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돌이 세탁기
이복희
상하좌우 마구 돌려지고 싶어
네 속에서 허리가 뒤틀리고
내장이 뒤죽박죽되더라도 군더더기 털어내고 싶어
나를 맘껏 돌려줘, 눈알이 뱅글뱅글
윗도리 아랫도리 한 몸으로 엉키는
한여름 밤
나 하나쯤 사라져도 좋겠어
구름 거품에 불평 쏟아낼 필요 있나
너덜대는 보풀쯤이야 어때
찬물 뜨신 물로 번갈아 몸 헹궈봐
붉은 꽃망울 솟아오르듯
너의 출렁거림은 숨 가쁜 리듬이야
너는 나를 언제나 타이머에 가두지만나는 즉흥적인 게 좋아
탈 탈 탈, 흰 나비들이 몸 안에서 생기니까
다른 세상으로 눈부시게 날아오를 수 있으니까
여기저기, 이리저리
펄럭이는 날갯죽지처럼
물거품이 사라질 때까지 제발 좀 흔들어줘!
물방울 젖지 않는
샤프란 향이 뼛속에 저며들 때까지
내가 눈뜨면 뚜껑 닫힌 세상이 함께 열리게
-2024년 [불교와 문학] 여름호 발표
첫댓글 내몸이 통돌이 세탁기 안에서 마구 마구 돌려지는 기분이네요.
그러고 나면 마음도 깨운해지겠지요...ㅎㅎ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