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만남
印默 김형식
아침 예불에 이어 108배를 하고 부처님 전에 앉아 있다. 불가의 인연을 생각하니 감회가 깊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 따라 절에 다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천주교 신자가 되었고 아내를 만나 명동성당에서 혼배성사 했다. 성가정을 이루고 신앙생활을 이어 간다.우연한 기회에 불법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 연을 따라가보자. 불교는 나의 모태 신앙이었다.어머님는
신실한 보살이셨다. 나는 탯줄을 목에 걸고 태어 났다고 했다. 어머님은 집에서 7십여리 떨어져 있는 수도암에 1년이면 두서너번 다녀오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절에 가시는 날은 목욕재계 하고 따로 마련해 놓은 공양미를 챙겨 이고 집을 나섰다.
전남 고흥군 운암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수도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 말사로,
통일신라시대 흥덕왕(재위 826∼836)때 영헌스님이 창건 했다.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머리위에 까치집을 이고 있는듯 가파른 골짜기에 규모는 작지만 아담한 절이다.
요즘도 고향에 가면 어머니 생각에 가끔 들리곤 한다.
1979년 금강경을 만난다.
우연이었다.일산에 전원주택을 짓고 있을 때였다. 상암동 어느 고택 자리에 정원수를 캐로 간다. 무너진 폐가 마당 늙은 감나무 밑에 쓰러진 텐트가 있었다.그 속에서 붉은 표지로 된 책 한권을 줍는다.
용성진종선사가 역경하고 도문이 발행한 금강경이었다.
곁에 두고 읽기를 반복한다.
첫 페지에 기록된 사구게(金剛經 四勾偈)에 빠져든다.
범소유상(凡所有相) 개시허망(皆是虛妄)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즉견여래(卽見如來)
약이생견아(若以色見我) 이음성구아(以音聲求我)
시인행사도(是人行邪道) 불능견여래(不能見如來 )
일체유위법(一切有僞法)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
무릇 있는 바 모든 현상은 다 허망하니
모든 현상이 진실상이 아닌것을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
만약 색으로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 나를 구하려 한다면
이는 곧 삿된 도를 행하는 자라 능히 여래를 보지 못할것이다.
일체 현상계의 모든 생멸법은 꿈이며 헛깨비이고 물거품이며
그림자이고 이슬이니 번개불과 같이 잠시왔다가 다 살아지는 것임을 확실히 알아야 부처를 볼수 있느니라.
지금 생각해보니 금강경속에서 내자신은 찾아 헤매고 있었던것이다.
2002년 선의종찰 덕숭총림에서 경허 만공스님의 선사상을 계승코자 설립한 승가대학, 한국불교 무불선학대학원을 졸업한다. 원담스님으로 부터 화두,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下處)를 받아 든다.
그 새 간에 해인총림 고경총서 37권,성철 스님 법어집 11권을 접하게 된다.
2002년 강원도 정금산 자락에 토굴 한칸 마련 한다. 참선에 매진하고 있을 때였다
철야 정진중에 잠깐 졸며 꿈을 꾼다. 덕숭문중 정혜사 마당이었다. 0019의 번호판을 단 검정색 승용차가 다가오더니 내옆에 선다. 호랑이 성철스님이 운전석에서 앉아 웃고 계신다. 합장의 예를 올리자 '타라' 하신다. 조수석에 앉는다. 스님께서 내손을 꼭 잡으시며. '내 상좌가 되어 주지 않겠나' 하신다. '고맙습니다.' 합장 하자. '오늘부터 니는 내 상좌다' 하신다.꿈이었다. 꿈이 너무 기이 해 기록 해 두었다.
소중한/ 인연 하나/정금산과 맺은 사연/천하에 성철스님 백일 법문 때문이라/큰스님은 몽중에서 상좌가 되어 달라고//
내민손/ 꼬옥 잡은/그 인연 어찌 잊을까/스님을 모셔놓고 법문을 듣는 환희/불법에 매료 되어서/ 불철주야 매달려서//부처를/알고 나니/참여래는 중도라 <중도는 부처>전문.
이 몽중 인연으로 성철스님 상좌, 원융스님을 만나고 성철스님의 몽중상좌가 된다.
지금도 가끔 꿈속에서 성철스님을 시봉하기도 한다.
또 하나의 인연이 있다. 월정사 탄허스님의 흔적을 만난다. 스님의 동양사상 유 불 선 화엄 특강을 듣게 된다. 해박한 지식에 매료되어서 듣고 또 듣기를 수십번 반복한다.헤진 테이프를 CD로 다시 구어 놓고 지금도 간끔 꺼내 듣는다. 장자의 남화경,노자의 도덕경, 시경, 사마천의 사기, 논어. 맹자 등을 곁에 두고 읽는 계기가 된다.
스님의 귀한 육성 태이프는 현대불교신문 김광삼 사장님이 보내 주셨다.
2005년 겨울 정금산 토굴
어느날 오후 겹겹으로 바람을 막고 양지를 깔고 앉아 면벽한다. 반개한 시야에 자주색 점 하나 점점 커지고 커지다 엷어지는 환희가 계속 된다, 선정에 든것이다.
얼마를 지났을까 벽이 툭 터지고, 터진 벽 넘어로 보이는 낯익은 실상, 바람에 흔들리는 마른 풀잎, 나무, 산, 마을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그 이후 선정은 나에게 그렇게 찾아 오곤 했다.이 또한 마장(魔障)임을 알고 빙그레 옷었다.
유심히/바라보니/벽이 그 곳에 있더니/무심히 바라보니 벽은 어디로 갔는고/벽을 보고 앉아 있는 나는 또한 누구인가//
한순간/놓아버린/화두를 챙기다가/툭 터진 벽 넘어로 바깥풍경을 바라보니/이런 일도 있는 걸까/ 어안이 벙벙하네//터진 벽/바라보니/
세상이 거기에 있어/꿈인지 생시인지 허벅지를 꼬집어 봐도/벽은 없고 온지 사방 환하게 열려있네//
걸릴 것/하나 없는/이것이 사실인데/사람들 알고 나면 고운 눈으로 보겠는가/침묵 속에 묻어두고 빙그레 웃고 살자/ <빙그레 웃자> 전문
선은 본래 글자를 내 세울 수 없고 말로도 표현 할 수 없는 불립문자 언어도단(不立文字 言語道斷). '그까짓것 코닦고 내버리는 소리' 탄허스님이 즐겨 쓰시던 말에 빙그레 웃는다.
2016년 세계명상대전 창선지도자과정 수료
불연으로 스승이 되어 주신 소중한 분들이 내게 몇분 계신다.
백연암 일영스님
죽림선사 선혜스님
금강원 헤거스님
참불선원 각산스님.
현대불교신문 김광삼사장
혜국스님, 아잔간하, 아잔브람께 고개숙여 합장 한다.
2020년 김종상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불교아동문학회 입회 한다.신현득 고문님, 김일환회장님. 홍재숙 사무처장님. 고광자 회장님을 비롯 훌륭한 대선배 동료문인을 만나게 된다.과분한 복이다. 부족한 불심을 채워가고 있다.
좌복을 털고 일어나 마당에 서니 처마밑 풍경소리 숨을 고르고 있다. 빗자루 든다. 마당을 쓸어야 한다.
~~~~~
프로필
김형식은 1946년 전남고흥에서 태어 났고, 전남대 농경제학과와 선의 종찰 덕숭총림 무불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금강경을 만나 해인총림 고경총서 37권, 성철스님 법어집 11권에 심취, 불가에 입문한 후 말과 글을 기피 강원 심산에서 20여 년을 칩거해온 공부인이다. 성철스님의 몽중 상좌로 해인 총림 수좌 원융스님으로 부터 법명 '印默'을 받은 제가불자시인.
나(癩)시인, 한하운을 3조 승찬스님과 비교연구 한하운시인을 詩聖으로 발제 세계문학사에 5번째 시성으로 추앙케 하였음.
시성한하운 자문위원장. 보리피리 편집주간 역임. 한국문인협회 제도개선위원. 국제펜크럽회원.매헌 윤봉길 사업회 지도위원.고흥문학회 초대회장.시서울월간문학상자문위원장.한강문학 편집위원. 한국불교문학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청소년 문학대상을 수상했다. 2015년 불교문학으로 시 등단.2020년 한강문학에서 평론등단. 시집으로 [그림자, 하늘을 품다], [오계의 대화[ , [광화문 솟대] , [글, 그 씨앗의 노래], [인두금人頭琴의 소리] [성탄절에 108배] 있음
주소: 강원 횡성 우천면 정금 서1길 153
이메일:hyeongsik2606@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