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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스크랩 뉴질랜드의 서울뜨기
민혜 추천 0 조회 3 14.04.02 04:3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10월 9일 한글날, 오클랜드 행 비행기에 혼자 올랐다.

친구의 초대로 오래전 부터 예정된 여행이었다.

우리나라는 가을이지만 뉴질랜드는 봄.

공항에 내리니 체감 온도가 우리 가을과 비슷했으나

낯설고 바람이 많아 몸이 떨려 왔다.

친구의 집으로 가는 동안 펼쳐지는 풍광이 흡사 우리나라

제주도에 온 것 같아 나는 연신 "제주도 같네."를 연발했다.

집에 도착하는 동안 날씨가 흐렸다 개였다를 반복하여

더욱더 제주도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주 날씨가 그렇지 않은가.

쾌청한 날이 드물고, 바람이 많고, 비가 오는가 하면 해가 뜨고,

해가 드는가 싶으면 날이 흐리고.... 

 

점심 무렵에 도착했으니 첫날을 그대로 보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월남 쌀국수로 배를 채우고 우린 곧장 동네 산책에 나섰다.

"여기선 길 이름을 잘 알아야 해. 길이 구불부불하여 찾기가 쉽지 않거든.

자, 봐라. 우리 집은 에스페란스 로우드에 있다. 로모라 스트리트랑 엇갈리는 지점이지.

이제부터 바다로 나가는 길을 알려 줄게." 

그러나 나는 길이름을 외울 생각은 안하고 꽃들에 취해 있었다.

집집마다 아름답게 가꿔 놓은 정원수와 형형색색의 꽃들이

나를 가만있게 내버려 두지 않는 걸 어찌하랴.     

지상 낙원이란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청정한 공기,  아름다운 꽃,  싱그러운 숲과 초원들...

나는 다만, 와~ 우~ 오~만 연발할 뿐이었다.

 

첫날 밤은 엄청  춥게 보냈다.

남반부에 위치한 까닭도 있지만 공기 오염을 생각해

키위들은 집에 난방을 하지 않고 산단다. 

친구는 내게 전기 히터와 담요를 내주었으나,

나는 준비해온 내복을  끼어 입고 그냥 견뎠다.

로마에 오면 로마의 법을 따르는 법.

 

이튿날 나는 교민의 장례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우리네와 다른 그들의 장례문화가 궁굼하던 차에

알바딘 공동 묘지 있었던 장례식 광경은 참으로 이색적이며 인상적이었다.

죽은 이는 우리식의 수의를 입지 않고 평소 좋아하던 분홍 투피스를 입고

잠을 자듯 관 속에 누워 있었다.

나도 생면 부지의 그 죽은 여인에게 헌화하며 눈물 지었다.

자녀들이 관 속의 어미에게 키스를 하며 무어라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그녀의 남편은 유창한 영어로 하객들에게 인사하였다.

그녀는 갔지만 나는 그녀를 보내지 않았다고,,,,

그 바람에 나는 더욱 눈물이 나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남편은 바람도  피우고 잔혹한 이면이 있어

그들은 이혼을 한 사이라는 것이었다.    

교민들 세계이선 비밀이 없는 가보다.

 

열흘 뒤,

오클랜드의 번화가 퀸스트리트를 거닐다가 한 걸인을 보았다.

비록 구걸을 하고 있지만 의상이 그런대로 멋지다.

게다가 그는 커다란 개까지 보디가드처럼 거느리고 있어 꽤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면 이 영감(?)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을 정도로. 

사진을 함께 찍자고 하면 

웬지 돈을 달라 할 것 같아(나야말로 무일푼이었다) 슬쩍 곁에 앉아

한 장 박았다.  

한 순간 나도 깡통을 하나 놓고 걸인 노릇을 해보고 싶었다.

요담에 다시 친구를 찾아 뉴질랜드를 방문한다면 

꼭 하루만 걸인 노릇을 해볼까? 

왠지 그런 장난끼가 발동했다. 

아무도 아는 이가 없으니 아무것도 거리길 게 없고,

깡통 하나 앞에 놓고 지나가는 이국의 행인들을 관찰하며

재수가 좋으면 돈까지 벌 수 있으니 해볼만한 짓 아닌가.

여행의 묘미란 이렇듯 해방 되는 데 있다.

지금까지 자기로부터의 일탈이요 해방인 것이다.

 

 

 

 

오클랜드 박물관에서 어느 키위(KIWI) 청년에게

"헬로, 익스큐스미... 으음, (디카를 가르치며 웃음짓고는 찍어달라는 시늉)하며

박은 사진이다.

친구는 몸이 피곤하다고 나를 떼 놓고 혼자 다니게 했는데,

박물관 직원이 내게 "헬로"하고 부르는 바람에 당황하기도 했다.    

그는 다만 인사로 나를 부른 건데...

 

 

 


 

 

 

 

무리와이 비치를 가던 날 웨스턴 스프링스 파크에서 찍은 사진이다.

뉴질랜드는 어릴 적 내가 생각했던 낙원의 이미지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이 공원도 어릴적 그리던 천국의 풍광을 풀어놓고 있었다. 

고니도 오리도 그들이 낳은 병아리(?)도 내 뒤를 종종종종 따라나녔다.  

나는 사진 찍기를 그만 두었는데, 내 디카로는

이 공원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기에 어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션 베이의 풍광.

친구네 집에서 가까운 이 바닷가를 나는 거의 매일 거닐었다.

바닷가엔 모래사장과 푸른 잔디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알버트 파크의 아름다운 꽃들>

 

 

바닷가를 산책하다 보면 키위들을 만나게 된다.

주로 죠깅을 하는 사람들인데, 유모차를 밀려 뛰는 아기 엄마도 보았다.  

이쪽 사람들은 추위를 모르는가보다. 나는 추워서 몸을 칭칭 싸맸는데,

워킹을 하고 이 여잔 수영복과 흡사한 차림 아닌가.

키위(KIWI)들을 곁들여 사진을 찍으려 하면 그들은 용케 피한다.

내가 사진 찍는데 방해되지 않게 하기 위함 배려와 함께

함부로 초상권이 침해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일 테지.   

그런데 요 여자, 딱 걸렸다.

친구가 딴 데 찍는 척 하며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 덕분이다.


 

 

 

무리와이(MURIWAI)비치는

밀림 같은 숲과

에메랄드 바다빛과

엄청나게 밀려오는 파도와

엄청나게 많은 가네츠(새)들과

광활한 검은 모래사장이 절경이다.

마오리 말로 무리와이는 검은 모래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바위 꼭대기엔 가네츠라는 새가 무리지어 있고,

그 아래 풀 섶엔 작은 새들이 무리지어 있었다.

  

 

 

<요넘들이 몽땅 새다. 이름하여 가넷츠.

양 날개를 펴면 2m나 된다고>

 

 

바닷가의 식당으로 가는 키위 아짐니들.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맛난 케익도 먹었다.

스타벅스는 어디가나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세인트 헤리어스 해변.

 저만치에서 남녀가 부둥켜 안고 키스중.>

 


<아름다운 원트리힐의 행복한 소들. 나무가 하나 밖에 없어 ONE TREE HILL이라

이름 붙여진 곳이나 지금 이곳의 꼭데기에 나무 한 그루도 없다. 그 유래도 있는데

기억이 잘 안난다.   >

 

 

 

<원트리힐의 양들과 함께.

양들은 겁이 많은지 사람을 슬슬 피했다.>

 


오클랜드 박물관.

근처엔 숲도 있고, 식물원도 있고, 작은 연못도 있어

여기서만 지내도 좋았다.

 

 

공원에서 친구와.

 

 

주택가의 한적한 공터(reserve) 초원.

 

 

무리와이 비치의 절경.

날씨가 제주도처럼 변덕 맞아  사진 찍을 때는 잔뜩 흐렸는데,

금방 활짝 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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