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薛華), 설화(說話), 설화(說花)
안영실의 『설화』는 『삼국사기』 열전의 「가실과 설씨녀」이야기를 기본으로 하여 전쟁의 참화가 그치지 않던 세상에서 사랑과 삶의 길을 찾아 헤맨 젊은 남녀의 이야기를 핍진하게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설화(薛華)는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민담(說話)이기도 하며, 소설의 본래적 의미인 이야기꽃(說花)을 피운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머니를 여의고 늙은 아버지를 보살피며 옷에 쪽물을 들이는 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설화는 어느 날 아버지가 국경의 수자리로 차출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설화는 자신을 아내로 삼고 싶어 하는 탐욕스러운 관리 막쇠의 계책으로 인해 꼼짝없이 아버지를 잃을 위기에 처하고 나무 아래에서 공후를 연주하며 슬픔에 빠진다. 그런 설화의 앞에 가실이라는 한 청년이 나타난다. 성을 쌓는 기술자의 아들이자 남몰래 설화를 짝사랑하고 있던 가실은 설화에게 자신이 아버지를 대신해서 수자리로 가겠다고 말하고, 설화는 그런 가실의 순수함과 강직함에 이끌린다. 결국 설화와 가실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나무 아래에서, 무사히 돌아오면 혼인하자는 약속을 나누며 헤어진다.
한편 불법(佛法)의 가르침을 얻기 위해 진나라로 떠났던 대사 원광이 신라 서라벌로 돌아온다. 원광은 여러 나라와 도시를 거치며 전쟁의 참혹함과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고, 백성을 착취하며 자기 힘을 불리기에 바쁜 귀족과 관리들의 모습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자신을 불러들인 왕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던 원광은, 그동안 왕이 귀족들에 의해 눈과 귀가 가려진 채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원광은 왕의 명을 받아 신라의 미래인 젊은 화랑들을 교육하기 위해 작갑사로 향한다. 그러나 한번 시작된 분쟁의 불씨는 꺼질 줄을 모른다. 아직 지난 전쟁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백제의 군사들이 신라로 진군하고 있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수자리에 있던 가실은 치열한 전쟁터의 한복판으로 떠나게 되고, 원광 역시 자신이 가르치던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보내게 되면서 또다시 번뇌에 휩싸이게 된다.
소설 『설화』는 설화와 가실의 힘겨운 사랑의 행로를 한 축으로 하고, 욕망의 번뇌와 싸우며 세상의 길을 근심하는 대사 원광의 이야기를 또 다른 축으로 하면서 거대한 시대의 흐름에 맞선 연약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곡진하게 펼쳐낸다. 삼국시대의 세태와 풍속, 문화에 대한 작가의 깊은 탐구가 세밀화와 같은 소설의 언어를 낳고 있거니와, 천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작가의 담대하고 풍성한 소설적 상상력은 설화와 가실의 사랑과 원광의 고뇌를 지금 이곳의 이야기로 옮겨오는 데 이른다.
목차
- 프롤로그
쪽 내는 날
공후
망각나무의 노래
작갑사 가는 길
푸른 연꽃
마음의 중심
아막성 전투
돌아오는 자
천년바위
배를 띄워 놀다
에필로그
작가의 말
추천사
윤후명 (소설가)
꽃그림자 같은 소설. 이즈음도 이런 소설이 씌어지고 있는가, 놀랄 수밖에 없다. 수자리를 간 가실 청년과, 그 존재를 미륵에게 비는 설화 아가씨의 사랑 이야길진대, 험난한 고대의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향비파의 음악이 울려오는 듯하다. 그러므로 아름답고 고졸(古拙)하여 다시 음미해보곤 하게 된다. 새삼 살펴볼 것도 없이 지금의 세태는 어떠한가. 도무지 몸담고 산다는 자체를 회의하게 되는 경박한 시대가 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이 소설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생각과 언어가 향가와 같이 이어지고 있는 소설이다. 이 깊음과 넓음을 오늘날의 우리 소설이 어디에 수용할지 걱정되기도 한다.
작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우리 소설의 앞날에도 희망을 본다고 말하고 싶다.
368쪽, 134 * 200 * 28 mm / 500 g / 14,000원
전국 서점 판매중 입니다.
첫댓글 선생님~, 축하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