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내를 훑어 내려온 밀양강이 낙동강과 만나 세 갈래 물결이 일렁이는 나루, 삼랑진(三浪津). 밀양, 양산, 김해 세 지역을 끼고 수로와 육로가 만나는 교통 거점이기도 하다. 삼랑진양수발전소 하부저수지인 안태호 주변은 교통편의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장점으로 새로운 전원주택지로 부상했다. 더불어 개성 있는 카페들도 하나 둘 들어서 인근 도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영화계에 쥐라기 공원이 있다면, 경남 고성에는 백악기 공원이 있다. 1억45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는 공룡의 전성시대. 40t이 넘는 초대형 공룡에서부터 1m도 안 되는 소형 공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공룡이 살았다는 고성은 가히 백악기 공룡공원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콜로라도, 아르헨티나 서부해안과 함께 세계 3대 공룡화석지이기도 하다. 2020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4월 17일~6월 7일)를 앞두고, 우리나라 최고의 공룡테마박물관으로 탐험여행을 떠난다.
브라키오사우루스 마중 받으며 입장
7400㎡ 부지에 3500㎡ 규모의 고성공룡박물관은 상족암군립공원 내 자리 잡고 있다. 상족암은 우리나라 최초로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곳.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지정된 덕명리 해안길의 일부다. 공룡수도 고성에 대한 이 정도의 단순 지식만으로 공룡박물관 투어에 나섰다. 황선균 고성군 문화관광해설사가 취재진을 안내한다.
박물관 입구에는 구상인지, 추상인지 애매한 공룡탑이 마중 나와 있다. 큰 덩치로 잘 알려진 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를 형상화한 탑이다. 브라키오는 몸무게가 70t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한다. 가늠할 수 없는 덩치를 24m 높이의 탑을 올려다보며 상상해본다.
공룡탑을 지나면 눈길을 끄는 입구 조형물이 또 있다. 큰 초식공룡 한 마리를 작은 육식공룡 무리가 쫓는 모습이다. 영화 「쥐라기공원」의 한 장면을 재현했다고 한다. 허술하지 않은 조형물들이 박물관 내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거대 골격 전시 ‘박물관은 살아있다’
공룡박물관답게 입구 로비에도 공룡모형이 전시돼 있다. 알을 품고 있는 어미 공룡처럼 보이는데 어미 공룡이 아니란다. 오비랩터라는 이름의 이 녀석은 알 도둑. 최초 발견 화석이 다른 공룡의 둥지에서 나오는 바람에 알 도둑이 됐단다. 도둑인지 아닌지 사실 확인이 어려운 걸 아는 듯, 눙치듯 바라보는 오비랩터 모형의 묘한 표정이 웃음을 유발한다.
로비 너머로 보이는 중앙홀의 거대 골격은 시선을 압도한다. 육식공룡 모놀로포사우루스와 초식공룡 클라멜리사우루스의 대결을 뼈대만으로 연출했다. 그 위로는 익룡 케찰코아틀루스의 전신 골격이 3층 높이의 박물관 천장고를 뚫고 날아갈 것처럼 전시돼 있다. 관람선은 중앙홀을 끼고 나선형으로 돌며 2→3→1층으로 진행된다.
제1전시실에는 여러 종류의 공룡골격이 전시돼 있다. 백악기에 살았던 가장 대표적인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와 쥐라기 초식공룡 슈노사우루스가 나란히 서 있다. 두 모형을 통해 육식·초식공룡 구분법을 배운다. 삼지창같이 날카로운 티라노의 발과 곰발바닥 같은 슈노의 발. 덕분에 발바닥 화석을 보고 육식·초식을 얼추 가릴 수 있게 된다. 골격만으로도 어른 키 서너 배가 넘는 덩치들이지만, 뇌 용량이 호두알만 했다는 설명에는 또 웃음이 터진다.
세계 3대 화석지 ‘공룡왕국 고성’
제2전시실에서는 고성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고성의 지층과 화석 생성과정, 화석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는 서식 공룡의 종류 등 여러 가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황선균 문화관광해설사의 말을 들어보자. “공룡발자국 화석은 퇴적암 지층에서 만들어지고 발견됩니다. 고성 일대는 백악기 진동층으로 말하자면 거대한 호수였어요. 퇴적암 생성이 용이한 환경에다 공룡알 화석까지 발견될 정도로 공룡이 살기 좋은 곳이었어요. 해안인 상족암뿐만 아니라 해발 415m인 좌이산 꼭대기에도 공룡발자국은 남아 있습니다. 지질이 바뀌고, 지형이 변하면서 화석이 잘 노출된 셈이지요.”
1982년 처음 발견된 고성 공룡발자국 화석은 모두 4000여 족에 이른다. 크기도 9cm부터 70cm까지 다양하다. 보행렬만 해도 440개가 넘는 세계적인 공룡 화석지다.
3D 영상 쿠키 만들기 ‘즐거운 박물관’
공부만 하는 박물관은 재미없다. 제3·4전시실에서는 디오라마와 작동모형을 통해 공룡동굴에 들어와 있는 듯한 오싹한 재미를 선사한다. 공룡의 속도를 가늠해보는 공룡과 경주하기, 뼈 맞추기, 트릭아트 등 즐길 거리도 있다.
제5전시실에서는 선캄브리아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등 지질시대별 화석이 전시돼 있어 책에서나 보던 고대 생물체를 화석으로 만나볼 수 있다. 영상실에서는 15분짜리 3D 영화가 오전 9시 3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상영된다.
공룡쿠키·피자·치즈·비누 만들기 등 가족, 단체 관람객을 위한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체험을 원하면 사전 예약은 필수다. 기념품과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뮤지엄 숍도 즐거운 구경거리. 공룡 관련 500여 점의 상품을 판매한다.
20마리 공룡과 산책, 상족암 실물화석 관찰
지금껏 둘러본 박물관 내부 공룡 모형은 모두 98점.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박물관을 나와 공룡화석지인 상족암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20마리의 공룡모형이 더 전시돼 있다. 공룡과 함께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공룡놀이터, 전망대가 있는 듕가리카페, 그리고 편백숲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1km가량 이어진다. 기가노토사우루스, 니노티라누스, 람베오사우루스 등 낯설고 긴 공룡 이름을 더듬으며 박물관 투어를 마무리한다.
박물관 후문을 통해 상족암으로 내려가면 남해안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진다. 시루떡 같은 퇴적층과 주상절리, 해식동굴이 그야말로 별천지다. 억지로 찾지 않아도 공룡발자국 화석은 대번에 눈에 들어온다. 물때를 잘 맞추면 바닷물을 찰방하게 담고 있는 발자국 화석들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위 치 : 경남 고성군 자란만로 618 ☎ 055)670-4451
관 람 : 오전 9시~오후 5시, 월요일 휴관
입장료 : 일반 3000원, 군인·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
글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