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땅, 세계의 지붕 서티벳을 가다(18)
해발 5,66m, '죽음의 고개'라 불리는 돌마라 고개.
이곳에 오르면 자신의 죽음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정상에는 타루쵸가 빽빽이 들어차 있어 지나는 길이 매우 협소하다.
■ 해발 5,668m, 하늘 맞닿은 돌마라 고개
세계 지붕 히말라야산맥에 자리한 티벳과 네팔, 인도, 파키스탄 등 여러 나라마다
성스러운 산이라고 해 지금까지도 인간 미답봉이 여럿 있다.
그 중 카일라스 산도 사람이 오른 적이 없는 불교의 우주론에 나오는 상상의 산으로,
세계 중심에 솟은 거대한 성역 중의 성역이다.
불교 세계설에서는 그 높아가 물 위로 팔만 유순(由旬),
물 속으로 팔만 유순, 가로 길이도 이와 같고
금, 은, 유리, 파리(玻璃)의 사보로 이뤄졌는데
북쪽은 황금, 동쪽은 은, 남쪽은 유리, 서쪽은 파리로 돼 있고
그 주위는 해와 같이 보광이 반영해 사방의 허공을 비추고 있다.
일곱 금산이 둘어섰고 미산과 칠금산 사이에 일곱 바다가 있다고 한다.
바위가 험한 산은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위험하고 힘들다.
거기다가 타루쵸가 사방으로 거미줄처럼 걸려 있어
자칫하다 큰 사고가 날 위험도 있어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순례길은 타루쵸로 뒤덥여 그 사이를 뚫고 나갈 수도 없어 곤혹스러운데
거기다 타루쵸를 밟아서도 안 된다.
영국의 오지 탐험가 라이언 파일이 이곳을 지날 때 무척 힘들어했다는 이야기가 생각 난다.
그때는 눈비가 쏟아져 더욱 힘들었다는데 오늘은 날씨가 무척 좋아
울긋불긋한 타루쵸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매우 아름답다.
아까 티벳 사람이 준 설탕의 맛이 아직도 입안에서 맴돌아 피로감이 덜한 듯 하다.
'그 양반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둘 걸',그 생각을 못 한 게 못내 아쉬었다.
타루쵸 사이를 이리저리 돌다 보니 '죽음의 고개' 돌마라 고개가 눈앞이다.
해발 5,668m 지금껏 히말라야 여러 지역을 다녔지만 이번이 가장 높은 곳을 오른것이다.
돌마라 고개에 올라서니 사람이 머물 만한 공간도 없이 타루쵸가 빽빽이 걸쳐있어 장관이다.
유럽에서 왔다는 한 순례팀은 타루쵸를 걸어 보려고 애쓰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에서 땅콩과 과자를 나눠주고 있다.
한창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인도 사람이 다가와 유창한 영어로 인사하면서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이라고 하자 그는 "안녕하세요"하고 우리말로 화답한다.
어떻게 한국말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국제 가이드라고 한다.
이곳에 잠시 머물다 보니 올라올 때 봤던 각국 순례자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얼굴이 마주칠 때마다 "짜시델레"하고 서로의 고생을 위로하는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이 참 정겹다.
이렇게 힘들게 올라오기 때문에 이 고개를 넘으면 '자신의 죽음을 깨닫고 새로 태어난다'고 하는가 본다.
돌마라 고개를 넘자 순례자들의 심성을 깨끗이 씻어준다는 에메랄드 빛 '자비의 호수'가 눈 아래 펼쳐진다.
호숫물이 넘실거린다고 했으나 지금은 꽁꽁 얼어 그 아름답다는 에메랄드 빛은 볼 수가 없었다.
순례자들의 심성을 깨끗이 씻어준다는 에메랄드 빛 '자비의 호수'.
호숫물이 꽁꽁 얼어 그 아름답다는 에메랄드 빛은 볼 수 없었다.
■ 걷고 걸어도 끝이 없는 길
돌마라 고개를 정점으로 앞으로는 가파른 내리막 길이라 매우 위험하니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마치 분화구 모양의 거대한 협곡으로 걸어가기가 만만치 않을 듯하다.
올라올 대 관절을 무리했는지 바위에 올라서면 다리가 덜덜 사시나무 떨듯 흔들려 사진 찍기도 겁이 난다.
조금 걸어 쉬기를 몇 차례 가파르고 험한 돌 무더기 길을 돌고 돌기를 두 시간,
협곡 가운데 마니석이 길게 쌓여 있어 겨우 위험한 지역은 다 내려왔나 했더니
이번엔 가파른 모랫길이 더 위험스럽게 버티고 있다.
올라올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힘들고 위험하다.
굼벵이처럼 기어간다고 할 정도로 걷는지 기는지
아무튼 많은 시간이 걸려 위험 지역을 벗어나가 초원 지대가 나온다.
천막이 몇 개 설치 돼 그곳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한다.
아침에는 생 떡국을 겨우 먹었으니 현지식 점심이지만 맛있게 먹었다.
쉬면서 정신을 차려 주변을 살펴보니 넓은 벌판에는 나무 한 그루 없이
바위 산들이 카일라스 정상을 감싸고 잇는 모습이다.
여기부터 오늘 숙소까지는 평지라 크게 힘들지 않다고 했지만
아무리 걸어도 마치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아 지루하기도 하고
보이는 것이라고는 들판의 야크들과 먼지가 날리는 길을 걷는 순례자, 트레킹하는 사람들 모습 뿐이다.
영국의 오지 여행가도 이 길을 하염없이 걸었다고 했는데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기분으로 발이 걷는지 끄는지 먼지를 날리며
한참을 걷고 또 걷다 보니 멀리 언덕 위에 사원 하나가 보인다.
그곳이 오늘의 종점이였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거대한 분지 형태의 협곡 내 마니석이 길게 쌓여 있어 눈길을 끈다.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