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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
개금역~몰운대 (11.12.11)
산과 강 바다가 맞닿는 곳! 낙동정맥의 시작이자 끝!
몰운대를 향한 마지막 장도
지나온 정맥 따라 붉은 기운이 치솟는다.
울근불근 아담한 봉우리들을 넘어가자
마침내 다대포 황금 찬란 일몰
우리 가슴에 고요히 스러진다.
25차 산행
○ 일 시 : 2011.12.12. 07:10~16:25
○ 구 간 : 개금역~엄광산~꽃동네~시약산~대티고개~아미산~몰운대 객사
○ 구간진행시간 생략
개금지하철역 오전7시 집결. 약속시간 전에 도착한 사람과 시간후 도착한 사람과의 시간상의 갭은 항상 이뤄지는 일상이다. 대원 모두 07시15분 집결. 3번 출입구로 나오니 고려병원 앞이다. 백병원으로 향하는 똑바로 난 길을 따라 오르니 백병원 후문, 고원아파트 놀이터 뒤편으로 해서 산동네 다닥집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와 산자락에 올라붙는다.
산허리를 타고 능선으로 또렷한 길이 보인다. 이른시간 벌써 아침운동 겸 산에 올랐다 내려서는 이들이 우리 곁을 지나친다. 바위가 듬성듬성 놓여있는 곳을 지나고 체육시설물이 있는 길을 벗어나니 동의대학교 방향표시가 있는 너른 임도가 산허리를 따라 이어지는 지점이 나타난다. 나무계단을 따라 능선으로 오른다. 길은 사정없는 된비알이다. 불웅령 올라서는 길보다 더 가파르다. 뒤돌아보니 개금동에서 엄광산으로 올라붙는 능선이 일목요연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급한 비탈 끄트머리에 바람을 피해 잠시 쉬다가 능선에 올라서자 쉬어가기 좋은 너럭바위가 있는 넓은 방화선에 이른다. 오른쪽 건너로 통신탑 시설물을 거느린 엄광산이 건너다 보이고 남동쪽 바로 아래 수정산으로 능선이 분기하고 있다. 발아래 오밀조밀한 시가지 너머로 푸른 바닷물 찰랑이는 부산항의 거대한 크레인이 마치 거북선처럼 목을 길게 빼들고 있는 듯 하고 그 왼편으로 수영만을 가로지르는 광안대교가 멋들어지게 아치형 곡선을 긋고 있다. 멀리로는 한국 해양대가 있는 조도며 그 뒤로 태종대가 보인다. 시가지 일대를 일일이 짚어주며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본인들만의 진가를 발휘해 본다.
조망을 뒤로하고 종종걸음으로 서쪽으로 난 넓은 공터를 나서자 통신탑으로 갈라지는 길목의 이정표가 우리가 가는 길을 가리키고 있다. 이른 시간부터 생활의 터전으로 나온 먹거리 터의 부부가 손님을 맞기 위해 분주한 손놀림을 하고 있다. 파헤쳐진 길을 따라 올라서니 엄광산 하얀 대리석으로 된 표석 뒤로 정자가 설치되어 있다. 주변 등산객에게 사진 한 컷을 부탁하니 셔터를 두 번씩이나 눌러준다. 정상표석을 지나 급하게 내려선다. 조림지 편백나무의 환영을 받으며 계단을 내려선다. 왼편으로 내원정사 싸리나무 담벽을 끼고 잘 다듬어진 뚜렷한 길을 따라 빠른 걸음 아니 바로 내리뛰어 꽃마을로 내려선다. 손두부, 시락국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발걸음을 부여잡지만 오늘 개인 일정으로 산행 시간을 단축하자는 의견이 있어서인지 다수의 의견을 접어시고 대장님 도로를 냅다 건넌다.
좋아하는 생탁 한잔을 뒤에서 외쳐도 뒤돌아 보지않는다. 뒤따른 몇몇 대원들 씩씩거림의 소리가 크게 들리고 하는 수 없이 길 건너 약수터에서 걸음을 멈추고 배낭에서 가져온 먹거리로 약간의 입을 즐겁게 하고 구덕령을 벗어난다. 정맥길을 따라 구덕산을 보고 오른쪽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오른다. 천리발품 낙동정맥도 오늘로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산줄기를 따른다는 맹목적인 믿음 하나에 마음두고 차곡차곡 쌓아온 발길이 드디어 끝을 맺게 된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1월 15일 영하19도의 추위에 천의봉 아래 낙동정맥분기점을 출발했던 그 설렘이 오늘은 몰운대를 향한 진한 감동으로 돌아와 가슴을 애잔하게 적시고 있다.
강이 끝나는 곳, 아니 유장하게 흐르던 물줄기가 제 이름을 버리고 또다른 미지의 세상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되는 몰운대! 낙동정맥이 끝나는 곳이자 시작되는 그 몰운대를 향하여 어서 달려가보자! 시멘트도로를 따라 오르는 길로는 구덕산, 시약산 일주등산로 안내판이 곳곳에 서 있고 산허리를 이리저리 굽돌며 올라서서 산허리 하나를 크게 돌아 나서자 넓은 공터를 이룬 승학산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은 등산안내판, 화장실, 벤치,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양쪽 길가에는 등산복 판매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산자락 위로 구덕산이 차지하고 있는 시설물이 올려다 보인다. 정맥은 구덕산을 올랐다가 시약산으로 넘어가야 하지만 정상은 “부산 항공무선표지소”가 자리하고 있는 관계로 일반인 출입금지구역이므로 계속되는 시멘트길을 따라 산허리를 돌아 나선다. 오른쪽 건너로 낙동강을 향해 뻗어나간 승학산 산줄기가 유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도로를 따르는 우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약산을 주시하면서 발길을 옮겨본다. 뒤따른 모짜렐라님은 어디쯤 오고 있는고 뒤돌아보니 보이지 않는다. 이쪽은 동네놀이터쯤 되는 곳이라 잘 알고 있다더만 어디에 계시는고? 항공무선표지소 삼거리에서 잠시 기다리다 우측건너로 보이는 시약산을 향한다. 시약산 정상부 역시 "부산기상레이다 관측소"가 자리하고 있는 관계로 철망 울타리가 쳐져 있다. 바람을 피해 내림길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자리를 편다. 구덕산에 올랐다가 돌아온다는 모짜렐라님도 도착되고 꽃마을에서 손두부와 생탁을 구입했다며 배낭에 매달아온 검은 봉지를 풀어헤친다.
아직 따뜻한 온기가 있는 손두부의 맛을 한입에 감미한다. 고소하고 부드러워 그냥 넘어간다. 거기에 생탁 한잔 짜릿한 맛이 온 몸에 전달되면서 전율을 일으킨다. 이 맛, 이 기분을 누가 알리요. 눈앞에 펼쳐진 남항과 북항 일대가 또한 장관이다. 빛이 내려앉은 바다는 눈부시다. 바다를 가로질러 뻗어 있는 남항대교 웅장함과 한창 건설중인 북항대교 주탑이 코발트 빛 하늘을 받치고 우뚝 서있는 모습이다. 시약산 동쪽 끝자락에 시약정이 자리를 하고 있다. 거대한 바위 벼랑 위에 지어진 정자로 실질적인 시약산의 정상을 대신하고 있는 만큼 뛰어난 조망을 보여준다. 시가지를 형성하고 있는 고층건물이며 감천만, 부산항, 태종대를 비롯하여 항구에 점점이 떠 있는 배들로 인해 오랫동안 머물러 있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레이다관측소 좌측으로 대티로 향한 시약산 능선을 타고 내려선다. 시약산을 지난 정맥은 시가지를 향해 급속히 몸을 낮추며 진행방향 내내 바다를 보며 걷는다. 좌우로 소로길이 있는 안부 하나를 지나쳐 오른 봉우리에서 산줄기는 왼쪽으로 슬쩍 꺾어들더니 또 다른 안부하나를 더 지나친다. 이 일대로는 활주로처럼 마치 정맥 길의 마지막 몰운대 입성을 환영이라도 하는 듯 활짝 문을 열어 놓고 우리를 맞이하는 느낌이다. 바다가 보이자 끝이 보인다는 희망이 솟구쳐 발걸음조차 날아 갈 듯 가볍다. 산과 바다가 맞닿는 곳이 바로 저기인데 어서 어서 가보자!
몸을 낮추던 정맥이 산불초소 앞 넓은 무덤터 주위로 울타리가 쳐진 "밀성박씨 추모제단"을 지나치고 있다. 이정표는 "대티고개"를 알리고 있다. 묘지를 지나 오른쪽으로 잠시 완만하게 나서던 길은 또 한차례 떨어지기 시작한다. 대티고개 주택가와 그 앞으로 자그마한 야산을 넘어 까치고개까지 완연하게 어림되고 있다. 급하게 쏟아지던 길이 곧바로 마을 텃밭을 지나 산동네 주택가 담장을 끼고 내려서자 지하철 괴정역사다. 잘못 내렸네. 이 곳에서 인원파악 모짜렐라님 또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걸어본다. 밀성박씨 묘에서 직진으로 내려 대티고개로 내려가고 있다한다. 정맥길을 벗어난 6인의 발걸음은 도심의 2차로 포장길을 따라 대티고개로 오른다.
길 건너 동양할인마트앞에서 모짜렐라님을 만난다. 이번에는 기록담당이 보이지 않는다. 모짜렐라님 기록담당을 찾아 움직이고 5명의 일행은 좌측 골목을 끼고 주택가로 접어들어 대티4길을 따라 올라선다. 골목길에서 전봇대가 서 있는 집에서 우측골목으로 꺽어 좁은 담장 사이 오름길에서 잠시 멈춘다. 두 동지가 깜깜 무소식이다. 전화도 불통이다. 말미에 서 있던 탈진님 민첩하게 두사람을 수배하겠다며 골목을 벗어난다. 몇 번 더 전화통화를 시도한 후 통화가 이뤄진다. 까치고개에서 만나기로 한다. 수배차 길을 나선 우리의 탈진님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한 무리의 등산객이 올라온다. 일행들에게 탈진님 인상착의를 설명하고 혹 밑에서 보았냐고 물어보니 골목을 빠져나가더라고 한다. 여대원 한명 이번에 탈진님을 사수하러 나서본다. 계단 길을 내려서니 전봇대 뒤편으로 탈진님 올라오며 소리를 낸다. 주택가가 끝나고 또 하나의 전봇대가 서 있는 텃밭이다. 마을뒤편 둥그스름한 야산 소나무에는 까치가 우리들 온다고 난리굿을 벌린다. 이곳저곳에서 “까악” “까악” 소리를 내지른다. 까치고개가 가까이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리고 있는 것일까? 우측으로 내려서니 집집마다 벽화가 좁은 골목길의 갑갑함을 달래준다. 고갯마루 까치슈퍼 앞 횡단보도를 건넌다. 이곳이 까치고개.
아미까치 공영주차장 우측 담벼락을 따라 올라선다. 두사람의 일행이 기다리고 있다. 랑데뷰 순간 엇갈린 길과 시간차에 언성이 부딪힌다. 대장님 장내 정리를 하신다. 엇갈린 길과 잘못 내린길은 다시 우회하고 맥길을 찾아 만났으면 같이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가 지름길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정맥길을 걸어야 함이다. 잘잘못은 나중의 문제이고 오늘 길을 걸어야 한다며 앞서 나가신다. 모두가 무언이다. 탱자나무 울타리와 주택을 끼고 올라 마을 텃밭을 지나 가파르게 올라 치는 통나무 계단길이 끝나면 공동묘지가 시작되는 봉우리다. 공동묘지 일대에서는 왼편으로 부산항이 멋지게 펼쳐지고 감천만, 다대포항 건너로 몰운대며 쥐섬이 어림된다.
햇살 가득한 시간대에 공동묘지 길은 포근하다. 망중한에 넋 놓고 발걸음을 부지런히 움직인다. 무슨 날인가 아님 무슨 생각이 있는감 탈진님 성주풀이를 멋들어지게 뽑아낸다. 바윗돌이 돌출되어 멧부리를 지키는 산봉하나를 넘어서면 돌탑2기가 높다랗게 솟아있는 우정탑이다. 거대하게 3단으로 쌓아올린 원형 돌탑 정수리부에 시멘트 기둥을 세워 우정탑이라 적어놓고 있다. 여기서 우리의 우정을 기리며 멋진 포즈로 입증을 남긴다. 정맥은 우정탑을 지나 오른쪽으로 급하게 떨어지는 내리막이다. 초입으로 정맥표지가 주렁주렁 걸려있지만 무심코 직진하기가 쉬운 길이다.
오늘은 날씨조차 쾌청하여 깨끗한 조망을 보여 준다. 낙동정맥의 마지막 발길을 축하하는 듯하다.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임도로 내려선다. 체육공원에 사람들이 운동기기마다 붙어서 저마다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 잠시 내려가는 길을 물어본다. 괴정고개, 감천고개를 갈려고 한다고 하니 잘 모른다. 지도를 펼쳐보고 오른쪽 내림길을 내려선다. 잘 나 있는 산허리를 내려서니 삼성중학교 담벽과 맞닿는다. 주택가 길을 따라 4차선 도로까지 나온다. 오른쪽 높은 곳을 주시하며 걸어간다. 육교 앞 "SK 괴정주유소" 가 보인다. 육교가 있는 이 지점이 괴정고개(감천고개)다. 체육공원쪽에서 임도따라 더 나가야 하는데 학교건물로 내려 우측으로 삥 둘러 온 셈이다.
어찌하였거나 괴정고개까지 온 셈이다. 정맥의 길 표시는 아랑곳없고, 도심속에 표지기 부착도 없다. 그린웨이, 갈맷길을 부르짖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천리 맥 길을 이렇게 무심하게 치부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행정의 현실이니 이일을 어찌할꼬? 환경단체에서도 오염문제, 산림훼손 등으로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우리가 알고 그 것을 이어야 하는 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다른 지역보다 더 낙후된 부산의 낙동정맥 길이 안타깝다. 나라도 주변 관계자들에게 작은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
야산 비탈을 끼고 눈에는 다소 생경스러워 보이는 길을 따른다. 군부대 정문을 끼고 철조망을 따라 내려서니 대동중학교가 절개지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왼편으로 급하게 떨어지면 정면으로 자유아파트가 보이는 놀이터로 내려선다. 놀이터를 지나 우측도로를 따라 나서게 되면 대동중학교 정문 앞을 지나는 고갯마루를 넘어선다. 곧장 큰길을 따라 내려서자 부일냉동의 거대건물이 길 좌우로 포진하고 있다. 그 건너로 SK다대 주유소를 연결하는 4차선 도로가 장림고개(구평고개)다.
주유소를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오른쪽 골목길을 따라 올라서게 되면 해동고 후문이다. 정맥은 해동고 뒤편 능선으로 이어지게 되고 학교 뒤편 울타리를 따라 올라서는 샛길을 따르면 다시 능선을 붙게 된다. 주유소 뒤편이 정맥능선이지만 높다란 옹벽으로 인해 진입이 곤란하다. 주유소 앞을 지나쳐 왼편 인도를 따라 우측 산자락으로 정맥표지기들이 들머리를 안내하고 있다. 봉화산을 향하는 오솔길 좌우로는 능선에 올라서자 왼편으로 산허리를 잘라내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발 아래는 감천만 푸른 바다가 손만 뻗으면 닿을 듯 가깝게 자리하고 있고 비릿한 바다내음을 싣고 콧등을 간지럽히고 있다.
산 정상부에 운동시설과 벤치가 마련된 봉화산에 도착한다. 서쪽 건너편 봉우리에 "봉화산 동네체육시설 안내판"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발아래 넘실대는 바다빛이 황홀하리만치 푸르러 보인다. 부산이란 도시가 아름다운 것은 바로 이 푸른 바다를 끼고 있음에 기인한다. 오른쪽으로 나가보니 너른 평상이 있다.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바람 한점 들어오지 않고 전망 좋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편안한 공간에서 웃옷을 벗고 가져온 먹을거리를 내어 놓고 오순도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먹거리를 즐긴다. 조금씩 가져온 술도 한잔씩 나눠 먹고, 디저트 커피까지 나온다. 여유가 풍겨온다.
봉화산을 뒤로 하고 남쪽으로 내려서서 무덤터들이 내려다 보이는 산봉하나를 넘어서자 난데없는 포장도로가 산허리를 가로지르고 있다. 정면 능선이 정맥이지만 산으로 오르는 초입은 희미할뿐더러 그 흔한 표지기 조차 눈에 띠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대부분의 정맥 종주자들이 이 도로에서 정면 산봉을 우회하여 우측도로를 따라 구평가구단지로 들어서는게 아닐는지? 건너편으로 지금까지 산자락에 가려 모습을 감추고 있던 구평가구단지 일대가 어지럽게 펼쳐져 보인다. 무덤에서 직진 후 우측 능선으로 내려서자 정맥을 우회했던 도로와 다시 만나는 가구단지 초입능선마루다. 가구공장을 알리는 대형 간판들이 즐비한 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나선다.
정맥 마루금을 차지하고 있는 구평가구단지는 오래 전부터 중소형 가구공장이 밀집한 지역이었고 지금은 대규모 가구유통단지로 활성화되어 부산의 대표 가구단지가 되고 있는 곳이다. "구평농장가구마트"를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갈까요? 오른쪽으로 갈까요? 두리번두리번 이쪽저쪽으로 길을 찾아 발품을 한참을 돌린다. 다시 삼거리로 나와 지나가는 주민에게 물어본다. 방향으로 제시해주고 직진으로 나가니 정면으로 "구평산마트가구" 간판과 "진품아울렛" 건물이 보인다. 여기서 정맥은 건물 뒷편으로 보이는 봉우리로 올라서야 하지만 왼편도로를 따라 우회한다.
골목 어귀에 표지기가 좌우로 길을 안내하고 있다. 내리막을 내려서 보니 우리가 방향을 찾기 위해 잠시 오고갔던 길이 건너편 오름길에 보인다. 도시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지저분한 거리를 배회하다 시멘트 포장길을 완전 벗어나니 삼환아파트 도로변으로 내려서 선다. 진주에서 왔다는 한 무리의 정맥꾼들이 시작점인 몰운대에서 늠름하게 올라오고 있다. 서로가 수고한다는 격려의 말을 주고받으며 교차 한다. 도로를 따라 내려서니 큰 도로와 만나는 지점이 다대고개다.
건너편 신다대아파트 향하여 육교를 건너선다. 신다대아파트 옆길을 따라 올라서자 건물 우측으로 보도블록이 끝나는 지점으로 임시 산불초소와 지장암 안내판, "산불경방대장군" "여장군" 장승 2구가 있는 지점으로 여기서 모든 일행이 합류한다. 지장암을 왼편에 두고 아미산 올라서는 길은 제법 된비알이다. 하지만 아미산만 넘으면 곧 몰운대라는 희망은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신나는 걸음이다. 가풀막을 올라선 안부자리에서 우측능선을 버리고 왼쪽 능선을 올라선다. 감천항 일대가 훤하게 보인다. 그런데 정맥길이 진행이 안된다. 버렸던 우측능선으로 올라야만이 봉수대인 것 이다. 다시 계단길을 내려선다.
반대편 응봉봉수대 오름길은 알바라는 개념이 부풀어 더 높고 멀고 힘들게 진행된다. 큰 돌, 잔돌, 웅퉁불퉁한 돌 각양각색의 모양이 어우러져 쌓인 돌탑을 지나쳐 올라서자 응봉봉수대가 있는 아미산이다. 봉수대는 넓은 축대 위에 잔돌들이 질펀하게 깔려있고 그 가운데로 봉수대가 자리하고 있다. 발아래 펼쳐지는 감천만이며 다대포의 아름다움에 모두들 넋을 잃고 자리를 떠날 줄 모른다. 펼쳐지는 남해바다의 전망은 끝없이 광활하다. 다대포아파트 숲 뒤로 몰운대가 살짝 꼬리를 내비치고 있다.
봉수대를 배경으로 낙동정맥 종주 플래카드를 펼치고 내리 비치는 빛의 광채를 보듬고 사진으로 증명을 남긴다. 안내판과 표지석을 지나 누른 억새밭을 가로 질러 건너편 봉우리에 올라서 본다. 이 봉우리는 헬기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측량용폴대, 측량기준점 훼손금지 안내판이 서 있고 응봉 봉수대자리에서 보이지 않던 낙동강 하구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과 바다가 맞닿은 곳. 천삼백리 낙동강 물길이 바다라는 거대한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 새로운 삶으로 거듭 나는 곳. 바다와 강이 한 몸 되는 이곳을 향하여 어둠과 혹독한 추위와 비바람, 눈보라, 짙은 안개를 헤치고 천리 길을 내쳐 달려 왔지 않았던가? 그 그리운 몰운대가 저기다. 어서 달려 가보자!
빛바랜 억새밭 잘록이로 되돌아와 남쪽 바다를 향한다. 정맥은 몰운대에 이르는 최후의 순간까지 마지막 힘을 다해 아미산을 일궈놓고 용틀임하며 끝까지 그 기개를 잃지 않고 바다를 향한다. 기운차게 꿈틀거리는 송림능선을 밟아 내려서자 산불감시초소와 임도가 가로지르는 홍티고개다. 건너편 정맥능선으로 롯데아파트 단지가 차지를 했다. 정맥 능선을 자기가 주인인양 우뚝 솟아 있으니 아파트로 길을 이을 수밖에. 몰운대 성당을 돌아 내려서니 낙동강하구 아미산전망대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돋보인다.
강 하구를 이루고 있는 모래톱 사이사이로 물을 담고 있는 늪인지 소(沼)인지는 하얀 빛을 토해내고 그 위로 드문드문 철새들이 거닐고 있고, 멀리 가덕도 연대봉이 오뚝하다. 펼쳐지는 모래톱 건너 몰운대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울창한 송림을 이루고 있다. 낙동강하구 전망대를 기점으로 하여 다대포 해수욕장과 몰운대까지 이어지는 정맥은 이제 강을 버리고 바다에 붙어있다.
전망대에서 아파트 고지대를 내려와 해안도로를 건넌다. 다대포해수욕장 해안선을 따라 조개구이, 횟집 점포들이 백사장을 가로지르고 있다. 해수욕장 입구 "다대포매립 백지화기념비"를 지나쳐 잠시 나서자 몰운대를 알리는 표석이 길마중 나와있다. 몰운대는 옛날에는 몰운도라는 섬이었으나 낙동강에서 내려오는 흙과 모래가 쌓여 다대포와 연결되었다고 하며 낙동강하구에 안개와 구름이 끼는 날에는 그 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몰운대라고 한다.
강이 그 생명을 다하는 곳을 지나 육지와 바다가 맞닿은 곳 몰운대를 향하는 길은 솔숲이 우거지 넓은 산책로다. 헬기장, 화장실, 다대포객사(부산시 유형문화재3호) 앞 넓은 공터 그토록 갈망했던 곳. 낙동정맥이 바다에 그 뿌리를 내리는 곳 몰운대다. 2011년 12월 11일 16시 25분, 몰운대에 섰다. 석양이 바로 내비치는 객사 끝머리에 서서 묵묵히 바다만 바라 볼뿐 크게 감동스러워 하거나 소란스럽지 않다. 지난 11개월의 발품과 흘렸던 땀방울이 이 몰운대 바닷가 파도소리에 고스란히 녹아들고 있다 .
지금 우리 회원들은 낙동정맥의 끝자락 몰운대에 서서 저마다 정맥능선에 묻어두었던 추억 속 감동과 기쁨의 필름을 되돌리고 있다. 멀리 대한 해협을 향하는 바다는 어찌 이토록 맑고 푸르단 말인가? 성취의 기쁨에 환호하기 보다는 정작 서운한 마음이 앞서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낙동정맥완주 플래카드가 펼쳐지고 그 동안 무사 무탈하게 몰운대까지 건강한 발걸음을 잇게 해준 산신께 감사의 술잔을 올린다. 오늘 이 자리 몰운대에 서기까지 낙동정맥종주를 위하여 수고해 주신 이원복 산행대장님을 비롯하여 밀어주고 당겨주신 시청산악회 회원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잔 더 올립니다. 끝.
글쓴이 정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