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람을 입으라 (엡 4:20-24)
사도 바울은 에베소서 4장 17절부터 19절에서
“그러므로 내가 이것을 말하며 주 안에서 증언하노니
이제부터 너희는 이방인이 그 마음의 허망한 것으로 행함 같이 행하지 말라
그들의 총명이 어두워지고 그들 가운데 있는 무지함과
그들의 마음이 굳어짐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생명에서 떠나 있도다
그들이 감각 없는 자가 되어 자신을 방탕에 방임하여 모든 더러운 것을 욕심으로 행하되”
하나님을 떠난 삶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그 삶은 단지 종교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마음이 허망해지고 총명이 어두워지며 하나님의 생명에서 떠난 상태입니다.
자기 욕심을 따라 사는 삶은 처음에는 자유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사람을 썩게 하고 무너지게 하며 하나님과의 관계뿐 아니라 이웃과의 관계까지 파괴합니다.
그런 삶의 끝은 공허와 황폐함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그 어두운 삶을 설명한 뒤, 이제 성도들을 향해 분명하고도 강력한 요청을 합니다.
“오직 너희는 그리스도를 그같이 배우지 아니하였느니라”(엡 4:20).
이것은 단순한 권면이 아니라, 정체성에 대한 선언입니다.
예수를 믿는 사람은 더 이상 예전 방식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뜻입니다.
에베소서 4장에는 “너희는”이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헬라어로는 '후메이스'(ὑμεῖς)인데, 이는 단순히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희는 달라야 한다”는 강한 강조를 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은 너희, 그리스도를 아는 너희,
예수 안에 있는 진리를 듣고 배운 너희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성도는 세상 속에 살지만 세상 방식에 그대로 묶여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단지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삶의 기준과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바울은 “진리가 예수 안에 있는 것 같이 너희가 참으로 그에게서 듣고
또한 그 안에서 가르침을 받았을진대”라고 말합니다(엡 4:21).
참된 신앙은 예수님을 단지 아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그분에게서 듣고, 그분 안에서 배우며, 그 가르침에 따라 사는 데까지 나아갑니다.
예수님은 단순히 구원의 문을 열어 주시는 분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새롭게 빚어 가시는 주님이십니다.
따라서 진짜 그리스도인은 예수 안에 있는 진리를 믿고, 배우고, 순종하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신앙은 머리로 이해하는 지식만이 아니라 삶을 바꾸는 능력이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울은 먼저 “옛 사람을 벗어 버리라”고 말합니다.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따르는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엡 4:22).
여기서 옛 사람은 단순히 과거의 습관 몇 가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 없이 자기 욕망을 중심으로 살아가던 이전의 존재 방식 전체를 말합니다.
옛 사람은 겉보기에는 익숙하고 편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것이 결국 썩어져 가는 삶이라고 말합니다.
거짓된 욕망은 사람에게 잠시 만족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마음을 병들게 하고 영혼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새 사람을 입기 원한다면 먼저 옛 사람을 철저히 벗어 버려야 합니다.
이 과정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때로는 큰 아픔과 싸움을 동반합니다.
익숙한 습관을 끊어 내는 일, 오래 붙들고 살았던 자기중심성을 내려놓는 일,
내 안의 교만과 욕심을 인정하고 회개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바로 그 과정이 있어야 새로움이 시작됩니다.
이것은 마치 누에가 나비가 되기 위해 고치 안에 머물지 않고 껍질을 벗고 나와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누에가 고치 속의 익숙함에 안주한다면 결코 아름다운 나비가 될 수 없습니다.
새 모습을 입기 위해서는 반드시 벗어 버림의 아픔을 통과해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새롭게 하시려면, 먼저 우리가 옛 자아를 붙들고 있는 손을 놓아야 합니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은 벗어 버림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바울은 이어서 “오직 너희의 심령이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고 말합니다(엡 4:23-24).
새 사람을 입는다는 것은 단순히 외적인 행동을 조금 고치는 것이 아닙니다.
심령이 새롭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의 중심이 바뀌고, 생각이 새로워지고, 가치관과 삶의 방향이 하나님 중심으로 재정렬되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내 욕망이 삶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하나님의 뜻이 나를 이끌어야 합니다.
이전에는 내가 편한 것이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이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새 사람은 “하나님을 따라” 지으심을 받은 사람입니다.
곧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 가는 사람이며, 의와 진리의 거룩함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의'는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바르게 서는 삶을 뜻하고,
진리의 거룩함은 거짓과 타협하지 않고 하나님께 속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새 사람의 삶은 단지 종교적인 분위기를 갖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말과 행동, 관계와 선택 속에서 하나님의 거룩하심이 드러나는 삶입니다.
그 삶을 통해 세상은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보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예수님의 제자들은 처음부터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평범했고, 때로는 두려움이 많았고, 연약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2천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영향을 주는 이유는,
그들이 옛 사람을 벗고 새 사람을 입는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 변화된 삶이 바로 복음의 능력을 증거하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화려한 말이 아니라 변화된 사람입니다.
옛 자아를 벗고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성도의 삶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복음의 증거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정말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있는가.
나는 아직도 익숙한 죄와 욕망을 붙들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날마다 심령이 새롭게 되어 새 사람을 입어 가고 있는가.
성화는 단번에 완성되는 일이 아니지만, 분명한 방향을 가진 여정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날마다 자신을 돌아보고, 말씀으로 생각을 새롭게 하며,
성령의 도우심 속에서 옛 사람을 벗고 새 사람을 입어 가는 것, 그것이 성도의 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삶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이 땅 가운데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