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썸원스페이지
북스북스, 5월, 춘천
2019.5.24~25.
춘천 북스테이 썸원스페이지, 서툰책방, 서점 데미안, 작은서점 춘천일기...
북스북스 5월은 김유정의 고향인 춘천 문학기행입니다.
이번 만남의 주제는 '장애'입니다.
5월 내내, 각자 '장애'와 관련있는 책을 한두 권 읽고 글을 썼습니다.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20리 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닫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
- 1936년 잡지 <조광>에 실린 김유정의 '오월의 산골짜기' 가운데
지금 춘천은 소설가 김유정이 살던 곳과는 많이 다릅니다.
기차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습니다.
북스북스 일행이 저녁을 먹었던 춘천 명동은
서울 어느 지하철역 둘레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용산에서 출발한 춘천 가는 기차,
그 노래도 김현철보다는 태연의 목소리가 익숙한 시절입니다.
윤은경 선생님과 공유선 선생님이 준비한 간식 덕에
기차 여행이 더욱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북스북스 춘천 문학기행, 작은 서점들을 찾는 여행으로 계획했습니다.
이틀동안 썸원스페이지, 서툰책방, 서점 데미안, 작은서점 춘천일기를 찾았습니다.
대형서점에는 없는 특별한 책들을 만났고, 어떤 책들을 그 자리에서 오래 읽었습니다.
책을 주제로 나눈 이야기가 사회사업과 인생과 일상과 꿈으로 이어졌습니다.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진심으로 들어주는 동료와 있으니 마음이 풀어집니다.
위로가 되고 힘이 됩니다.

어린 시절 마주한 장애는 참으로 특별했습니다.
분명 같은 공간에 있는데 결국은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것 같고,
장애가 없는 우리와 장애가 있는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장막이 느껴졌습니다.
당시만 해도 세상 밖에서 장애인을 만나는 것은 그다지 보편적이지 않았습니다. 장
애를 가진 사람은 상대적으로 소수였고, 그 소수에 대한 설명과 이해는 늘 부족했습니다.
그러니 장애는 특별하고 무언가 다른 것이라 직감했습니다.
세상에서 처음 맞닥뜨린 장애 이미지는 어둡고 무거웠습니다.
가난과 동정의 상징이며, 외로움과 불행의 징표로 느껴졌던 장애, 우습게도 그때는 그랬습니다.
...
남의 이야기 같던 장애는 우리 가족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자동차 제조 회사를 다니던 아버지는 현장 점검 중 갑자기 튀어 오른 작은 쇳덩이로
한쪽 시력을 잃었습니다. 시력을 되찾기 위해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고,
장기간 입원도 했지만 결국 한번 다친 눈은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마음도 그랬습니다. 당신이 반맹이 되었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산재를 인정하지 않는 회사와 싸우느라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 갔습니다.
그걸 지켜보는 가족의 마음도 쓰렸습니다.
긴 노력 끝에 다행히 산재를 인정받고, 회사에 다시 나가게 되긴 했지만
사무실 자리와 업무는 바뀌었습니다.
한쪽 눈을 잃은 사람에게 이전의 업무를 줄 수 없었는지 아버지에게는 허드렛일이 주어졌습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도 시각장애인이라는 미명 아래 할 수 없는 일이 되었고,
그 판단은 당사자가 아니라 회사의 몫이었습니다.
인간적 배려를 기대했던 아버지는 회사의 폭력 앞에 열등하고 무능한 사람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의 상처와 후유증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습니다.
- 윤은경, 노틀담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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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초점을 두고 존엄과 인격을 생각하니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의 방향을 보았습니다.
사회사업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좋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장애인 당사자가 존엄한 삶을 살도록 돕기 위해서 역시 ‘관계’를 잡아야 했습니다.
사회사업가로서 장애를 기능적으로 분석하는데 주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능 향상을 돕는 부분은 다른 전문가들이 할 부분입니다.
장애인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관계를 살리는 일을 찾는데 마음을 두고 읽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도록 돕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았습니다.
- 공유선, 사회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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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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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장이 확대되며 사회적약자도 과거에 비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적정 기준에 미치면 각종 복지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활동보조인, 요양보호사, 자원봉사자를 통해 도움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어울려 사는 일도 그만큼 성장했는가 의문스럽습니다. 부작용도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누군가 대신 해주게 되어 내려놓게 되고,
가족, 둘레사람이 살펴보던 관계도 서비스가 대체하여 소원해지는 일을 자주 보았습니다.
당편이가 생활보호대상자가 되며 마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과 똑같았습니다.
안전하게 사는 것과 지역사회와 어울려 사는 일은 다른 일입니다.
사람의 존재를 존재답게 해주는 것은 관계입니다.
당편이는 녹동댁 안에서 사람과 어울려 지냈던 삶과 노년에 홀로 남아 생활하는 삶.
어떤 것을 더 행복하다고 느꼈을까요?
- 고진실, 남양주서부희망케어센터
달리기 선수라면 튼튼한 운동화를 찾고, 화가라면 좋은 화구(畫具)를 찾습니다.
북스북스는 글쓰기 좋은 도구 가운데 하나로 호젓한 공간을 찾아 나섰습니다.
유명한 작가에게는 그와 그의 작품과 어울리는 서재가 있습니다.
온갖 책과 필기구로 글쓰기 좋게 꾸민 서재가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을 겁니다.
북스북스가 찾아간 곳들은 북스북스만의 서재입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열심히 살아가는 카페지기와 향기로운 차가 북스북스 서재를 꾸미는 소품입니다.
카페를 찾아가는 시골 길, 이동하며 마주한 풍경, 그 가운데 동료와 나눈 대화,
이 모두를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무형의 북스북스 서재를 만듭니다.
「해리포터」 작가 조앤 롤링도 주로 동네 카페에서 글을 썼습니다.
이혼 뒤 에든버러에 정착한 그녀에게 글은 생존 수단이었습니다. 아이 분유 값을 벌어야 했습니다.
절박함이 글을 쓰게 했으며, 그 장소는 카페였습니다.
난방비를 아끼려고 카페를 찾기도 했다고 합니다.
동네 카페에서 만든 책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입니다.
조앤 롤링과 같은 절박함은 없을지라도,
글을 쓰고 싶은 사람으로서 글이 잘 써지는 곳을 찾는 일은 당연합니다.
어쩌면 북스북스도 사회사업을 바르게 하고 싶은 절박함으로
시골 책방이나 북카페를 찾아 나섰을지도 모릅니다.
사무실에서 바쁜 일정과 업무에 치이다 보면
사회복지사를 만나고 싶어하는 지역주민의 눈빛을 놓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당사자를 만나고 있지만 당사자가 이야기하는 마음을 잘 읽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여유를 갖고 민감하게 귀 기울일 때 보입니다. 민감하게 귀 기울일 수 있는 힘은 진정성과 애정입니다.
이것만으로도 당사자의 온몸을 옥죄고 있는 듯한 잠수복을 느슨하게 풀 수 있습니다.
늘 부끄럽지 않게 일하는지 성찰하고 싶습니다.
- 권대익,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5월 모임을 준비하며
윤은경 선생님은 <어른이 되면>, <시선의 폭력>, <수다 떠는 장애>, <깃털 없는 기러기>를 읽고
공유선 선생님은 <삶의 격>,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
<실격자들을 위한 변론>, <어른이 되면>을 읽고
권대익 선생님은 <잠수복과 나비>를 읽고
고진실 선생님은 <아가>, <사람·장소·환대>를 읽고
김세진은 <베델의 집 사람들>, <렛츠, 당사자 연구>, <나는 혼자가 아니야>를 읽고 글을 썼습니다.
6월 문학기행은 21일부터 22일까지 강화로 떠납니다.
다음 달 주제는 '아동 혹은 아동복지'입니다.
강화도 어느 북스테이서 머물며 읽은 책을 소개하고 써온 글을 나눕니다.
시골 작은 책방도 찾아갑니다. 출판사를 겸하는 책방이라는데, 기대합니다.
책 좋아하는 북스북스 다섯 회원이 지난 세 달간 책을 읽으며 함께 쓴 글이 200쪽을 넘었습니다.
가을이 기다려집니다.
첫댓글 장애인 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 목록이 여기 다 있어요.
고맙습니다. ^^
유진 선생님이 이렇게 말해주니, 우리가 잘하고 있구나 싶어요. 고맙습니다.
'삶에 어떤 가치를 두고 사는 가에 따라 실천이 달라지더라.'
첫날 잠들기 전, 수첩에 이렇게 메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