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正 바를 정
바르다, 정(正)하다
正의 갑골문(足·政·征과 통용)
正의 금문 正의 전문
正의 갑골문은 足, 政, 征 등과 통용되며, 囗(큰입 구)의 아래에 止가 놓인 형태[갑골문1]가 있으며, 또 囗이 타원[①]이나 다각형[②] 형태로 된 것과, 止와 결합된 형태[③]도 있습니다. 본래는 足, 正, 疋 등으로 각기 다른 글자였으나, 모두 기본적인 소릿값은 止의 [발]인 것에서 통용된 것입니다.
금문 자형은 상부의 둥근 부분[ⓐ]이 足에서는 붙이고 正에서는 띄우는 것으로 구분하고, 전문은 긴 가로획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ex) 갑골문의 사각형이 금문에서 타원형으로 변화고, 전문에서 긴 가로획으로 변화는 것은 자형 변화의 일반적인 형태입니다.
正直(정직 ; 바르고 곧다), 正確(정확 ; 바르고 확실하다), 正否(정부 ; 바르거나 그렇지 않음) 등에서 正이‘바르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正面(정면 ; 똑바로 마주 보이는 면/사물에서, 앞쪽으로 향한 면)에서 正은‘바르다’의 뜻이 아니며, ‘꼭 그렇다’의 어기를 나타냅니다. ‘뜻이 정(正)히 그렇다면 저도 어쩔 수 없지요, 착한 흥부가 복을 받는 것은 정(正)한 이치이다’의 예에서와 같은 어기를 나타냅니다. 이는 배달말에서 [정]의 소릿값이 가지는 본연의 어감에 의한 것입니다. 正副(정부 ; 으뜸과 버금을 아울러 이르는 말), 正中(정중 ; 한가운데), 正柱體(정주체 ; 밑면이 정다각형인 기둥체), 正主題(정주제 ; 주요 주제/한 악곡에서 가장 주요한 주제) 등의 正도 마찬가지입니다.
必有事焉而勿正 心勿忘 勿助長也. 『孟子』
가령 어떤 일에 있어서라도 정하다 말며, 마음에 잊지 말며, 조장(助長)하지도 말라.
정(正)히 ; 진정으로 꼭. 틀림없이 바로
정(正)하다 ; 바르다
상기 맹자(孟子)의 문장에 사용된 正을 주희(朱熹)는‘예기(豫期)하다’라 설명하여, ‘勿正’을‘미리 정하지 말라, 예기하지 말라’는 식으로 풀이합니다. 이 경우는 正을 주희(朱熹)가‘作定(작정 ; 일을 어떻게 하기로 결정함)’으로 해석한 것으로‘作定’의 定과 正은 전혀 다른 개념으로 오류입니다.
이 문장의 正은‘반드시, 틀림없다’는 의미입니다. 배달말의‘정하다(/바르다≒발의 변형)’를 시각화한 것이 正자이기 때문입니다.
‘정(正)말, 정(正)말로’에서의 [정] 소릿값은 중국어로부터 유입된 한자 正을 받아들여 우리식으로 재가공(再加工)된 개념이 아니라, 배달말 본연의 소릿값입니다.
子曰 若聖與仁 則吾豈敢 抑爲之不厭 誨人不倦 則可謂云爾已矣. 公西華曰 正唯弟子不能學也. 『論語』
공자가 “성(聖)과 인(仁)에 내가 어찌 감히 같겠는가! 그렇지만 행하는데 싫증내지 않고, 남을 깨우침에 게으르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있을 뿐이겠다.”라고 말하자, 공서화(公西華)가 “정히 저희 제자들이 배울 수 없는 것입니다.”라고 답하였다.
상기 문장의 正을 어떤 경우에는 부사어로‘마침, 바로, 공교롭게도’등으로 풀이하기도 하지만, 실제 뜻하는 바는‘정히’로‘진정으로 꼭’의 뜻입니다.
政 정사 정
바르게 치다(/≒바르치다), 바치다
政의 갑골문(正과 통용)
政의 금문 政의 전문
政의 갑골문, 금문, 전문 자형은 모두 正과 攴의 합자입니다. 금문의 변화를 살펴보면, 正에서는 타원 모양[ⓐ]이 定에서는 굵은 점[ⓑ]으로 변하고, 政에서는 전문 자형과 동일하게 긴 가로획[ⓒ]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갑골문의 맞물리는 사각형 囗가 금문을 거치고 전문에서 긴 가로획으로 변하는 것은 자형 변화의 일반적인 한 형태입니다.
攴은 손에 도구 따위를 들고 있는 모양이며, 표시기호로 사용되어 ‘~하게 하다, 시키다’ 정도의 뜻을 가집니다. 改(고칠 개), 敎(가르칠 교), 球(구원할 구)등의 글자에 사용된 攴은 상대방으로 하여금‘~한 상태에 이르게 하다, ~하게 하다’의 의미를 만들어 냅니다. 뿐만 아니라 至(이를 지)와 致(다할 치)에서의 소릿값 [지]와 [치]의 변화는 攴이 배달말의 접미사‘-이, -히, -기, -리’의 역할을 합니다.
正의‘바르다’와 攴의‘~하게 하다, ~치다’, 혹은 접미사‘-이, -히, -기, -리’가 결합하여, ‘바르게 치다’ 정도의 어감(語感)으로 ‘바르게 하다(≒바르치다), 받치다’는 뜻을 나타냅니다.
政治(정치 ; 나라를 다스리는 일), 政事(정사 ; 정치 또는 행정상의 일/예전에, 벼슬아치의 임명과 해임에 관한 일), 政略(정략 ; 정치상의 책략) 등에서 政에 해당하는 순우리말은 정의된 것이 현재는 없지만, 본래는‘바르치다’로, ‘가르치다’나‘다스리다’에 비견되는 개념을 나타냈던 것으로 추정합니다.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而德 齊之而禮 有恥無格. 『論語』
바르침으로써 이끌 지고, 형벌로써 질서를 잡을 지라면 백성은 면해버리고는 부끄럼이 없다. 이끌 지라도 덕(德)스럽고, 질서를 잡을 지라도 예(禮)가 있다면 부끄러움은 있으나 격(格)은 없어진다.
※ ‘無格’은 ‘격 없이 지내다’란 우리말의 관용표현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여기서의 格(격식 격)은 품격(品格), 즉 등급으로서의 격(格)이 아니라, 허물과 장벽으로서의 격(格)입니다. 자식을 다스리는 어버이처럼, 어버이를 모시는 자식처럼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無格’이 직독직해(直讀直解)될 수 있는 언어는 배달말뿐입니다.
상기(上記) 논어(論語)에 사용된 政은‘법규, 법제’라고 풀이합니다. 물론 법규나 법제가 정사(政事)와 아주 쉽게 연관이 되기는 하지만, 의역(意譯)에 지나지 않습니다.
至가 한 끝에서 다른 끝으로 객관적인, 혹은 일반적인‘이르다’를 의미한다면, 여기에 攴을 더한 致(이를 치)는 강제적인 형태로‘치닫다’의 어기를 가집니다. 交(사귈 교)는‘본받다’의 뜻이 있는 爻(육효 효)의 변형인데, 攴을 덧붙여 敎(가르칠 교)로‘본받도록 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攴이 [치다]의 소릿값으로 강제적인 다스림의 뜻을 함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문자 기호의 조합이 가능한 것은 배달말의 한 특성인 첨가어(添加語)에 있는 것입니다.
掌均地政 均地守 均地職 均人民, 牛馬 車輦之力政. 『周禮』
주장(主掌)은 땅에 고르게 바르친다. 땅에 고르게 지키게 하고, 땅에 고르게 구실 받아 인민을 공평하게 한다. 우마(牛馬)로서 거련(車輦)으로써 힘껏 바친다.
상기(上記) 주례(周禮)의 구절에서 주희(朱熹)가 주(注)를 달기를, 앞의 政은‘구실, 조세’라고 하고, 뒤의 政은‘부역(賦役)’이라는 식으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守(지킬 수)가 여기서는‘병역의 의무’로 일종의 부역의 뜻을 담고 있으며, 職(직분 직)은 직분/직업에서 생산되는 물품을 바치는 것으로‘구실’의 뜻을 나타내는데, 의미가 중복되는 문장이 됩니다. 특히 뒤의 政은 무엇에 대한 부역인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소나 말이 부역을 바친다는 것인지, 車輦(거련 ; 수레)을 소나 말처럼 끌어서 부역한다는 식인지 불분명하게 됩니다. 주례(周禮)는 개인적인 기록물이 아닙니다.
이 문장의‘우마로써 수레에 힘껏 바치다’의 의미는 관리를 의미하는 掌(손바닥 장 ; 관리자)의 업무를 대하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앞의 政은‘바르치다(/≒바르도록 하다)’의 뜻이며, 뒤의 政도 직접‘부역’의 뜻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力과 더해져서‘힘껏/힘으로 바치다’로 부역을 풀어쓴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力政’은 이와 같은 뜻으로 선진(先秦) 이전의 고문에 많이 나타납니다.
足의 [발]로부터 正의 [바르다]가 파생된 것입니다. ‘서릿발’의 예에서처럼 배달말의 ‘발’에는‘죽 뻗는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바르다]는 [발으다]에서 변화된 형태이며, 여기에 강세의 접사 攴이 덧붙여진 [발으치다]에서 모음탈락을 일으켜 [발치다]가 되었다가, ‘소나무, 따님’의 예와 같이 자음탈락을 일으켜 [바치다]가 된 것입니다.
바치다1 (1) 신이나 웃어른에게 정중하게 드리다.
(2) 반드시 내거나 물어야 할 돈을 가져다주다.
(3) 도매상에서 소매상에게 단골로 물품을 대어 주다.
바치다2 (1) 주접스러울 정도로 좋아하여 찾다.
(2) 무엇을 지나칠 정도로 바라거나 요구하다
상기(上記) ‘바치다1의 (2)’에 의해서 얼마든지‘세금’으로 풀이될 수는 있지만, 이는 배달말에 대한 중국어식의 의역일 뿐이며, ‘바치다’가 직접 세금의 뜻을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배달말의‘바치다’에는 상대방에게 준다는 의미와 요구한다는 의미가 모두 내포되어 있음을‘바치다2의 (2)’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征 칠 정
밟아 버리다, 발라버리다
征의 갑골문(延, 政, 正과 통용)
征의 금문 征의 전문 征의 별체
征의 갑골문 자형은 行의 축약인 彳과, 正의 합자이며, 세 번째 자형은 正, 足이 征으로 통용된 것입니다. 금문과 전문은 辵과 正의 합자이며, 별체는 현재의 자형과 마찬가지로 彳과 正의 합자입니다.
彳은 行으로 움직임의 모양새를 나타내는 접사의 역할을 합니다. 役(부릴 역), 徐(천천할 서), 得(얻을 득), 徑(지름길 경) 등의 예에서‘彳 + A’는‘A와 같은 동작’의 뜻을 나타냅니다. 辵은 彳과 止의 합으로 동작상(動作相)을 나타냅니다. 造(지을 조), 近(가까울 근), 迎(맞이할 영), 巡(돌 순) 등의 예에서‘辵 + A’라고 했을 때, 주로‘A를 행하다, A하기 위한 움직임’의 뜻을 나타냅니다.
征의 전문과 별체는 각기 다른 글자였으나 후대에 오/혼용된 것입니다. 현재의 자형 征은‘바른 움직임, 바른 동작’의 뜻이나, 의태어로‘바듯바듯, 바득바득’정도의 소릿값을 나타냅니다. 辵과 正의 합자가‘바르게 만들기 위한 움직임’으로‘발라버리다[≒밟아 버리다]’의 뜻을 담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征伐(정벌 ; 적 또는 죄 있는 무리를 무력으로써 침), 征服(정복 ; 남의 나라나 이민족 따위를 정벌하여 복종시킴/다루기 어렵거나 힘든 대상 따위를 뜻대로 다룰 수 있게 됨), 出征(출정 ; 군사를 보내어 정벌함), 遠征(원정 ; 먼 곳으로 싸우러 나감) 등에서 征이 ‘발라버리다, 밟아 버리다’의 뜻입니다.
肅肅宵征 夙夜在公. 『詩經·召南』
가만가만히 밤길을 반듯이/바듯이 걸어 밤낮으로 임을 찾네.
바듯이 (1) 어떤 한도에 차거나 꼭 맞아서 빈틈이 없게.
(2) 어떤 정도에 겨우 미칠 만하게.
상기 시경(詩經)의 구절에 사용된 征은 ‘치다’의 뜻이 아니라, ‘바르게 걷다, 바르게 움직이다’는 정도의 어기(語氣)입니다. 여기서는 절도 있는 걸음걸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이 집중된 상태의 걸음을 의미합니다. ‘바듯이’로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가 전문의 별체와 현재 자형[征]이 나타내는 뜻입니다.
雖不請於天子 而征之可也. 『尙書大傳』
비록 천자(天子)에 여쭙지 않고서 발라버릴 지라도 옳은 것이다.
상기(上記) 문장에 사용된 征은‘정벌(征伐)하다’의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정벌이나 정복(征服)의 개념은 그저‘싸워서 이기다, 싸우러 가다’와는 사뭇 다른데, 힘의 절대적인 우위(優位)나 그럴만한 권한(權限)의 상태에서 상대방을 잘못을 바로잡고 굴복시킨다는 관념입니다.
배달말에서‘발라버리다’가 그에 해당되며, ‘밟아버리다’도‘힘센 이가 힘 약한 이를 눌러 못 살게 굴다’의 비유적인 표현으로 사용됩니다.
政의 攴은 직접적인 행위나 동작의 뜻을 가지지 않지만, 辵으로 강한 행동이나 움직임을 나타내어, ‘~버리다’정도의 어감(語感)을 나타냅니다.
王曰 何以利吾國, 大夫曰 何以利吾家, 士庶人曰 何以利吾身, 上下交征利 而國危矣. 『孟子·梁惠王』
왕은 무엇으로써 나의 나라가 이로운가, 대부(大夫)는 무엇이 나의 가(家)에 이로운가, 선비와 서인(庶人)은 무엇으로써 내 몸을 이롭게 할 수 있는가라고 말하며, 상하(上下)가 서로 이로움만 발라낸다면 나라는 위태로워지겠다.
발라내다 (1) 겉에 둘러싸여 있는 것을 벗기거나 헤집고 속의 것을 끄집어내다.
(2) 필요한 것만을 따로 추리어 내다.
(3) 남의 것을 교묘하게 빼앗아 가지다.
상기 맹자(孟子)의 구문에 사용된 征을‘취(取)하다, 가지다’로 풀이합니다. 이 역시 주희(朱熹)의 집주(集註)에서부터 비롯된 정의이며, 오역(誤譯)에 지나지 않습니다.
구문 전체의 내용은 각양의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에게 이로움과 안위만을 찾는다면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는 내용인데, 그와 같은 행위를 강조하기 위하여 사용된 것으로‘발라내다’의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부분만을 찾아서 취한다는 의미입니다. 단물만 빼 먹는다는 의미를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整 가지런할 정
바르게 솎다 ; 가지런하다, 간추리다
整의 금문 整의 전문
整의 전문 자형은 束과 攴의 아래에 正이 놓여 있는 모양이며, ‘가지런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束은 東[동이다/동여매다]에 비하여 비교적 성기게 묶는 것을 의미하며, 攴과 더하여‘솎다(/촘촘히 있는 것을 군데군데 골라 뽑아 성기게 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正의‘바르다’에서‘바르게 솎거나 추스르는 것’에서‘가지런하다(/여럿이 층이 나지 않고 고르게 되어 있다), 간추리다(/흐트러진 것을 가지런히 바로잡다/글 따위에서 중요한 점만을 골라 간략하게 정리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端整(단정 ; 깨끗이 정리되어 가지런하다), 整理(정리 ;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한데 모으거나 치워서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함), 整頓(정돈 ; 어지럽게 흩어진 것을 규모 있게 고쳐 놓거나 가지런히 바로잡아 정리함), 整齊(정제 ; 정돈하여 가지런히 함) 등에서 整이 ‘가지런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整除(정제 ; 나누어떨어짐)는‘가지런하게 덜어지다’가 됩니다.
整年(정년)은 현재는 ‘온 한 해’로 정의되어 있지만, 실제로는‘간추린 해’, 즉 한 해 동안 있었던 일을 간추려 놓았다는 뜻입니다.
証 간할 정
발라내는 말 ; 까발리다
証의 전문
証의 전문 자형은 言과 正의 합자이며, 正이‘바르다’에서 ‘발리다(/껍질 따위를 열어 젖혀서 속의 것을 드러내다)’로 쓰여, 그러한 태도의 말이라는 것에서‘까발리다(/껍데기를 벌려 젖히고 속의 것을 드러나게 하다/비밀 따위를 속속들이 들추어내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靖郭君善齊貌辨. 齊貌辨之爲人也 多疵 門人弗說. 士尉以証靖郭君, 靖郭君不聽, 士尉辭而去. 『戰國策』
정곽군(靖郭君)이 제모변(齊貌辨)에게 잘해주고 있었다. 제모변의 사람됨이라는 것이 흠이 많아 문인(門人)이 좋아하지를 않았다. 사위(士尉)가 정곽군에게 까발렸으나, 정곽군이 들어주지 않자 사위는 사양하고 가버렸다.
상기 전국책(戰國策)의 구문에 사용된 証을‘간(諫)하다, 중고하다’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글자가 가지고 있는 구성 요소, 즉 正과 言만 따져볼 때, ‘바르게 말하다’로‘거짓 없는 말’, ‘참말’의 뜻이 됩니다. 하지만 이 문장은 사위(士尉)의 말의 참, 거짓을 따지는 것이 아니며, 正의‘바르다’와 결합하여, ‘바르고(/발으고) 있는 정태나 상황’으로 ‘발리다’의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又証定故儒臣韓億增所編朱書, 又編紫陽會英及朱書各體. 『正祖實錄 22年 4月 19日』
또 고 유신(儒臣) 한억증(韓億增)이 편집한 바 주서(朱書)를 까발려서 바로잡았으며, 또 자양회영(紫陽會英) 및 주서각체(朱書各體)를 편집하였다.
상기 문장의‘証定’을 현재의 국역본에서는 분명한 풀이 없이, 그대로‘정정(証定)’으로 해 놓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証이 나타내는 바는‘까발리다’로 다음의 定, 즉 ‘바로잡는 이유’를 ‘속속들이 들추어내다’의 의미를 나타냅니다. 이 경우의 証은 결코‘간(諫)하다’의 뜻으로는 풀 수 없습니다.
鉦 징소리 정
쇠로 만든 바리 ; 징
鉦의 금문 鉦의 전문
鉦의 금문 자형은 금속을 뜻하는 金과 변형된 正의 합자이며, 전문 자형은 金과 正의 합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正의‘바르다’에서‘바리(/바닥에서 아가리 쪽으로 벌어져 올라가 아가리의 지름이 20cm 이상인 토기. 보통 높이가 아가리 지름보다 짧으며, 음식 그릇으로 쓴다)’의 소릿값을 나타내어, ‘쇠로 만든 바리’라는 것에서‘징’이나 그 소리의 뜻을 나타냅니다.
定 정말 정
바로잡다, 정(定)하다
定의 금문 定의 전문
定의 금문과 전문 자형은 宀과 正의 합자입니다. 宀은 집의 모양을 본떠 주로 위치나 장소의 뜻을 나타내지만, 다른 글자의 요소로 사용되어‘처해 있는 상태나 상황, 처해 있는 위치나 입장’등의 어기(語氣)를 가집니다. 安(편안 안), 宰(재상 재), 客(손 객) 등이 그 예입니다.
正의‘바르다’에서‘바른 상태/바르게 하다/바르다고 여기다’로‘정(定)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여기서의 소릿값 [정]도 중국어의 유입이 아닌 배달말 본연의 어감을 正과 구분하여 분석한 것이며, ‘바로잡다’의 어기를 함의하고 있습니다.
정(定)하다 (1) 여럿 가운데 선택하거나 판단하여 결정하다.
(2) 규칙이나 법 따위의 적용 범위를 결정하다.
(3) 뜻을 세워 굳히다.
決定(결정 ; 행동이나 태도를 분명하게 정함. 또는 그렇게 정해진 내용), 豫定(예정 ; 미리 정하거나 예상함), 作定(작정 ; 일을 어떻게 하기로 결정함. 또는 그런 결정), 定期(정기 ; 기한이나 기간이 일정하게 정하여져 있는 것. 또는 그 기한이나 기간) 등에서 定이‘정하다’의 뜻입니다.
位定然後祿之. 『禮記』
지위(地位)를 바로잡은(정한) 연후에 녹(祿)을 줄지다.
一戎衣 天下大定. 『書經』
한 번의 군사를 차림으로 천하가 크게 바로잡혔다.
상기 두 예문에 에 사용된 定을 예기(禮記)에서는‘결정(決定)하다’로 풀이하며, 서경(書經)에서는‘다스리다’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결정(決定)’은‘정하다’가 가지고 있는 어감의 하나이며, ‘다스리다’는 의역이며, 실제 뜻하는 바는 두 문장 모두 배달말의‘바로잡다’입니다.
迪將其後 監我士師工 誕保文武受民 亂爲四輔. 王曰 公定 予往已. 公功 肅將祗歡 公無困哉. 『書經』
그 뒤를 이끌어 가심에 나의 군사와 장수와 품꾼들을 감독하시고, 힘껏 문무왕으로부터 받은 백성을 보살펴주시고, 사보(四輔)를 다스려주십시오.
왕이 말했다.
“공께서 바로잡으시면 저는 따라갈 뿐입니다. 공(公)의 품에 삼가 존경하고 기뻐하니 공께서는 곤란해 하지 마십시오.”
상기 서경(書經)의 구절에 사용된 定은 기존에서‘머무르다’로 일반적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 풀이도 주희(朱熹)의 집주(集註)를 근거로 하고 있는데, 아마도 定의 자형이‘집[宀]과 발[正/足]’이니, 집에 발이 머무르고 있다는 것에서 내린 풀이로 보입니다.
이 문장의 내용은 주(周)나라 성왕(成王)이 낙읍으로 천도(遷都)하는 과정에서 주공이 세운 공에 대한 치사와 함께 계속 남아서 보필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인데, ‘公定 予往已’ 구문을‘공께서는 머무르고, 나는 갈 뿐이다’라고 해 버리면 문맥이 전혀 맞지 않게 됩니다. 특히 문말(文末)의‘已(그칠 이)’는‘~일 뿐이다. ~일 따름이다’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사인데, 천도가 끝난 다음에 주공은 본래 있던 곳에 머물러 있으라고 하고, 자신은 옮겨 가 버리겠다는, 즉 너는 너대로 하고 나는 나대로 하겠다는 식의 말이 됩니다. 주공과 성왕은 결코 그럴 수 있는 관계가 아닙니다.
주희(朱熹)는 철학자일 따름이며, 언어학자는 아닙니다. 주희는 중국인일 뿐이며, 배달말은 전혀 몰랐습니다. 주자(朱子)처럼 많은 주해(註解)를 단 사람도 없지만, 또 주자처럼 많은 오류를 범한 사람도 없습니다. 하지만 주희라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는 엄청난 것이어서, 누구도 감히 토를 달지 못하였으며 즉각 표준 규범이 될 정도입니다. 지금도 대다수 사전들에서 주희의 풀이는 여과 없이 등재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 현상은 비단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히 발생한 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현재 중국의 동북공정에 앞선 작업인 ‘중원공정’의 일환으로 보아야 합니다.
주희가 만약 시황제와 동시대에 살아서는 이런 식의 풀이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 했다면, 분서갱유(焚書坑儒)의 첫 번째 대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錠 덩이 정
정한 만큼 찍다 ; 덩이
錠의 전문
錠의 전문 자형은‘찍다’의 뜻을 나타내는 金과, 定의 합자이며, ‘정한 대로 찍다’에서 ‘덩이(/작게 뭉쳐서 이루어진 것을 세는 단위)’의 뜻을 나타냅니다.
錠劑(정제 ; 가루나 결정성 약을 뭉쳐서 눌러 둥글넓적한 원판이나 원뿔 모양으로 만든 약제)에서 錠은 ‘알약을 세는 단위’의 뜻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의미인데, 丸藥(환약)은 손으로 둥글게 뭉친 약이란 뜻인 반면 錠은 일정한 규격[定]에 의하여 찍어낸 약의 뜻입니다. 錠이 이러한 의미로 처음 우리나라에서 쓰이게 될 시점까지도 한자(漢字)는‘배달말의 조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외에도 이른바‘한국식 한자’를 조합한 옛 우리 선현들은 이 글자들이 내포하고 있는 배달말의 소릿값을 알았던 것입니다.
仍齎白銀二錠、黑細麻布一百匹、白細苧布一百匹, 就祭于魂殿. 『太祖實錄 1年 9月 1日』
이어서 백은(白銀) 2 정(錠), 흑색 세마포(細麻布) 1백 필, 백색 세저포(細苧布) 1백 필을 재어 혼전(魂殿)에 나아가 제사 드리게 하였다.
상기 문장의 錠은 일정한 크기로 규격화 시킨 덩이의 뜻이며 이로부터‘돈’의 의미가 파생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에 塊(덩어리 괴)는‘뭉쳐놓은 덩이/덩어리’의 뜻입니다.
手錠(수정 ; 죄인이나 피의자의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도록 양쪽 손목에 걸쳐서 채우는 형구), 施錠(시정 ; 자물쇠를 채워 문을 잠금) 등에서 錠은 얼핏‘자물쇠’의 뜻을 나타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덩이다[≒덩이지게 하다]’의 뜻입니다.
竀 똑바로볼 탱
바로보기
竀의 전문
竀의 전문 자형은 穴과 正과 見의 합자이며, ‘구멍[穴]으로 보다[見]’와 正의‘바르다’와 더하여, ‘바로보기(/똑바로 봄)’의 뜻을 나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