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보석 콜롬비아(Colombia)
4. 씨파끼라(Zipaquira) 소금 성당
소금광산이었던 것을 지하 성당으로 꾸민 작은 도시 씨파끼라(Zipaquira)로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는데 호스딸 주인인 존(John)이 교통카드를 내주며 가는 방법을 일러주고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한다.
<1> 불안한 콜롬비아의 치안
도심을 벗어나면 위험하니 귀중품은 절대로 사람 눈에 띄지 않게 하라고 한다. 특히 카메라와 핸드폰은 특히 표적이 되기 쉬워 빼앗으려고 사람을 해친다고 한다. 가방도 뒤로 메지 말고 앞으로 메고 다니라 하며, 강도들은 여행객들 물건을 뺏으려고 물불을 안 가리고 돌로 뒤통수를 치고, 칼로 찌르고 한단다.
시내버스 트랜스 밀레니오(TransMilenio) B75를 타고 보고타시 북부 종점인 북부정류장(Portal Norte/ 2,200페소/770원)으로 향하는데 내가 무심코 카메라를 메고 있었더니 백인 노인 한 사람이 다가오더니 영어로 가만히 내 귀에 대고 카메라를 조심하라고 한다.
마침 자리가 났기에 카메라를 안고 앉았더니 또 뒷좌석에 앉았던 젊은 백인 여인이 또 카메라를 조심하라고 귓속말.... 얼른 카메라를 점퍼 속에 감추고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도 얼른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갑자기 으스스한 기분이 든다.
<2> 아름다운 콜롬비아 시골 풍경
북부 정류장에 도착해서 다시 시골버스(차비 5,400페소/약 1,900원)를 갈아타고 2시간쯤 시골길을 달리면 씨파끼라(Zipaquira)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는데 시골길을 달리면서 차창으로 스치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스럽다. 녹색 밀림으로 뒤덮인 산들이 연이어 지나가고 드넓은 산 밑 초원에는 목장이 많은데 말과 소,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이 목가적이고 이름 모를 열대지방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이런 지상천국처럼 보이는 곳이 가난에 허덕일 뿐만 아니라 세계 살인율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니....
마을에 도착하니 작은 광장이 보이는데 그 주변은 관광기념품을 파는 수십 개의 노점상 천막들이 가득 들어서 있는데 내가 가던 날만 그런지 항상 그런지, 관광객이나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광장을 지나 20분쯤 언덕 골목을 걸어 오르면 산자락이 나타나고 깨끗하고 아름답게 정비된 소금광산 진입로가 나타나는데 이 소금성당(소금광산)은 콜롬비아 식민시기의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3> 씨파키라(Zipaquira) 소금광산
자그마한 마을 뒤에는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 있는데 이 산 이름이 씨파키라 소금산이다.
스페인 식민시절, 인디오 광부들의 피땀과 목숨을 건 노역의 현장이라고 한다. 광부들은 자신들의 비참한 처지를 한탄하고 또 안전을 기원하며 틈틈이 소금이 박혀있는 암벽을 쪼아 십자가와 기도처를 조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소금광산 입구
동굴 속에는 천연 암벽과 소금으로만 조각된 성당과 수많은 십자가들이 있는데 제일 큰 십자가는 높이만 16m라고 한다. 지하 200m 지점의 대성당으로 내려가는 통로에는 열네 개의 작은 예배당이 있는데 이는 ‘십자가의 길’을 상징하고 ‘I처’부터 ‘ⅣⅩ처’까지의 숫자가 돌에 새겨져 있다.
소금 십자가(기도처) / 가브리엘 천사 / 소금 대성당
나선형으로 휘감기며 내려가는 지하 동굴은 총 길이가 2km에 달한다고 하는데 지하 200m 지점에 다다르면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답고 놀라운 건축물인 소금 대성당을 마주하게 된다. 높이 솟아오른 웅대한 지붕과 기둥, 세례를 주는 분수, 설교단, 그리스도 수난상을 갖추고 있다. 굴속에 처음으로 십자가와 성당을 조각한 것은 에메랄드를 채취하던 광부들이었다고 하는데 1954년에 첫 번째 성당이 완성됐지만 동굴의 구조적 안전성 때문에 1991년부터 4년간의 재정비를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소금성당은 훌륭한 예술 작품으로, 또 남미를 찾는 모든 기독교인들에게는 성지이자 순례지로 유명하게 되었다. 입장료는 1인당 55,000페소(약 19,000원)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가톨릭 신자인 내게는 큰 감동을 주는 성스러운 장소였다.
5. 치카케 국립공원(Parque Natural Chicaque)
우리 호스딸의 주인인 John의 제안으로 같은 숙소에 있던 한국인 5명과 나를 포함하여 7명이 경비를 각자 개별 분담하는 조건으로 대중교통편을 이용하여 치카케(Chicaque) 국립공원을 가기로 하였다.
시내버스(트랜스 밀레니오) / 치카케 산장
<1> 구름의 숲(Cloud Forest)
치카케 국립공원은 해발 3,000m 열대 밀림으로 항상 안개가 끼어 구름의 숲(Cloud Forest)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우리가 갔을 때도 짙은 안개가 끼어 산 모습을 제대로 보기가 어려웠는데 울창한 숲과 돌멩이 길이 젖어서 몹시 미끄러웠지만, 등산로는 비교적 잘 갖춰진 곳이다.
버스는 산 중턱의 공원 입구에 내려주는데 거기서부터 4시간 동안 산을 내려오며 열대 밀림을 더듬는 코스이다. 울창한 숲은 물론 이름 모를 열대 꽃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인지 관광객도 별로 없고 자욱한 안개로 조금 서늘한데 섬뜩한 기분도 든다.
안내판에는 이곳에 서식하는 각종 동식물의 사진을 붙여놓았는데 세 발가락 나무늘보(Three-Toed Sloth), 큰 부리 앵무(Emerald Toucanet), 벌새(Humming Bird), 꼬리가 길고 화려한 색깔의 남미 찌르레기(Oriole) 등 20여 종의 신기한 동물이 있었지만 열대 꽃과 덕지덕지 붙은 이끼 밖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중간쯤 내려오면 바위 절벽 위에 전망대(View-Point)가 있는데 안개가 조금 걷혀서 그나마 산의 윤곽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공원 매표소(외국인 2만 페소:7천 원) / 안개 낀 산속으로 / 한국 젊은이들과 가이드
4시간 행군 끝에 깎아지른 바위 절벽 밑 골짜기에 있는 멋진 산장(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산장 앞은 제법 넓은 잔디밭이 있는데 10여 마리의 라마(Llama)가 어슬렁거리며 풀을 뜯고, 관광객을 태우는 말들도 10여 마리 있다.
구름 속의 산장(山莊) / 짚라인 출발대 / 밀림의 공원길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취향에 따라 각자 시켜 먹었는데 제법 먹을만 했다.
식당에서 짚라인(Zipline)을 타는 티켓을 팔며 타라고 권한다. 1인당 12.000페소(4천 원)로 한국 젊은 친구들은 돈이 아까워서인지 타지 않겠다고 한다. 나도 타지 않으려고 했는데 John은 꼭 한번 타 보고 싶었다며 나보고 같이 타자고 조른다. 할 수 없이 따라나섰다가 절벽 중간쯤까지 기어오르는 통에 힘들어서 죽을 뻔했다. 줄에 매달려 주루룩 2분도 채 걸리지 않는 것을...
그러나 푸른 밀림 위를 나르는 것이 시원하고 기분이 상쾌하기는 하다.
밀림을 행군하느라 지친 몸을 산장에서 잠시 쉬었는데 산장의 발코니 의자에 기대어 골짜기를 내려다보니 안개 속으로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산골짜기 밀림풍경이 형언할 수 없이 신비롭다. 이렇게 오늘의 국립공원 산책 일정이 모두 끝나고 등산 입구를 향하여 되돌아 산 위로 올라가야 한다.
<2> 고난의 귀로
잠시 휴식을 끝내고 곧바로 버스를 타는 줄 알았더니 조금 걸어야 한단다.
산장에서 산을 다시 올라가야 하니 말을 타고 가라고 하는데 말을 탈까 하다가 다른 일행도 모두 걸어간다기에 가까운 줄 알고 따라나섰는데 차 타는 곳까지 다시 1시간이나 오르막 돌멩이 길을 걷는다.
기진맥진하여 겨우 도착하니 뒤 짐칸에 포장을 씌운 조그만 트럭이 우리를 기다린다. 제기럴 말을 탈 껄....
거기서부터 산 정상까지 가파른 산길을 굉음을 울리며 덜커덩 거리고 올라가는데 딱딱한 나무의자에 엉덩이가 아픈 것은 물론이려니와 차가 흔들릴 때마다 몸을 가눌 수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절벽 밑으로 차가 굴러떨어질까 걱정되어 간담이 서늘해진다.
그렇게 30여 분, 손잡이를 부여잡고 얼마나 휘둘렸던지 팔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매표소가 있는 정상까지 되돌아와 내리니 온몸이 쑤시고 다리에 쥐가 나서 일어설 수가 없다.
서둘러 가지고 간 수지침(手指鍼)을 꺼내 닥치는 대로 종아리를 찔러 피를 냈더니 조금 낫다.
젊은 친구들과 가이드 녀석은 그런 나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중남미의 불안한 치안>
사이타 호스딸 우리 숙소의 카운터를 보는 20대 후반 젊은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신은 베네수엘라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잖아, 나는 이번 여행계획에 베네수엘라 앙헤르(Angel) 폭포를 가려고 했었는데 치안이 불안하다하여 망설여진다고 했더니 이 친구는 절대로 가지 말란다.
자신은 수시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26개월 전에 베네수엘라를 탈출해서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세상에.... 자기 나라를 여행하지 말라니.... 그러잖아, 이 허름한 호스딸 조차 출입문을 아래, 위 두 곳을 항상 잠가놓고 초인종을 누르면 작은 구멍으로 내다보고 확인을 한 후에야 열어준다. 내가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가 들어오며 문을 잠그지 않았더니 기겁을 하며 달려가 아래, 위 두 곳을 모두 단단히 걸어 잠그고는 나한테 꼭 잠그라고 다짐을 한다. 생각보다 강도나 도둑이 많은 모양으로,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어리둥절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