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설중허마하제경 제12권
[정반왕(1)]
그때 세존께서는 사위국에서 교화하며, 이롭게 하기를 마치고 저 가비라성에 가려고 생각하셨는데,
이때에 승군왕은 부처님의 교화를 받고 마음이 견고하게 귀의하였으므로 드디어 사신을 보내서 글월을 받들어 정반왕에게 올렸다.
“당신의 황태자 실달다께서는 위없는 단 이슬의 법 맛을 증득하시어 세간에서나 출세간에서 모두가 제도를 받자옵니다.”
정반왕은 듣고 나서 갑자기 생각하기를,
‘비록 나의 아들이 이미 바른 깨달음을 이룩하였다 하여 기뻐한다 하더라도 이제 만약 사신을 보내면 결정코 교화하여 출가를 시키리라’ 하고,
손으로 턱을 괴어 두 번 세 번 자세히 생각하였다.
이때에 조나예낭(鳥那曳曩)이라는 대신이 있다가 왕이 이렇게 하고 있음을 보고서 물었다.
“대왕이여, 어째서 턱을 괴고 언짢아하시옵니까?”
왕은 곧 대답하였다.
“내가 언짢아한 것은 아니오. 생각하는 바의 일이 있어서이오. 승군 대왕이 글월로써 나에게 알렸는데, 실달다 태자가 이미 바른 깨달음을 이루어서 사위귝 급고 정사에 있으며 천의 제자가 있어서 모두 아라한이라 합니다.
나는 옛날 그가 고행을 하기 위하여 떠나갈 때에 사람들을 보내서 찾았건만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아니하오. 이제 만약 사신을 보내면 틀림없이 이는 돌아오지 않을 터인데 어떻게 그와 같은 일이 있는 줄 알 수가 있겠소.
저 실달다는 총명하고 지혜로워서 모두가 다 남보다 뛰어나므로 무릇 말하는 바에 누가 진실로 믿지 아니하겠소. 나는 이 일 때문에 생각을 하고 있소.”
조나예낭은 곧 왕에서 사뢰었다.
“신이 이제 가겠나이다.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왕은 말하였다.
“오직 그대 한 사람만을 나는 늘 생각에 두었었소. 만약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진실로 크게 좋겠습니다.”
왕은 곧 손수 글을 써서 말하였다.
“너 일체의성(一切義成)이야말로 바로 나의 친아들이다. 이미 번뇌를 싫어하여 나라를 버리고 집을 떠난 것은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바른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듣건대 도를 이루고 중생을 교화한다 하므로 생각하는 마음이 날이나 때에 계속하고 있다. 이제 다른 사람들은 즐거움을 얻건만 오직 나만은 괴로워하느니라.
마치 큰 나무는 땅으로 인하여 나고 뿌리와 싹이 있으면 마침내 열매를 바라는 것과 같나니,
너의 마음을 이미 이룩하였으면 마땅히 옛날의 서원과 전날의 말한 바를 기억해야 하리라.
‘만약 위없는 보리의 고요한 도를 증득하지 아니하면 맹세코 다시는 가비라성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하였으나,
큰 행을 이미 이룩하였으니 응당 나와 권속들을 가엾이 여겨야 할지니라.”
조나예낭은 왕으로부터 글을 받고서 급히 사위에 이르러 정사(精舍)에 나아가서 부처님께 닿자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왕이신 정반왕께서 부처님께 글월을 전하셨습니다.”
말을 마치고 받들어 올리자, 부처님께서는 친히 받으셔서 봉한 것을 떼고 읽으시고서 잠깐 동안 잠자코 계시므로, 조나예낭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제 청하옵나니, 세존께서는 가비라성으로 가셔야겠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가겠느니라.”
조나예낭은 온 몸을 땅에 대고 예배하고 공경하였으며, 예배한 뒤에 다시금 예배하며 극진히 하고서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가시겠다 하오면 할 말씀이 없사오나, 혹시 가시지 않겠다면 기필코 굳이 청하여 떠나겠사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조나예낭을 위하여 게송(偈頌)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눈은 깨끗하여 능히 보며
집착하는 바가 없는 이로서
봄[見]은 그지없어 가지 아니하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가자고 하는가.
부처 눈은 봄이 그지없어서
탐심과 애욕에 집착하지 않으며
정진의 힘은 감이 없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가자고 하는가.
사람의 마음이 어지럽지 아니하면
그는 또한 항복이 없을 것이며
그지없는 지혜는 걸음이 없거늘
그대는 어떻게 굳어 갈 수 있겠는가.
만약 사람이 항복이 없음을 얻으면
그 또한 항복하지 않을 것도 없으리니
부처의 나아가는 힘과 걸음은 그지없거늘
그대는 어떤 걸음으로 굳이 갈 수 있겠는가.
이때에 조나예낭은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이 말씀하신 게송을 가져다 정반왕에게 들려주려 하옵니다.”
부처님께서는 조나예낭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뜻은 그것이 아니리라.”
또 말하였다.
“만약 그런 것이 아니라면 그 뜻은 무엇이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대의 출가를 바라느니라.”
또 말하였다.
“저는 본래 왕과 약속하기를, 만약 바로 부처님을 뵙기만 하면 틀림없이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었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대가 약속은 어기지 말라. 가려거든 갈 수 있되 다만 머리칼을 깎고 옷을 물들이기만 하는 것이니, 이 또한 장애가 없으리라.”
조나예낭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되셔서도 때에 오히려 부모와 사장의 가르침에 의지하시거든 제가 이제 어찌 감히 가르침에 의지하지 않으리까. 이제 출가하려 하오니, 부처님께서는 제도하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바로 그때에 제도하여 사문이 되게 하셨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조나예낭아, 너는 이제 가야 되리라.
만약 본국에 이르러서 궁성의 문에 닿거든 곧 들어가지 말고 다만 문 밖에 서서 왕에게 알리기를 청하라.
혹시 이름이 무엇이냐 하면 석가 필추(苾芻 : 비구)라고만 하고,
왕이 혹 부르거든 나아가야 할지니라.
또 만약 묻기를,
‘그대는 참으로 석가 필추인가’ 하면
곧 대답하기를,
‘바로 그러합니다’ 하고,
만약 묻기를
‘일체의성도 이와 같은 형상이던가’라고 하면,
대답하기를,
‘역시 그러합니다’고 하고,
또 묻기를,
‘일체의성은 온다고 하더냐’고 하면,
곧 말하기를,
‘오십니다’고 할 것이며,
‘언제라고 하더냐’고 하면,
곧 말하기를,
‘이로부터 7일 후이리다’라고 하고,
말을 마치면 곧 나와버려라.
혹은 만류하더라도 머무르지 말지니라.
왕이 말하기를,
‘일체의성이 만약 오면 궁중 안에서 머무를 것이냐’ 하면,
대답하기를,
‘머무르지 않으리다’라고 하고,
왕이 말하기를,
‘어느 곳에 머무르기를 좋아하더냐’ 하면,
대답하기를,
‘숲이거나 들이거나 혹은 정사에 머무르기도 한다’고 할 것이며,
만약 묻기를, ‘무엇을 정사라고 하느냐’ 하면,
곧 기수급고정사와 같다 함을 자세히 아뢰어라.”
부처님께서 가르쳐 보인 뒤에 조나예낭은 가려고 하는데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왕의 한 말에 곧 부귀가 이루어지고, 하늘이 마음을 일으키면 온갖 것이 모두 얻어지나니, 일체 성인들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을 빌리었으므로 조나예낭은 찰나 동안에 가비라성에 이르러서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대로 마음에 바른 생각을 두고 궁성 문에 닿아서는 서서 나아가지 않고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아뢰어라. 어떤 석가 필추가 문에 와서 나아가지 않는다고.”
왕은 명령하여 불러들였으므로, 조나예낭은 부름을 받고 곧 들어갔다.
정반왕은 보자마자 괴이히 여기면서 물었다.
“조나예낭이여, 그대도 출가하였소?”
대답하였다.
“출가하였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그대는 갈려고 할 때에 어떠한 말로써 나에게 아뢰었소?”
대답하였다.
“받든 칙명이 곧 그러하였는지라 본래 출가하지 않으려 하였더니, 세존의 거룩한 신력과 방편으로 교화되었습니다.
부처님 세상은 만나기 어렵고 바른 법은 듣기 어렵습니다. 황태자도 오히려 왕위를 버리거든 소신(小臣)이 어찌 고집할 수 있으리까.”
왕의 말은 꾸짖은 것 같았으나 마음은 실로 성을 내지 않았으며, 또 거동과 모습이 예사가 아닌지라 옛날의 신하로써 대접하지 아니하고 곧 정전으로 오르게 하며, 손을 잡고 위로하였으며, 이에 가까운 신하에게 자리를 깔고 깨끗이 씻게 하며, 탕약과 과일 등을 바쳐 올리게 하였다.
조나예낭의 위의가 비범하고 행동이 법칙이 있으며 말은 반드시 차분하고 뜻은 매우 화창하였으므로,
왕은 처음에 조나예낭이 머리칼을 깎고 가사로 바꾼 것을 보고서 말을 하며, 오래도록 완전히 부처님 묻는 것을 잊었었다가 여기에 이르러서야 다시 물었다.
“나의 아들 일체의성의 좋은 모습과 위의 역시 이와 같습니까?”
대답하였다.
“나를 부처님과 비유하는 것은 마치 겨자씨를 가지고 수미산에 견주는 것이며,
또 소 발자국으로 큰 바다에 견줌과 같고 내지 창문의 밝음으로 저 햇빛과 같으냐 함과 같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태자를 생각하며 모르는 결에 기절하여 땅위에 넘어졌으므로, 가까운 신하들이 물을 얼굴에 뿌려고 나서야 소생하였다.
한참 있다가 다시 물었다.
“나의 아들은 온다 합니까?”
대답하였다.
“오십니다.”
또 말하였다.
“언제 도착한다 합니까?”
“이로부터 7일 후입니다.”
그러자 왕은 곧 칙명하여 내궁(內宮)을 깨끗이 하고 전각을 꾸미게 하며 세존과 성인들이 올 것을 대비하므로,
조나예낭은 대왕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오시어도 궁중(宮中) 안에서는 머무르시지 않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어느 곳에 머무르기를 좋아하십니까?”
“만약 숲과 들이 아니면 곧 정사에 머무르십니다.”
왕은 말하였다.
“무엇을 정사라 합니까?”
조나예낭은 곧 정사의 차례를 왕에게 말하였다.
“16의 전당과 60의 작은 집인데 세존께서는 중간에 계시고 성인들은 사방으로 펴서 있으며, 모든 수용하는 도구가 모두 다 갖추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왕은 설명을 듣고 나서 사신을 보내어 급히 냐아로타림(儞也二合誐嚕馱林)에 가서 시일을 정하여 공사를 서둘며 급고 정사와 같게 차례로 이룩하여 갑절이나 값진 보배를 가져서 잘 장식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때가 되었으므로 대목건련(大目犍連)에게 말하였다.
“너는 두루 여러 비구들에게 알려라. 나는 이제 가비라성에 가려 하노니, 저마다 가사와 발우를 받아 지녀야 하리라. 혹은 부모와 종친들을 만나게 될 수도 있으리니, 가서 교화하고 이롭게 하리라.”
목련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고 자세히 부처님의 말씀으로써 두루 일체 아라한들에게 알리었다.
부처님께서는 대중을 거느리고 급고 정사를 나서서 가비라성의 부왕의 청에 나아가시니, 여러 아라한들이 앞뒤에서 둘러쌌으므로, 부처님께서는 곧 돌아보시면서 아라한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이 권속들이야말로 바로 조복되었고, 바로 욕심을 여의었고 바로 잘 해탈하였고, 바로 아라한이며 바로 부처의 권속들이니라.
이를테면 소의 왕이 여러 떼 안에 있음과 같고 또한 마치 코끼리의 왕이 뭇 코끼리에 둘러싸이고 사자의 왕이 사자들에게 둘러싸이고 거위의 왕이 거위들에게 둘러싸이고 금시조(金翅鳥)의 왕이 금시조들에게 둘러싸임과 같으니라.
또 마치 여러 학도들이 스승을 따르고 여러 병든 사람이 의원을 구하고 여러 병사들이 장수를 보필하고 장사꾼들이 주인에게 의지함과 같으며,
또 전륜성왕이 천의 아들에게 둘러싸이고, 지국천왕이 음악신에게 둘러싸이고, 증장천이 구반다 귀신에게 둘러싸이고, 광목천왕이 용들에게 둘러싸이고, 다문천왕이 야차에게 둘러싸이고, 일천자가 천의 광명에 둘러싸이고, 월천자가 별들에게 둘러싸이고, 제석이 하늘들에게 둘러싸이고, 범왕이 범천들에게 둘러싸임과 같고 내지 다시 실제미어(悉帝彌魚)가 바다 속에 있음과 같으며, 또한 해신(海神)이 여러 물을 거두어 모음과 같으니라.
여래의 몸에는 32상(相)과 80종호(種好)가 완전히 갖추어져서 원만하며,
광명으로 장엄되어 마치 천의 햇빛이 온갖 것을 비춤과 같고, 걸음걸이는 높고 뛰어나서 마치 보배 산과 같으며,
크게 가엾이 여김[大悲]과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 등의 일체 법을 두루 갖추었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 권속들과 함께 길을 따라 가시면서 차례로 노닐며 교화하여 가비라성까지 닿으셨는데 멀지 않은 곳에 로하가하(嚕賀迦河)가 있었다.
이때에 정반왕은 여러 권속들과 대소의 신하들을 데리고 같이 물가에 있으면서 미리 보배의 일산과 당기ㆍ번기로 장엄하여 동발을 치고 소라를 불면서 널리 풍악을 울리며, 향을 사르고 꽃을 흩으면서 엄숙히 세존을 바라고 있었다.
또 다시 로하가하로부터 냐아로타림에 이르며 성중과 성곽 밖에 이르기까지 왕은 일반 평민들에게 칙명하여 미리 꾸미고 깨끗이 하게 하며, 큰 언덕과 모래며 자갈들을 모두 없애게 하고 깨끗한 흙을 깔며, 향수를 뿌리고 그 멀고 가까움을 헤아려서 각각 향로를 놓아두어 부처님의 경과를 기다리면서 향을 사르며 공양하였다.
이때에 가비라성의 일반 평민들과 장자며 남자거나 여자거나 간에 저마다 매우 아름다운 향과 꽃을 가지고 길 곁에 서서 세존을 공양하였다.
그 사람들은 모두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옛날에 태자였지만, 오늘에는 부처님께서 되셨구나.”
기뻐 날뛰며 법다운 거동을 살피려 하였으며,
또 생각하기를,
‘부자가 서로 만날 적의 그 예의는 어떻게 할까?
아들이 아버지에게 절하는 것은 세상에서 특수할 바 없거니와 만약 아버지가 아들에게 절을 한다고 하면 나라의 예절에 옳지 못하리라.
태자는 도를 닦고 고행하며 부처님께서 되었으니 반드시 세상과는 다름이 있으리라’ 하면서,
사람들이 꽉 메워 길에 틈이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성인들과 함께 물가에 닿으려 하시다가 왕과 권속들의 모두가 그 곳에 있는 줄 알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제 가비라성의 부왕과 권속이며 인민들이 저마다 생각하기를,
≺태자가 떠나갈 때에는 백천의 하늘 사람들이 앞뒤에서 에워쌌고 공중을 날며 가서 설산에서 수행하였다≻ 하고
또 말하기를,
≺이미 바른 깨달음을 이에 돌아오니, 무슨 기특한 것이 있단 말인가≻라고 하리니,
나는 이제 그 신통을 나타내어 부왕에게 보게 하며, 그리고 인민들이 감탄하며 기쁘게 해야겠다’ 하시는데,
왕과 권속들은 눈으로 대중들을 보고 바야흐로 달려와서 세존을 영접하려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이때에 삼마지에 들어서 동쪽의 허공에서 나와서는 가고 서고 앉고 눕는 네 가지 위의의 모습을 나타내고, 혹은 몸의 위로 물을 내고 몸 아래로 불을 내며 몸의 위로 불을 내고 몸 아래로 물을 내며, 다시 몸속에서 큰 광명을 내쏘자 혹은 푸르기도 하고 누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희기도 하였고 빨간 것들이 여러 빛깔에 섞였기도 하여서 마치 파리(玻犂)가 서로 투명하여 비치는 것과 같았는데,
남쪽ㆍ서쪽ㆍ북쪽에서도 역시 그와 같이 하셨으며,
또 여러 비구들도 저마다 신통을 나타내어 몸을 솟구쳐 높이 7다라수까지 올라가는데 세존께서는 그 중에서 역시 하나의 몸을 나타내어 여러 비구들과는 나투시는 신통이 같지 않았으며,
혹은 6다라수ㆍ혹은 5ㆍ혹은 4ㆍ혹은 3ㆍ2ㆍ1이기도 하였으나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높이 솟아 대중들과는 특이하셨다.
이렇게 나투시기를 마치자 부처님과 성인들은 홀연히 숨어 버리며, 손가락을 튀길 만큼 동안에 벌써 본래 자리에 계셨으므로,
왕과 권속들은 갑절 더 신앙심을 내어 나아가 영접하는데 왕은 대중들이 모두 가사를 입고 거동과 모습이 비슷하게 보이는지라 처음에는 누가 세존이며 누가 제자인 줄 가리지를 못하자,
이때에 조나예낭은 정반왕을 인도하여 세존 앞에 다가갔으나 왕은 세존을 보면서 오히려 아들이라는 생각을 두었다.
조나예낭은 왕에게 말하였다.
“여래는 번뇌의 습기를 끊고 마음에 자재함을 얻어서 마치 해가 세상을 비추되 허공에 머무름과 같이 진여의 수레를 타셨으며, 가장 으뜸가는 깨달음을 지니어 10력이 원만하고 일체지(一切智)를 갖추셨으며 상호의 광명이 깨끗하여 만물을 비추고 법에 자재하여 이익이 그지없으십니다.
청컨대, 왕은 귀의하시어 거룩한 도를 구하여야 하시리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서 깨닫고 진실로 믿어서 온 몸을 땅에 던져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태어날 때 대지가 모두 진동하였고
나무 그림자는 몸을 가리어 해를 따르지 않았으며
다시 넓은 눈으로써 중생들을 살피시니
그러므로 나는 가장 높은 이 발에 절합니다.
이때에 여러 석씨들은 정반왕이 부처님의 발에 예배함을 보고 곧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어째서 세상 법을 등지면서 중생들을 교화할까?”
왕은 대중들의 물음을 듣고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어찌 듣지 못했느냐?
실달다가 태어날 때에 대지가 다 함께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일체 세간에 광명을 널리 비추자 모두 어두컴컴하여 해가 이르지 않은 곳과 거룩한 덕의 광명들 역시 미치지 않는 곳인데 이때에 광명이 모두 다 비치게 되매
그 어둔 곳에 있던 중생들은 다 악업 때문에 그 속에 떨어졌다가 갑자기 광명이 비치므로 서로가 보게 되어 각각 말하기를,
‘이 속에서 언제 또 중생들이 살았을까’ 하였으므로,
이때에 나는 엎드려 가장 높은 이의 발에 예배하였었느니라.
이 실달다가 아직 출가하지 않았을 때에, 섬부수 아래 나아가 앉아서 깨끗하고 욕심이 없어 선하지 못한 법을 여의었고 이미 온갖 분별과 의혹을 끊었으며, 즐거이 다툼이 없는 고요한 선정에 머물렀는데,
온갖 나무와 숲의 그림자는 해를 따라 옮겨갔지만 섬부수 그림자만은 몸을 가리며 옮겨가지 아니하므로 나는 보고서 놀라고 괴이히 여기며 예사로운 일이 아닌지라, 이때에 또 높은 이의 발에 예배하였으며, 내가 지금 예배한 것은 바로 세 번째이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