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흠재 정병욱
뜨락 가득 장미를 심고 싶다.
햇빛에 출렁이는 파~아란 숨결 위
요염하게 출렁이는 짙은 흑장미 속에
귀부인처럼 도사린 백장미.
그 고운 꽃망울에 취해
소년처럼 한 번 뒹굴어 보고 싶다.
화사한 내일을 꿈꾸는 것도 아니다.
마음 붙일 수 없다하여 자꾸만 도망치지도 않는다.
평탄하리라 바라지도 않는다.
달아날 수 없는 불편함 속이라도
오래 머물러 보고 싶다.
어느 한 순간
영원일 수 있는 날을 꿈꾸며
붉디 붉은
희디 흰
한 송이 장미로 살고 싶다.
우리 그냥 /흠재 정병욱
정말
우리 그러지 맙시다.
우리까지 그런다면
어떻게 한답니까
우리 그러지 맙시다.
제발 그러지 맙시다
하늘이 무너지는 한이 있어도.
아무 일 아닌 듯이
그냥 살아 갑시다.
아직도 초롱초롱
빛나는 눈망울이 있는데
우리 그냥 그리 삽시다.
동기여 이제 친구로 살자 /흠재 정병욱
육중한 태능 대문을 찬바람 몰아치는 겨울날 열고 들어서니
군대도 아닌 것이 대학도 아닌 것이 사자 굴일 줄이야
사선을 넘나드는 기초 군사 훈련 “아! 나는 속았다! ”
이 한 마디에 화랑 연병장을 수도 없이 더 돌았다
관심과 사랑 속에 입학식을 하며 아기 별이 되고
학과 출장 4년 간의 북 소리는 지금도 책을 들면 둥! 둥! 둥! 귓전을 울리네
교육은 백년 대계라 졸업하면 공부 끝인 줄 알있는데, 오에이시 오비시 육대
국대원 공부 벌레 되었다가
삼 십년 군복 속에 갖혀 전후방 해안선을 지키며 하루건너 이사하고
나라를 지키다
십 년 감수하며 용케도 살아 남았네
오호라! 정신 차려 둘러 보니 보물 같은 동기생이 친구로 남았네
기쁨이 넘쳐 넘쳐 부둥켜 안고 보니 백발 노인이 되었네 그려
행복한 기운이 감돌아 너를 안고 화랑 연병장 한 바퀴 돌아 보니
복스런 마나님과 자식들이 내 곁을 지켜주네
삼십 오 기여! 모두 잊고 덮고 앞으로는
‘하여가’를 부르며 동기란 단어보다 친구로 부르며
다들 각 자 위치에서 백년을 누리세
2013.5,25 육사 35기 홈커밍 데이날 축시로 가름하다. (범무천에서 아내 낭송)
관악산방 서정시인 흠재 정병욱
* 하여가( 何如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 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 년까지 누리리라
사람 값 /정병욱
용케도
일제 식민지에서 살아 남았다
육이오가 터졌다
아니 인민 해방 전쟁이 터졌다
열아홉 나이에
자원해서 나라 지키러 나갔다
낙동강 전투 서울 수복작전 평양 탈환 압록강 전투
다 나 죽고 난 뒤 붙여진 전투 이름이다
난 거저 미군에게 얻어 입은 헐렁한 전투복 바지에 큰 군화와 내 키 만한 엠완
소총 들고 적이 보이면 총 쏘고 얼어 비틀어진 주먹밥 한 덩이 먹고
밤낮으로 걸었을 뿐이고
어느 전선인지 잠 못 자고 보초 설 때 날아온 총알에 맞아 죽었을 뿐이다.
무덤도 없이 죽어 드러 누워 있는 옆에서는 삼십년 동안 불도저로
죽어 있는 내 옆 흙을 까고 덮고 집을 짓고 부수고
난리들 치더만 어느날
갑자기 풍화된 내 뼈다귀를 일으켜 세우더니
“넌 오천원 짜리야“ 라고 말해준다
난 오백원 짜리는 알아도 오천원 짜리는 모른다
전쟁 통에 죽은 자에게 주는 것이니 엄청난거겠지 하며 받아 왔는데
누런 것에 누구 얼굴 박은 돈 1장 주더라
짜장면 한그릇 먹고 나니 천원 거슬러 주더라
그래 오천원이면 족하지 머
내가 한 게 뭐 있어
광주 사태 때 옆에 어슬렁 거리다 죽은 것도 아니고
부산 무슨 대학에서 화염병 던져 경찰 죽인 것도 아니고
서해바다에 배 몰고 나갔다 어뢰 맞아 수장 된 것도 아니고
그냥 육이오 때 총알 한방 맞은 거 뿐이라요
그때 죽은 경찰 군인들은 10원도 못 받았다는데
그래도 유골로 발굴된 나는 횡재 한거라 하네요
대한민국 국군은 죽어서 자랑스런 오천원짜리가 되었다.
기우제 유감 /흠재 정병욱
내 나이 46억살
나는 태양 은하계에 잉태 되면서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오른쪽으로
기운상태에서 시속 천육백 킬로미터로 돌고 있다
너도 모태에 착상되고 부터
심장이 뛰기 시작하여 단 한시도 멈춘바가 없다
자궁에서 이십삼점 오도
비스듬히 태반에 누워 있다가 태어났다
그래서 지금도 삐딱하다
바로 서있으면 무언가 불안하다
그래서 인생이란게 평탄치 못한가부다
나는 너희에게 짜증 부린바가 없는데
잠시 한눈 판 사이에 비 안준다고 투덜대고
재채기 한 것 갖고 쓰나미네 뭐네 날 원망하고
지들은 더 못할 짓을 하면서
요즘 내가 몸에 열이 많아
나도 늙었나보다 앞으로 더 자주 몸살끼 땜에 몸부림칠 때
너희들이 고생께나 할 터인데 이해 바란다
그리고 기우제는 지내지 말라
내가 그 정도는 너희들을 위해 노력 하마
때가 되면 좋은 일 있을껴
난 아직 오억 년은 더 살아야 되
제발 날 건들지 말고 조용히 내비둬라
그래도
너희들이 기우제 제상에 차린 떡은 자~알 먹고 간다
매사 심장 뛰고 있나 살펴 봐라
지난 겨울 지나고 봄이 오는가 싶더니 바로 여름이다
벌써 칠월이다. 남은 반년
여름 가을 잘 지내고 겨울 눈 나릴 때 만들 눈사람을 그리며
담장에 열린 호박 하나 따서 저녁 찬을 만든다.
마음의 열쇠 /흠재 정병욱
인생의 날 수를
당신이 결정할 수는 없지만
인생의 넓이와 깊이는
당신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얼굴 모습을
당신이 결정할 수는 없지만
당신 얼굴의 표정은
당신 마음대로 결정할 수가 있습니다.
그 날의 날씨를
당신이 결정할 수는 없지만
당신 마음의 기상은
당신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당신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일들을 감당하기도 바쁜데
당신은 어찌하여 당신이 결정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하여
걱정하며 염려하고 있습니까?
사랑하는 이여!
인생은
하루는
당신의 마음의 열쇠로 길 수도 짧을 수도 있습니다.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하루를 정성껏 가꾸어 나가시고
당신 마음의 정원에 세월의 해바라기 꽃씨를 심으소서
희망을 쏘다 /흠재 정 병 욱
세월의 화살이 시위를 떠나
우주로 비행한다
스님 저를 해탈케 해 주세요
왜 누가 묶었더냐. 묶인 몸을 갖고 오면
풀어 주께
제 죄를 용서해 주세요
죄를 갖고 와봐라
그러면 용서해 주께
묶이지도 않은 몸 보이지도 않는 죄의
포로와 노예 노릇한 세월
나는 매일 해탈하여 죄 없는 몸으로
우주를 향해
마음껏 유영한다.
희망의 세계가
봄 비를 맞으며
내 맘 내 몸에 새싹을 틔운다.
사우곡 (思友哭 ) /欽齋 鄭炳旭
나
태어 날때 친구는 없었소
하여
나 죽을 땐 친구가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소.
나를
먼저 떠나 보내는 아픔까지
빚 지기는 싫소이다.
나 죽을 땐
내 부고 장을 받아 줄 친구가 아무도 없었으면...
친구여
너의 주검에
너무나 아파
할 말을 거꾸로 해 본다
난 가늘고 길게 살거야
먼저 간 친구들의 남은 수명을 더해서 살거야
더해 살거야
인생이
동그라민지 세몬지
노랑인지 파랑인지
그 기쁨의 모양도 알고 고통의 색깔도 알 나이에
자네가 먼저 가서 이리도 가슴
아리게 한단 말이고.
앞산 케이블카를 촌 놈에게 처음 태워 줄 때부터
너와의 잘못 만남이 시작 된거야!
이렇게 허망하게 헤어지다니.
잘 가거라
친구야
하늘나라에서 잘 살아라
친구를 허망하게 보내고도
우기적 우기적
밥 잘 넘기고
오늘도 일상에 분주한
내가
밉기도 하고
장하기도 하다
투명인간 /흠재 정병욱
보여보여보여
남정네와 여편네가 짝을 이뤄
천둥치고 뇌우 맞으며
한삼십년 살다보니
바람결 흔적만 있어도
실핏줄까지 다 보인다
서로
감정과 가슴에 묻은 언어까지 본다
여보여보여보
삶의 무게 /흠재 정병욱
개미가 떼 지어 이동 한다
말라 육포가 된 지렁이 몸뚱이를
등에 지고
두꺼비 부부가 오랜 만에 큰 일을 했다
관악산 산책로 물웅덩이에 두꺼비올챙이가 한 다발 부화했다
크고 시커멓고 힘차게 꼬리 친다
미래 관악산 두꺼비 제국의 왕자 답다
비가 쏱아 진다
개미는 개미굴로 피신 한다
두꺼비올챙이는 넘치는 물에 쓸려
길바닥에 내 동댕이 쳐 진다
천둥 번개 비가 그친 뒤 물 웅덩이에는 올챙이가 하나도 없었다
개미부부가 두꺼비올챙이의 상여를 메고 간다
올챙이 부모가 두꺼비 눈을 부라리며 상여 뒤를 따른다
두려움에
빠른 몸짓의 개미부부의
삶의 무게가 더 무거웠다
첫댓글 시 본문(제목부분 외) 길이가 20행 이상인 것은 2쪽을 차지합니다. 공행을 포함하여 계산함,
따라서 제출 편수를 줄이시거나, 긴 시의 행수를 줄이지 않으면 다 접수할 수는 없습니다.
'원고청탁서' 및 '제출방법에 대하여'를 꼭 읽고 조절하십시오. 접수업무 힘듭니다.
너무나 수고 많으십니다 편수 맞지 않으면 긴 시를 아무거나 빼도 상관없읍니다 10편제출 요구에의해 10편 제출한거니 없애는 것은 편집시 아무거나 없애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