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화수경 제7권
23. 득념품(得念品)[1]
[보살의 마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보살의 마음을 다시 듣고자 하느냐?”
“그러하옵니다. 부처님이시여, 지금이 바로 이때입니다. 마땅히 보살의 참마음을 다시 말씀하여 주소서. 이 참마음으로써 곧 능히 위없는 보리를 닦아 모으겠나이다.”
[덕왕명 여래와 득념 왕자]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으로부터 지나간 세상 한량없고 가없고 생각할 수 없는 아승기겁에 부처님께서 계시었으니,
이름은 덕왕명(德王明)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신데 세상에 출현하셨다.
사리불아, 이 덕왕명불의 성문 대중의 모임이 8만 4천이요, 보살 대중의 모인 수도 이러하였느니라.
그때에 저 성문의 낱낱 모임 가운데 8만 4천 인이 모두 아라한을 얻었고,
모든 보살의 낱낱 모임 가운데 8만 4천 인은 물러나지 않음[不退轉]을 얻었느니라.
덕왕명불의 그와 같은 번뇌가 다 없어졌고,
마음에 자재를 얻은 큰 아라한과 여러 예류과(預流果)와 일래과(一來果)와 불환(不還)의 대중도 다시 이 수의 갑절이었다.
때에 왕자가 있었으니 득념(得念)이라고 이름하였다.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아래 절하고 문득 한쪽에 서서, 왕자는 부처님께 큰 위엄의 덕이 있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회유하시어 이러한 매우 깊은 공덕을 성취하셨거늘, 나는 마땅히 어떠한 인연으로 이와 같은 부처님의 지혜와 상호의 몸을 모을 수 있으랴?’
[부처님께 여쭈다, 게송]
곧 생각한 대로 게송으로써 부처님께 여쭈었다.
제가 지금 부처님 뵙고
장차 이런 지혜 얻기 소원
무슨 업 인연 행하여야
이 위없는 지혜에 이르리까?
부처님의 몸 빛깔은
마치 여러 별 가운데 달과도 같아
신통의 힘 비할 데 없어
대중을 따라 법문 능히 설하시네.
지혜가 같은 이 없어
제석천 가운데 높으심 같아
법에서 자재하심 얻었으므로
제가 지금 이 일을 묻나이다.
부처님 지혜는 청정하여 걸림 없어
3세에 모두 통달
온갖 중생이 존중하니
저를 위해 이 일 말씀하소서.
세존은 옛적에 벌써
수없는 여러 부처님 뵙고
보리의 인(因) 물어 아시오니
지금 저를 위해 말씀해 주소서.
이제 걸림 없는 지혜 여쭙나니
어떻게 불도 증득하였고
온갖 중생이 귀의하오며
나고 죽는 고통 제도하셨나이까?
[덕왕명불이 대답하다, 게송]
사리불아, 그때에 덕왕명불은 게송으로써 대답하셨다.
동자야, 네가 말하는 것
그 사실은 이렇다
내가 벌써 뵈온 여러 부처님
그 수는 항하의 모래 수와 같네.
뵈온 부처님 항하의 모래 수보다 지나고
명수(名數)도 다할 수 없어
또한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겁 동안에
부처님께 이 일 여쭈었다.
그대는 보리의 마음 발했으니
부처를 반드시 이루리.
이제 내가 말하는 것 들어
듣고 나서는 말대로 행하라.
보시를 행해 게을리 말고
계행 가져 쉬지 말라.
많이 들어 싫증내는 일 없이
진실한 지혜 닦아 익히라.
부처님께서 간략히 이 게송 설하실 제
동자가 싫증 없음을 보시고
불도를 이루게 하고자
다시 널리 분별하셨다.
그대는 보시하되 게을리 말고
계를 갖되 청정히 하여 게을리 마라.
지혜 있는 이에게 묻되 싫어함 없으면
이것이 참지혜의 인연.
참지혜는 방위와 처소가 없고
늘 머무는 곳조차 또한 없네.
인연 있어 여러 부처님께 묻고
그 까닭에 참지혜를 내느니라.
부처님 지혜 눈에 의지치 않음은
눈의 성품이 스스로 공한 탓
이로써 마땅히 착하지 아니하여
부처님 지혜를 마땅히 구하리.
귀ㆍ코ㆍ혀ㆍ몸의 뿌리와
뜻의 뿌리도 또한 이와 같아
모든 거두어들임[入]이 모두 공해
탐착할 상(相) 없느니라.
4대(大)가 합해서 이 몸 되니
마음이 의지하는 곳
여기에서 생각하는 것 생기니
생각하는 것도 있지 않아.
몸에 의지하지 않으며
목숨 또한 의지치 않고
재물의 이익[財利]마저 의지치 않으면
부처님 도(道) 능히 얻으리.
늘 출가할 것을 구하고
언제나 정진의 행을 부지런히 해
모든 욕심을 늘 싫어하라.
나쁜 갈래 여의기 위한 까닭.
네가 행하는 보시는
온갖 중생을 위함이니
여럿에게 분별 내지 말고
희론의 보시도 하지 말라.
[왕자가 부처님께 여쭈다, 게송]
때에 득념 왕자는 믿음의 마음으로 환희하여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의심을 능히 끊어 주셔
생사(生死)의 길 뽑아 버리시네.
이 깊고 청정한 법 설하시어
나를 위하여 큰 이익 만드셔.
나는 성불하였다고 일러
벌써 도량에 앉아서
온갖 마군의 결박을 헐어버린
부처님에게서 법 들은 까닭.
내가 문득 중생의 지도자 되어
대천세계를 능히 움직이고
가지가지 신통을 나타냄은
부처님에게서 법 들은 까닭.
문득 큰 목숨 버리고
열반에 벌써 들어
온갖 법 모두 공했다 이름은
이 참지혜를 낸 까닭.
법이 멸하여 다한 상(相)을 알면
멸법은 처소가 없네.
유위(有爲)는 모두 다 멸하나니
다 멸하는 것도 곧 공이 되네.
내 이제 부모님께 나아가
은혜를 감사하고 아울러 하직하여
부처님 법에 출가함은
보리를 닦기 위한 까닭.
즉시 부처님 발아래 절하고
세 바퀴를 돌고 나서 떠나가
부모님 처소에 나아가다가
중도에서 악마 만났네.
악마는 이 생각 냈네.
왕자가 출가코자 하니
나는 꼭 장애를 만들어
어지럽게 하여 그의 마음 헐리라고.
즉시 중도에 서서
왕자에게 묻는 말이
어디를 빨리 가시는 거요.
잠깐 서서 얘기 좀 합시다.
이때에 왕자 답하기를
나는 부처님 계신 데서 오네.
위없는 법 얻어 듣고
이제부터 닦아 익히려고.
마군이 말하되, 그대는 착하다.
정진하여 부처님 도 구하는구나.
하지만 욕락을 먼저 받고
그런 뒤에 출가하여라.
그대는 존귀한 곳에 태어나
백성ㆍ재물ㆍ부귀가 한량없으니
마땅히 세상 욕락 먼저 받아야지
뒤에 후회하지 말라.
이러한 존귀한 곳에서
묘한 오욕락 얻기 어렵거늘
이제 만일 버리고 출가하면
이 뒤에 반드시 후회하는 마음 있으리.
즉시에 왕자 말하기를
욕락을 받음은 끝내 불안,
그대는 뒤바뀐 마음으로
이 허망하고 더러운 법 칭찬하는 것.
그대는 부귀하기 어렵다 말하지만
여덟 가지 어려움 여의기가 매우 어려워
나는 이제 이때를 만났으니
출가하여 불도 닦으려네.
나는 욕계ㆍ색계
무색계의 허물을 알았네.
삼계는 괴롭고 무상하니
애욕을 끊고 적멸을 얻으려네.
무위(無爲)의 법 꼭 증득해
중생을 크게 이익케 하리.
나고 병들고 죽음과
뭇 고통에 오고 감을 해탈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