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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경요집 제6권
10. 부귀부(富貴部)
〔여기에는 두 가지 연(緣)이 있음〕
10.1. 술의연(述意緣)
대개 선을 행하여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마치 그림자가 형제를 따르는 것과 같고, 악을 지어 괴로움을 부르는 것도 마치 소리를 질러 메아리를 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부(富)는 주옥(珠玉)과 같고 귀(貴)는 소조(蕭曺:蕭何와 曺操)와 같다. 비단으로 옷을 만들고 금은(金銀)으로 집을 지으니, 구름은 용의 나팔 소리 앞에서 일어나고 바람은 봉황의 피리 소리 위에서 생겨난다.
걸음걸이는 넓은 궁전을 울리고 얼굴은 긴 행랑에 친근하며, 구슬 같은 선을 빨간 뜰에 끌고 다니고 금빛 귀걸이를 푸른 대궐 안에 달아 놓았다.
음식은 진수성찬으로 상 위에 가득하고 바다 생선과 육지의 고기가 눈 앞에 가득하며 솥 안에도 맛있는 음식이 별처럼 벌려져 있어 갖가지 향기로운 냄새가 구름처럼 퍼진다.
앉은 자리는 높은 마루나 청아한 집이요 옥 같은 섬돌과 구슬 같은 발[簾]이며, 죽사관현(竹絲管絃:관현악기)의 음악 소리 애절하고 맑게 나부낀다.
잠을 잘 때면 난초 등불이 밝은 빛을 내고 수놓은 휘장은 그늘을 드리우며 비단 이불이 이미 깔려 있고 털로 만든 요를 턴다.
다닐 때에는 사마(駟馬:네 필의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번개처럼 날고 연(輦)과 가마[輿]소리는 천둥처럼 울리며, 천 대의 수레와 만 마리 말이 너무 많아 가리워져 보이지 않고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
복의 원인을 대략 기숭하면 선(善)한 과보는 이와 같나니, 이것은 모두 옛날에 보시를 행하였기 때문에 이런 훌륭한 이익을 얻는 것이다.
10.2. 인증연(引證緣)
『현우경(賢愚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옛날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계실 때에 사위국(舍衛國)에 어떤 한 장자(長者)가 있었다.
그는 권세 있는 큰 부자로서 한 사내 아이를 낳았는데 세상에선 보기 드물 정도로 얼굴 모습이 단정하였다.
부모는 기뻐하며 그것으로 인하여 이름을 단미리(檀彌離)라고 지었다. 나이가 점점 들어 장성하게 되었을 때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바사닉왕(波斯匿王)은 곧 그 아버지의 벼슬 자리를 그 아들에게 봉해 주었다.
그가 왕에게 벼슬을 받은 뒤로 그 집은 일곱 가지 보배로 변하고 여러 창고에는 창고마다 갖가지 보물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 때 왕태자 비유리(琉璃)가 우연히 열병(熱病)에 걸렸다.
그러자 모든 의사들이 약을 처방하면서 왕에게 말하였다.
‘우두전단향(牛頭栴檀香)을 그 몸에 꼭 발라야만 그 명이 나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곧 그 약을 사방에 구하고 찾으면서 말하였다.
‘만약 한 냥의 향을 가져 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 값으로 천 냥의 상금을 주리라.’
그런데도 아무도 향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 없었다.
어떤 사람이 왕에게 말하였다.
‘단미리의 집 안에 그 향이 많이 있습니다.’
그 때 왕은 그 말을 듣고 나서 몸소 단마리의 집으로 가서 그 향을 구하려 하였다.
장자의 문 앞에 이르러 그 집의 바깥 문이 순전한 백은(白銀)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곧 문지기를 보내 안에 들어가서 소식을 전하게 하였다.
그 때 문을 지키던 사람이 들어가서 장자에게 아뢰었다.
‘지금 문 밖에 바사닉왕이 와서 계십니다.’
장자는 그 말을 듣고 곧 나가서 왕을 집 안으로 맞아들였다.
왕이 문 안에 들어가다가 한 소녀를 보았는데 얼굴이 너무도 단정하여 세상에 비할 데가 없있다. 그집 소녀는 백은으로 만든 평상 위에 앉아서 백은실을 뽑고 있었으며 그의 좌우에는 열 명의 소녀들이 시중을 들고 있었다.
그 때 왕이 불었다.
‘저 여인은 경의 부인이오?’
장자가 대답하였다.
‘이는 문지기 여자 종의 작은 딸입니다.’
다음에 중문(中門)으로 들어갔다. 그 문은 순수한 감색 유리로 되었고 문 안에는 어떤 여인네가 유리 평상에 앉아 있었는데 앞의 여자보다 얼굴이 배나 더 아름다웠으며, 좌우에는 시종들이 앞의 여자를 모시고 있는 숫자보다 배나 더 많았다.
다음에 안 문으로 들어갔다. 그 문은 순 황금으로 되어 있었으며 문 안에는 어떤 여인이 있었는데 얼굴 단정하가가 또 배나 더 아름다웠다. 그 여인은 황금 평상에 앉아 순 황금실을 뽑고 있었으며 좌우에서 모시고 있는 시종들도 앞의 숫자보다 갑절이나 더 많았다.
왕은 다시 물었다.
‘저 여인은 경의 부인이오?’
장자가 대답하였다.
‘그 여인은 문지기의 여자 종입니다.’
왕이 집 안으로 들어가니 땅은 모두 유리로 되어 있었으며, 집 사이에는 갖가지로 온갖 짐승들을 아로새겨 바람이 불어 흔들면 그 형상들이 유리로 된 바닥 위에 나타났다.
왕은 바닥을 물로 생각하고 두려워하여 감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장자에게 말하였다.
‘다른 곳엔 땅이 더 없어서 집 앞에 바다를 만들었소?’
단미리 장자가왕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유리 바닥이지 물이 아닙니다.’
곧 손가락에 끼었던 칠보 가락지를 빼어 땅에 던지니 그 가락지는 벽에 부딪쳐 그대로 멈추었다.
왕은 그제서야 바닥임을 알고 장자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서 칠보전(七寶殿)으로 올라갔다.
부인은 칠보전 위의 유리 평상에 앉아 있었고 그 옆에 또다른 보배 평상이 있어 왕을 앉게 하였다.
그 때 부인은 왕을 보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왕이 부인에게 물었다.
‘무슨 까닭에 기뻐하지 않고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가?’
부인이 대답하였다.
‘매우 기뽑니다. 다만 지금 대왕님 몸 위에서 나는 연기 냄새를 맡았을 뿐인데 그 때문에 눈물이 나는 것입니다.’
왕이 곧 물었다.
‘집에서는 불을 때지 않는가?’
대답하였다.
‘불을 때지 않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무엇으로 밥을 짓는가?’
부인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밥 먹을 때가 되면 온갖 음식이 저절로 생깁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밤에 등불도 필요하지 않은가?’
부인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마니주(摩尼珠)를 사용하여 비추면 온 방 안이 두루 다 밝아집니다.’
그 때 단미리가 꿇어앉아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무슨 까닭에 수고롭게 귀하신 몸을 굽혀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바사닉왕은 그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장자는 이 말을 다 듣고 나서 곧 왕을 인도하여 모든 창고를 두루 보여 주었다. 창고마다 칠보가 가득하고 우두 향도 헤아릴 수 없이 가득 쌓여 있었다.
‘왕께선 마음대로 가져 가십시오.’
왕은 두 냥을 취하여 먼저 사람을 시켜 보내고는 공경스레 말하였다.
‘지금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해 계시는데 경은 듣지 못했는가?’
단미리가 대답하였다.
‘어떤 사람을 부처님이라고 말합니까?’
왕은 그를 위하여 설명해 주었다. 단미라는 기뻐하면서 곧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갔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셨다. 그러자 그는 수다원과를 증득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출가하여 아라한을 증득하고 삼명(三明)과 육통(六通)과 팔해탈(八解脫)을 갖추었다.
아난이 이것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단미리는 전생에 무슨 업을 심었기에 인간 세계에 태어나서 하늘 복의 과보를 받고, 또 세존을 만나출가하여 도를 증득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나간 과거 아흔한 겁 전에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명호는 비바시(毘婆尸)였다. 그 부처님께서 열반(涅槃)에 드신 뒤에 상법(像法)시대에 어떤 다섯 비구가 서로 약속하고 어느 숲 속에서 정근하며 도률 닦고 있었다.
그들은 그 중 한 비구에게 말했다.
‘여기에서 성(城)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어 걸식하러 다니다가 매우 피로하고 괴롭다.
그대가 마땅히 복을 지으려면 여름 내내 음식을 벌어다가 우리들에게 공양해야 할 것이오.’
그 한 비구는 곧 성으로 들어가서 여러 단월(檀越)들에게 권유하여 날마다 음식을 보냈다. 네 사람은 이 때문에 편안하게 오로지 수도에만 정진하여 아라한을 증득하였다.
그리고는 곧 이 사람에게 말하였다.
‘그대 덕분에 우리들은 안온하게 할 일을 이미 다해 마쳤다.
그대의 소원이 무엇인가?’
그 비구는 이 말을 듣고 나서 기뻐하며 발원(發願)하였다.
‘저로 하여금 오는 세상에 천상이나 인간 세계에서 저절로 부귀(富貴)하고 부처님을 만나 도를 얻게 해 주십시오.’
그는 이러한 공덕을 연(緣)하여 이로부터 그 뒤로 아흔한 겁 동안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과 인간 세계에서 늘 권세 있는 큰 부자로 살면서 필요한 것은 저절로 생겼고 지금은 나를 만나 출가하여 도를 얻었느니라.’
또 『현우경(賢愚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셨을 때 사위국에 어떤 장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 집은 큰 부자로서 재물과 보물이 한량없이 많아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는 한 사내 아이를 낳았는데 온몸이 금빛을 띠었고, 단정함이란 짝할 이가 없었다.
부모는 그 아이를 보고 한없이 기뻐하면서 이로 인하여 그 아이의 이름을 금천(金天)이라고 지었다.
그 아이가 태어나던 날 그 집 안에 우물 하나가 저절로 생겼는데 가로와 세로가 각각 여덟 자이고 깊이도 여덟 자나 되었다.
물을 길어올리면 무엇이든 사람의 뜻대로 필요한 물건이 나왔으니, 옷이 필요하면 옷이 나오고, 음식이 필요하면 음식이 나오며, 금ㆍ은ㆍ귀중한 보배 등 온갖 필요한 것을 원하기만 하면 사람의 뜻대로 취하여 다 얻을 수가 있었다.
아이는 나이가 먹어갈수록 그 재주와 기예가 널리 통하였다.
그 아버지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 아들은 단정하여 용모가 뛰어나다. 그러니 금빛 얼굴과 절묘한 몸이 내 아들과 같이 뛰어난 여자를 꼭 구해 보리라.’
그 때 사바국(闍婆國)에 큰 장자가 있었는데 딸 하나를 낳있다.
그리고는 이름을 금광명(金光明)이라고 지였다. 그 딸도 단정하기가 범상치 않았으며, 신체 또한 금빛이어서 찬란하게 사람들을 비추었다.
이 딸도 처음 태어나던 날에 역시 깊이 여덟 자나 되는 우물이 저절로 생겼는데 그 우물에서도 갖가지 보물과 의복ㆍ음식 등 일체 필요한 것이면 모두가 사람의 뜻대로 되었다.
그녀의 부모도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 딸은 단정한 데다 사람들 가운데서도 재주가 뛰어나 반드시 내 딸과 비슷한 금빛 찬란하고 현명한 남자를 구해 결혼시키리라.’
이윽고 그녀의 이름이 멀리까지 퍼졌고, 금천은 드디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다.
그 뒤 어느 때에 금천은 부처님과 스님들을 초청하여 음식을 공양했다.
음식 공양이 끝나자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시어 금천 부부와 그의 부모가 모두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증득하였다.
금천 부부가 그의 부모에게 아뢰어 출가하기를 청하자 그의 부모는 곧 허락했다.
그들은 이미 출가한 뒤에 부부가 함께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였고 일체의 공덕을 다 구족하였다.
아난이 그것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금천 부부는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부호의 집안에 태어나서 온몸이 금빛을 띠었으며, 또한 여덟 자 우물이 저절로 생겨 갖가지 물건이 나오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아흔한 겁 이전에 비바시(毘婆尸)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여러 비구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돌아다니면서 교화하다가 어느 마을에 이르게 되었다.
그 마을 사람들은 승려들을 보고 서로 앞다투어 함께 공양을 올렸다.
그 때 어떤 부부가 있었는데 두 사람은 집안이 가난하여 한 되의 쌀도 없있다.
그 남편은 다른 사람들이 많은 스님들을 공양하는 것을 보고는 아내를 마주 보고 슬피 울며 고뇌하다가 그 아내의 팔에 눈물을 떨어뜨렸다.
아내가 곧 남편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울고 계십니까?〉
남편은 아내에게 대답했다.
〈우리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에는 창고에 재물이 가득 자 있고 풍부하게 넘쳐 한량없이 많았었소. 그런데 나의 대에 이르러 몹시 가난하고 궁색하게 되고 말았소.
전날에는 아무리 재물이 많았어도 보시하지 못했고 오늘날은 스님을 만났으나 가난하여 보시할 수가 없으나, 전신(前身)이 보시하지 않아 지금 이렇게 가난하게 된 것이오.
그런데 지금도 또한 보시할 수 없으니 미래는 더욱 비참할 것이오. 나는 이런 생각을 했고 이 때문에 이렇게 괴로워하는 것이오.〉
아내가 남편에게 말하였다.
〈아무리 공(空)한 마음을 가진다 한들 보시할 돈이 없는데, 미래를 미리 짐작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내가 또 남편에게 말하였다.
〈시험 삼아 옛 집에 가서 두루 찾아 보십시오. 흑 무엇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남편은 드디어 옛 집에 가서 집안을 뒤지다가 금전 하나를 얻었다. 그것을 가지고 아내에게로 왔다. 그 아내에겐 그 때 밝은 거울 하나가 있었고 또 물병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그 병에 깨끗한 물을 담고 그 돈을 병 속에 넣었으며 그 뒤에는 거울을 얹었다.
부부는 한 마음으로 그것을 가져다가 스님에게 보시하고 나서 발원하고 떠나갔다.
그들은 이 공덕의 인연으로 그 후로 아흔한 겁 동안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과 인간 세계에서 항상 부부가 되어 온몸은 금빚을 띠었고 또한 복을 받아 쾌락을 누렸으며, 지금은 나를 만났기 때문에 출가하여 도를 증득하였느니라.’
또 『출요경(出曜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계실 때에 가비라위국(迦毘羅衛國)에 목련(目連)과 함께 태어난 동생이 있었다. 그는 큰 부자로서 재물이 넉넉했고 일곱 가지 보물을 구족하여 창고에 가득 넘쳤으며, 노비와 복종(僕從)들도 이루 계산할 수 없을 만치 많았다.
그 때 목건련(目揵連)이 자주 동생 집에 가서 동생에게 말했다.
‘내가 들으니 너는 인색하고 질투가 많아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구나.
부처님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보시하면 한량없이 많은 과보를 얻는다고 하셨다.
너도 지금 보시하면 한량없이 많은 복을 얻을 것이다.’
동생은 이 형의 가르침을 듣고 창고를 열어 보시하고, 또 새로 창고를 지어 그 과보를 받으려고 했다.
그러나 열흘이 채 못 되어 재산과 보물이 다 없어졌기 때문에 창고는 텅 비고 새로 지은 창고에도 아무런 과보가 없었다.
그 아우는 괴로워하면서 형에게 말하였다.
‘전에 보시하면 큰 과보를 얻는다는 형의 말을 듣고 감히 그 가르침을 어길 수 없어서 구걸하러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창고를 다 털어 보시했습니다.
그리하여 창고는 텅 비었고 새로 지은 창고에는 아무런 과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형님은 전혀 의심 없이 믿을 수 있습니까?’
형이 말하였다.
‘그만 해라. 그런 말이거든 더 이상 하지 마라.
저 삿된 견해를 지닌 외도들로 하여금 이 같이 추악한 말을 듣게 하지 마라.
만약 그 복덕의 형체가 당장 있는 것이라면 저 허공의 경계도 그것을 다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이제 방편으로 너에게 아주 조그만 과보를 보여주겠다.’
그렇게 말하고는 곧 신통의 힘으로 그 아우에게 손을 대어 여섯 번째 하늘에 이르렀다.
그가 거기에 가 보니 거기에 있는 궁전들은 일곱 가지 보배가 어우러져 있었고 향기로운 바람이 불었으며 목욕하는 못도 있었고, 창고마다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물들이 가득 차 넘쳤으며, 수천만 명의 옥녀(玉女)들이 그를 호위하였는데 순전히 여자일 뿐, 남자란 하나도 없었다.
그는 형에게 물었다.
‘이 궁전은 무슨 궁전이기에 저렇게도 웅장합니까?’
목련이 동생에게 말하였다.
‘네가 직접 가서 물어보아라.’
동생은 곧바로 몸소 가서 천녀(天女)들에게 물었다.
‘이 궁전은 무슨 궁전이기에 일곱 가지 보배가 어우러져 지어졌으며, 우뚝하고 당당하게 허공에 매달려 있는가?
누가 무슨 복덕이 있기에 여기에서 그 과보를 받는가?’
천녀가 대답하였다.
‘염부제(閻浮提)에 있는 가비라라는 나라에 석가문(釋迦文)부처님의 신족(神足) 제자인 목련이라는 이가 있는데 그의 착한 동생은 큰 부호의 장자로서 보시하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훗날 이곳에 태어나서 우리들과 힘께 살면셔 우리의 남편이 될 것입니다.’
동생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착한 마음이 생겨났다. 그는 형에게 돌아와 그 사실을 모두 말하였다.
그러자 목련이 동생에게 말하였다.
‘무릇 사람이 보시하면 과보가 있더냐, 없더냐?’
동생은 부끄러워하며 형에게 참회하였다.
뒤에 집으로 돌아와서는 마음을 돌려 다시 복을 닦고 목숨을 마친 뒤에 곧 천상에 태어나서 이와 같은 과보를 받게 되었다.”
또 『수제가경(樹提伽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계실 때에 어떤 큰 부자인 장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이 수제가(樹提伽)였다. 그의 창고에는 금과 은이 가득 넘쳐 흘렀고, 노비(奴婢)들도 줄을 이루어 부족한 것이 없었다. 그가 하나의 흰 명주 수건을 못가에 걸어 두었는데 천풍(天風)이 불어와서 왕의 궁전 앞으로 날려갔다.
왕은 곧 뭇 신하들을 모두 불러 모아놓고 함께 앉아 의논하고 그 괴상한 이유를 점쳐 보게 하였다.
모든 신하들이 다 말하였다.
‘나라가 장자 크게 흥하려고 하늘이 흰 수건을 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수제가만은 잠자코 있었다.
그러자 왕이 수제가에게 물었다.
‘여러 신하들은 다 경사가 났다고들 하는데, 경은 왜 아무 말이 없는가?’
수제가가 왕에게 대답하였다.
‘감히 대왕을 속일 수가 없어서입니다. 그것은 신(臣)의 집에서 몸을 닦던 흰수건이었는데, 못가에 걸어두었던 것이 바람에 날려 대왕의 궁전에 날아온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잠자코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그 후 며칠이 지나 크기가 수레 바퀴만한 아홉 가지 빛깔의 금꽃[金花]이 왕의 궁전 앞에 떨어졌다.
왕은 다시 대신들을 모아 전처럼 문답(問答)을 나누었다.
수제가가 왕에게 대답하였다.
‘신은 감히 대왕님을 속일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신의 집 후원(後園)에 시들어진 꽃이 바람에 날려 대왕님의 궁전 앞에 떨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잠자코 아무 말이 없었던 것업니다.’
왕이 수제가에게 말하였다.
‘경의 집이 그 정도란 말인가? 경은 집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마음껏 음식을 장만해보도록 하라. 내가 이십만 대중을 거느리고 그대 집에 가 보겠노라.’
수제자가 대답하였다.
‘부디 왕께서 오시기만 하십시오. 꼭 미리 가서 준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신의 집에는 저절로 평상 자리가 마련되어 사람이 펴지 않아도 되고 음식도 저절로 생겨 꼭 사람이 만들 필요조차 없습니다.
또한 음식도 저절로 받쳐 들고 가져 오므로 꼭 사람을 부를 필요도 없고 저절로 받쳐 들고 가므로 꼭 돌려보낼 필요도 없습니다.’
왕이 곧바로 이십만 대중을 데리고 수제가의 집에 이르러 남쪽 문으로 들어가니 단정하고 사랑스러운 동자(童子) 한 명이 있었다.
왕이 수제가에게 물었다.
‘이 아이는 경의 아들인가?’
대답하였다.
‘이 아이는 신의 집 문지기의 종입니다.’
왕이 다시 조금 더 앞으로 가서 합문(閤門) 안에 이르니 얼굴이 단정하고 피부가 옥같이 고와 매우 사랑스러운 동녀(童女) 한 명이 있었다.
왕이 수제가에게 물었다.
‘이 여아는 경의 딸인가, 아내인가?’
대답하였다.
‘이 아이는 신의 집 합문을 지키는 여종입니다.’
또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 그의 집 앞에 이르니 벽은 흰 은으로 발라져 있고 바닥은 수정(水精)으로 되어 있었다.
왕은 그것이 물인가 의심하여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였다.
그러자 수제가가 왕을 앞으로 인도하여 마루에 오르게 하였다. 그리고는 금으로 만든 평상에 앉아 옥궤(玉机)에 기대었다.
수제가의 부인은 일백스무 겹의 금은으로 된 휘장 안에 앉아 있다가 휘장을 제치고 나와서 왕에게 예배하고 곧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
왕이 수제가에게 말하였다.
경의 부인이 나에게 절하고 난 뒤에 무슨 까닭에 눈물을 흘리는가?’
‘신은 감히 대왕님을 속일 수 없습니다. 대왕님의 몸에서 나는 연기 냄새를 맡고 눈에서 눈물이 난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서민들은 기름으로 불을 켜고 제후는 밀랍(蜜臘)으로 불을 켜며, 천자는 칠(漆)로 불을 켠다. 그러나 칠에는 연기가 없는데 왜 눈물이 난단 말인가?’
수제가가 왕에게 대답하였다.
‘신(臣)의 집에는 명월신주(明月神珠)가 있사온데, 그것을 집에 달아놓으면 낮과 밤이 다름이 없어 불빛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수제가의 집 앞에는 열두 층의 높은 누각이 있었다. 수제가는 왕을 인도하여 그 누각에 올라갔다. 왕은 그곳에서 사방을 둘러보다가 황홀 중에 어느덧 한 달이나 지나갔다.
대신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국가의 일이 중대하오니 대왕께서는 이제 돌아가서야만 하옵니다.’
왕이 말하였다.
‘잠깐 동안인데 조금만 더 참으라.’
그리고는 다시 동산과 연못 등을 돌아다니면서 놀다가 부지불식간에 또한 달이 지나갔다. 문답(問答)은 앞에서와 같았다.
수제가는 왕에게 일곱 가지 보배와 아울러 두껍고 앓은 채색 비단을 보시하고 이십만 대중들에게도 사람과 말 등을 많이 주었다. 그들은 일시에 궁중으로 돌아왔다.
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저 수제가는 곧 나의 백생인데도 그의 부인과 살고 있는 집들이 나보다 더 뛰어나고 특별하다. 그래서 내가 그를 치고자 하는데 그렇게 하면 빼앗을 수 있겠는가?’
모든 신하들이 다 빼앗을 수 있다고 대답하였다.
왕은 사십만 군중을 거느리고 종을 울리고 북을 치면서 수제가의 집을 수백 겹으로 에워쌌다.
수제가의 집 남문 안에 어떤 역사(力士) 한 사람이 있었는데 손에 금지팡이를 들고서 사십만 대중과 말을 겨냥하자 한꺼번에 곤두박질치면서 손과 발이 뒤틀라고 허리를 휘청거리면서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머리만 치켜든 채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였다.
그 때 수제가가 운모차(雲母車)를 타고 와서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다.
‘여기 오느라고 얼마나 고생을 했으면 땅에 쓰러져서 일어나지도 못하는가?’
‘대왕이 우리를 보내 장자를 정벌하라고 하였는데, 어떤 힘센 장사가 금지팡이를 잡고 사십만 대중을 겨냥하자 사람과 말이 한꺼번에 곤두박질치더니 다시는 일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
수제자가 물었다.
‘일어나고 싶은가?’
모든 사람들이 다 말하였다.
‘일어나고 싶습니다.’
수제가는 신통의 힘을 한 번 부려 사십만 대중의 사람과 말을 모두 일으켜 한꺼번에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왕은 곧 수제가를 불러 함께 수레를 타고 부처님의 처소에 가서 세존께 아뢰었다.
‘수제가는 전생의 몸이 무슨 공덕을 지였기에 지금 이런 과보를 받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들어라. 과거에 같은 인연을 맺은 오백 사람이 함께 산에 살고 있었는데 길에서 어떤 병든 도인을 만나 그에게 암자와 양식과 등촉(燈燭)을 주었다.
그 때 그는 두루 걸식하면서 숱한 발원을 하였다.
‘하늘이 스스로 공양하여 공중에서 내려오게 하고, 변화하는 몸이 열여덟 가지나 되게 하며, 큰 광명을 놓아 천하를 두루 비추게 하리라.’
그리고 또 발원하였다.
‘나는 부처가 되어 철위산(鐵圍山)을 부수고 확탕(鑊湯)에서 꽃이 피게 하며 지옥에서 전단(栴檀)향이 나게 하고 아귀를 사문으로 만들며, 나찰(羅刹)이 앉아서 경전을 외우게 하고, 오백 상인이 저 소중한 보물을 싸가지고 오게 하리라.’
그 병든 스님에게 공양하고 널리 하늘의 공양을 벌었기 때문에 지금 이런 과보를 받는것이다.
그 때 그 보시한 사람은 바로 수제가요 병든 스님은 바로 나의 전신이었느니라. 그리고 오백 상인은 다 아라한도를 얻었느니라.’
또 『백연경(百緣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살고 계셨을 적에 사위성에 어떤 장자가 있었는데, 그는 재산과 보물이 한량없어서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 아내가 한 사내 아이를 낳았는데, 모습이 단정하고 빼어나며 미묘하여 세상에 보기 드문 인물이 있다. 그 아이가 태어나던 날에 하늘에선 큰 비가 내렸다.
부모는 매우 기뻐하면서 온 나라에 소문을 내고 관상쟁이를 불러 아이의 상을 점치게 하여 착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하여 그 아이의 이름을 야사밀다(耶奢蜜多)라고 지었다.
그 아이는 젖을 먹지 않았는데 그 아이의 어금니 사이에서 저절로 여덟 가지 공덕수(功德水)가 솟아나와 그것으로 스스로를 충족시켰다. 그 아이는 점점 장대(長大)해지자 부처님을 뵙고 출가하여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였다. 그러자 여러 하늘들과 세상 사람들이 그를 보고는 공경하고 추앙하였다.
그 때 여러 비구들이 이런 일을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과거세에 지은 복의 인연에 대하여 설명해 주기를 청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현겁(賢劫)가운데 어떤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부처님의 명호는 가섭(迦葉)이셨느니라.
그 부처님의 법 가운데에 나이가 지긋한 어떤 장자가 있었다. 그 장자는 출가하여 도(道)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부지런히 정근(精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중한 질병에까지 걸렸었다.
훌륭한 의사가 진찰한 결과 반드시 소(蘇)를 먹어야만 그 명이 비로소 낳을 것이라고 하므로 의사의 가르침을 따라 소를 취하여 먹었다. 그러나 그 날 밤에 약을 먹고 열이 나며 갈증이 생겨 사방을 헤매면서 물을 찾았지만 물그릇마다 모두 비어 있었다. 그래서 다시 샘과 강가에 가보았지만 거기에도 모두 물은 말라 있었다.
이와 같이 곳곳마다 물을 구했지만 얻을 수 없게 되자 스스로 매우 후회하고 자책한 나머지 그 강 언덕에서 옷을 벗어 나무에 걸어 둔 채 버려두고 알몸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이 사실을 스승에게 말하자
스승이 그 말을 듣고 곧 대답하였다.
〈네가 이런 고통을 만나 그 형상이 마치 아귀(餓鬼) 같구나.
너는 이제 내 병 속에 넣어둔 물을 취해서 그것을 가지고 스님들이 있는 곳으로 가라.〉
즉시 가르침을 받고 병 속에 물을 받기는 했으나 물이 다 말라버렸으므로 마음에 근심과 두려움이 생겨 말하였다.
〈나는 죽으면 틀림없이 아귀에 떨어질 것이다.〉
잠시 후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앞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갖추어 진술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드러내 보여 주시면 매우 다행스럽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지금 마땅히 대중스님들께 좋은 물을 돌리면 이 아귀의 몸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난 뒤에 기뻐하면서 곧바로 스님들에게 늘 깨끗한 물을 돌리기를 이만 년이 지나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목숨을 마치고 나서 태어나는 곳마다 그 어금니 사이에서 늘 깨끗한 여덟 가지 공덕수가 저절로 솟아 나와 충족할 수 있고 젖을 먹지 않아도 되었으며, 마침내 오늘날에 이르르서는 나를 만나 출가하여 득도하게 되었느니라.
비구는 그 말을 듣고 난 뒤에 매우 기뻐하면서 받들어 실천하였다.”
또 『아육왕경(阿育王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간에 계실 때에 여러 비구들과 아난이 함께 앞 뒤에서 부처님을 에워싸고 왕사성(王舍城)으로 들어가서 걸식(乞食)을 하였다.
거리에 이르렀을 적에 두 어린아이를 만났는데 한 아이의 이름은 덕승(德勝)이었고 또 다른 한 아이의 이름은 무승(無勝)이었다.
그 두 아이는 흙을 가지고 소꼽장난을 하고 있었다. 흙을 쌓아 성(城)을 만들고 집이며 창고도 만들었으며, 흙을 밀가루라고 하면서 창고 안에 가득 쌓아두기도 하였다.
이 두 어린아이가 마침 부처님의 상호를 보았는데 금빛 광명이 성 안을 두루 비추고 있었다.
덕승은 매우 기뻐하면서 창고 안에 쌓아둔 흙을 움켜다가 밀가루라고 말하면서 세존께 받들어 올리고는 발원하였다.
‘저로 하여금 장차 천지를 덮을 만큼 널리 공양을 베풀게 하여지이다.’
이와 같이 선근(善根)을 발원한 공덕으로 인연하여 부처님께서 열반하시고 나서 일백 년 뒤에 전륜왕(轉輪王)이 되었다.
왕은 염부제(閻浮提)에 있는 화씨성(華氏城)에 머물면서 바른 법으로 세간을 다스렸는데, 그 명호를 아서가왕(阿恕伽王)이라고 하였다.
그 왕은 부처님의 사리(舍利)를 나누어서 팔만 사천 개의 보배탑을 만들었다.
그 왕은 신심(信心)이 남달라서 늘 대중 스님들을 궁중으로 초청하여 그들을 공양하곤 하였다.
그 때 왕의 궁중에 어떤 노비가 있었는데 너무도 가난하고 천하였으므로 왕이 복을 짓는 것을 보고는 스스로 자책하여 말하였다.
‘왕은 과거세상에 사람의 몸을 받았을 때 여래에게 한 줌의 흙을 보시하였기 때문에 지금 저렇게 부귀(富貴)한데 오늘 거듭 복을 지으니 장래는 더욱 우세하겠구나.
나는 과거에 사람의 몸을 받았을 때 죄를 지어 오늘날 이렇게 하천(下賤)한데 게다가 이와 같이 가난하고 궁색하여 복을 지을 수조차 없으나 장래에 더욱 천하게 되겠구나.
언제쯤 이런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통곡하였다. 대증 스님들이 공양을 마치자 이 노비는 땅을 쓸다가 쓰레기 속에서 한 닢의 동전을 얻었는데 이 한 푼의 돈을 곧 대중 스님에게 보시하고는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였다.
그후 오래지 않아 병으로 목숨을 마치자 아육왕(阿育王)부인의 뱃속에 잉태되었다. 아육왕의 부인은 열 달이 차서 딸 하나를 낳았는데, 용모가 단정하고 빼어나고 미묘한 것이 세상에 짝할 만할 이가 없었다. 그녀의 오른손은 항상 주먹을 쥐고 있었는데, 나이 다섯 살이 되자 부인은 왕에게 아뢰었다.
‘제가 난 딸이 항상 주먹을 쥐고 있습니다.’
왕은 곧 그녀를 불러다가 안아 무릎 위에 앉히고 왕이 그의 손을 어루만지자 아이의 손이 펴졌다. 그녀의 손바닥 안엔 한 개의 금전이 있었는데 그것을 취하면 곧 다시 생겨나서 아무리 취해도 다함이 없었다. 그리하여 잠깐 사이에 금돈이 창고에 가득하였다.
왕은 그 까닭을 괴상하게 여기고 곧바로 야사(夜舍)아라한 상좌에게 가서 그 까닭을 물었다.
‘이 여아가 과거에 무슨 복덕을 지었기에 손바닥에 이런 금전이 있으며 또한 아무리 빼앗아도 끝이 없습니까?’
아라한 상좌가 대답하였다.
‘이 여아의 과거 몸은 바로 이 왕궁의 사람이었는데 쓰레기 속에서 한 개의 동전(銅錢)을 얻어 대중 스님께 보시하였습니다. 이런 선근 때문에 이 왕가에 태어나서 지금 왕의 딸이 된 것입나다.
그리고 옛날에 한 푼의 돈을 대중 스님에게 보시한 선근의 인연 때문에 항상 손안에 한개의 큰 금전을 쥐고 있으며 또한 아무리 취해 가져도 한이 없는것입니다.’
또 『잡보장경』에서 말하였다.
“옛날 기사굴산(耆闍崛山)에 많은 스님들이 머물고 있었다. 여러 곳에서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듣고 거기에 공양하는 이가 많았다.
그 때 어떤 가난하고 궁색한 거지 여인이 있다가 모든 장자(長者)들이 그 산에 머물고 있는 스님들께 공양을 보내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는 틀림없이 큰 모임을 가지려는 것이다. 나도 당장 저곳에 가서 음식을 얻으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바로 그 산 속으로 달려갔다.
모든 장자들이 갖가지 음식을 가지고 와서 여러 스님들께 공양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생각하였다.
〈저 모든 사럼들은 전생에 복을 닦아 오늘날 저렇게 부귀한데, 이제 또 거듭 복을 지으니 미래에는 더욱 훌륭하게 될 것이다.
나는 과거에도 복을 닦지 못하여 지금 세상에 이렇게 가난하고 괴롭게 살고 있는데 이제 만약 복을 짓지 않는다면 미래 세상엔 더욱 극심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통곡하며 울다가 또 생각하였다.
‘전에 내가 똥 속에서 돈 두 푼을 주워가지고 항상 보관하여 아끼면서 훗날 구걸이 여의치 않을 때에 마땅히 이것으로 음식을 사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것을 가져다가 여러 스님들에게 보시해야겠다. 하루 이틀쯤 음식을 얻지 못한다 해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스님들이 공양마치기를 기다렸다가 곧바로 가서 보시하였다.
그 때 그 스님들 법에는 어떤 사람이 보시하면 유나(維那)스님이 앞에서 축원(呪願]을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때에는 상좌스님이 허락하지 않고 스스로 그 사람을 위해 축원하였으며, 게다가 보시한 음식까지 남겨주었다. 모든 사람들은 상좌가 그 음식을 걸식하는 여인에게 주는 것을 보자 모두들 그 여인에게 음식을 주었다.
그러자 여인은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다.
‘내가 보시한 과보를 얻는구나.’
그리고는 그 음식을 가지고 산을 내려가다가 어떤 나무 아래에 이르러 밥을 다 먹고 누워 자니 보시한 복의 감응 때문에 누런 구름이 그를 가려 시원하게 해주었다.
그 때가 마침 국왕의 가장 큰 부인이 죽은 지 이레째 되는 달이었다. 왕은 사람을 보내 온 나라를 찾아다니면서 누가 복덕이 있어 마땅히 부인이 될 만한가를 살펴보게 하였다. 관상쟁이가 그 나무 아래 이르렀다가 이 여인을 발견하고서 관상쟁이는 그녀의 점을 쳐보았다.
그리고 나서 말하였다.
‘이 여인의 복덕은 부인이 될 만합니다.’
그러하여 곧 향탕(香湯)으로 깨끗하게 목욕을 시키고 그녀에게 부인의 의복을 주어 입게 하니 치수가 크지도 작지도 않고 몸에 꼭 맞있다.
일천 수레와 일만 가병이 호위하여 그녀를 데리고 왕의 처소에 이르니, 왕이 그녀를 보고 기뻐하면서 마음 속으로 매우 공경하고 존중하였다.
이렇게 얼마쯤 지난 뒤에 여인은 스스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지금 이런 복의 과보를 얻은 까닭은 돈 두 푼을 스님에게 보시하였기 때문이다.
마땅히 그 스님들이 곧 나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은인(恩人)임을 알겠다.〉
그리고는 곧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전에 천한 사람이었는데 왕께서 보시고 선발하시어 지금은 인간 중에 두 번째 지위에 있게 되었습니다. 부디 제가 저 스님들의 은혜를 갚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왕이 말하였다.
‘마음대로 하시오.‘
부인은 곧 음식과 귀증한 보배를 수레에 가득 싣고 그 산으로 가서 보시하였다. 그러자 그 상좌는 곧 유나(維那)를 보내 축원하게 하고 스스로 축원하지 않았다.
부인은 생각하였다.
‘전에 돈 두 푼을 보시했을 적에는 나를 위해 축원해주는 것을 보았는데, 오늘은 귀중한 보배를 가득 싣고 와서 보시했는데도 나를 위해 축원하지 않는구나.’
나이 어린 비구들도 이 일에 대하여 의심하였다.
그 때 상좌가 부인에게 말하였다.
‘마음 속으로 나를 의심하고 있군요.
두 푼의 돈을 보시했을 때엔 나를 위해 축원하더니, 오늘은 귀중한 보배를 싣고 왔는데도 나를 위해 축원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 부처님의 법에서는 오직 선한 마음을 귀하게 여길 뿐 진귀한 보배를 귀중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부인께서 지난 번에 두 푼의 돈을 보시 했을 적엔 착한 마음이 매우 성했었는데 지금 귀중한 보배를 보시함에 있어서는 나[我]라는 교만한 마음이 그득합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지금 당신을 위해 축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모든 젊은 스님들도 나를 의심하지 마시오.’
나이 젊은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나서 부끄러워했고 모두 다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었으며, 부인도 그 법을 듣고 부끄러워했고 역시 수다원과를 얻었다.”
또 『잡보장경』에서 말하였다.
“옛날 구류사(拘留沙)나라에 악생왕(惡生王)이 있었다.
그 왕이 공원에 나아가 누각에 올라갔다가 황금 고양이 한 마리가 동북 모퉁이로 들어와서 서남 모퉁이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
왕이 그 때 그것을 보고는 곧 사람을 보내 땅을 파게 하였는데 한 개의 구리 단지를 얻었다. 그 단지는 석 섬쯤 담을 만큼 컸는데 그 안에 금전이 가득 들어 있었다. 점점 깊이 파들어가자 또 하나의 단지가 있었으며, 이와 같이 차례로 세 개의 단지를 얻었는데 각기 석 섬들이었으며, 단지마다 금전이 가득 들어 있었다.
또 그 곁을 파서 오 리(里)쯤 파들어 가니 한 발자국씩 걸을 적마다 모두 구리 단지를 얻었는데 저기에도 모두 금전이 가득 들어 있었다.
왕이 비록 돈을 얻기는 하였으나 두려워서 감히 쓰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 연유가 괴이하므로 존자 가전연(迦旃延)의 처소에 나아가 그 인연을 이야기하였다.
그러자 존자가 왕에게 대답하였다.
‘이것은 왕이 과거 세상에 지은 인(因)으로 복의 과보를 얻은 것이니, 그냥 쓰시고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왕이 곧 지난 과거 세상의 인연에 대하여 묻자,
존자가 대답하였다.
‘지급으로부터 과거 이흔한 겁 이전에 비바시(毘婆尸)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부처님께서 남기신 법이 있을 때였습니다.
여러 비구들이 네 거리의 길에 자리를 깔고 그 위에 발우를 놓아두고 교화하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 세상에 누가 이 단단한 창고 안에 재물을 넣겠는가?
만약 이 창고에 재물을 넣어두가만 하면 왕도 도적도 물도 불도 모두 빼앗아 갈 수 없을 것이다.〉
그 때 어떤 가난한 사람이 앞서 땔감을 팔아서 돈 삼 문(文)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스님의 교화를 듣고 기뻐하면서 보시하여 곧 이 돈을 모두 발우에 넣고 발원하고 떠나갔습니다.
집에서부터 오 리쯤의 거리였는데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적마다 기뻐하였고, 집 문앞에 이르러 들어가려고 하다가 다시 멀리서 스님을 향하여 지극한 마음으로 이마를 땅에 대어 예배하고는 발원하고 들어갔습니다.
그 때 그 가난한 사람이 지금 왕인 당신의 몸이었으니, 옛날 세 푼의 돈을 기쁜 마음으로 스님에게 보시한 인연으로 세상마다 존귀하였으며, 늘 이와 같이 금전이 가득 든 세 개의 구리 항아리를 얻은 것입니다.
또 오 리를 가는 동안 걸음마다 기뻐한 인연으로 항상 오 리 안에 이와 같은 금전이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만약 보시하게 되면 그 때마다 마땅히 지극한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보시해야 하고 후회하는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한다.”
게송을 말한다.
돌을 싸서 간직한 것은 진실로 참됨이 아니요
병을 장식한 것 실로 거젓이었으며
높은 문 위에서 의복을 사랑하였고
치헌(緇軒:불가)아래에서 재능도 없는 몸이 부질없이 숫자만 채웠구나.
풍사(風祀)는 놀라는 마음을 맺고
추문(騶文)은 끝내 들판을 좋아하네
진정한 모습이 어찌 행여 밝기만 하겠냐만
덧없는 영화 아직도 버리지 못했구나.
자취는 특별하여 원객(寃客)에 으뜸이요
일은 몰아 달리는 사람을 엄습하네.
얼마 못가서 정성(鄭聲:婬歌)은 끊어지고
천연히 주아(周雅:大小雅)를 어지럽히네.
부귀(富貴)의 부질없는 이름 다투고
명예와 욕됨은 헛되이 서로를 꾸짖는다.
잠깐이라 바람 앞에 등불 같나니
환상과 물거품 어찌 족히 잡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