할 것이 없어 나와 짝이 될 만한 사람이 없으니, 어찌 나를 이기겠느냐?
나는 태어나기 전후(前後)에 맨주먹으로 수없이 많은 남자와 여자를 죽였고,
또한 손ㆍ발ㆍ귀ㆍ코ㆍ머리를 끊었으며,
칼을 쓰지 않고 맨손으로 눈알을 뽑았으며,
모든 죄수들을 세워놓고 주먹으로 쥐어박았으며,
머리에 더러운 창애[麤弶]를 씌우고 대나무 테를 메워 형틀에 올려놓고 5독으로 다스렸다.
또한 베[布]로 그의 손가락을 묶어놓고 기름을 발라 불로 태웠고,
기름을 머리카락에 붓고 불을 놓아 태웠으며,
풀로 그의 몸뚱이를 둘러싸 놓고 불로 태웠고,
몸뚱이를 점점이 도려내면서 묻는 말에 대답하게 하였으며,
입을 찢고 입술을 끊고 얼굴 가죽을 벗겼고,
입으로 그의 손가락을 씹었는데, 마치 채소를 씹듯이 하였으며,
만일 사람을 때릴 적에는 대나무 막대나 가죽 채찍을 사용하였고,
옥졸은 좋아 날뛰면서 바늘로 손가락을 찔렀으며,
노끈으로 옆구리와 배를 졸라매고 머리는 나무 기둥에 동여매었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신하가 즐거워하지 않고 다시 옥에 갈 것을 두려워함은
그와 같은 고문이 너무도 두렵고 무서웠기 때문이다.
옥졸이 자주 와서 형벌과 죄를 말해주었으니
이런 걱정이 있기 때문에 불안해하였네.
옥졸은 또 중얼거렸다.
“나는 미워하거나 사랑하는 것도 없고 유람을 다니는 것도 기뻐하지 않으며, 노래 소리를 듣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가령 죽을 죄를 지은 사람이 있으면 북을 쳐서 군사들로 포위하게 하여 시가지로 끌고 나가서 내가 다 목을 베는데,
아무리 용맹이 있는 군대의 장수나 부호 귀족의 높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마치 무엇이든 마구 부수는 코끼리 어금니 같은 나의 맨주먹을 무서워하며,
굳세고 억센 역적이 착한 사람을 업신여기며 거만하게 굴면 내가 모두 목을 매는데,
부모ㆍ형제ㆍ친척 권속들이 울부짖으면서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애걸해도 나는 들어주지 않으며,
또 어떤 자식의 아비가 고함을 지르면서 날뛰되 마치 호랑이처럼 행동하기에 내가 굴복시켜 찍소리도 못하게 하였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그 신하는 여러 친구와 오락을 하면서도
옥졸이 말한 죄의 형벌을 생각하니
마치 사람이 순박하고 좋은 술을 마시고는
취해서 지껄이고 또한 날뛰는 것과 같았네.
옥졸은 또 중얼거렸다.
“나에게는 악한 기운이 있어 눈에서 독을 방출한다.
그래서 눈을 부릅뜨고 사람을 쳐다보면 그 사람의 가슴이 찢어지고 머리가 쪼개지는데,
마치 얼음이 부서지는 것과 같으므로 남자든 여자든 간에 나를 보고 두려움을 품지 않는 사람이 없다.”
옥졸이 비록 사람의 형상을 하고는 있으나, 귀신이나 도깨비가 하는 짓을 하며 옥문에서 이렇게 중얼거린 다음 사라져 가버렸다.
그는 다시 온갖 고통을 당할 때가 다가오자, 비록 궁전(宮殿)에 앉아서 5욕을 즐기고는 있지만, 어찌 즐거울 리가 있겠는가?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이와 같은 고뇌는
깨끗하지 못하고 더러울 뿐이니
누가 마땅히 기뻐하면서
걱정 없이 안온하겠는가?
마치 죽음에 임박한 죄수가
꽃을 구하여 머리 위에 꽂은 것 같아
왕으로부터 휴가를 얻기는 했지만
마땅히 다시 돌아가 형벌을 받게 되었다.
수행하는 사람도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 범천(梵天)에서 환생하면 마땅히 악한 세계로 돌아가서 포태(胞胎)에 들어 숙장(熟臟) 위와 생장(生臟) 아래 그 사이에 있으면서,
더러운 때에 부정(不淨)해지게 되고 5계(繫)에 속박될 것이다’라고 해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수행하는 사람이 유루(有漏)의 선(禪)을 얻는다면
이를 얻으면 꼭 반절을 얻는 셈이라서
범천에 태어나 거기에 있기는 하지만
오래도록 항상 편안할 수만은 없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목숨이 다해 악한 세계에 돌아가는 것이
마치 사람이 임시로 출옥을 하였다가
기한이 되면 도로 고문을 받는 것과 같다.
비유하면 어린아이가 참새 한 마리를 잡아서 괴롭히기 위하여, 길다란 실로 발을 매어놓고 날아가게 한다면,
저 혼자의 힘으로 벗어나서 다시는 곤액을 당하지 않을 것 같아,
과일 나무나 맑고 시원한 못에 나아가 먹이를 멋대로 먹고 편안하여 걱정이 없었으면 하지만,
실이 다 풀려 다시 잡아당기게 되면, 되돌아와 잡혀서 고통을 당하는 것이 먼저와 다름없는 것처럼,
수행하는 사람도 이와 같은 것을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비록 범천에 이른다 해도 장차 욕계(欲界)로 돌아와 고달프고 괴로운 것이 이와 다름이 없을 것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비유하면 끈으로 참새의 발을 매어놓으면
날아가다가도 실이 다 풀려 잡아당기면 도로 돌아오듯이
수행하는 사람도 이와 같아서 범천에 올랐다가도
다시 욕계로 돌아와 괴로움을 여의지 못한다.
[초선을 얻는다면]
수행하는 사람은 스스로 이와 같이 생각해야 한다.
‘내 몸으로 만약 무루선(無漏禪)을 얻는다면 곧 괴롭고 두려운 길을 벗어날 것이요,
불자(佛子)라고 이름할 것이니,
음식에 대하여 어리석고 망령되지 않을 것이며,
우물쭈물하는 망설임에서 벗어나서 바른 도를 닦아 제1선을 얻고, 경(經)에 의지하여 바른 견해의 진리에 들어가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이미 제1선을 얻어서
번뇌 없고 널리 수행했다 해도
나고 죽음[終始]을 해탈하기란 어려운 것이니
마땅히 정진하여야 도를 얻으리라.
수행하는 사람은 스스로 이와 같이 생각해야 한다.
‘온갖 좋고 나쁜 것을 관찰하여 비로소 제1선을 얻었지만, 본래 뼈사슬[骨鎖]을 좇아서 얻은 것일 뿐이다.
그 형상은 무상(無常)한 것이고 괴로운 것이며, 공(空)한 것이고 나라는 것이 없는[非身] 것으로서 네 가지 것으로 인하여 태어난 것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저 제1선은 몸으로 인하여 이루었으므로
4대(大)를 해탈해야 한결같은 마음의 행(行) 이루리.
무상하고 괴로우며 공한 것이니 나라는 것 해탈해야 한다.
이와 같이 관찰하며 항상 정진해야 한다.
수행하는 사람이 늘 쓰고 있고 관찰하고 있는 마음을 생각해보면,
그 마음의 근본도 또한 무상한 것이고 괴로운 것이며, 공한 것이고 나라는 것 없는 것이며, 네 가지 것으로 인하여 생성된 것이므로 모두 인연을 따라서 서로서로 바꾸어가며 끌어당기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재앙과 복을 말미암아 심상(心想)이 거기에 의지하는 것처럼,
형상도 무상하고 괴로우며 공하고 내가 아닌 데로 돌아가는 네 가지 일로 인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내가 받은 이 5음(陰)의 몸뚱이도 공하여 없는 것인 것처럼,
12인연의 법이 과거ㆍ미래ㆍ현재에 이어지는 것도 이와 같다.
욕계(欲界)의 모든 음(陰)과 색계(色界)의 음과 무색계(無色界)의 음도 이와 같아서 죄다 나약한 것이다.
삼계가 공(空)하다는 것을 깨닫고 보면, 그 근본이 깊고 사악하여 바른 것이 없고 진동하고 타오르는 것뿐이다.
음(陰)이 없다고 보는 이는 모두가 고요하고 뜻이 편안하여 무위(無爲)로 나아가고, 다른 생각이 없어져 니원(泥洹:涅槃)에 이르게 된다.
그때 마음의 행(行)이 온화하고 유순하며 억지로 하는 수행이 아니면,
여기에서 진실한 진리를 보아 곧 아나함(阿那含)을 이룩할 것이요,
다시는 물러가지 않을 것이며,
구경(究竟)에는 욕계의 괴로움에서 해탈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마음속 생각이 다 온화ㆍ유순하고
뜻이 의지하는 바 그 몸을 인연하여
5음의 과거ㆍ미래ㆍ현재의 근본을 깨우쳐
모두 공하여 없는 것임을 알면 성현이라 하리라.
[내 몸은 5음에 속아왔다]
수행하는 사람은 스스로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내 몸은 오랜 세월 동안 5음(陰)에 가려서 냄새나는 곳에서 깨끗하지 못하게 침해당하고 속아왔다.’
[더러운 것을 담은 병의 비유]
비유하면 짓궂은 깡패 아이들이 병(甁)을 꾸며 그 속에다 부정한 것을 담고 병마개를 막는 다음 위는 꽃으로 장식하고 향(香)을 뿌려 향내가 나게 하여 어떤 농사꾼의 아들에게 준 것과 같다.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 병을 아무 공원으로 가지고 가거라.
그 병 속에는 석밀(石蜜)과 맛좋은 술을 담아 놓았으니 잘 가지고 가서 우리를 기다려라.
우리는 각기 집으로 돌아가서 공양거리를 준비하여 같이 먹도록 할 터이니, 단단히 지녀 실수하지 말라. 네가 수고한 대가는 보상해주겠다.”
농사꾼의 아들은 그 말을 굳게 믿어 병을 안고 기뻐하면서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하기를,
‘이제는 분명히 마음대로 먹고 즐길 수 있겠구나’라고 하면서,
그 공원에 이르러 파리가 그 위에 얼씬도 못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린 지 몇 시간이 흘러 한낮이 지나자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저들이 오지 않자 근심이 되어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해가 저물어지자 나무 위에 올라가서 사방을 바라보았으나 오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나무에서 내려와 다시 그 병을 지키면서 여러 사람들을 기다리다가 그만 날이 저물고 말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하기를,
‘성문도 닫혔고 그 사람들도 오지 않을 모양이니, 이제 이 석밀과 맛좋은 술, 그리고 이 병은 이미 내 것이나 진배없다.
마땅히 팔아버리면 내가 부자가 될 수 있겠구나. 우선 맛이나 한 번 보아야겠다’라고 하면서,
손을 깨끗이 씻고 병마개를 열고 보니 병 속에는 모두 더러운 것만 담겨져 있었다.
그제야 여러 짓궂은 깡패 아이들이 자기를 침해하고 속였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수행하는 사람도 그와 같아서,
이미 거룩한 진리를 보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스스로 오래 전부터 이 5음에 침해를 당하고 속고 있었음을 깨우치게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생사에 얽매인 여러 중생들
5음에 침해당하고 속아서
늘 괴로움과 즐거움을 번갈아 겪으면서
나[我]니 남이니 수(壽) 등이 있다고 억측하지만
수행하고 나서야 다섯 가지 쾌락에 속아
제 자신이 침해당한 줄 아나니
마치 어떤 이가 꾸민 병을 차지하고 있다가
열어 보고 나서야 더러운 것이었음을 안 것 같네.
[사랑하는 아내의 비유]
비유하면 재산과 보물이 아주 풍부하게 많은 어떤 길잡이[導師]의 아들과 같다.
그는 부인을 맞이했는데, 그녀는 단정하고 아름다워 흡족하지 않은 데가 하나도 없었다.
그는 매우 중히 여기고 사랑하여 그 부인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으며, 잠깐동안이라도 서로 떨어져 있게 되면 스스로 죽을 것만 같이 여겼다.
그때 그 나라에는 길이 막혀 거의 12년 동안 오가는 이가 하나도 없었는데, 그 후에 많은 장사꾼들이 먼 지방으로부터 몰려들어 이웃 나라에 머물고 있으면서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길잡이가 아들에게 일렀다.
“너는 저곳에 가서 물건을 사 가지고 오너라.”
아들은 아버지의 명령을 듣고 근심되고 언짢은 것이 마치 심장에 화살을 맞은 것 같았다.
그는 친한 친구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내가 내 아내를 사랑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가?
지금 나의 아버지는 나에게 멀리 떠나 장사를 하라고 말씀하시는데, 마침 이 분부를 듣고 나니 내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네.
지금 나는 마땅히 스스로 물에 빠지든지 높은 산에 올라서 스스로 깊은 골짜기에 떨어져 죽어야 하겠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나이 젊은 내가 아내를 사랑하고
애욕이 몹시도 왕성한데
아버지 명령을 생각하고는
마음속으로 큰 걱정 품었네.
그 마음 괴로워 죽으려고 하면서
어떻게 사랑하는 아내를 떠날까 하네.
그 아들의 몹시도 고통스러운 마음
저 산(山) 코끼리를 잡아맨 듯했네.
친구는 그 말을 듣고 그에게 말했다.
“아들을 낳은 것은 가문을 맡기려는 것이다. 사방으로 나다니면서 재물을 구해 어버이를 공양해야 한다.
만약 수고하지 않겠다면 어떻게 생활해 나갈 수 있겠는가?
천상 세계에 산다고 할지라도 오히려 편안치 못할 터인데 더구나 인간 세계이겠는가?”
그러자 그는 아버지의 명령을 받들고 여러 사람들의 간청을 받아 곧 슬프게 눈물을 흘리며 두 손으로 가슴을 치면서 행장을 차려 가지고 길을 떠났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친구와 아는 이들의 간청을 받고
아버지 명령을 받들어 행장 차려 떠나지만
남편은 애욕 때문에 마음 아파 마치 화살을 맞은 듯
마음속으로 아내 생각하니 몹시 섭섭하였네.
그는 마음으로 늘 아내를 생각하다 도저히 마음속으로 잊을 수 없자, 재빨리 물건을 사 가지고 곧 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금까지의 날짜를 따져보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기뻐하였다.
그는 아침ㆍ저녁으로 아내를 생각한 나머지 마침 집에 이르자 제일 먼저 아내의 거처부터 물었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장사를 하여 생활하려고 가고 오면서도
늘 마음속으로 소중한 아내 생각하였네.
이미 집에 도착하자 먼저 묻기를
지금 나의 아내 어디 있느냐고 했네.
그의 아내는 남편을 생각하여 마음속으로 근심을 품었는데 전생에 지은 복이 희박한 탓인지, 점차 중한 병을 얻어 목숨이 경각[呼吸]에 달려 있었다.
몸에는 온갖 종기가 나서 피와 고름이 흘러나오며, 한열병(寒熱病)이 들고 게다가 문둥병까지 걸렸으며, 헛배가 불러오고 입이 마르며, 상기(上氣)가 되어 온 몸에 열이 나고 얼굴과 손발이 퉁퉁 부었다.
수없이 많은 파리 떼가 몰려와서 그의 몸에 붙으며,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바짝 마른 아내의 모습이 마치 아귀와 같았다. 풀방석에 누워 있었고 입고 있는 옷은 다 헤졌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남편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오로지 사랑했건만
전생에 지은 재앙으로 복이 희박하여
수없이 많은 병을 얻어 침상 위에 누웠고
좋은 자리 떠나서 땅바닥에 나뒹구네.
이에 그의 남편은 집에 들어와 다시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내가 있는 곳을 물었다.
종은 부끄러워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며 보고하였다.
“어진 낭군님, 부인께서는 아무 누각 위에 계십니다.”
그는 즉시 누각에 올라가 그녀를 보니 일찍이 본 적 없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추악하기 그지없는 그 얼굴을 가히 눈으로 볼 수 없어 모든 애욕과 감정이 영원히 사라져 남음이 없고 실오라기와 털끝 만큼의 즐거움도 없이 아예 싫어져서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안색을 살펴보고 탐나고 즐겁지 않음이
마치 무덤에 버려진 죽은 시체 같았네.
바짝 말라 뼈만 앙상하고 살은 한 점도 없어
저 물에 빠진 모래처럼 빛을 잃었네.
수행하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이 해야 한다.
애욕을 싫어하고 오로관(汙露觀)법을 일으켜 적정(寂靜)을 구해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수행하는 사람은 애욕을 여의고
다섯 가지 욕락 싫어하기를 이와 같이 해야 하리니
마치 어떤 사람이 병으로 종기가 나고
숱한 질병으로 침상 위에 누워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듯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