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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 제7권
[마왕 파순]
저 음악 속에서 이러한 게송이 흘러나와 부처님을 찬탄할 때에,
마왕 파순(波旬)이 그의 네 부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부처님의 처소로 왔다.
그는 대중 앞에 마치 장자(長者)의 형상처럼 그 몸을 나타내어서는 엎드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허공장보살과 보수보살은 한량없고 그지없는 공덕을 성취하였기에 이제 이러한 갖가지 기이한 신통과 이익이 되는 일을 나타내 보이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미래세에서도 유정들 가운데 이 경전을 듣고 깨달아서 신심을 내어 생각하는 자가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미래세에 이 경전을 믿는 자의 수는 마치 하나의 터럭을 백천 번으로 쪼개어서 그 하나의 터럭 끝으로 큰 바다의 물 한 방울을 찍어내는 것처럼 아주 적을 것이다.
그 반면에 이 경전을 믿지 않는 자의 수는 큰 바다의 물과 같으리라.”
이 말씀을 들은 파순은 마음이 뛸 듯이 기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그 모임의 대중으로부터 떠났다.
곧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지금 뛸 듯이 기뻐하면서 이 모임을 떠나가는 저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자여, 이는 마왕 파순이 일부러 장자의 형상을 나타낸 채 나의 처소에 와서 곧 법을 방해하려다가,
‘후세에는 이 경전을 믿는 자가 아주 적으리라’는 말을 들은 나머지
마음이 기쁘고 통쾌하여
‘사문 구담(懼曇)의 권속은 점차 줄어들고 나의 권속은 많아지리라’고 외치는 것이니라.”
그 때에 마왕 파순은 기쁨에 넘쳐서 대중의 모임을 떠나 천궁(天宮)에 돌아가려고 하면서 생각하길,
‘이제 구담을 비롯한 허공장보살과 그 나머지 보살들의 모든 공덕도 다 줄어들 것이다’ 하였다.
그러자 허공장보살이 신통력으로써 마왕 파순과 그의 권속들을 제어하여 허공으로 떠나지 못하게 한 다음 마왕에게 경고하였다.
“파순이여, 그대는 허공에 아무런 걸림이 없거늘 어째서 속히 떠나지 않는가?”
마왕이 곧 대답하였다.
“그대가 보는 허공은 장애가 없지만, 내가 지금 보는 허공은 깜깜할 뿐이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래쪽에 널리 비추는 불세존의 광명이 보이기는 합니다.”
허공장보살이 파순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마음속으로 청정한 법을 좋아한다면 바깥이 깜깜하게 보일 이유가 없을 것이오.”
파순은 곧 자기의 마음속에 항상 질투와 고뇌를 품고 있었던 것을 깨닫고는 부끄럽게 여겨서 허공장보살에게 사죄하였다.
“저도 이제부터는 마군의 업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허공장보살이 또 말하였다.
“파순이여, 그것은 희유하고도 어려운 일이오.
그대가 과연 그러한 굳은 서원을 세웠다면, 그대는 이제 권속들과 함께 여래의 처소로 내려가서 법을 들어야 하오. 왜냐 하면 세간에 출현하신 부처님을 만나 뵙기는 어렵기 때문이오.”
파순은 자기의 궁전으로 돌아가려고 생각했던 만큼 그다지 반갑지는 않았으나,
허공장보살의 명령이므로 부득이 권속들과 함께 허공으로부터 머리를 치켰다 숙였다하면서 내려왔다.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
그 때에 허공장보살이 보살 대중에게 말하였다
“어진이들이여, 저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보살의 법문을 설하실 수 있다면, 각각 생각한 바 그대로 말씀해 주시오.”
처음으로 그 모임 속에 있던 산왕(山王)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마군의 경계를 벗어나려고 애쓴다면 이것이 곧 마군의 경계에 떨어지는 것입니다.
일체의 부처님의 경계 이외에는 마군의 경계가 있을 수 없음을 알아야만 부처님 경계에 들어가게 되리니,
부처님 경계에 들어가는 자라면 부처님의 경계조차 보지 않을 것이거늘 하물며 다른 경계를 보겠습니까?
보살이 이와 같이 마군을 초월하니, 이것이 바로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일 것입니다.”
다음에 보길상(寶吉祥)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바깥 경계의 대상을 인연으로 하여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곧 마군의 경계입니다.
그러므로 어떠한 법도 다 얻을 바가 없는 것임을 알아야만 아뢰야식(阿賴耶識)의 작용이 없을 것이니,
아뢰야식의 작용이 없다면 어떤 마군의 행위가 있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보살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일 것입니다.”
이어 보수(寶手)보살이 말하였다.
“그 누구라도 집착함이 있으면 마군의 경계에 떨어질 것이지만, 집착함이 없으면 어떤 다툼도 없을 것입니다.
이에 같거나 다르거나 간에 마음에 두지 않거늘, 어떤 마군의 경계가 있겠습니까?
이러한 법문을 증득하는 것이 바로 보살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일 것입니다.”
이어 보용(寶勇)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공함에 집착하면 다툼이 있게 되고 다툼이 있음으로써 마군의 경계가 있게 됩니다. 공함에 집착하지 않고 인식의 대상에 따라 일어나는 것에 머물지 않으며 그 경계조차 없어야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보살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일 것입니다.”
이어 보사유(寶思惟)보살이 말하였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일체의 법에 번뇌 망상을 일으키지 않아야 할 것이니, 일체의 법이란 광명의 그림자나 그림자의 형상과 같아서 변하지 않는가 하면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오거나 가는 것도 아니고 안팎에 머무는 것도 아닙니다.
이와 같이 아는 자라야만, 분별의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모든 상념을 끊어서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보살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일 것입니다.”
이어 보장(寶藏)보살이 말하였다.
“만약에 번뇌에 물들거나 물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곧 애증이 있는 것이므로 마군의 행에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애증을 여의어야만 평등에 머물 수 있고, 평등에 머물러야만 모든 법의 갖가지 상(相)을 여읠 수 있고, 모든 상을 여의야만 평등함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곧 이러한 평등을 얻어야만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보살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일 것입니다.”
이어 이보(離寶)보살이 말하였다.
“나에게 일어나는 것이 곧 마군의 업입니다.
나가 만약 청정하다면 어떤 마군의 경계가 있겠습니까?
나가 청정함으로써 번뇌가 청정하고
번뇌가 청정함으로써 일체의 법이 청정하고
일체의 법이 청정함으로써 허공이 청정하니,
곧 이 허공이 청정한 법에 머물러야만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보살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일 것입니다.”
이어 법왕(法王)보살이 말하였다.
“비유하자면, 관정(灌頂)의 지위를 얻은 대왕이 큰 군사를 거느리고 있어야만 두려울 것이 없는 것처럼,
관정의 지위를 얻은 보살도 그와 같이 온갖 법의 보배로써 권속을 삼아야만 일체의 마군에 대해 두려울 것이 없게 됩니다.
왜냐 하면 저 관정의 지위란, 일체의 한량없는 법을 원만히 갖추어서 그 법의 보배를 권속으로 삼을 뿐만 아니라 시방의 일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다 받아 지니기 때문입니다.
보살이 만약 이러한 마음에 머문다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보살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일 것입니다.”
이어 산상격왕(山相擊王)보살이 말하였다.
“마치 구멍 뚫린 틈이 있음으로써 바람이 그 속에 들어가 물체를 동요시켜 오고 가는 형상이 있게 되는 것처럼,
보살의 마음도 그와 같이 벌어진 틈이 있을 때에 그 마음이 동요되고, 마음이 동요됨으로써 마군들이 기회를 엿보게 됩니다.
그러므로 보살은 마음을 지켜서 벌어진 틈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합니다.
마음의 틈이 없으면 곧 모든 상(相)이 원만하게 되고, 모든 상이 원만하게 되면 그 공한 성품도 원만해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보살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일 것입니다.”
이어 희견(喜見)보살이 말하였다.
“모든 견해 가운데 부처님을 보거나 법을 보는 것이 가장 수승한 것입니다.
왜냐 하면 부처님을 본다는 것은 물질로써 보는 것도 아니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으로써 보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법을 본다는 것도 그와 같아서 어떤 것으로써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실로 부처님을 보거나 법을 보는 것만이 바로 일체의 법에 대해 의식을 일으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문자(文字)에 의지하지도 탐착하지도 않게 됩니다.
진실로 부처님을 보거나 법을 보아서 성취하기에 곧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보살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일 것입니다.”
이어 제망(帝網)보살이 말하였다.
“어떤 생각을 일으켜 관찰하는 것이 곧 마군의 업입니다.
그러므로 보살이 저 인연의 법에 만약 상념을 일으켜서 흔들리거나 이치대로 수순하지 않게 되면 모두가 마군의 조작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상념을 일으켜 흔들리지 않고 어떤 관찰을 일으키지도 않으며 감촉을 내지도 않는 것이 곧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보살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일 것입니다.”
이어 공덕왕광명(功德王光明)보살이 말하였다.
“저 대치(對治)가 있는 것이 마군의 업이고 대치가 없는 것이 곧 법계(法界)입니다.
일체의 법이 다 법계에 수순하니, 법계에 들면 마군의 경계는 자연히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왜냐 하면 다같은 진리의 성품에 비추어 볼 때에 법계와 마군의 경계는 조금도 다름이 없으니, 법계를 떠나서는 마군의 경계도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살이 이것을 깨달아 곧 한 가지의 도에 들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보살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일 것입니다.”
이어 향상(香象)보살이 말하였다.
“마군은 힘이 없는 자에게는 그 틈을 엿보고 힘이 있는 자에게는 그 틈을 엿보지 못합니다.
힘이 없는 자란 3해탈문(解脫門)을 들을 때에 놀라거나 겁을 내는 자이고, 힘이 있는 자란 3해탈문을 듣고서도 놀라거나 겁내지 않는 자입니다.
왜냐 하면 이 해탈문을 증득한 자와 해탈문에 통달한 자와 해탈문을 잘 수행한 자는 놀라거나 겁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놀라거나 겁내지 않기에 곧 마군을 초월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보살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일 것입니다.”
이어 자씨(慈氏)보살이 말하였다.
“마치 큰 바닷물이 똑같은 짠맛인 것처럼, 부처님 법의 지혜의 바다도 똑같은 법의 맛이 납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이나 부처님의 법은 다 평등하여, 공(空)하고 상(相)이 없고 원(願)이 없으며, 생하지도 멸하지도 않는 것이어서 평등한 상이고 한 가지의 맛입니다.
보살이 이 한 가지의 맛과 상을 깨달아 알게 되면 곧 마군을 초월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보살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일 것입니다.”
이어 허공장보살이 말하였다.
“어진이여, 그것은 마치 허공이 일체의 경계를 다 벗어나고 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감각이 없는 것처럼, 보살이 그 일체 법의 성품의 청정함을 아는 것도 그러합니다. 평등한 허공과 같이 몸ㆍ입ㆍ뜻이 다 지혜의 광명에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 지혜의 광명을 얻게 되면 곧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보살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문수사리(文殊師利) 보살이 말하였다.
“어진이여, 그대들이 말하는 것 자체가 다 마군의 경계입니다.
왜냐 하면 무엇을 시설(施設)하거나 문자로써 표현하는 것이 곧 마군의 업이고 내지 부처님의 말씀일지라도 그 언설(言說) 자체는 역시 마군의 업이 되기 때문에,
아무런 언설이 없고 모든 문자를 여의어야만 마군의 업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시설도 없고 나라는 견해도 없고 문자라는 견해도 없는 것은 곧 나가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에 손익(損益)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깨닫는다면, 곧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보살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일 것입니다.”
그 때에 허공장보살이 마왕 파순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을 들었습니까?”
파순은 대답하였다.
“대사여, 들었습니다.”
허공장보살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파순이여, 그대는 이러한 큰 보살들이 설한 저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법문을 듣고서도 감히 마군의 일을 되풀이하겠습니까?”
파순이 대답하였다.
“대사여, 제가 옛날에 이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는 수승한 법문을 들었거나 혹은 그 뒤에 듣거나 간에 끝내 마군의 업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거늘, 하물며 이제 현전에 듣고서 감히 되풀이하겠습니까?”
그 때 마침 모임 가운데 보리의 도량을 옹호하고 있던 권속으로서 온각리(昷却梨)ㆍ삼모득각리(三牟得却梨)ㆍ구향(具香)ㆍ정신(淨信) 등의 네 천인이 마왕 파순에게 경고하였다.
“옛날, 여래께서 도량에 앉아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실 때에 우리들이 다 보리수 아래에서 그대를 보았으니, 그 때 그대는 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온갖 방해를 부렸느니라.
세존께서는 자비로운 마음을 베푸시어 계율ㆍ선정ㆍ지혜의 굳은 용맹과 지혜로운 복덕을 나타내시고는, 그 보배로운 손으로 땅을 어루만져서 한량없는 세계를 한꺼번에 진동케 하셨다.
세존께서 이미 위신의 힘으로 그대와 권속들을 다 굴복시킨 사실을 그대 스스로가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거늘,
이제 또 무엇 때문에 부처님과 보살들 앞에서 마군의 업을 되풀이 하려는가?”
그 때서야 파순은 비로소 변화를 일으켜 8만 4천 구지(俱胝)의 보배 일산으로써 온 대중을 두루 덮고,
또 갖가지의 한량없는 하늘의 미묘한 꽃과 바르는 향ㆍ가루 향으로써 부처님의 머리 위와 여러 대중들에게 뿌렸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일체의 욕계(欲界)의 장엄물과 일체의 부처님 불국토의 장엄물과 내지 저희들 궁전에 있는 수승하고도 진귀한 보배와 그 밖의 천상과 인간세계에 있는 일체의 미묘한 장엄물을 다 부처님과 대중들에게 받들어 올리며, 또한 허공장보살에게도 공양합니다.”
허공장보살이 다시 파순에게 말하였다.
“파순이여, 이제부터 그대는 권속들과 함께 다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보리의 마음을 내어야 할 것이오.”
그 때에 파순은 과연 그 8만 4천의 천속들과 더불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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