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세입자협회 칼럼 13]
- 수익형부동산시대, 수익 추구의 현실을 살펴본다.
전국세입자협회 운영위원 박동수
2014년 현재 민생의 주요화두는 전세폭등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주택임대시장에서 월세비율이 증가하면서, 월세가 중심이 될 것으로 관련전문가나 정부도 예측하고 있다. 상가임차인들의 권리금보호와 장기간 계약기간보장을 중심으로 한 상가임대차보호법개정 논의도, 정부가 입법안을 내면서 국회에서 입법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과거의 ‘시세차익 시대’에서, 길게 보면 IMF이후 짧게 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수익형부동산 시대’로 진입했고, 임대인들은 이미 이를 인식하고 대비한 반면, 임차인들은 이제야 눈을 뜨고 있다고 하겠다. 시세차익시대란, 부동산가격(땅가격)이 계속 올랐기 때문에 임대료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시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수익형부동산 시대란, 해당 부동산에서 얼마의 수익이 나느냐에 따라 매도할 때 가격이 결정되는 시기를 의미하며, 이에 따라 임대인들은 임대료관리에 나서고 있다. 저금리시대에, 보유 부동산에서 은행 수익률 이상으로 최대 수익을 올리는 것이 부동산재테크 논리로 인식되는 시대이다.
상가 임대시장은 수익추구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역세권 혹은 아파트 대 단지 인근에 분양하는 상가를 보자. 소위 분양상가이다. 점포를 쪼개서 매각하는 것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 좋은 곳에 짓고 분양하고 있다. 그런데 시행사는 분양이 목적으로, 최대한 월세를 많이 받아 수익률이 높아야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임차인에게 높은 월세를 제시한다. 분양주(분양 받을 사람)는 공실 걱정 없이 월세를 잘 낼 임차인을 찾으면서 동시에 수익률이 높아야 매입한다. 따라서 시행사는 개인사업자보다는 법인사업자로 브랜드 있는 업종(예를 들어, 개인이 운영하는 빵집보다 ‘파라바게트’ 체인점)을 선호한다. 그리고 분양건물에는 권리금이 없기 때문에 법인임차인들이 주변임대료시세보다 더 월세를 주고 입점한다. 이에 따라 사실상 신규 분양건물은 주변 상권의 월세를 끌어 올리고 있다. 그래서 상권 좋은 곳의 신축 분양상가에는 월세가 비싸기도 할 뿐 더러, 분양주도 법인임차인을 선호하여 개인 자영업자가 입점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나마 동네 진입로 혹은 대학가의 기존 역 주변 등 사람이 모이는 ‘먹자 상권’에서 영업을 했던 개인 자영업자들도 이제 임대인의 수익추구(월세 인상)에 직면하고 있다.
상권 좋은 곳에 현재는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인데, 법인이 운영하는 유명 브랜드의 카페가 들어오겠다면서 임대인에게 현재의 임대료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제시한다. 대체로 법인들은 권리금을 줄 수 없다며 임차인을 상대하지 않고 직접 임대인에게 권리금 없이 현 임차인의 명도를 요구하면서 높은 임대료를 제시한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월세 많이 주고, 법인으로 공신력 있지, 건물도 깨끗해지지~’ 등의 이유로 이를 거부할 임대인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까지는, 법인 임차인들이 상권 좋은 곳에서 영업을 하기 위해, 임대인들에게 공세적으로 높은 월세금액을 제시하고 기존 세입자의 명도를 요구한 반면, 이제는 임대인들이 수익형부동산시장 논리에 적응했다. 임대인들이 혹은 건물을 매입한 새 임대인들이, 공세적으로 월세를 최대한 받으려고 한다. 최대한 월세를 받아야 매각할 때 그 수익률에 따라 부동산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부동산시장에서 연 5% 수익률에 매각된다고 할 때, 같은 건물이더라도 월세를 1천만원 받을 경우 24억원에, 월세를 700만원 받을 경우 16억8천만원이다).
그리고 저금리시대에 부동산을 투자처로 생각해, 보유하면서 최대한 수익을 올리려고 한다.
결국 임대인 입장에서는 최대한 월세를 받는 것이 보유할 때와 매각할 때 모두 이득이 되기 때문에 ‘최대 월세 받기’가 임대인들의 핵심 관심사이다.
‘최대 월세 받기’가 상가임대시장을 지배하면서, 유동인구 많은 상권 좋은 곳은 법인 임차인들로 채워지고, 개인자영업자들은 좋은 상권에서 계속 밀려나고 있다. 좋은 상권에서 밀려난 다는 것은 그만큼 돈 벌이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말한다. 위치가 좋지 않은 곳에서 창업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영세 자영업으로 악순환이다.
그리고 임대인의 생각도 알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 임대인들은 ‘복잡하고 귀찮은 것’을 싫어한다. 월세 밀리지 않고, 편하게 월세 받기를 원한다. 개인보다 법인 사업자를 선호하는 이유이다.
주거용 주택은 IMF이후 당시에는 전세비율이 압도적이었지만, 점진적으로 월세비율이 늘어나면서, 대학가나 역세권 원룸주택 그리고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수익 추구’ 월세시장이 자리 잡아 갔다.
그리고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기존 원룸주택에 들어가지 못하는 주거 약자 층을 흡수하기 위해 수익목적으로 ‘고시텔’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실제로, 원룸주택과 오피스텔 그리고 고시텔은 평수대비 과다한 월세이다. 1평 기준으로, 타워펠리스보다 고시원이 더 비싸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증금의 월세전환이율의 전국평균도 은행정기이자율의 4배가 넘는다. 최근 저금리 정책과 맞불려, 전세가 폭등까지 맞이하여, 더 나은 주거조건이 아닌 현재의 전세에서 살기 위해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주택에서는 이제 수익형 추구가 전세와 월세를 가리지 않고 전면화 되고 있다.
상가건물과 마찬가지로, 주택도 ‘최대한의 월세나 전세’를 받아야 보유 때는 높은 수익률로, 매각 때는 높은 금액을 받기 때문이다.
수익 형 부동산 시대, ‘최대 월세’ 받기가 임대인의 주 관심사인 시대.
앞으로 수익 추구는 더 확대 심화될 것이다.
세상에 떼어 먹지 못하는 것이 두 가지이다. 세금과 월세이다.
세입자들은 주택 전월세와 상가월세를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
‘과다하다’라고 생각하고 이를 낮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익형부동산 시대’의 과다한 주택의 전월세와 상가의 월세는 사회적인 공론화가 필요한 핵심 민생문제 중 하나이다.
2014.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