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나찰소집경 하권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지 백 년 뒤, 아육왕]
듣건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지 백 년 뒤에 일체 지식들이 두루 세간에 나타났으니, 마가다국 기라리성(欺羅梨城)의 아육왕(阿育王)이 있었다.
그 덕이 매우 드높아 마치 제석천왕과 다름이 없었으며, 큰 위덕이 있고 지혜가 밝고 총명해 그와 논의하기에 넉넉하며, 인민을 보되 자식과 같이 하였는데, 그는 밤에 잠잘 때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이제 소원이 이미 성취되어 다시 희망이 없으니, 마땅히 인민을 옹호하리라. 이제 무슨 방편을 베풀고 무슨 업을 하며, 어떤 일을 일으켜서 세상 인민들이 모두 그 덕을 입게 할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잠에 들었다가 꿈 가운데서 이런 게송을 들었다.
자세히 살펴라 매우 미묘하고
3세가 공경하고 섬기는 일은
마땅히 사리(舍利)를 널리 폄이
가장 훌륭한 열반을 취함이네.
그 말을 듣고 나서 왕은 곧 놀라 깨어났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찬탄하였다.
착하도다, 저 중생들이여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사리는 천상에서 전함이니
우리들이 섬겨 받들 일이네.
입으로 전하고 귀로 들은지라, 그때 대왕은 곧 모든 신하들을 불러서 오게 하여, 이 뜻을 가지고 그들에게 물었다.
“내 이제 무엇으로 인민들을 어여삐 다스릴 것인가?”
모든 신하들은 각각 말하였다.
“여래(如來)의 사리를 공양함이 좋을까 하옵니다.”
“모든 신과 하늘에 제사함이 좋을까 하나이다. “
그러자, 왕은 이렇게 말하였다.
“마땅히 지성스러운 말로써 그 법을 옹호하라. 내 지난밤 꿈에 이렇게 들었노라.
이 사리를 생각함이 매우 착하다. 이 세상을 위한 까닭에 우리들은 마땅히 세간 인민을 옹호한다.
스스로 이미 복을 얻어 중생을 제도하여 공덕이 한량없으며, 마땅히 위의로 은혜와 사랑을 베풀어 모두 밝게 비춰 보게 하였느니라.
나는 꿈에 이런 말을 들었노라.”
만약 그 소리와 메아릴 들으면
도량에서 스스로 깨어 아나니
그 석가 사자왕에게 의지해
응당 사리를 공양함이 복되네.
그리고 왕은 여러 비구들을 모으고 다시 이 뜻을 그들에게 물었다.
“비구들이시여, 법으로써 가르치시오.”
왕은 또 말하였다.
“여러 스님들의 말씀하신 것은 내가 꿈에서 본 것입니다. 곧 이것은 나의 숙세(宿世)로 덕의 근본을 심은 것입니다.”
그리고 왕은 8일 동안 팔관재(八關齋)를 받았다. 흰 옷을 입고 종을 치고 북을 울리고 노래와 기악을 울리되 거문고를 타고 비파를 뜯고 소라를 불며, 가지가지 향을 사르면서 왕사성(王舍城)에서 사리를 얻고자 하였다.
“그 성안에 금권서(金券書)가 있음을 들었습니다. 이미 금권의 그 형상이 있음을 보았으니, 전세에 흙으로써 은혜로이 베풀어 그 상을 본 것입니다.”
황은 잠깐 생각하고 나서 이런 말을 하였다.
“이미 반드시 미묘한 과를 얻으리라. 참으로 나는 구리 함[銅函]을 파내어 그 속의 글을 보고자 한다.”
곧 함을 파내어 금권이 있음을 보았고 또한 글자도 보았다. 이 증험을 보고 곧 대중 가운데서 곧 그 글자를 읽는 사람이 있었다.
“마갈타국[摩謁國] 왕사성에 장자(長者)가 있었으니, 이름을 바라밀다라(波羅密多羅)라 하였고, 그의 아들은 비사야(脾肆耶)라 했는데, 그 아들의 이름은 파수달다(波修達多)라 불렀다.
그 두 장자의 아들은 길 네거리에서 흙장난을 하였다. 마침 흙장난을 하고 놀 때 비사야밀다라는 크게 기쁨을 내어 흙을 떠서 보시하였고, 또 크게 기쁨을 도우는 사람이 있었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 백 년에 비사야밀다라가 세상에 나타나리라. 그 흙의 공덕으로 인연하여 아육왕이 되어 몰야종(沒耶種)에 나리라.”
그때 왕은 이 글자를 읽자, 곧 크게 기쁨을 내어 미증유함을 찬탄하고 모든 신하들에게 일렀다.
“다시 금권(金券)을 읽었으나, 위와 다름이 없었다. 그는 이 세계 인민을 거느릴 것이나, 파수달다는 찬탄하지 않았으니 마침내 그는 신하가 되었으리라.”
그리고 왕은 곧 탄식하였다.
“훌륭하도다, 큰 복밭이여. 이 작은 베풂으로 큰 공덕을 얻었도다.”
마음에 큰 기쁨을 얻어 이런 말을 하였다.
“내 일곱 탑에 사리를 취하여 나누어 펴서 널리 세계를 건지리라.”
그리고 왕은 “훌륭하도다” 하며, 미증유한 지혜를 찬탄하고 크게 기뻐해 그 사리를 취하였다.
이때 공중에서 신성한 소리가 들리며 이런 게송을 읊었다.
마침내 크게 기쁜 마음을 내니
착한 덕은 헤일 수 없어라.
널리 공덕을 펴서
부처님 사리를 보내 교화한다네.
천왕(天王)들도 그 사리에 온갖 꽃을 뿌렸다.
이때 왕은 8만 4천의 탑을 일으키니, 하루에 모두 완성되었다. 왕은 모든 신하들에게 일렀다.
“저기 이러한 진제(眞諦)의 가르침이 있으니, 세상이 칭찬함이로다.
부처님께서 이미 열반하시고 사리를 저 세계에 나누어 펴니, 또한 온갖 맺힘이 없고, 몸이 청정하기 금과 같고, 또한 흰 눈과 같도다.
이 땅을 관찰하건대 일찍 악함이 일어나지 않았으니, 그것도 또한 이러하여 이 땅을 보고 이것을 옹호하리라.
가르치신 바 지혜는 움직임이 없어 바위굴 속에 있거나, 매우 높은 허공에 있더라도 한량이 없거니 하물며 일체를 통솔함이겠느냐.
일체의 땅은 이 복의 밭이라, 10력으로 중생들을 관찰하시듯 탑과 절을 일으킴에 더하고 덜함이 없으리라.”
이때 부처님의 사리로 일체 중생들을 위하여 각각 여러 가지 논(論)을 지었고, 왕은 또 말하였다.
“마치 이 힘은 무수한 금강삼매(金剛三昧)와 같이, 뼈가 부서지도록 스스로 휴식하여 버리지 않으며 이것을 제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