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3권
29. 불설제자과명경(佛說弟子過命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유행하시면서 대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어느 비구가 제자를 두었는데, 그 뜻과 품성이 온화하고 맑으며 공덕이 특히 뛰어났다.
생각과 행동이 어질고 현명하며 정성을 다하고 안온하여 몸으로는 항상 스승을 따라 다니며 시봉을 들고스승을 공경하고 그 말에 잘 순종하였다. 정진에 있어서 그를 따를 자가 없고 법과 가르침에 대해 순종하고 스승의 말을 거역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그 제자가] 단명을 하였으니, 과거에 심은 수명이 짧아서 어린 나이에 죽어버렸고, 즉시 천상에 태어나서 도리천(忉利天)의 궁에 있게 되었다.
바로 천상에 태어나서 천상을 바라보니, 영원하거나 견고하지가 않았기에 큰 불처럼 보고는 생각하였다.
‘내가 본래 뜻한 바가 있었는데 그 뜻대로 되지도 않고 구경(究竟)에 이르지도 못했구나.
좋은 스승과 벗들과 더불어 서로 지켜주지도 못하고 이제 스승과 벗을 버리고 오히려 나쁜 친구를 따라왔도다.
존경하는 스승[和上]과 대덕 스님들[阿夷梨]과 여러 도반들과 범행(梵行)을 닦는 이들과 비구(比丘)와 비구니(比丘尼)와 청신사(淸信士)와 청신녀(淸信女)의 제자들인 사부 대중과 헤어져 멀리 떠나왔구나.
부처님 세존께서는 널리 일체지(一切智)에 통달하셔서 그 이름을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이라고 불리시는데 이제 대성(大聖) 세존과 스승[和上]과 벗들과 도반들과 모두 헤어졌구나.
무앙수 겁 동안에 만나기도 어렵고 보기도 어려운데, 이제 세간에 났으면서 깊고 묘하며 뛰어나게 심오하여 한계가 없는 경전을 강설하시는 것을 만나지도 못하겠구나.
일찍이 말로 하지 않아도 그들을 안온하게 하고 그들의 마음을 열어 교화하고 지혜를 분별하며, 여러 가지 연기(緣起)를 설하여 각각 알게 하지도 못하겠구나.
나는 인연에 따라 무앙수 겁 동안 아직 듣고 보아 해결하는 일을 하지 못했구나.
나는 인연에 따라 무앙수 겁에 아직 듣고 보아 해결하는 일을 하지 못했구나.
내가 본래 화상을 만나 이 경전의 법과 계율을 만날 수 있을까 하여 도를 위하여 집을 버리고 사문이 되었는데 뛰어난 경지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그러한 이들로서 당연히 도달해야 할 구경에도 이르지 못하고 이제 오히려 방일함을 행하지는 않았는가?
이제 나는 차라리 먼저 세존께 가서 경전의 뜻을 물어서 알고 즉시 스스로 깨우쳐 자기를 꾸짖고 내 몸에 대해 슬퍼해야 할 것이다.’
그 밤에 즉시 위신(威神)을 빛내면서 멀리까지 밝게 비추며 세존께로 갔다. 세존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린 후에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그 마음이 진실하고 바르며 도를 좋아하고 순수하고 맑으며, 도에 마음이 있는 것을 아시고 그를 위하여 4제(諦)인 고(苦)ㆍ집(集)ㆍ진(盡: 滅)ㆍ도(道)를 설하시니, 즉시 4제를 알게 되었다.
이에 세존께서 그 본래의 근기에 따라 분별하셔서 과증(果證)에 이르게 하시니, 뛸 듯이 기뻐하면서 그 준엄한 계를 받고 부처님 발아래에 머리를 조아린 뒤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때 스승은 마음으로 제자의 공덕과 품성과 행동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우울하여 비 오듯 눈물을 흘렸다. 스스로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도반들이 타일러도 그 생각을 접을 수가 없었다.
이에 비구들이 세존께 가서 이를 말씀드렸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비구를 불러오너라. 내가 그에게 물으리라.”
“그대는 어찌하여 걱정하고 번민하면서 스스로 그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가?”
비구가 아뢰었다.
“제자가 죽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런데 왜 슬퍼하며 스스로 헤어나지 못하는가?”
비구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제자는 매우 착하고 신중했으며 어질고 현명하며 따뜻하고 맑았습니다. 그 명성과 덕은 헤아릴 수가 없었는데 구경(究竟)에 이르지도 못하고 일찍 죽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슬퍼서 스스로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다시는 걱정하지 말라. 왜냐 하면 그대의 제자는 이미 구경에 이르렀으며 천상에 태어났기 때문이니라.
오늘 한밤중에 부처의 처소로 왔었는데, 그 위신이 높고 높으며 광명이 멀리까지 비추었느니라. 내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나 앉자, 나는 그 천자를 위하여 경법을 강설했으며, 널리 구족하여 성스러운 진리에 대해 분별해 주었느니라. 이에 천자는 그 자리에서 성스러운 법에 대해 통달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그 비구를 위하여 그 본말에 대해 말씀하시니, 즉시 기뻐하며 걱정을 거두고 다시는 울지 않았다.
이에 세존께서는 그 비구로 하여금 근심과 걱정을 없애주었다.
그때 여러 비구들은 각자가 생각한 것을 말하였다.
“정말 희유한 일이로구나. 위대하고 거룩하신 세존께서 으뜸가는 약으로 이 비구의 걱정과 번민을 치료하여 주셨다. 그 제자가 병으로 죽어서 근심과 슬픔에 젖었으나 아무도 그것을 풀어주지 못하였는데, 부처님 세존을 뵙고 여러 근심이 모두 없어졌으니, 정말로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이시구나. 억천 겁 동안 부처님의 공덕을 칭송해도 다할 수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그때 멀리서 여러 비구들이 모여 이 일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시고, 나오셔서 여러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방금 함께 모여 무슨 말을 하였는가?”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방금 함께 모여 부처님의 공덕이 성스럽고 한량없음을 찬탄하였습니다.
제도되지 못한 이들을 제도하시고 해탈하지 못한 이들을 해탈시키시고, 번뇌가 다 없어지지 않은 이들은 번뇌를 다 없애도록 해주시며, 일체의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은 병들을 치료해 주십니다.
으뜸가는 의사로서 항상 법의 약으로 여러 가지 마음의 병을 치료해 주십니다.
조금 전에는 그 비구의 슬픔을 없애주셔서 뛸 듯이 기뻐하며 스스로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말한 바와 같도다. 지금 이 비구는 제자가 죽은 것을 보고 마음이 슬프고 답답하게 막혀서 스스로 해소하지를 못했나니, 오직 부처님 세존만이 할 수 있느니라.
지난 세상에 지은 업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라.
옛날 아주 오랜 옛날에 어떤 한 거처에 코끼리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미가 죽었다.
그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선인(仙人)이 살았는데 위신과 공덕이 구족하고 마음에는 자비심이 있었다. 멀리서 코끼리 새끼가 그 어미가 죽은 뒤 겨우 발을 디디며 동서로 휘청거리면서 스스로 살 힘이 없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즉시 그 코끼리 새끼를 부축하여 자기가 있는 곳으로 데려와서 물도 먹이고 과일도 따서 주면서 그 새끼를 길렀다.
그때에 그 코끼리 새끼는 어질고 부드러우며 현명하고 착해서 그 공덕이 아주 뛰어났다. 올바른 도리를 좋아하고 안온함을 얻어서 걱정이 없고 모든 번뇌를 다 없앴다.
선인이 눕고 일어나는 같은 장소에 머물면서 몸이 점점 자라서 털이 깨끗하고 윤기가 났으며 물과 마실 것으로써 선인에게 공양하였다. 좋은 과일이 있으면 선인에게 드린후에 자기가 먹고 조용하게 왔다갔다하며 선인을 받들어 모시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때 선인은 코끼리 새끼를 불쌍히 여기며 그 덕행을 바라보고 마치 자기 자식처럼 사랑하고 그 새끼를 바라보는 일에 싫증을 내지 않고 지극하게 대했다.
그때 천제석은 생각하였느니라.
‘이제 이 선인의 뜻이 코끼리 새끼에게 가 있어서 그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싫증을 내지 않고 있구나. 이제 내가 그로 하여금 슬프게 해 봐야겠다.’
그리고는 천제석이 그에게 나타나 그를 시험하였다. 코끼리 새끼로 변해서 갑작스럽게 죽어서 땅에 피를 흘리도록 하였다.
선인이 코끼리 새끼가 죽은 것을 보자, 슬퍼서 말을 못하고 울면서 스스로를 억제하지 못하였다. 다른 선인들이 듣고 와서 그에게 타일러 깨우쳐 주었지만 그 근심을 없애주지 못했고, 먹고 마시지도 않았다.
그때 천제석은 스스로 그 몸을 나타내서 허공에 머물며 선인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대는 집을 버리고
이에 이르렀는데 권속도 없도다.
여러 선인의 법에 있어서는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만일 슬피 울어서
능히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다면
다 같이 모여서 근심하며 울겠지만
운다 하여 살릴 수는 없느니라.
이미 함께 머물면서
코끼리 새끼와 함께했으니
불쌍하게 생각하고 은혜를 생각하는 정에서
슬퍼하지 않을 수가 없으리.
사람이 죽으면 죽음에 대해 울지만
그 우는 자가
지혜가 밝으면 근심을 품지 않나니
선인의 지혜를 가졌다면 어찌 울겠는가?
그때 천제석은 그 선인으로 하여금 슬픔을 그치게 한 뒤에 코끼리 새끼가 다시 살아나게 하였다.
그때 선인은 코끼리 새끼가 다시 살아난 것을 보고 매우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하여 다시는 슬퍼하지 않았느니라.
그때 천제석은 즉시 선인을 위하여 게송을 읊었다.
그대의 근심을 뽑아버리니
마음속에 품었던 슬픔
이제 그대에게 걱정거리가 없으며
자식에 대한 근심과 슬픔 없애어
사람으로 하여금 슬픔과 고뇌와
일체의 친족을 버리게 하였네.
그대의 오늘의 기쁨은
코끼리 새끼가 일어났기 때문이라네.
그때 천제석이 게송으로 말했다.
내가 그대를 불쌍히 여기기 때문에
여러 가지 근심을 없애주고자
일부러 이러한 인연을 일으켜
번뇌를 더하게 했네.
은애(恩愛)가 고통과 근심을 낳는 것
지혜 있는 자라면 이것을 밝게 알리니
그 안팎을 잘 살피면
변화를 일으킴이 없으리.”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선인이 누구였는지 알고 싶으냐? 지금의 스승[和上]이니라.
그때의 코끼리 새끼는 죽은 제자이고, 천제석은 나였느니라.
그때에 서로 만났었건만, 지금도 또한 이와 같이 만났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