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11장(칭의) 1항, 25.3.16, 박홍섭 목사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11장은 총 6항으로 ‘칭의’를 다룹니다. 1항은 칭의의 정의, 2항은 칭의의 수단, 3항은 칭의의 목적, 4항은 칭의의 시점, 5항은 칭의와 죄, 6항은 칭의의 일관성을 설명합니다. 오늘은 1항을 공부하겠습니다.
1항. 하나님께서는 효과 있게 부르신 자들을 또한, 값없이 의롭다 하신다(롬 8:30, 3:24). 이는 그들에게 의를 주입하심으로써가 아니라 그들의 죄를 용서하시고 그들의 인격을 의롭게 간주하시고 용납하심으로써 이루어지며, 그들 안에서 이루어졌거나 그들이 행한 어떤 일 때문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 때문이다. 또한, 믿음 자체나 믿는 행위, 혹은 다른 어떤 복음적인 순종을 그들의 의로 전가함으로써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순종과 만족을 그들에게 전가하심으로써 이루어지며(롬 4:5-8, 고후 5:19, 21, 롬 3:22, 24=25, 27-28, 딛 3:5, 7, 엡 1:7, 렘 23:6, 고전 1:30-31, 롬 5:17), 그들은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그분의 의를 받아들이고 의지한다. 이 믿음은 그들 자신에게서 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이다(행 10:43, 갈 2:16, 빌 3:9, 행 13:38-39, 엡 2:7-8).
2항. 이처럼 그리스도와 그분의 의를 받아들이고 의지하게 하는 믿음만이 칭의의 유일한 수단이다(요 1:12, 롬 3:28, 5:1). 그러나 믿음은 의롭다 하심을 받은 사람 안에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구원에 이르게 하는 다른 모든 은혜와 항상 함께 있으며, 그것은 죽은 믿음이 아니라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이다(약 2:17, 22, 26, 갈 5:6).
3항.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순종하심과 죽으심으로 그와 같이 의롭다 하심을 받은 모든 자의 빚을 갚아주셨고, 그들을 대신하여 성부 하나님의 공의를 합당하고, 실재적이고, 완전하게 만족시키셨다(롬 5:8-10, 19, 딤전 2:5-6, 히 10:10, 14, 단 9:24, 26, 사 53:4-6, 10-12). 반면에 성부는 그들 안에 있는 어떤 것 때문이 아니라 값없이 그들을 위해 그리스도를 주셨고(롬 8:32), 또한 그들 대신 그리스도의 순종과 만족을 값없이 용납하셨기 때문에(고후 5:21, 마 3:17, 엡 5:2) 그들의 칭의는 오직 값없는 은혜에서 비롯된 것이다(롬 3:24, 엡 1:7). 이렇게 하신 것은 죄인들의 칭의에서 하나님의 엄정한 공의와 풍성한 은혜가 영광 받도록 하기 위함이다(롬 3:26, 엡 2:7).
4항. 하나님께서는 영원 전부터 모든 택자를 의롭게 하기로 작정하셨고(갈 3:8, 벧전 1:2, 19-20, 롬 8:30), 그리스도께서는 때가 찼을 때 그들의 죄를 위하여 죽으셨고, 그들의 칭의를 위하여 다시 살아나셨다(갈 4:4, 딤전 2:6, 롬 4:25). 그럼에도 정하신 때에 성령께서 그들에게 그리스도를 실제로 적용하셔야 그들은 의롭다 하심을 받는다(골 1:21-22, 갈 2:16, 딛 3:3-7).
5항. 하나님께서는 의롭다 하심을 받은 자들의 죄를 계속해서 용서해주신다(마 6:12, 요일ㅇ 1:7, 9, 2:1-2). 비록 그들은 칭의의 상태에서 결코 떨어질 수 없지만(눅 22:32, 요 10:28, 히 10:14), 그들의 죄로 인해 하나님의 부정적 노여움 아래 놓일 수는 있다.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겸비하고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 믿음과 회개를 새롭게 한 이후에야 하나님은 자신의 얼굴 빛을 그들에게 다시 비추신다(시 89:31-33, 51:7-12, 32:5, 마 26:75, 고전 11:30, 32, 눅 1:20).
6항. 구약 시대 신자들의 칭의는 이 모든 면에서 신약 시대 신자들의 칭의와 하나이며 동일하다(갈 3:9, 13-14, 롬 4:22-24, 히 13:8).
해설
1. 성령 하나님께서 그리스도가 이루신 구원을 택한 자들에게 적용하실 때 그 일련의 논리적인 질서와 순서를 구원의 서정이라고 부릅니다. 최근의 조직신학은 그 순서를 “부르심-중생-회개-믿음-칭의-양자-성화-견인-영화”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신앙고백서는 이 순서를 따르지 않고 10장의 효과적인 부르심 후에 11장에서 칭의, 12장 양자, 13장 성화, 14장 믿음, 15장 회개, 16장 선행, 17장 견인, 그리고 18장에서 구원의 확신을 다루면서 전개합니다. 이는 고백서가 작성된 당시는 지금처럼 성령의 적용과정을 세밀하게 구분하지 않았고 로마서 8:30의 “미리 정하신 그들을 또한 부르시고 부르신 그들을 또한 의롭다 하시고 의롭다 하신 그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느니라”의 말씀대로 “부르심, 칭의, 양자, 성화, 믿음, 회개, 견인”을 일종의 종합선물세트처럼 하나로 묶어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윌리엄 퍼킨스(1558-1602)는 하나님께서 이것들을 황금의 체인으로 묶어주셨다는 의미로 ‘황금사슬’이라고 불렀습니다.
2. 하나님은 효과있게 부르신 자들을 또한 값없이 의롭다 하시는데 이를 ‘칭의’라고 합니다. 현대에 들어와서 교회가 ‘칭의’ 교리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경향들이 있는데 종교개혁 당시 칭의 교리는 교회를 넘어지게 하거나 세우는 조항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 교리였습니다. 루터는 이신칭의의 교리를 건전하거나 타락한 교회를 가름하는 시금석으로 보았고 칼뱅도 칭의의 교리를 ‘종교의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했습니다(기독교강요. 3.11.1). 존 머레이도 칭의의 교리에 의해 대답되는 것보다 더 중요하거나 궁극적인 문제는 없다고 단언했습니다(“Justification”, Collected Writings of John Murray, 203). 고백서에서 칭의는 그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는 않지만(이성호, p.248-249), 소홀히 여길 수 없음은 분명합니다. 신앙고백서 11장 1항은 칭의를 설명하면서 칭의의 대상을 효과 있게 부르신 자들, 방법은 주입이 아니라 전가, 원인은 그들의 행위가 아닌 오직 그리스도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전가의 내용은 신자들의 믿음 자체나 순종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순종과 만족이며, 전가의 수단은 하나님의 선물로 주어지는 ‘오직 믿음’이라고 말합니다.
3. 칭의는 죄인을 의롭다고 판정하는 법정적 용어로 우리의 죄는 그리스도께 돌려지고, 그리스도의 의는 우리에게 돌려지는 법적 선언을 말합니다(F. Montanari, The Brill Dictionary of Ancient Greek, 529). 이것은 법적 신분과 지위의 변화이지, 우리 안의 내면적인 수준의 변화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죄인을 의롭다 선언하는 하나님은 올바른 재판관입니까? 칭의론은 여기에 대한 답변으로 하나님은 아무나 의롭다고 판정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효과적으로 불러서 거듭난 사람들, 지, 정, 의가 새롭게 되어 회개와 믿음으로 기꺼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만 의롭다 판정해주십니다.
4. 칭의의 대상이 효과적으로 부르신 자들이라면 칭의의 방법은 무엇입니까? 고백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의를 주입하심으로써가 아니라 그들의 죄를 용서하시고 그들의 인격을 의롭게 간주하시고 용납하심으로써 이루어진다.” 천주교는 칭의(justification)를 하나님께서 죄인에게 의를 주입해서 의롭게 만들어가시는 일련의 과정으로 보고 이를 ‘의화’라고 말합니다. 천주교의 ‘의화’교리는 ‘성화’와 비슷하며 서로 혼동됩니다. 그러나 종교개혁과 신앙고백서는 칭의와 성화를 분리하지 않지만 명확하게 구분합니다. 칭의는 즉각적인 신분의 변화이고, 성화는 그 신분에 걸맞은 수준의 변화입니다. 칭의는 천주교의 주장처럼 세례 시에 주어지는 의의 주입(infusion)과 그로 인한 점차적인 변화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을 때 주어지는 즉각적인 의의 전가(imputation)입니다. 하나님은 회개와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의 죄를 용서하시고 그들의 인격을 의롭게 간주하시고 용납하시며 그리스도의 의를 그들에게 전가시켜 의롭다고 선언하십니다. 이처럼 칭의는 죄인들의 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죄를 사면하여 의롭다고 판정하는 법정적 개념입니다.
5. 천주교는 트렌트 공의회(1545-1563)에서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는다는 개신교의 칭의관을 완전히 거부하고 믿음과 행위가 협력하는 점진적 칭의로 ‘의화’를 주장합니다. 그들에 의하면 세례 시에 주입된 의는 살인과 간음과 같은 대죄(大罪)를 범하지 않는 한 유지되며, 대죄를 범하여 상실해도 고해성사로 갱신된 의가 다시 은혜로 주입됩니다.그러나 그들의 주장처럼 칭의는 결코 파괴되거나 줄거나 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성도를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의’이기 때문입니다. 현대 천주교도 500년 전의 트렌트 공회의 결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유지하여 칭의를 “내적 인간의 성화와 갱신”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들에 의하면 칭의는 여전히 성화와 같은 점진적인 변화의 과정이지 즉각적이고 단회적인 신분의 상태가 아닙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993항, 728, 2010항, 735).
6. 칭의의 대상이 하나님께서 효과적으로 부르신 자들이고, 칭의의 방법이 전가였다면 칭의의 근거와 원인은 무엇입니까? 고백서의 설명을 들어보십시오. “이는 그들 안에서 이루어졌거나 그들이 행한 어떤 일 때문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 때문이다. 또한, 믿음 자체나 믿는 행위, 혹은 다른 어떤 복음적인 순종을 그들의 의로 전가함으로써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순종과 만족을 그들에게 전가하심으로써 이루어지며(롬 4:5-8, 고후 5:19, 21, 롬 3:22, 24=25, 27-28, 딛 3:5, 7, 엡 1:7, 렘 23:6, 고전 1:30-31, 롬 5:17), 그들은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그분의 의를 받아들이고 의지한다.” 칭의의 원인은 그리스도와 그가 이루신 율법의 의와 속량의 은혜이지, 사람의 행위나 믿음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가 이루신 구속의 은총을 보시고 그를 믿는 자들을 의롭다 선언하시지 사람이 행한 어떤 일이나 믿음 때문에 의롭다 하시지 않습니다. 고백서의 믿음이 칭의의 근거라고 주장하는 아르미니우스의 입장을 정면으로 거부하며 오직 그리스도와 그분의 사역만이 칭의의 유일한 근거와 원인이라고 확실하게 말합니다.
7. 그럼 믿음은 무엇입니까? 믿음은 칭의의 수단입니다. 하나님은 택한 자들의 믿음을 보시고 그리스도의 의를 전가시켜 주시는데 심지어 이 믿음도 그들 자신에게서 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입니다(행 10:43, 갈 2:16, 빌 3:9, 행 13:38-39, 엡 2:7-8). 신앙고백서 제3장(하나님의 영원한 작정) 6항에서 말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어떤 사람을 영광으로 예정하실 때에 그 모든 수단까지 미리 정하셨습니다. 믿음은 그렇게 하나님께서 미리 정해놓으신 수단의 일환으로 전적인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경우에라도 믿음을 자랑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자비하심으로써 그 은혜의 지극히 풍성함을 오는 여러 세대에 나타내려 하심이라.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엡 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